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도파민, 키보드에 빠진 3가지 이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서울 경복궁 근처를 걷다 보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 여행객들과 종종 마주치게 되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저게 정말 한복일까?’ 싶은 순간도 있어요. 옷고름 모양이 잘못되었다던가, 속치마에 철사 후프를 넣어 지나치게 모양을 부풀렸다거나 한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때때로 한복을 입었다기보다는 코스튬을 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이런 장면들을 보다 보면, 우리조차도 정작 한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문득 의문이 들어요. 한복의 본래 기능이나 착용법, 관련 역사 등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많으니까요. 이때 주목할 만한 행사가 있어요. 바로 국내 유일의 한복 박람회, ‘2025 한복상점’이에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무려 15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한복을 직접 보고, 입고, 체험할 수 있는 서울 대표 문화 이벤트였어요.
‘2025 한복상점’에서는 한복의 역사와 위상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어요. 수명이 다한 한복을 실용적인 제품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전통 궁중복식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풀어낸 하이엔드 한복 브랜드, 한복의 맵시를 더욱 빛내주는 전통 장신구 브랜드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죠. 조선시대 왕의 옷을 짓던 관청인 상의원의 견습생이 되어 한 벌의 한복을 완성해보는 체험관도 있었고요.
똑같은 대상도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듯, 이번 행사는 한복을 둘러싼 다양하고도 새로운 관점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어요. 서울이라는 도시도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해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서울의 새로운 단면을 찾아 함께 호핑해 볼게요.
📍트렌드: 손끝의 도파민, 키보드에 빠진 3가지 이유
📍브랜드: 벽돌책 대신 수건책? 쓸수록 영감이 생기는 수건
📍디자인: 핀터레스트를 오프라인에 구현한다면?
[트렌드] 손끝의 도파민, 키보드에 빠진 3가지 이유
요즘 서울에서 힙한 소비는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어요. 수십만 원짜리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거나, 키보드 위 키캡을 하나하나 커스터마이징해 꾸미는 ‘키꾸’가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고 있거든요. 키보드 키캡으로 만든 키링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팝업스토어도 잇따라 열리고 있고요. ‘어떤 키감을 선택하느냐’가 ‘어떤 음악을 듣느냐’만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대가 된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에 빠져 있는 걸까요?
1️⃣ 첫째, 감각 소비가 주목받고 있어요.
단순히 좋은 걸 사는 것보다, ‘나만의 기준으로 고른 것’을 사고 싶어하는 시대예요. 그렇다보니 ‘내가 오감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해졌죠. 이런 상황에서 기계식 키보드는 그 자체로 촉각, 청각, 시각적 변수를 조합해 나만의 취향을 실현할 수 있는 오브제예요. 키캡의 질감, 소리의 톤, 배열 방식까지 모든 요소가 섬세한 감각의 선택지를 제공하죠. 결과적으로 키보드는 일종의 ‘취향 맞춤 조합’이나 다름 없어요.
2️⃣ 둘째, 디지털 리듬을 조정하는 좋은 수단이에요.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키보드를 쓰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는 코딩을, 누군가는 SNS를, 또 누군가는 업무용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죠. 같은 도구 안에서 각자의 리듬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손에 잘 맞는 키보드’는 그 자체로 나의 디지털 리듬을 세팅하는 도구가 됐어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나만의 페이스를 확보할 수 있는 물리적 인터페이스로 기능하는 거예요.
3️⃣ 셋째, 키보드는 도구를 넘어 ‘퍼스널 아이템’이에요.
키보드는 이제 단순한 입력 장치, 그 이상이에요. 어떤 키보드를 쓰느냐는 그 사람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 심지어 정서까지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 되었죠. 이제 키보드는 폰 케이스나 향수처럼 ‘개인화’가 중요한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디자인, 색상, 타건감, 키 배열 등 조합할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다 보니,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키보드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탐색하고, 때론 직접 조립까지 하기도 하죠.
이처럼 키보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어요. 아날로그적 감각에 집중할 수 있고, 리듬과 페이스를 조율하며, 자신의 속도와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장 사적인 디지털 오브제로 자리매김하면서요.
[브랜드] 벽돌책 대신 수건책? 쓸수록 영감이 생기는 수건
예전엔 수건이 어떤 의미였을까요? 결혼식 답례품, 돌잔치 기념품, 회사 로고가 찍힌 판촉물 등으로 선물하기 딱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달라요. 수건 하나에 수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고, 컬렉션처럼 모으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요. 그 중심엔 수건을 ‘갖고 싶은 오브제’로 재해석한 브랜드, ‘플로피(FLOPY)’가 있죠.
플로피의 대표작은 단연 ‘타월 북(Towel Book)’이에요. 수건을 한 권의 책처럼 포장한 이 제품은 커버와 챕터, 제목 라벨까지 갖춘 독특한 구성으로 유명하죠. 컨셉도 명확해요. 매일 아침저녁 우리가 마주하는 수건을 ‘가장 사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매체’로 봤어요.
