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음료의 진화, ‘어댑토제닉 음료’가 뜬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오늘은 시티호퍼스의 개편 이후, 네 번째로 보내는 뉴스레터인데요. 매주 목요일은 뉴욕에 관한 ‘트브디클’을 소개할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뉴욕으로 호핑(Hopping)해 볼게요.
지난 7월 12일 토요일 저녁 8시 22분 경, 단 5분. 뉴욕에 있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한 곳을 바라보는 진풍경이 펼쳐졌어요. 이때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필수였죠. 맨해튼에서만 볼 수 있는 일몰, ‘맨해튼헨지(Manhattanhenge)’가 발생했거든요. 맨해튼헨지는 뉴욕 곳곳에서 관측이 가능해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근처의 34번 가, 크라이슬러 빌딩 근처의 42번 가, 그 밖에도 14번, 34번, 42번, 57번 가가 유명하죠.
맨해튼헨지란, 격자무늬로 설계된 맨해튼의 거리에 태양이 지평선과 맞닿으며 일직선으로 해가 비추는 날을 의미해요. 1년에 딱 2번, 5월 말에서 7월 중순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요. 이 현상이 나타나는 약 5분의 시간 동안, 맨해튼헨지를 관측할 수 있는 뉴욕의 길거리에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뉴욕 경찰까지 차량을 통제하며 고요한 천문학 파티를 열어요.
하지만 도시를 호핑하며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뉴욕 마스터로서 맨해튼헨지만 바라볼 수는 없었어요. 우리가 기록해야 할 풍경은 멈춰있던 5분이 아니라, 변화하는 그 밖의 시간에 있으니까요. 이번 주, 뉴욕에서 주목할 만한 비즈니스 트렌드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 트렌드: 무알코올 음료의 진화, ‘어댑토제닉 음료’가 뜬다
📍 브랜드: 바텐더는 없어도 ‘텐더’는 있었던 바
📍 디자인: 올리브오일, 이제 뿌려 먹지 말고 ‘짜서’ 드세요!
[트렌드] 무알코올 음료의 진화, ‘어댑토제닉 음료’가 뜬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뉴욕 맨해튼 재비츠 센터에서는 ‘스페셜티 푸드 협회(Specialty Food Association)’가 주최한 ‘여름 고급 식품 박람회(Summer Fancy Food Show)’가 열렸어요. 이름처럼 고급 식료품 브랜드들이 한 곳에 모여 각자의 신제품 혹은 베스트 셀러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요. 뉴욕 F&B 업계의 트렌드를 한 눈에 읽고,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기회였죠.
이번 박람회에서는 몇 가지 눈에 띄는 트렌드들이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생소하면서도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바로 ‘어댑토제닉 음료(Adaptogenic beverages)’예요. 어댑토제닉 음료를 이야기하기 전, ‘어댑토젠(Adaptogene)’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요. 어답토젠이란, 미국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시켜주는 항스트레스성 자연 물질을 일컫는 말이에요. 인삼, 차가버섯, 바질, 동충하초, 오미자 등이 대표적이죠. 그동안 어댑토젠은 주로 건강 기능 식품 분야에서 추출액, 분말, 환, 캡슐 등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어 왔어요.
그런데 최근 미국의 F&B 업계, 그중에서도 ‘무알코올 음료’ 씬에서 어답토젠이 주목 받고 있어요. 단순히 술에서 알코올을 뺀 무알코올 음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여기에 어댑토젠을 더해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강화, 전반적인 건강 증진 등의 효과를 가지는 ‘건강 음료’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한 거예요. 박람회에서 만난 무알코올 음료 브랜드들은 어떤 어댑토제닉 음료를 만들어 트렌드를 이끌고 있을까요?
