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축하는 가라, 중국 기업의 유쾌한 졸업 마케팅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상하이 마스터예요.
7월 초, 상하이에서는 조금 특이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가 기획한 ‘정말 최고! 쓸모없는 취미전’인데요. 이 오프라인 전시는 언뜻 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수십 가지의 이상한 취미들을 모아 만든 거예요. 예를 들면 망고 씨에 털을 감싸서 반려 망고 강아지 만들기, 예쁜 종이봉투 수집하기, 나뭇가지 줍기, 테이크아웃 컵 모으기 등이죠.
‘성과 없음’, ‘목표 없음’, ‘이유 없음’.
하지만 이 엉뚱한 조합은 관람객들에게 예상 밖의 공감과 울림을 안겨줬어요.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짓이,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진지하고 애틋한 관심사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온라인에 흩뿌려져 있는 다양한 취미 콘텐츠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감각적으로 구현한 샤오홍슈는 커뮤니티가 단순한 정보 교환의 장이 아니라 감정과 관계를 매개로 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어요. ‘쓸모없음’을 매개로 삼아, 사용자들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커뮤니티의 서사를 그린 거예요.
누군가의 ‘쓸모없음’도 얼마든지 쓸모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면, 우리도 평소에 미리미리 관심 있는 정보들을 꾸준히 눈여겨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요? 그 작은 습관들이 언젠가 예상치 못한 ‘유의미한 순간’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상하이로 호핑(Hopping)해 볼게요.
📍트렌드: 뻔한 축하는 가라, 중국 기업의 유쾌한 졸업 마케팅
📍브랜드: ‘대륙의 실수’에서 AI 생태계 제국으로
📍디자인: 도파민 디자인으로 ‘기분을 신는’ 양말 브랜드
[트렌드] 뻔한 축하는 가라, 중국 기업의 유쾌한 졸업 마케팅
중국은 가을에 학기가 시작해요. 그래서 6~7월이 대학 졸업 시즌이죠. 예년과 달리 올해의 졸업생들은 유난히 무심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불황과 취업난 등으로 “졸업식 가기 싫어”, “졸업이 뭐가 기쁜 거야?” 같은 말들이 유행어처럼 퍼졌고, 이와 같은 태도가 커뮤니티 속에서 공감받기도 했죠. 변화에 주목한 중국 기업들은 ‘졸업 축하합니다’ 같은 진부한 멘트를 반복하기보다, 청춘에게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기 시작했어요.
티몰(Tmall)은 2025년 졸업 시즌을 맞아 특별한 ‘졸업 모자 페스티벌’을 기획했어요. 타오바오 인기 스토어와 패션 매거진 코스모폴리탄,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중국 무형문화재를 담은 학사모 디자인을 선보인 거죠. 은세공, 자수, 비단 등 총 아홉 가지 중국 소수민족의 전통이 학사모에 녹아들었어요. 영상 속에서 이 특별한 학사모를 쓴 모습은 단순한 인생 기록 그 이상이었죠.
이런 방식은 졸업이라는 개인적 순간을 콘텐츠화, 기념품화하면서 자연스럽게 SNS 확산을 유도했어요. 전통공예 상점들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졌고요. 졸업생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소품들을 조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학사모를 만들었죠. 티몰은 이번 졸업 시즌을 통해 Z세대의 취향과 감성에 정교하게 반응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한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는 기술의 언어로 졸업의 감정을 포착했어요. 졸업 시즌을 맞아 단편 영상 ‘긴 작별 인사’를 공개한 것인데요. 이 영상에 등장한 한 교장은 학생들을 졸음에 빠뜨릴 듯한 긴 연설을 한 뒤, 비보 제품을 꺼내요. 그리곤 “우리 천천히 작별 인사 하자”며 슬로우 모션 촬영을 제안하죠. 이 영상은 감정은 천천히 기록될수록 오래 남는다는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전했어요.
KFC는 좀 더 직설적인 방식으로 청춘에 반응했어요. 가수 황쯔타오와 함께 ‘청춘은 졸업하지 않는다’는 테마의 영상을 선보였죠. 영상 속에서 대학생들은 감자 튀김, 치킨, 에그타르트 등의 복장을 입은 채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유머 있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과 함께 졸업 사진을 찍어요. 이별에 슬퍼하기보다는 웃으며 청춘을 기록하자는 메시지가 명확했죠. KFC는 졸업 시즌 한정 메뉴도 함께 공개하며 Z세대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냈어요.
