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준비물이 된, 교환의 소비문화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요즘 서울에서 흥미로운 행동 패턴이 감지되고 있어요. 이름하여 ‘작은 도피’.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에서 조용한 장소를 찾아 잠시 숨을 고르는 방법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어요.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15분 동안 회사 근처 골목을 걷는 직장인, 호수나 하천 부근의 ‘수(水)세권’에서 멍 때리는 사람, 혹은 소도시풍의 카페에서 느긋함을 즐기는 2030세대까지. 가까이에서 도피처를 찾아 잠깐씩 쉬는 일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최근에는 나 홀로 미술 전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주말의 북적거리는 인파를 피해 평일 저녁에 잠시 들러 작품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정리되죠. 야간 산책로나 한강 보행 코스를 걷는 ‘리셋 루틴’ 역시 인기예요. 늦은 밤 불빛이 적은 길을 걷다 보면 하루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니까요.
그렇다면 일상에서 적은 노력을 들여 떠나는 ‘작은 도피’는 왜 확산 중인 걸까요? 우선, 서울의 밀도 높은 도시 생활이 한몫해요. 빠른 속도에 끝없이 맞춘다는 게 쉽지만은 않죠. 한편, 디지털 과잉이 만든 반작용이기도 해요. 하루 종일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간절해지거든요.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스스로 ‘마이크로 멘탈 헬스케어’에 나섰어요. 해외여행이나 화려한 소비로만 자신을 달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짧고 가벼운 해방을 통해 안정감을 찾는 거예요.
작은 도피 문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도 연결될 수 있어요. 도심 속 웰니스 공간이 집중적으로 늘어나거나, 한적하면서도 운치 있는 골목들이 새로운 핫스팟이 될 수도 있죠. 다가올 가을은 이런 작은 도피를 실천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데요. 여러분은 어디로 작은 도피를 떠나고 싶으신가요?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는 차원에서 서울로 호핑해 볼까요?
📍트렌드: 놀이의 준비물이 된, 교환의 소비문화
📍브랜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뜨개질 유니버스’
📍디자인: 일상을 삼켜버린 맛있는 디자인!
[트렌드] 놀이의 준비물이 된, 교환의 소비문화
“사고 나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요즘 젠지(Gen Z)들의 소비문화를 설명하는 가장 짧은 문장이에요. 이전 세대에게 구매는 ‘끝맺음’이었어요. 무언가가 필요하면 사서 쓰고, 그걸로 끝. 하지만 젠지들은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새로운 활동의 시작이에요. 물건이 단순히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놀이와 교환, 커뮤니티를 열어주는 열쇠 같은 존재가 되거든요. 3가지의 사례로 그들만의 소비문화를 짚어볼게요.
첫째, 리셀 문화.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하는 과정을 떠올려 볼게요. 출시 전부터 드로우 응모로 운을 시험했던 이들은, 당첨 후에는 커뮤니티에 인증 사진을 올리며 리셀가가 얼마까지 오를지 토론하는 데서 진짜 재미를 느껴요. 신발을 신는 순간보다, 구매 이후 시세를 추적하고 희소성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더 큰 의미를 얻을 때도 있죠. 한정판 제품 구매가 ‘자산을 사고파는 투자 게임’이자, 나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회적 도구가 되어서예요.
둘째, 세컨드 핸드 소비.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빈티지 접시나 가구를 어렵게 구했다면,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부터 시작돼요. 블로그나 유튜브에 ‘아이템 발견기’를 기록하고, 집안 다른 소품과 조합해 영상을 찍어 올리는 순간, 소비는 하나의 콘텐츠로 확장되죠. 리뷰를 쓰는 일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놀이이자 나만의 미감을 증명하는 행위이고요. 결국 젠지에게 세컨드 핸드는 소유의 기쁨을 넘어, ‘어떻게 보여주고 풀어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능동적인 문화예요.
수집형 취미 활동에서는 구매 이후의 놀이성이 더 극대화돼요. 케이팝 가수들의 얼굴이 인쇄된 포토카드를 예로 들어 볼게요. 사는 순간은 단지 시작일뿐, 서로 자신이 뽑은 카드를 인증하거나 전시하고 교환하는 행위가 이어지죠. 모바일 게임 속 한정 아이템도 마찬가지예요. 뽑고 자랑하고, 커뮤니티에서 비교하고, 거래까지 이어지는 긴 흐름 속에서 소비가 완성돼요. 물건 자체보다 ‘얻고 난 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한 거예요.
이처럼 리셀은 희소성과 투자, 세컨드 핸드는 콘텐츠 창작, 수집형 취미 활동은 몰입형 놀이라는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 하지만 셋 모두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죠. ‘사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서사의 시작’이라는 세계관으로요.
앞으로 이 흐름은 더 넓게 번질지도 몰라요. 그러면 브랜드 입장에선 앞으로 ‘팔고 끝내는’ 방식으론 젠지를 만족시킬 수 없을 거예요. 오히려 그 이후의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겠죠. 젠지의 소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브랜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뜨개질 유니버스’
성수동에 또 하나의 ‘취향 성지’가 문을 열었어요. 이름하여 ‘쎄비 하우스(SEVY HOUSE)’. 7층짜리 건물 전체가 뜨개인을 위한 공간이에요. 손뜨개를 단순한 취미에서 K-핸드메이드 문화로 끌어올린 브랜드 쎄비(SEVY)가 만든, 일종의 ‘니팅 유니버스’죠.
