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판 봉이 김선달? 쓰레기를 100달러에 파는 방법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지금 뉴욕은 올해의 마지막 그랜드 슬램, ‘US 오픈’으로 열기가 뜨거워요. 이번 US 오픈은 2025년 8월 18일에 개막해 9월 8일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인데요. 그래서 US 오픈이 열리는 뉴욕 퀸스에 위치한 USTA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 일대에는 테니스 팬들로 북적이고 있어요. 지난 해 US 오픈에는 무려 1백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리기도 했죠.
전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 행사에 브랜드 스폰서십이 빠질 수 없어요. ‘티파니 앤 코’, ‘IHG 호텔 앤 리조트’ 등 스폰서로 참여한 많은 브랜드들이 단순한 브랜드 노출이 아니라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를 열어 몰입감 넘치는 고객 경험을 구현 중이에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최대 수혜자가 있어요. 바로 US 오픈 공식 보드카 브랜드인 ‘그레이 구스(Grey Goose)’예요.
그레이 구스는 이번 US 오픈을 기념해 8월 27일부터 3일 간 팝업 바를 열었어요. 이름은 ‘라스트 서브 바(Last Serve Bar)’. US 오픈이 열리는 경기장을 무대로 선택한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그레이 구스는 팝업 장소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을 택했어요. US 오픈 경기를 보러 오는 팬의 60% 이상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점에 주목했죠. 팬들이 그날의 경기를 곱씹으며 흥을 이어가기에 발 디딜틈 없는 경기장보다 더 적합한 장소예요.
라스트 서브 바의 시그니처는 ‘허니 듀스’라는 칵테일이에요. 테니스의 하이라이트인 ‘듀스’에서 이름을 따 온 이 칵테일은, 테니스 공처럼 동그랗게 깎은 허니듀 멜론 3알이 올라가요. 그레이 구스 보드카를 베이스로 레모네이드, 라즈베리 리큐어 등을 섞어 여름의 맛을 구현했고요. 이름, 맛, 비주얼 등 모든 요소가 US 오픈을 기념하고 있죠. 덕분에 US 오픈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소재 중 하나에요.
그레이 구스는 매년 US 오픈 기간 동안에만 한정판으로 허니 듀스를 판매하는데요. 2024년에는 무려 55만 6천 잔을 판매, 매출은 총 1,280만 달러(약 179억2천만 원)를 기록했어요. 2024년 싱글 우승자의 상금이었던 360만 달러(약 50억4천만 원)보다도 훨씬 큰 금액이었죠.
당시에는 팝업 바 대신 뉴욕 내 140여 개 제휴 매장에서 판매하거나 온라인에서 캔 음료로 허니 듀스를 판매했어요. 그럼에도 브랜드 노출은 기본,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MVP 역할을 제대로 해냈죠. 올해는 그레이 구스 최초로 팝업 바까지 개최했으니, 얼마나 더 큰 바이럴과 파급력이 생겨날까요?
이처럼 US 오픈은 테니스 선수들만큼이나 스폰서로 참여하는 브랜드들에게도 열띤 현장이자 경기장이에요. 한편 경기장 밖, 뉴욕의 비즈니스 씬에서는 더 치열한 경기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모든 뉴요커들의 관심이 경기장에 쏠린 지금, 우리는 경기장 밖의 경기들을 관전해 볼까요?
📍트렌드: 아트 워크숍의 인기 뒤에 숨은 부동산 매커니즘
📍브랜드: 미국식 쓰촨 소스? 정통성을 버려 오리지널이 되다
📍디자인: 뉴욕판 봉이 김선달? 쓰레기를 100달러에 파는 방법
[트렌드] 아트 워크숍의 인기 뒤에 숨은 부동산 매커니즘
‘뉴욕의 성수동’이라 불리는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서 희한한 일이 생겼어요. 보통 동네가 주목 받기 시작하면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올리거나 새 임차인을 받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무려 10년의 장기 임대 계약 사례가 나온 거예요. 여기에는 11개월 무료 임차가 포함되어 있었죠. 심지어 바를 열고 싶어하는 다른 예비 세입자가 월 1천 달러(약 140만원)를 더 내겠다고 했는데도 진행된 계약이었어요. 대체 어떤 임차인이길래, 이토록 임대인의 마음을 사로 잡은 걸까요?
그 주인공은 스스로를 ‘예술과 커뮤니티의 회복을 위한 성역’이라 칭하는 ‘리세스 그로브(Recess grove)’예요. 리세스 그로브는 배우고(Learn), 놀고(Play), 연습한다는(Practice) 관점에서 구슬 자수, 만화 그리기, 뜨개질, 꽃꽂이 등 다양한 아트 클래스를 운영하는 공방이에요. 매일 다채로운 수업이 열려 취미나 관심사에 따라 골라 듣는 재미가 있죠.