이처럼 브랜드들은 학생들에게 졸업 시즌에 무엇을 느끼든 괜찮다고 말하며, 엉뚱하거나 유쾌한 방식으로 이 전환점을 함께 기념했어요. 졸업 시즌을 브랜드를 더 잘 각인시키는 계기로 활용한 거예요.
[브랜드] ‘대륙의 실수’에서 AI 생태계 제국으로
한때 한국에서는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라고 불렀어요. 스마트폰은 아이폰을 닮았는데 가격은 삼분의 일이고, 이에 더해 전동 칫솔에서 무선청소기까지 가성비로 무장한 제품들을 쏟아냈거든요. 그럼에도 2014년, 설립 4년 차에 불과했던 샤오미는 애플과 삼성이 양분해 나눠가졌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하지만 샤오미의 성공은 단순히 ‘가성비’로만 설명되지 않아요. 핵심은 AIoT(지능형 사물인터넷) 생태계 전략에 있죠.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중심에 두되, 그 안에 수많은 생활가전과 웨어러블 기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는 ‘연결 중심의 제품 설계’를 고집했어요. 200개 이상의 기기를 하나의 앱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고, 데이터를 수직 통합하자 사용자 경험이 점점 정교해졌죠. 여기에 수많은 스타트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자사 브랜드의 연장선으로 키우자 샤오미라는 브랜드는 더 넓고 깊게 퍼졌어요.
그런 샤오미가 최근엔 AI 안경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어요. 6월 말, 샤오미는 자사의 첫 AI 안경을 정식 출시했는데요. 1,200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이 제품은 1,999위안(약 40만 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일 만에 5만 대를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어요.
이 안경은 단순한 웨어러블이 아니라, 음성 기반의 AI 인터페이스를 일상에 적용하는 기기예요. 실시간 번역, 음성비서, 촬영, GPS 내비게이션, 통화 기능 등이 탑재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죠. 그런데 이미 스마트폰이 이런 기능들을 다 하고 있는데 안경이 왜 필요하냐고요?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인식하고, 또 정보를 눈으로 바로 전달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촬영을 하거나 화면을 볼 필요가 없어져 사용자 경험이 업그레이드 되죠.
AI 안경 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모두가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격전지예요. 샤오미는 스마트폰, 스마트홈 기기와의 연동성을 무기로, AI 안경을 단순한 실험작이 아닌 에코시스템의 한 축으로 만들려는 계획이인데요. 샤오미는 AI 안경으로 또 어떤 기회를 만들어 갈까요?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대륙의 실험이 기대되는 이유예요.
[디자인] 도파민 디자인으로 ‘기분을 신는’ 양말 브랜드
중국 상하이의 로컬 브랜드 상선파계(上森派系)는 2019년에 ‘양말 브랜드’로 시작했어요. 온라인에서는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티몰(Tmall) 양말 카테고리 TOP5에 오르며 주목 받았고, 오프라인에서는 2022년, 위웬루(愚园路)에 첫 단독 매장인 '삭스 랩(Socks lab)’을 열며 본격적으로 현실 속 고객과 만나기 시작했죠.
브랜드의 첫 히트 제품은 돌출 양말. 제품을 제작할 때 평평한 양말 입구에 볼록한 형태의 돌출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 양말의 틀을 깨뜨렸어요. 그 후 꽃, 동물 등 생명력을 지닌 요소를 디자인에 녹여냈죠. 재미있는 패턴과 생생한 컬러감은 상선파계의 상징적인 스타일이 됐어요
이런 디자인을 ‘도파민 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요. 발랄한 색감, 리듬감 있는 패턴, 소소하지만 위트 있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람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에요. 사람들에게 단지 ‘양말을 신기는’ 것이 아니라 ‘기분을 입히는’ 상선파계를 향한 칭찬의 의미였죠.
상선파계만의 감각은 공간 디자인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져요. 상하이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센팝 마트(Sēnpop mart)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도파민 실험실’이죠. 입구부터 이어지는 파란 울타리와 유리창, 연핑크와 라임그린으로 채색된 벽면은 시선을 자극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조화를 이뤄요. 매장 한가운데에는 다층 구조의 원형 섬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지금까지 제작한 모든 양말을 넣어둔 반투명의 조형물이 있어요.
상선파계에게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서, 감정을 세심하게 돌보는 구조예요. 색채, 동선, 구조, 촉감까지 모든 요소가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존재하죠. 내일, 기분 좋은 도파민이 필요하다면 양말부터 바꿔 신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의 상하이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에요. 뉴욕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