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까지 뽑는 연애 프로그램의 등장?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TV와 OTT 플랫폼에는 연애 프로그램이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고 있어요. 한국만 해도 컨셉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는데요. 남매가 함께 출연하거나 ‘모태 솔로’만을 연결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중이죠. 그렇다면 리얼리티 쇼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은 어떨까요?
새로운 시도로 연애 예능을 선도해 온 영국은 또 한 번 기발한 프로그램을 런칭했어요. 바로, 2025년 8월에 시작한 ‘피로 이어진 사랑(Love is in the Blood)’이에요. 이름만 들으면 다소 섬뜩하게 느껴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따뜻한 의도가 숨어 있어요.
서로 얼굴을 모른 채 대화로만 이어가는 ‘블라인드 데이트’. 여기에 헌혈을 더하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요? 이 프로그램은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어요. 진행 방식은 이래요. 총 8명의 싱글이 참여해 네 커플로 나뉘어요. 각 커플은 헌혈 경험자와 비경험자로 짝을 이루죠. 두 사람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헌혈을 하며 대화를 나눠요.
경험자는 익숙하게 헌혈을 하고, 첫 헌혈자는 분위기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용기를 얻죠. 누구에게나 첫 헌혈은 긴장되지만, 함께한다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게다가 그 상대가 내 이상형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 긴장감을 더하기도 하고요.
채혈 자체는 10분 남짓이면 끝나지만, 문진과 대기, 다과 시간까지 포함되면 1시간이 넘어요. 프로그램은 이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며 헌혈이 낯설고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죠. 두 사람은 이 시간 동안 연애 취향을 묻고 답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할지 아니면 끝까지 모른 채 돌아설지를 선택하게 되죠.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 프로그램에는 영국의 현실적인 문제가 담겨 있는데요. 영국에는 매년 20만 명 이상의 신규 헌혈자가 필요하고, 특히 흑인 헌혈자의 경우 1만 7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에요. 제작진은 이 시리즈를 통해 헌혈을 어려운 의료 행위가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경험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헌혈을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느끼길 바랐죠.
피로 이어진 사랑. 제목만 보면 섬뜩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처럼 사회적인 문제도 사랑으로 풀어내는 런던, 이 도시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런던으로 함께 호핑해 볼게요!
📍트렌드: 이제 마른 모델은 아웃? 패션계에 비상이 걸린 이유
📍브랜드: 가구에 갈매기 똥을? 이케아의 다정다감한 변신
📍디자인: 원두 상자를 그림 액자처럼 만들면 생기는 일
[트렌드] 이제 마른 모델은 아웃? 패션계에 비상이 걸린 이유
영국 패션계가 비상이에요. 영국의 광고 심의기관 ASA가 최근 자라, M&S, 넥스트의 광고를 연달아 제재했거든요. 이유는? 모델이 비현실적으로 마른 몸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죠.
이번 조치는 단순히 모델의 체중 문제만을 지적한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자라 광고는 다리 각도와 그림자 처리 때문에 모델이 지나치게 마른 모습으로 보여 제재를 받았어요. M&S는 과도한 보정과 앵글이 문제였고요. 넥스트의 데님 광고 역시 모델의 자세와 카메라 구도가 건강하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죠.
핵심은 모델의 실제 체형이 아니라, 광고 속에서 어떻게 보이느냐였어요. 모델이 건강하다 해도 지나치게 마른 인상을 준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거죠. 포즈와 조명, 보정 같은 연출 방식까지 모두 심의의 범주에 포함됐어요.
ASA의 제재는 단발성 사건으로 보긴 어려워요. 자라와 M&S 같은 메이저 브랜드가 잇달아 규제를 받았다는 건, 영국 패션계 전반에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거든요. 그리고 이 변화는 비단 영국만의 일이 아니에요. 이미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은 모델의 BMI를 법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기준을 마련했죠. 영국은 아직 자율 규제 단계이지만 점차 개입 강도를 높이고 있고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실적인 체형을 담은 캠페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이러니한 모순도 제기돼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포용성의 상징으로 환영받는 반면, 마른 모델은 규제 대상으로만 다뤄지는 게 진정한 다양성일까 하는 의문이죠.
실제로 영국의 패션 브랜드 스내그(Snag)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했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렸지만, 이 경우는 ASA 규제 대상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ASA의 규제가 오히려 특정 체형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이 중요한 흐름인 건 분명해요. 이제 사회가 원하는 건 비현실적인 마른 몸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건강한 아름다움이라는 거죠. 영국에서의 이 변화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확장될 수 있을까요? 다만 ‘건강’이라는 기준이 또 다른 배제의 잣대가 되지 않도록, 다양성의 균형을 어떻게 지켜낼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여요.
[브랜드] 가구에 갈매기 똥을? 이케아의 다정다감한 변신
이케아가 영국 브라이튼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어요. 브라이튼은 영국 남부 해안에 자리한 도시로, 예술적이고 진보적인 분위기로 유명해요. 해변과 페스티벌,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스며들어, ‘창의적인 해안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죠.
