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 아니라 간식이 된, 1.5조원 짜리 블루베리?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베리 룰렛(Berry roulette)’이라는 말이 있어요. 베리류의 과일을 구매했을 때 품질이 도박처럼 복불복이라는 의미예요. 운이 좋으면 맛있는 베리를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르고 시큼한 베리를 먹게 되죠. 심지어 한 상자에서도 알마다 식감, 당도, 크기 등이 다를 정도고요. 과일은 공산품이 아니라 품질 관리가 쉽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베리류 과일들은 쉽게 무르는 특징이 있어 더 어려워요.
미국의 ‘프루티스트(Fruitist)’가 이 베리 룰렛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어요. 프루티스트는 원래 농업 전문 기업인 ‘아그로비전(Agrovision)’으로 시작했는데요. 2020년에 과일 전문 기업인 프루티스트로 전환하며 그 시작을 알렸죠. 프루티스트의 플래그십 제품은 일관된 품질의 ‘점보 블루베리’예요.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에 풍미와 아삭함까지 갖췄죠. 블루베리가 갖고 있던 문제점들을 해결해 일관되게 맛있는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데에 성공한 거예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어요. 먼저 재배지. 프루티스트는 미국이나 중남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유럽,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미기후(Micro climate)*가 우수한 10개의 지역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해요. 그래야 연중 내내 일관된 품질의 블루베리를 수확할 수 있거든요.
*미기후: 주변환경과 다른 국소지역의 특별한 기후
여기에 공급망을 수직 통합해 유통 과정에서 블루베리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어요. 기존에는 재배자, 포장업체, 유통업체, 소매업체 등 분산된 공급망을 거치면서 블루베리가 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베리 품종을 육종하는 연구하고, AI 알고리즘으로 파종 및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등 기술과 연구 개발에도 열심이죠.
더 단단해지고, 맛있어진 블루베리는 유통업체 혹은 소매업체에게도 도움이 돼요. 무르고 터진 블루베리가 없으니, 재고 손실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죠. 이는 곧 진열대 면적당 수익성이 높다는 의미예요. 그만큼 리테일 회사들도 프루티스트의 제품을 선호하게 되죠. 리테일 파트너들의 선호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노출될 기회로 이어지고요.
성과도 주목할만해요. 프루티스트는 2024년에 베리류 원물로만 이미 4억 달러(약 6천억 원)의 매출을, 누적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5천억 원)를 돌파했죠. 2025년 말 기준, 40개국의 약 12,500개 매장에서 유통되고 있고요. 기업 가치만 10억 달러(약 1조5천억 원) 이상을 인정받았고, 미국의 투자자 레이 달리오에게 여러 차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죠. 아무리 블루베리의 문제점을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혁신 잠재력이 큰 산업도 아니고 오히려 침체된 산업이었던 농업에서 어떻게 이런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걸까요?
프루티스트는 단순히 기존 블루베리의 문제만 해결한 게 아니에요.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포지셔닝과 카테고리를 개척했어요. 웰빙과 건강한 식단에 관심이 점점 많아지고 간편한 간식 시장이 성장하는 요즘, 프루티스트는 그 교차점에 점보 블루베리를 하나의 선택지로 제안했거든요. 그저 더 나은 블루베리를 개발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즐거운 간식 문화를 만드는 구심점을 만들어낸 거예요.
간식 산업 규모는 6천억~8천억 달러(약 900조~1,200조 원)으로, 그중 건강 간식 산업은 1/8 정도를 차지해요. 프루티스트는 이 시장 안에서의 포지셔닝을 고민할 뿐, 전통적인 베리 업체들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아요. 일반 블루베리는 스무디, 케이크 등에 더 적합한 반면, 프루티스트의 블루베리는 식사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간식용으로 소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프루티스트는 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해 스스로의 설 자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어디에 설 것인가’를 선택했어요. 과일이 아니라 건강 간식 시장을 경쟁할 시장으로 본 거죠. 그 결과 프루티스트는 침체된 산업이 아니라 뜨고 있는 시장에 진입해 스스로의 미래 가능성을 키웠어요.
게다가 프루티스트의 기술력과 포지셔닝은 확장성도 가지고 있어요.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용 과일이 꼭 블루베리여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라즈베리, 블랙베리, 체리 등 블루베리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베리류의 과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건강한 간식 카테고리에 속할 수 있어요. 이에 프루티스트는 블루베리 외 다른 베리류로 품목을 늘렸죠. 이런 접근이라면 베리류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작은 블루베리 한 알에서 큰 사업 기회를 찾은 프루티스트. 이들은 앞으로 어디에서, 또 어떤 가능성을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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