1️⃣ 큐리어스 엘릭서(Curious Elixirs)
큐리어스 엘릭서는 논알코올 수제 칵테일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바텐더, 허브 전문가, 식품 과학자들로 구성된 큐리어스 엘릭서 팀은 지금까지 9가지 맛의 칵테일을 개발했어요. 그 중 베스트 셀러인 ‘큐리어스 No.4’는 인삼과 강황이 들어가 염증을 완화하고, 홀리 바질로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요. 네그로니를 변형한 ‘큐리어스 No.1’은 로디올라와 젠티안이 들어가 기분 전환에, 큐컴버 콜린스에 착안한 ‘큐리어스 No.3’은 아슈와간다를 함유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죠. 큐리어스 엘릭서는 이처럼 기존 칵테일 레시피를 변형하고, 어댑토젠을 더해 큐리어스 엘릭서만의 어댑토제닉 음료를 선보이고 있어요.
2️⃣ 하이 그라운드 엘릭서(High Ground Elixir)
하이 그라운드 엘릭서는 어댑토제닉 ‘버섯’을 주입한 탄산 음료 브랜드예요. 하이 그라운드 엘릭서의 탄산 음료에는 노루궁뎅이 버섯, 영지 버섯, 동충하초, 차가 버섯, 구름 버섯 등 5가지 유기농 어댑토제닉 버섯이 들어가 스트레스 완화, 활력 증진, 면역력 강화 등의 효과를 내요. 여기에 딸기, 유자 등 과일 농축액을 섞어 익숙한 맛을 냈죠. 탄산 음료로도 즐길 수 있고, 생과일, 민트 등을 섞어 무알코올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어요.
3️⃣ 지니(Ginny)
지니는 202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된 어댑토제닉 음료 브랜드예요. 어댑토겐 허브와 자연요법사가 개발한 포뮬러를 활용해 ‘신경계 건강을 위한 사회적 강장제’인 무알코올 스프리처를 개발했죠. 지니의 무알코올 스프리처에는 홀리 바질, 고지, 인삼 등과 같은 어댑토젠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이에 단순히 건강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있는 캐나다의 문화적 전통을 현대적인 기능과 결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어요. 신생 어댑토제닉 음료 브랜드 지니는 앞으로 선조의 지혜를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할까요?
[브랜드] 바텐더는 없어도 ‘텐더’는 있었던 바
치킨 닭 날개 하나로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텍사스 주 댈러스 출신의 ‘윙스탑(Wingstop)’. 이름처럼 닭 날개 요리를 주로 판매하는 브랜드예요. 1994년에 시작한 윙스탑은 개업한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손꼽혀요. 2023년에는 서울에도 진출해 2025년 7월 현재, 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죠. 여전히 성장 중인 31년차 브랜드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먼저 윙스탑은 ‘치킨’ 브랜드이기 보다는 ‘윙’ 전문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어요. 치열한 치킨 시장 속, 시장을 세분화해 틈새 기회를 포착하고, 소재부터 차별화를 노린 거예요. 누군가가 ‘치킨’을 먹고 싶다면 선택지가 너무 많지만, ‘윙’을 좋아한다면 단연 윙스탑을 떠올릴법 하죠.
여기에 윙스탑은 한 끼 식사를 넘어 ‘맛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강조하는데요. 윙스탑이 주목한 건 육질이나 튀김 옷이 아니라 ‘소스’예요. 윙스탑에서 치킨 윙을 주문하면 갈릭 파마산, 레몬 페퍼, 케이준, 망고 하바네로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12가지 맛 중에 선택할 수 있어요. 이 12가지 맛에는 기간 한정,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선보이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맛들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새롭게 출시되는 소스들은 고객들이 윙스탑을 또 방문해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하죠.
지난 4월, 윙스탑이 그 연장선에서 재밌는 컨셉의 팝업을 열었어요. 신제품 ‘뉴 크리스피 텐더(New Crispy Tenders)’를 선보이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이름하여 ‘바 텐더 바이 윙스탑(Bar Tender by Wingstop)’. 뉴욕 브루클린의 인기 칵테일 바, ‘졸린 사운드룸(Jolene Soundroom)’에서 칵테일 믹솔로지 대신 ‘플레이버 믹솔로지’를 구현한 거예요.