쎄비는 그저 뜨개 실과 바늘 등의 전문 도구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에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누구나 영상을 보고 뜨개 기술을 기초부터 고급 단계까지 배울 수 있게 했거든요. 그 결과 29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며 ‘배움의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매출 역시 빠르게 상승했어요. 브랜드가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힘을 키워온 셈이죠.
이번에 문을 연 쎄비 하우스는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에 옮겨 놓은 실험장이에요. 1~2층 스토어는 마치 하나의 카탈로그 같아요. 다양한 실과 부자재 그리고 완성품 샘플이 전시돼 있고, 상품 태그마다 영상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달려 있죠. 클릭 대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지는 과정에서 물리적 경험이 더해져요. 3층 전시 공간에서는 협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뜨개가 취미를 넘어 동시대적 창작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요.
4~7층 라운지는 쎄비 하우스의 백미예요. 부티크 호텔을 오마주한 공간에서 층마다 다른 무드를 경험할 수 있고, 프라이빗 존에서는 혼자 몰입할 수도, 오픈 테이블에서는 친구와 함께 뜨개를 즐길 수도 있어요. 음악이 흐르는 뮤직룸과 간단한 음료가 있는 바까지 갖춰져 있어 마치 ‘뜨개인을 위한 전용 클럽’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죠. 여기서는 구매 자체보다 ‘머무르고 몰입하는 경험’이 핵심 가치예요.
쎄비 하우스는 오프라인 공간을 판매 채널을 넘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재해석했어요. 온라인에서 형성된 뜨개인들의 소통과 참여를 오프라인으로 끄집어내, 브랜드 충성도를 한층 공고히 한 거예요. 다시 말해, 유튜브에서 쌓인 신뢰와 몰입이 성수동에서 ‘물리적 경험’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모델을 보여주는 거죠.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혁신적인 공간을 만든 쎄비가 사실 1980년에 설립된 전통 섬유기업 필립섬유에서 시작됐다는 점이에요. 40년 넘게 섬유를 만들어온 기업이 유튜브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고, 다시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성수동에서 새로운 문화를 열었다는 사실. 이는 ‘브랜드의 진화’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아닐까요?
[디자인] 일상을 삼켜버린 맛있는 디자인!
요즘 디자인 소품을 보면 묘하게 배가 고파지는 순간이 많아요. 김밥 키링, 과자 쿠션, 아이스크림 같은 오브제까지, 먹고 사라지는 음식이 ‘소장 가능한 귀여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거든요. 캐릭터 중심이던 디자인이 이제는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음식으로 확장된 거예요. ‘누구나 아는 음식’은 곧 공통의 언어가 되고, 소비자는 이를 통해 더 빠르게 공감하고 웃음을 나눌 수 있어서죠.
음식은 경험을 넘어 물리적 오브제가 되고, 때로는 의외의 유머 코드까지 더해지면서 SNS에서 밈처럼 확산돼요. 부담 없는 가격대 덕분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사치로도 제격이고요. 결국 음식 모티브는 낯설지 않은 것에서 신선함을 길어내는 전략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이런 흐름을 가장 기민하게 잡아낸 3곳의 브랜드를 소개할게요.
1️⃣ 코튼푸드 수퍼
코튼푸드 수퍼는 이름처럼 ‘솜으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이에요. 도넛 방석, 식빵 쿠션, 어묵꼬치 키링, 오징어 보디 필로우 등 ‘비식용 음식’을 판매하죠. 실제로 먹어볼 수는 없지만 눈과 손으로 즐기는 ‘귀여운 맛’이 있는 코튼푸드는 일상에 귀여운 행복을 전달하는 게 목표예요.
2️⃣ 수심
소품 숍 수심은 실용적인 아이템에 유머를 한 스푼 더해요. 계란 모양 에어팟 케이스, 크래커에서 영감받은 캐리어, 사과 깎는 동작을 옮겨놓은 조명까지. 멀리서 보면 실제로 착각할 만큼 정교해 웃음을 자아내죠. 기능적인 아이템에도 위트를 담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브랜드예요.
3️⃣ 포식스먼스
포식스먼스는 평범한 콘센트를 ‘식탁’으로 바꿔놨어요. 표고버섯, 오니기리, 브로콜리 같은 모양의 콘센트 마개에 양옆에는 식기류를 더해, 일상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변주했죠. 덕분에 단순한 안전용품이 ‘갖고 싶은 오브제’로 탈바꿈했어요.
결국 음식 모티브 디자인의 힘은 ‘먹으면 끝나는 소비’를 보고, 만지고, 공유하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 있어요. 친근한 음식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오브제가 되면서 SNS에서 순식간에 문화적 밈으로 퍼져나가죠. 앞으로도 ‘맛있는 디자인’은 귀여움을 넘어,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창의적 소재로 계속 진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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