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런던 트렌드, 노담 대신 ‘냉장고 담배’?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오늘은 런던에서 온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은 런던에 관한 ‘트브디’를 소개할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런던으로 호핑 해볼까요?
최근 런던 도심에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어요. 바로, 하늘 위를 나는 슈퍼맨이 현실에 나타난 사건이죠. 그것도 런던에서 가장 높은 건물, 더 샤드(The Shard) 꼭대기에요. 높이 3.4m, 무게 120kg에 달하는 이 대형 슈퍼맨 조형물은 헬리콥터로 운반해 빌딩 꼭대기에 설치됐어요.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 전시된 조각상’이라는 신기록까지 세우며, 슈퍼맨다운 등장을 보여줬죠.
이 구조물은 DC 신작 영화 ‘슈퍼맨’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옥외 캠페인의 일환인데요. 캠페인 핵심 슬로건은 ‘Look Up’. 이번 영화의 상징적인 문장을 런던의 가장 높은 곳에 구현해낸 거예요.
DC는 이번 마케팅을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어요. 슈퍼맨 조형물은 20명이 넘는 전문가가 무려 4개월 동안 제작에 참여한 결과물이에요. 실제보다 더 리얼하게 구현하기 위해, 주인공 배우 ‘데이비드 코런스웻’의 전신을 3D 스캔했고요. 조형물의 포즈도 치밀하게 디자인했어요. 한쪽 다리를 살짝 구부린 채, 고개를 아래로 향한 자세는 마치 런던을 내려다보며 수호하는 슈퍼맨의 모습을 표현했죠.
슈트의 질감, 근육의 디테일까지 정교하게 구현한 덕분에 멀리서 보면 실제로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여요. 무엇보다도 이 조형물은 64km 밖에서도 눈에 띌 만큼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했고요.
반응은 기대보다 더 뜨거웠어요. 설치 직후, SNS에는 ‘런던에 뜬 슈퍼맨’을 찍은 인증샷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일상을 보내는 풍경에서 마주한 슈퍼맨은 런던 시민들에게 영화 같은 하루를 선물했고요.
이번 광고를 통해, 슈퍼맨은 도시 전체를 살아있는 영화의 예고편처럼 만들었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하늘로 끌어올리고(look up), 도시를 하나의 스크린처럼 만든 이 캠페인은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문 마케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죠.
슈퍼맨까지 날아다니는 스펙타클한 런던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함께 스터디해 볼까요?
📍트렌드: 요즘 런던 트렌드, 노담 대신 ‘냉장고 담배’?
📍브랜드: 이 이름이면 도넛을 공짜로 주는 이유
📍디자인: 런더너들의 우산 손잡이에 달린 오리 머리의 정체
[트렌드] 요즘 런던 트렌드, 노담 대신 ‘냉장고 담배’?
요즘 영국 Z세대 사이에서 확산 중인 휴식 루틴이 있어요. 이름은 낯설지만, 방식은 단순하죠. ‘프리지 시가렛(Fridge Cigarette)’, 직역하면 ‘냉장고 담배’ 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담배는 등장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냉장고 담배는 어떤 루틴을 뜻하는 걸까요?
이 트렌드는 담배 없이 쉬는 법을 새롭게 정의한 행동이에요. 영국의 젊은 세대들은 흡연을 점점 멀리하고 있는데요. 영국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8~24세의 흡연율은 해마다 감소 중이죠. 거기에 일회용 베이프 제품에 대한 영국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니코틴 소비 자체가 줄고 있어요. 문제는? 흡연은 줄었지만, 그렇다고 숨 돌릴 틈까지 필요 없어진 건 아니에요.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냉장고 속 콜라였어요. 휴식이 필요한 오후, 냉장고를 열고 차가운 콜라를 꺼내 탄산 가득한 청량한 한 모금을 마셔요. 그 순간 고민과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죠. 과거의 ‘담배 타임’처럼 책상에서 벗어나 잠깐 휴식하는 루틴이 되는 거예요. 틱톡에서 ‘오후 3시 냉장고 담배 타임’ 이라는 말과 함께 이 장면이 공유되며 빠르게 확산됐어요.
꼭 콜라일 필요는 없어요. 탄산음료라면 뭐든 괜찮지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건 다이어트 콜라예요. 콜라가 주는 청량감은 좋지만, 설탕이나 칼로리에 대해선 경계하니까요. 부담을 줄이는 선택으로 다이어트 콜라가 알맞는 선택지가 되죠.
냉장고 담배는 흡연 권유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워요. 무언가를 피우지 않아도, 나만의 틈을 만드는 방법은 존재한다는 것. 연기 대신 탄산을, 니코틴 대신 청량감을 택한 이 작은 루틴은 지금 세대가 찾은 새로운 탈출구예요.