심지어 최근엔 타월 북의 미니 버전인 ‘타월 북 미니 핸드키링’까지 열풍인데요. 이 제품은 실제 수건 원단으로 만든 작은 핸드 타월로, 접으면 책처럼 보이지만 펼치면 손을 감쌀 수 있는 사이즈예요. 가방에 걸어두고 외출할 때 간편하게 들고 다니다가, 손을 씻은 후나 땀이 났을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이죠. 독창적인 디자인뿐 아니라 실용성까지 동시에 잡은 키링형 타월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뿐 아니에요. 수건의 신분 상승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은 플로피가 펼치는 IP 협업 전략이에요. 특히 눈에 띄는 사례는 영화 <헤어질 결심>과의 협업이었죠. 타월 북은 마치 또 다른 버전의 영화 포스터 같았어요. 한 켠에는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영화의 여운을 텍스트로 환기했죠. 또 산과 바다, 나무 이미지를 그래픽 요소로 재구성해, 수건 위에 영화의 상징성과 정서를 담아냈고요. 플로피의 해석을 통해 탄생한 이 수건은 단순한 굿즈를 넘어, 관람 이후에도 영화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물리적 매체가 됐어요.
그렇다면 플로피는 왜 하필 수건을 택한 걸까요? 브랜드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이래요. ‘깨끗한 몸과 마음에서 피어나는 영감’. 수건은 매일 우리를 감싸는 동시에, 나를 돌보는 도구이자 의식의 일부인 거죠.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하루의 사소한 순간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게 플로피의 목표 아니었을까요?
플로피는 스스로를 욕실 브랜드라 정의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생활을 다루는 브랜드’라고 말하죠. 수건 하나로 시작된 이 브랜드의 실험은, 어쩌면 ‘생활의 감각을 되찾는 방법’을 보여주는지도 몰라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물건에 의미를 더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면서요. 일상에 작은 변화의 씨앗을 심고 싶다면, 매일 사용할 수건부터 바꿔보면 어떨까요?
[디자인] 핀터레스트를 오프라인에 구현한다면?
다다익선이에요. 하지만 막상 선택지가 많으면 사람은 더 고민하게 되는 법이죠. 이럴 때 누군가 내 취향과 목적을 이해하고 척척 큐레이션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내 최초 종이 복합 문화 공간 ‘더 페이퍼 랩(THE PAPER LAB)’은 바로 그런 공간이에요.
삼원페이퍼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디자이너, 기획자, 제작자 등 종이를 매개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탄생했어요. 무려 5,000여 가지에 달하는 종이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이와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죠.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에요. 마치 크리에이터의 고민을 다 안다는 듯 상상과 실현 사이의 거리, 고민과 실행 사이의 시간을 확 줄여줘요. 어떻게냐고요?
첫째, ‘페이퍼 지니어스’가 선택을 도와줘요. 더 페이퍼 랩에는 수천 가지 종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어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작업 목적에 맞는 재질, 질감, 인쇄 적합성을 함께 고민해주는 ‘종이 큐레이터’ 같은 존재죠. 디자이너의 언어를 이해하고 실무적 맥락에서 제안해주는 이들이 있어, 막연한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로 정리돼요.
둘째, ‘오프라인 핀터레스트’처럼 기능해요. 웹에서만 보던 수많은 종이 샘플과 패키지, 인쇄 사례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비교해볼 수 있어요. 다양한 목업 패키지들이 전시돼 있고, 마음에 드는 용지를 고르면 바로 시뮬레이션도 가능하죠. 더 페이퍼 랩은 단순히 예쁜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종이였는지’, ‘어떤 후가공이 쓰였는지’까지 설명해주는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해요.
셋째, 숨은 영감의 방 ‘더 벙커(The Bunker)’가 아이디어를 줘요. 평소엔 공개되지 않는 이 프라이빗 공간은 국내외 실제 프로젝트 사례들을 고감도로 아카이빙해 놓은 라운지예요. 브랜딩, 패키지 디자인, 아트워크 등 실제로 종이를 통해 완성된 다양한 작업을 보는 것만으로도 창의력이 자극돼요. 더 페이퍼 랩에서 인쇄 상담을 진행하면 이 공간도 함께 경험할 수 있죠.
이처럼 더 페이퍼 랩은 오늘도 종이라는 재료에 ‘맥락’을 더해주고 있어요.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더 멀리, 더 깊게 확장될 수 있도록요. 그러니 지금, 서울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꿈꾼다면 꼭 들러야 할 공간 아닐까요? 디자인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결국 ‘선택지를 좁혀주는 안목’일테니까요.
오늘 만난 서울의 재발견은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그럼 우리는 내일 도쿄 마스터와 함께 도쿄로 호핑하며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