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본 트렌드 연말 결산: 혼자지만 혼자이기 싫어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지나간 1년을 마무리하는 12월, 연말 정산을 하며 한 해의 소비를 되돌아보는 시기인데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어떤 소비가 있었을까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절약이 일상화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고 싶은 것들을 놓지 않았어요.
올해 일본에서 떠오르는 소비 키워드는 ‘메리하리 소비(メリハリ消費)’예요. 쓸 때와 아낄 때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소비 방식을 의미해요. 전체적인 소비 태도는 조심스러워졌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과감하게 지출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죠.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의 쓰는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닛케이 트렌드’가 발표한 2025 히트상품 베스트 30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에게 숨겨진 모순적인 마음을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에요. 이 양가적인 감정에는 일본 사회의 오늘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현재 일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1인 가구예요.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4년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의 34.6%로 가장 많은 세대 유형으로 나타났어요. 도쿄도는 이미 2020년 국세조사에서 1인 가구 비율이 50%가 넘은 바 있고요. 이는 일본에서 가족의 기본 단위가 사실상 ‘1인’으로 이동했다는 뜻이에요. 이제 더 이상 혼자 사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 제품과 서비스도 1인 기준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죠.
그런데, 이 변화 속에서 한 가지 모순이 드러나요. 혼자 사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혼자 있는 능력이 그만큼 좋아진 것을 아니라는 점이에요.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핵가족화가 겹치면서 예전보다 정서적으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줄어들었어요. 여기에다가 코로나 이후 직장이나 지역 커뮤니티의 자연스러운 교류도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았고요. 그런데 반대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SNS가 일상화되면서 온라인에서는 끊임없는 연결을 강요받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2020년 이후 일본에서는 ‘인간 관계 피로’, ‘관계 피로’, ‘SNS 피로’ 같은 표현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해요. 관계가 부족한 시대인데도, 관계가 부담스러운 아이러니가 생긴 거죠. 깊은 관계는 피곤하지만, 완전히 단절되는 건 두려운 마음. 지금 일본 사회에 퍼져있는 감정이에요.
이런 상황 속에서, 이 복합적인 마음을 가볍게 해결해주는 제품들이 올해 히트상품에서 눈에 띄었어요. 이런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혼자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위로한 제품 3가지를 소개할게요.
9위, 지프시
“전화는 부담스럽지만, 연결되고 싶어”
지프시(Jiffcy)는 Z세대와 알파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 텍스트 통화 앱이에요. 이 앱은 일반적인 메신저와 방식이 조금 다른데요. 먼저 전화처럼 상대를 호출해야 해요. 그런 다음, 상대가 수락하면 대화가 시작되죠. 여기에,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느낌이 들도록, 타이핑하는 글자가 동시에 상대방의 화면에 바로 보여요.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함께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죠.
이 기능은 특허를 취득한 독자적인 기술인데요. 특히 전화는 부담스럽고, 일반 텍스트 메시지는 단절된 기분이고, SNS는 감시받는 듯해 피로감을 느끼는 세대에게 지프시는 가볍게 연결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소통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어요. 덕분에 일본 대학생들을 사이에서 ‘친구 사이에 부담 없는 소통 방식’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2025년 히트상품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죠.
여기에, 최근에는 성인 사용자와 업무용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어요.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하며, 이제는 일본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23위, 어른의 동기부여 펜
“어른도 응원이 필요해”
코쿠요의 ‘어른의 동기부여 펜’은 원래 어린이를 위한 숙제 용도에서 시작된 IoT 학습 펜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른들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에, 코쿠요는 발 빠르게 움직여,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추가한 성인용 버전을 새롭게 출시했는데요. 출시 초기부터 빠르게 주목을 받았고 판매량도 1만 대를 돌파했어요.
이 펜은 필기한 내용을 앱과 자동으로 연동해 오늘 얼마나 공부했는지, 집중했는지, 목표를 달성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 해줘요. 여기에다가 데이터 기록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정에서 칭찬 메시지, 성취 스티커, 격려 알림 등을 보내며 응원해주죠.
일본에서는 코로나 이후 혼자 일하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시험을 준비하는 성인들이 더욱 많아졌는데요. 하지만, 성인이라고 해서 혼자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일이 쉬운 건 아니예요. 더군다나 어른이 되면, 누군가가 나의 노력을 알아봐주거나 응원해주는 순간은 더욱 적어지고요.
‘어른의 동기부여 펜’은 바로 그 빈자리를 포착했어요. 옆에 누군가가 있지 않아도, 나의 노력을 기록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 ‘동기 부여 펜’은 그렇게 어른들을 위로하며, 사랑받는 제품이 되었어요.
25위, 모플린
“조용히 내 곁에 있어줘”
모플린(Moflin)은 카시오가 개발한 AI 펫 로봇이에요. 걷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 조용한 로봇이지만, 2024년 출시 직후 큰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 히트상품에 선정되었어요. 비결이 무엇일까요?
모플린은 정보도, 편리함도 주지 않는 특이한 로봇이에요. 그 대신, 따뜻한 존재감을 선물하죠. 머리를 상하좌우로 살짝 움직이거나 아주 작은 소리를 내는 정도의 단순한 기능만 있지만, 그 작은 동작과 촉감만으로 누군가 곁에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요. 기대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거예요.
이 미묘한 기분을 충족해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출시 7개월만에 1만 마리 이상 판매가 되었어요. 특히 펫 로스나 육아 로스를 겪는 사람들에게 부담 없는 동반자의 역할을 하고 있죠.
2025년 한 해 일본의 히트상품을 살펴보면, 기술이나 디자인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사람을 움직이는 기분과 감정이에요. 지프시에서는 전화는 부담스럽지만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동기부여 펜에서는 혼자 일해도 응원받고 싶은 마음을, 모플린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존재가 필요한 마음이 나타나죠. 서로 다른 제품이지만, 결국 같은 감정을 대변하고 있어요. 관계는 피곤하지만, 완전히 혼자이고 싶지도 않은 마음.
이처럼 앞으로의 소비는 기능이나 기술보다 어떤 감정을 채워주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지도 몰라요. 2026년, 내년의 소비를 예측하기 위해서 우리의 감정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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