임대인은 리세스 그로브가 윌리엄스버그에 한동안 보지 못했던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고 말했어요. 임대인도 예술에 대한 관심 때문에 리세스 그로브를 임차인으로 받았다고도 했죠. 물론 예술과 지역 문화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이 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에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이득이 있는 계약이었거든요. 이를 이해하려면 뉴욕의 변화에 대해 이해해야 해요.
최근 들어 뉴욕 시 전체에 아트 워크숍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해피 미디엄(Happy Medium)’, ‘언아소독스(Unarthodox)’, ‘아티스하우스(Artishouse)’ 등이 대표적이죠. 이런 워크숍들은 한 가지를 깊게 배운다는 관점보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경험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 선수가 될 필요가 없듯이, 창작을 하기 위해서도 전문적인 예술가가 될 필요가 없죠. 결과에 대한 압박 없이,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창의력을 표현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는 부동산 임대인들의 관점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아트 워크숍의 특성상 비용과 시간 효율적으로 공간을 임대할 수 있거든요.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각각 매장을 운영 중인 아트 워크숍 ‘해피 미디엄(Happy Medium)’의 사례를 볼게요. 해피 미디엄의 창업자들은 2024년 2월 초에 임대 계약을 맺고, 바로 다음 달인 3월 9일에 문을 열었어요. 겨우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공간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거예요.
보통의 레스토랑 임대 계약과 비교해 보면 장점이 더 두드러져요. 레스토랑 임대의 경우, 일반적으로 6개월 무상 임대에 더해 주방 환기 시스템, 화재 안전 시스템, 특수 배관 및 가스 라인 등을 위한 임차인 개선 수당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해요. 하지만 아트 워크숍의 경우 기본적인 환기, 배관, 표준 전기 공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비해 비용도 과정도 훨씬 간소해요. 특히 오래된 건물이 많은 뉴욕 부동산의 특성상 이런 관리 및 보수는 최소화할 수록 좋죠.
게다가 아트 워크숍은 식음료 업장에 비해 상권이나 위치가 대단히 좋을 필요도 없어요. 그래서 기존에 활용도가 낮았던 상업 공간들을 활용할 수 있어 비인기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아요.
아트 워크숍은 인기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은 물론, 기존의 위치에서 확장을 하는 경우도 많아 임대인들에게 우량 임차인이 되고 있어요. 이처럼 아트 워크숍은 소비자, 사업자, 부동산 소유주 모두가 행복한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앞으로도 그 인기가 지속되지 않을까요?
[브랜드] 미국식 쓰촨 소스? 정통성을 버려 오리지널이 되다
매운 맛에도 종류가 있어요. 불타는 매운 맛, 짜릿한 매운 맛, 향긋한 매운 맛, 얼얼한 매운 맛 등. 어떤 식재료가 매운 맛을 내느냐에 따라서 양상이 달라져요. 그중에서도 얼얼한 매운 맛의 대명사인 ‘마라’는 중국 쓰촨(사천) 지역의 맛인데요. 마라의 한자 자체도 얼얼하고(麻) 매운(辣) 맛을 의미하니, 얼얼하게 매운 맛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마라샹궈, 마라탕 등으로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어요.
한국이야 매운 맛에 익숙한 문화이니 쓰촨 지역의 매운 맛이 유행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요. 하지만 미국이라면 어떨까요? 일부 매운 맛 마니아들에게는 반응이 있을지 모르지만, 특정 음식도 아니고 소스 자체가 큰 인기를 누리기는 불리한 시장이에요. 그런데 이런 불리함을 딛고, 쓰촨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매운 소스로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브랜드가 있어요.
이름은 ‘플라이 바이 징(Fly by Jing)’. 2018년, 쓰촨 출신의 중국계 캐나다인 셰프인 ‘징 가오(Jing Gao)’가 만든 브랜드예요. 플라이 바이 징은 쓰촨 지역의 얼얼한 매운 맛에서 영감을 받은 소스들을 개발했어요. ‘플라이’라는 이름조차 중국 쓰촨성 청두 지역에서 맛집을 뜻하는 ‘플라이 레스토랑(Fly restaurant)’에서 따왔죠. 플라이 레스토랑이란, 파리가 있는 식당으로 위생은 좋지 않지만 맛있고 인기가 좋은 현지의 길거리 식당들을 일컫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쓰촨의 지역색으로 가득한 이 매운 소스 브랜드는 어떻게 미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을까요?