그런데 윙을 어떻게 여러 가지 맛을 섞는 믹솔로지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일까요? 이번에도 치킨이 아니라 치킨의 조연이자, 윙스탑의 킥인 12가지 시그니처 맛에서 출발했어요. 팝업을 방문한 고객들이 원하는 소스에 뉴 크리스피 텐더를 맛볼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고객이 맛을 고르면 스탭들이 즉석으로 치킨 텐더에 그 소스를 입혀 서빙했죠. 고객들은 하나의 맛을 맛볼 때마다 ‘플레이버 플라이트 카드(Flavor flight card)’에 스티커를 받았고, 12개 스티커를 모두 모은 고객들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죠.
이 팝업은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맛을 고르고, 리믹스하고, 기념하는 윙스탑의 팬들을 위한 자리였어요. DJ의 음악과 힙한 분위기는 마치 친구들과 칵테일 바에 와서 파티를 즐기는 것 같은 경험을 구현했죠. 이 과정에서 윙스탑의 팬들은 신제품을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체험했고요. 신제품 자체를 강조하기보단 ‘조연’인 소스에 주목하고, 음식을 먹는 것 자체보다 음식을 먹는 ‘재미’에 주목한 결과예요.
[디자인] 올리브오일, 이제 뿌려 먹지 말고 ‘짜서’ 드세요!
요즘 공복에 올리브오일을 마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올리브오일에 들어 있는 다양한 성분들이 항산화, 항염증에 도움을 주고, 심혈관 건강도 개선한다고 알려져 있죠. 물론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어요. 오히려 올리브오일을 공복에 먹거나 다량 섭취하게 되면 위장에 부담을 줄수도 있다는 의견이에요.
공복에 올리브오일을 먹는 것에 대해 건강의 관점에서는 의견이 분분해요. 하지만 한 가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지점이 있어요. 바로 올리브오일 용기의 사용법인데요. 보통 올리브오일 병은 투명한 유리 또는 플라스틱 용기에 코르크나 스크류 캡으로 여닫는 형태가 일반적이에요. 뚜껑을 열고, 병을 기울여 따르거나 뿌리는 식이죠. 그런데 이렇게 사용하다 보니 원하는 용량보다 올리브오일을 더 따르거나, 병에 올리브오일이 흐르기 일쑤예요.
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던 올리브오일 병 디자인에 변화를 줘 문제를 해결한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뉴욕의 ‘그라자(Graza)’예요. 그라자는 병을 기울여 따르거나 뿌리는 형태의 병 대신, 병의 가운데를 눌러 압력으로 올리브오일을 짜서 쓰는 플라스틱 병, 이른바 ‘스퀴즈 병(Squeeze bottle)’을 디자인했어요. 이렇게 올리브오일을 따르지 않고 짜서 사용하니 용량을 정밀하게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병에 올리브오일이 흐를 걱정도 없죠.
사실 이런 병 형태는 전문 셰프들이 주로 쓰는 디자인이에요. 그라자는 이 스퀴즈 병에 올리브오일을 담아 가정용으로 판매한 최초의 브랜드죠. 이렇게 가정용 올리브오일을 스퀴즈 병에 담자, 올리브오일을 입에 바로 짜 먹을 수도 있어 올리브오일을 먹는 과정에 ‘재미’까지 더했어요. 여기에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라벨 디자인 대신, 귀여운 일러스트로 장난기를 더했죠.
기능적 편리함에 더해 사용하는 재미까지 더해지자 소비자들의 선호가 유리병에서 스퀴즈 병으로 순식간에 옮겨 갔어요. 이에 그라자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올리브 랜치’, ‘O 올리브 오일’, ‘델랄로’, ‘브라이틀랜드’ 등 다른 올리브오일 브랜드들도 스퀴즈 병에 든 올리브오일들을 선보이기 시작했죠.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발상으로 올리브오일 업계를 한층 더 고객 친화적으로 만든 그라자. 이처럼 때로는 심각한 고민보다 가벼운 장난기가 업계를 발전시키기도 해요. 물론 고객이 공감할 만한 재미여야 하지만요.
오늘의 뉴욕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런던으로 떠날 예정이에요. 런던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