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파는 3,000원짜리 푸아그라의 정체?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일본 편의점에서 고급 음식을 발견했어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 불리는 ‘푸아그라’예요. 편의점이 이제 프리미엄 식료품 마트까지 넘보는 걸까요? 정체가 수상해 자세히 보니 이 제품, 진짜 푸아그라가 아니에요. ‘두부’로 만든 ‘푸아그라 같은 비욘드 토푸’죠. 두부로 만들었지만 푸아그라의 풍미와 식감을 재현한 제품인 거예요. 토스터기나 프라이팬에 구워 함께 동봉되어 있는 트러플 향 소스까지 뿌려 먹으면 고급스러운 맛이 나요.
물론 진짜 푸아그라 맛과는 차이가 있어요. 이건 일부러 의도한 바이기도 한데요. 푸아그라는 소수의 사람들만 먹어본 식재료예요. 그래서 진짜 푸아그라 맛보다는,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푸아그라다운’ 맛을 추구했죠. 진짜 간의 질감과 냄새를 제거하고, 대신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과 깊은 고기의 풍미만을 구현한 거예요.
눈을 돌려 보니 푸아그라뿐만 아니라 성게알, 이리* 등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법한 식재료들도 있어요. 마찬가지로 모두 비욘드 토푸에서 두부로 만든 대체품들이에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 쉽게 맛보지 못하는 귀한 식재료들을 저렴한 두부로 만들어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죠. 2022년에 출시된 ‘성게알 같은 비욘드 토푸’의 경우 무려 1,200만 팩 이상 판매되는 대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이리: 수컷 물고기의 정소로, 우리나라에서는 해물탕이나 해물찜에 쓰이는 식재료예요.
남다른 관점으로 두부를 재해석하는 비욘드 토푸. 누가, 왜 만든걸까요? 비욘드 토푸는 1951년부터 두부, 유바, 두부 튀김 등 전통적인 두부 제품을 만들어 온 ‘사가미야’에서 론칭한 브랜드예요. 많은 전통적인 식재료들이 그렇듯, 두부도 요즘 사람들의 식생활에 맞게 진화해야 했어요. 그래야 설 자리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가미야는 2014년부터 ‘마스카포네 치즈와 같은 토푸’를 시작으로 다른 식재료를 두부로 구현했죠.
이후 블록 치즈, 슈레드 치즈 등 용도와 맛, 식감이 다른 치즈 시리즈를 히트시켰어요.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자 본격적으로 비욘드 토푸 브랜드의 론칭에 시동을 걸었어요. 비욘드 토푸의 치즈 시리즈는 100% 식물성 치즈로 처음에는 건강상, 신념상 이유로 유제품을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어요. 하지만 두부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질감과 농후한 맛 덕분에 점차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졌죠.
사가미야는 두부를 활용해 새로운 식재료를 개발하는 한편, 두부를 먹는 방식을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들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1인용 나베인 ‘히토리 나베(ひとり鍋)’가 대표적이에요. 이 세트에는 두부, 양념소스, 그리고 나베 용기가 포함되어 있어요. 두부와 양념 소스를 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끝이죠. 간편한 조리를 선호하지만 동시에 건강을 생각해 단백질을 섭취하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을 타깃한 제품이에요.
이처럼 사가미야는 두부의 식감, 풍미, 스타일, 먹는 방식 등에 변화를 줘 두부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어요. 전통적이면서 흔한 식재료로서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식재료로 두부를 재조명하고 있죠. 두부를 하얀 도화지 삼아 상상력을 펼치는 사가미야 덕분에 일본의 두부 시장은 더 다채로워지고 있어요. 오래된 소재라서 진부한 게 아니라, 소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진부했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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