플라이 바이 징은 쓰촨의 맛을 ‘재해석’해 매운 맛에 대한 문턱을 낮춰요. “전통적이지는 않지만 개인적인(Not traditional, but personal)”이라는 메시지로 맛의 정통성보다는 진정성과 자기다움을 강조하죠. 실제로 플라이 바이 징의 ‘오리지널 쓰촨 칠리 크리스프’ 소스는 고추 기름 기반이지만, 얼얼한 매운 맛보다는 마늘, 샬롯, 버섯 가루 등을 더해 감칠맛에 집중했어요. 타깃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거예요.
최근에는 오리지널 쓰촨 칠리 크리스프에 ‘케첩’을 더해 ‘칠리 크리스프 케첩’을 온라인 한정판으로 출시했어요. 쓰촨의 맛에 미국식 조미료를 더해 미국 소비자들이 보다 일상적으로 이 소스를 맛볼 수 있도록 의도했죠. 전통적인 맛을 전달하는 것보다, 쓰촨의 맛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데에 집중한 거예요. 병 디자인도 케첩처럼 짜 먹을 수 있는 패키지를 선택했어요. 사용 방식이 익숙하면 이 소스도 더 친숙하게 느낄 테니까요.
이전에도 플라이 바이 징은 매운 맛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 왔어요. 단 맛(Sweet)과 매운 맛(Spicy)의 조화를 뜻하는 ‘스와이시(Swicy)’ 트렌드에 맞춰 ‘스위트 스파이시 쓰촨 칠리 소스’를 개발하기도 했죠. 쓰촨에서 영감을 받은 소스라고 해서 쓰촨이라는 지역적 정통성에 집중했다면 나오기 힘든 결과들이에요. 이처럼 플라이 바이 징은 말 그대로 쓰촨의 맛을 영감이자 모티브 삼을 뿐, 또 다른 오리지널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디자인] 뉴욕판 봉이 김선달? 쓰레기를 100달러에 파는 방법
누군가 도시의 쓰레기를 모아 상자에 담아 판매한다면 사시겠어요?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뉴욕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에요. 심지어 2001년부터 비정기적으로 뉴욕의 쓰레기를 판매했는데,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약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품절되기도 했죠.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뉴욕의 쓰레기를 판매한 걸까요?
‘뉴욕 쓰레기(New York City Garbage)’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뉴욕의 예술가이자 기업가인 ‘저스틴 지냑(Justin Gignac)’의 아이디어예요. 2001년, 동료가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그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이에 저스틴은 아무도 사지 않을 무언가를 그럴싸한 패키지로 포장하여 판매해 보기로 했어요.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타임스퀘어 주변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들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실제로 길거리의 쓰레기를 주워 투명한 큐브에 담았어요. 큐브에는 서명, 번호, 날짜를 적어 ‘100% 정품’, ‘뉴욕의 비옥한 길거리에서 엄선한’ 쓰레기라며 판매했어요. 그럴싸한 패키지 덕분에 뉴욕 쓰레기가 행위 예술의 일부이자, 뉴욕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듯했죠. 2025년 5월에 열렸던 ‘NYCx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이 뉴욕 쓰레기 큐브를 뉴욕 여행을 기념하는 기념품으로 추천하기도 했고요.
심지어 그는 뉴욕에 기념할 만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한정판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타임스퀘어 새해 전야, 뉴욕 시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날, 오바마 대통력 취임식, 뉴욕 자이언츠 승리 퍼레이드 등 이벤트도 다양했죠. 가격도 일반 큐브는 50달러(약 7만 원), 한정판 큐브는 무려 100달러(약 14만 원)였어요.
결과는? 지금까지 무려 1,400개 이상의 쓰레기 큐브가 30개국 이상에 판매됐어요. 가장 최근 판매는 2024년 12월에 진행되었는데, 90분 만에 매진. 그리고 지금은 다음 판매를 준비하는 중인데 대기자 리스트가 있을 정도죠. 그리고 저스틴은 “좋은 소식은 뉴욕이 예전보다 더 더럽기 때문에 여러분이 좋아하는 동네, 이벤트, 하수구에서 더 많은 큐브가 나올 것이라는 거예요.”라고 덧붙였어요.
20여 년 전, 패키지 디자인의 힘을 간과했던 동료의 코가 제대로 납작해졌을 것 같아요. 다소 엉뚱하지만 패키지 디자인의 힘이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였죠. 제품 기획의 힌트를 발상의 전환, 그리고 패키지 디자인에서 찾은 저스틴의 아이디어와 사업 수완에 감탄하는 건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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