이케아는 이렇게 개성 있는 도시에 매장을 열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기존의 매장으로는 브라이튼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고 본 거죠. 그렇게 2025년 8월, 드디어 브라이튼에 이케아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요. 걱정과 달리 ‘브라이튼 답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선 오픈 캠페인 광고부터 큰 화제가 됐어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라이튼의 일상을 알아야 해요. 해변 도시 브라이튼에는 엄청난 갈매기 떼가 살고 있어요. 그래서 갈매기 똥은 주민들에게 익숙한 골칫거리죠. 이케아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활용했어요.
이케아의 의자, 서랍장, 테이블 같은 가구 위에 흰색 얼룩이 찍힌 포스터를 만든 거예요. 마치 갈매기가 막 지나간 듯한 흔적을 재현한 거죠. 어쩌면 불쾌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장면을 담은 이 광고는 오히려 주민들의 공감을 끌어냈어요. 이케아가 브라이트의 일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니까요.
매장 내부도 특별하게 구성했어요. 이케아의 대표적인 체험 공간인 ‘룸셋(Room Set)’. 집 한 켠을 실제처럼 꾸며둔 쇼룸인데요. 보통은 북유럽 감성의 표준화된 공간을 보여주지만, 브라이튼 점은 달랐어요. 브라이튼 아티스트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5개의 방을 꾸몄거든요. 알록달록한 바다의 분위기와 해변가의 오두막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를 담았죠.
여기에 브라이튼 주민들의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도 놓치지 않았어요. 새롭게 만든 ‘리샵 & 리유즈(Re-shop & Re-use) 존’에서는 중고 가구를 되팔거나, 낡은 제품을 고쳐 다시 쓸 수 있게 했어요. 이케아가 가진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이미지를 벗고, 지역의 생활 방식에 맞춰 지속 가능한 매장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였죠.
마지막으로 F&B 공간도 눈길을 끄는데요. 매장 2층에는 100석 규모의 바다 전망 레스토랑이 있어요. 통유리창 너머로는 브라이튼 해안선이 펼쳐지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이케아의 시그니처 메뉴인 스웨디시 미트볼을 즐길 수 있죠. 브라이튼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에요.
일상을 반영한 광고와 리유즈 존, 주민이 참여한 룸셋, 바다를 담은 식당까지. 이케아는 브라이튼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연결했어요. 그 결과, 오픈 당일 매장 앞에는 수백 명이 줄을 섰고, 브라이튼 주민들은 뜨겁게 환영했죠. 로컬에 진심인 이케아. 그들의 만날 다음 도시가 궁금해지네요.
[디자인] 원두 상자를 그림 액자처럼 만들면 생기는 일
런던에서 시작한 커피 로스터리, 다크 아츠 커피(Dark Arts Coffee). 이름부터 심상치 않죠. 2014년에 문을 연 이 브랜드는 다른 커피 브랜드와는 달랐어요. 해골이나 악마 같은 어두운 오컬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패키지 디자인에는 도발적인 문구들이 적혀 있었거든요.
그 거침없는 태도는 서브컬처를 즐기는 개성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어요. 또, 기존 커피 브랜드의 반듯하고 정형화된 이미지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선택지가 되었죠. 그렇게 다크 아츠는 금세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내며, 그들만의 정체성을 만들었어요.
시간이 흘러 10주년을 앞두고, 다크 아츠는 스스로를 다시 돌아봤어요. 팬덤은 단단했지만, 서브컬처적인 이미지에만 기대다 보니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기엔 한계가 있었던 거예요. 그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새로운 키워드를 꺼냈어요. ‘즐거운 허무주의(Joyful Nihilism)’. 다크 아츠의 다크한 매력은 그대로 두되, 그 위에 위트와 유머를 더하기로 했죠.
이를 상징하는 로고가 바로 ‘금이 간 스마일’ 이미지인데요. 기존엔 해골이나 마녀처럼 비밀스러운 상징들로 표현했다면, 이제는 웃고 있지만 어딘가 깨져 있는 얼굴로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요. 오래된 팬들에겐 익숙한 어두운 무드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고객들에게는 장난스럽게 접근하는 거죠. 그렇게 다크 아츠는 더 많은 취향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나아가기로 해요.
가장 큰 변화는 패키지에서 드러나요. 새롭게 디자인된 커피 상자는 포장을 넘어, 갖고 싶은 오브제가 되었어요. 상자 전체는 매트 블랙으로 마감했고, 정면에는 사각 창을 뚫어 액자처럼 보이게 했죠. 그 안에는 원두마다 다른 아트카드가 들어 있는데, 이 카드는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어 수집의 재미를 주고요.
이제 원두를 고른다는 건 곧 한 장의 작품을 고르는 일이 됐어요. 카드에는 테이스팅 노트, 원산지, 로스팅 과정 같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아요. 각 그림은 커피가 가진 배경과 성격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죠. 특히 판화 기법으로 찍어낸 그림들은 투박하면서 강렬한 질감을 줘, 다크 아츠의 오컬트적인 무드와 맞닿아 있고요.
이 패키지는 예쁘거나 특이한 디자인을 넘어, 팬심을 자극하는데요. 아트 카드를 모아 상자를 쌓으면 미니 갤러리처럼 연출할 수 있거든요. 덕분에 팬들은 원두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주체가 되었죠. 결국 다크 아츠는 강렬한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집의 재미를 앞세워 더 넓은 취향을 아우르게 되었어요. 다크 아츠는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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