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상하이 마스터예요.
중국이 비자 면제 정책을 실시한 후, 상하이는 한국인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주말 여행을 떠난 상하이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죠. 작년 겨울(11~12월) 상하이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가파르게 증가하더니,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상하이 입국 관광 최대 방문 국가가 됐어요.
올해는 어떨까요? 상하이시 문화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상하이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20만 명 이상. 전년 동기 대비 142.4%나 증가했어요. SNS에서 상하이의 매력이 실시간으로 퍼지는 중이니, 한국인 관광객 수 기록 갱신을 올해도 기대해 볼 법해요.
미래를 기약하며 미리 관광 명소나 맛집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좋죠. 하지만 우리는 상하이의 ‘트브디클’을 눈여겨 보면 어때요? 상하이에도 곳곳에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들이 숨어 있으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상하이로 호핑(Hopping)해 볼게요.
📍트렌드: 플레이버 콜라보? 브랜드 콜라보보다 중독적!
📍브랜드: 사연을 꽃으로 피워주는, 플라워계의 에르메스
📍디자인: 커피컵이 ‘움직이는 박물관’으로?
[트렌드] 플레이버 콜라보? 브랜드 콜라보보다 중독적!
최근 중국 F&B 업계에서는 콜라보가 유행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콜라보와는 좀 달라요. 결과 격이 맞는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함께 상품을 기획해 서로의 로고를 붙이는 ‘브랜드 콜라보’가 아니라, 맛끼리 협업을 하는 ‘플레이버 콜라보’로 한 단계 진화했거든요. 맛끼리 결합을 하면 제품 혁신은 물론 차별화까지 꾀할 수 있어서죠. 소비자에게 더 신선하고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며 매출 상승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어요.
1️⃣ 대마왕 × 육필거 ‘참깨 소스 맛’ 곤약 스낵
‘대마왕’은 염진포자가 2023년에 출시한 곤약 스낵 브랜드예요. 대마왕 덕분에 염진포자의 매출은 2024년 8억 3천8백만 위안(약 1,676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76.09%나 성장했어요.
그중 대마왕의 매출을 책임지는 대표 상품은 바로 ‘참깨 소스 맛’. 인기의 비결은 베이징의 전통 소스 브랜드 ‘육필거’와의 협업이었어요. 전통 식품 브랜드가 만든 깊은 맛의 참깨 소스와 스낵의 신선함을 조합해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순식간에 연 매출 10억 위안(약 2천억 원)을 바라보게 된 이 신생 브랜드의 다음 맛 콜라보 대상은? 삼양의 불닭 소스라고 해요!
2️⃣웨이룽 라티아오 × KFC ‘매운 라티아오 맛 치킨 텐더’
아이들에겐 간식, 어른들에겐 술안주가 되는 식품. 바로 중국식 ‘매운맛 쫀드기’ 라티아오예요. 매콤하면서도 달달해서 자꾸 손이 가는 중독적인 맛이죠.
최근 라티아오를 만드는 중국의 웨이룽이 KFC와 손잡고 ‘매운 라티아오 맛 치킨 텐더’를 출시했어요. 라티아오의 매콤함과 KFC의 치킨맛이 합쳐져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의 경험을 선사했죠. 이밖에도 웨이룽은 적극적으로 맛 콜라보를 펼치며 라티아오맛 비빔면, 쫑즈 등을 선보이고 있어요.
브랜드 콜라보가 ‘껍데기’를 교환하는 전략이었다면, 맛 기반 콜라보는 제품의 ‘심장’을 섞는 전략인데요. 요즘 요즘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빠르게 감지해요. ‘이 브랜드랑 저 브랜드가 협업했네?’보다는 ‘이 조합, 진짜 맛있다!’라고 느낄 때 경험의 강도가 훨씬 즉각적이고 세기 때문이죠.
이제 식품 브랜드는 ‘누구와 손잡을까’만큼이나 ‘어떤 맛을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브랜드] 사연을 꽃으로 피워주는, 플라워계의 에르메스
야수파(Beast) 꽃집은 상하이의 대표적인 예술 생활 브랜드예요. 브랜드명 ‘야수파’는 강렬한 원색과 추상적 표현이 특징인 전위적 미술사조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꽃’과 난해한 ‘야수파’의 조합은 낯설지만, 오히려 이 간극이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줘요.
이 브랜드는 정형화된 꽃꽂이 공식에서 벗어나, 사연을 보내면 그에 맞는 꽃을 만들어준다는 컨셉으로 시작했어요. 단, 아무 사연이어서는 안 돼요. 꽃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영감을 주어야 하죠. 마치 아티스트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듯한 경험에 야수파 꽃집은 온라인에서 단숨에 18만 구독자를 끌어 모았어요. 12송이 장미 한 다발이 1,000위안(약 20만원)에 거래되는 ‘플라워계의 에르메스’가 되어, 기념일에 야수파 꽃을 선물하는 게 럭셔리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야수파는 이제 ‘사연’이라는 매개를 넘어 도시별 상징 동물, 캐릭터 굿즈, 팬더 입양 캠페인, 유명 IP 콜라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어요. 특히 팬더 푸푸를 브랜드 마스코트로 삼아 친환경, 국산 브랜드, 감성 소비라는 Z세대 키워드를 모두 충족시키며 브랜드를 또 한 번 환기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논란과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기념일에 받고 싶은 브랜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건, 결국 이들이 가진 콘텐츠 서사의 힘이라는 걸 보여주죠.
꽃을 예술로, 이야기를 상품으로 만든 야수파. 그들이 계속해서 펼쳐나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예요.
[디자인] 커피컵이 ‘움직이는 박물관’으로?
루이싱 커피는 커피 브랜드를 넘어, 중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어요.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 전략과 철저한 공급망 관리, 그리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맞춘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했죠. 특히 생코코넛라떼처럼 3년 간 7억 잔을 판매한 히트 메뉴를 시작으로, 감각적인 신메뉴와 지역 한정판 제품을 빠르게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기대를 주도해 왔어요.
그러던 루이싱 커피가 이번엔 커피가 아닌 커피컵을 기획했어요. 이 커피컵을 손에 쥔 중국인은 누구나 조상님의 미감에 놀랄 거예요. 청두 비물질문화유산(무형문화재) 페스티벌과 손을 잡고 컵에 전통 공예를 담았거든요. 중국 3대 비단으로 불리는 쓰촨의 채색 비단 촉금, 은실로 문양을 새겨 넣는 은화사 공예 등을 루이싱 커피의 컵과 종이 가방에 덧입혔죠. 현지에서 이를 보고 ‘움직이는 박물관이 등장했다!’고 감탄했어요.
무형문화재는 젊은 세대가 자랑하고 싶고, 수집하고 싶은 커피 굿즈로 탈바꿈했어요. MZ 세대들은 샤오홍슈(小红书), 더우인(抖音) 등의 SNS를 통해 한정 커피컵을 인증하며 자신의 감각적 소비를 널리 알렸죠. ‘소비-소장-공유’로 이어지는 선순환 전략을 통해 커피 한 잔이 문화적 서사를 전파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루이싱 커피. 이제는 박물관에 직접 가는 것보다 커피 한 잔을 사먹는 게 훨씬 쉽고 재미있게 전통을 배우는 법 아닐까요?
오늘의 상하이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에요. 뉴욕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