[브랜드] 이 이름이면 공짜로 도넛을 주는 이유
웬즐스(Wenzle’s)는 50년 전통을 가진 영국 베이커리 브랜드예요. 1975년, 런던 외곽 왓포드에서 시작해, 지금은 런던 전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둔 영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성장했죠. 전통적인 영국식 페이스트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최근엔 젊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이름을 활용한 이색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하루 동안, 이름이 ‘Greg’이나 ‘Gail’인 사람에게 신제품 ‘딸기 치즈케이크 도넛’을 무료로 제공했어요. 이 이벤트는 런던 전역 100여 개 매장에서 동시에 진행됐고요.
그런데 왜 하필 Greg과 Gail일까요? 그 이유는 웬즐스와 라이벌인 베이커리 브랜드, ‘Greggs’와 ‘Gail’s’에서 따온 이름이기 때문이에요. 둘 다 영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베이커리 체인으로, 베이커리 시장에서 각자의 팬층을 보유하고 있죠. 라이벌의 팬들을 향한 재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해당 이름의 고객에게 신제품을 먼저 체험해보게 하고 직접 반응을 듣고 싶었던 거예요.
“혁신은 언제나 우리 브랜드의 중심이었어요. 그래서 고객들의 반응이 정말 기대돼요. 특히, 세상 모든 Greg과 Gail들의 반응이요!(Innovation has always been at the heart of what we do so we can’t wait to hear what customers think – particularly all of the Gregs and Gails out there!)”
이 프로모션은 웬즐스의 여름 신메뉴 출시와 맞물려 있어요. 이번 시즌 메뉴는 기존 인기 제품을 리뉴얼 하거나, SNS에서 화제를 모은 트렌드를 반영해 개발했는데요. 대표 메뉴인 딸기 치즈케이크 도넛부터, 두바이 초콜릿 열풍을 반영한 ‘두바이 디저트 팟’, ‘스모어 쿠키 샌드위치’ 등 다채로운 구성이 돋보이죠.
경쟁자의 이름을 활용한 유쾌한 이벤트, 소셜미디어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그리고 매 시즌 이어지는 메뉴 실험까지. 웬즐스는 보법이 다른 전략으로 계속해서 어려지고 있어요.
[디자인] 런더너들의 우산 손잡이에 달린 오리 머리의 정체
감각적인 디자인 브랜드만 입점할 수 있다는 모마 디자인 스토어(MoMA Design Store)에서 눈에 띄는 우산이 있어요. 바로 런던에서 탄생한 우산 브랜드 ‘오리지날 덕헤드(Original Duckhead, 이하 ODH)예요. 이름처럼 오리 머리 모양의 손잡이에 톡톡 튀는 컬러감이 시그니처죠.
ODH의 시작은 이 손잡이 디자인이었어요. CEO 모넌 크로스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끼던 오리 모양의 수제 우산을 기억하고 있었죠.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적인 디자인을,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탄생한 오리 머리 손잡이는 귀여움 이상의 전통과 실용성을 담고 있어요.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하던 공예 우산의 감성을 담으면서도, 손에 안정적으로 감기는 인체공학적인 구조로 설계됐죠. 이 손잡이 하나로 ODH는 디자인이 곧 정체성이 되었어요.
컬러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해요. 빨강, 노랑, 초록 등 비비드한 색감은 비 오는 날 기분을 환기시켜줘요. 앙리 마티스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화려한 패턴 제품도 있고요. 취향에 맞는 우산 천을 선택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죠.
ODH가 더 특별한 이유는, 우산을 소모품이 아닌 지속 가능한 액세서리로 바라본다는 점이에요. 우산 산업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데요.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0억 개의 우산이 버려지고,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한 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는 거예요. ODH는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섰어요. 그래서 모든 제품을 제작할 때 재활용 폐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죠.
우산 하나를 만들 때마다, 플라스틱 병 9개를 재활용해요. 그렇게 지금까지 재활용한 병만 400만 개가 넘죠. 단지 친환경적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튼튼한 내구성에 깐깐하게 품질 관리를 하거든요. 2년간 품질을 보증해, 결함 있는 우산을 교체해 주기도 하고요. 이런 노력 덕분에 ODH의 우산은 관리하며 오래 쓰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았어요.
ODH는 전통에서 영감을 받되, 현재의 책임을 담아냈어요. 손잡이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이제 우산이라는 물건의 쓰임과 수명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고 있죠. 비 오는 날, 거리에서 오리 머리를 발견한다면 누군가 우산을 더 오래, 책임감 있게 쓰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몰라요.
오늘의 런던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다음주 월요일은 서울로 떠날 예정이에요. 다음 주에도 함께 호핑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