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는 끝났다, 이제는 ‘보복 저축’이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요즘 미국 틱톡에서 세대를 막론하고 화두가 된 신조어가 있어요. 바로 ‘Gen Z stare’. ‘Z세대 시선’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죠. #GenZStare 해시태그는 순식간에 1만개를 돌파했고, 포브스, 패스트 컴퍼니, 뉴욕 타임스 등 각종 언론에서도 Gen Z Stare에 대해 보도 중이에요.
Gen Z stare가 대체 뭐길래 이토록 난리인 걸까요? Gen Z stare란, Z세대의 얼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허하고 초점 없는 시선을 의미해요. 특히 Z세대가 나이 많은 세대와 대화할 때나 카페, 마트 등 서비스직에서 응대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질문이나 요구사항에 대해 대화 대신 멍한 눈빛을 보내며 침묵으로 대답하는 거예요.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Z세대가 침묵하는 건 기성 세대에게 낯설기만 한데요. 일부 크리에이터들이 틱톡에서 Z세대가 상호작용 대신 멍한 시선으로 응수하는 상황을 재현하며 이 키워드에 불을 지폈어요. 이에 Z세대는 Gen Z stare라는 표현이 모욕적이며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고 응수하고 있고요.
팽팽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Gen Z stare 현상에 대한 이유를 분석했어요.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이면서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뽑은 요인 중 하나는 Z세대의 성장 배경이에요. Z세대는 빠른 콘텐츠, 화면,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예요. 기성 세대에 비해 휴먼 터치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현저히 적은 성장기를 보냈죠. 그렇기 때문에 기성 세대가 느끼기에 ‘무심한’ 응시가 Z세대가 오히려 경청하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해석이에요.
설상가상으로 Z세대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할 무렵, 코로나 팬데믹까지 겪었어요. 첫 사회 생활을 사람들과 대면하며 시작한 게 아니라, 컴퓨터 화면 앞에서 시작했죠. 사회적 거리두기나 원격 소통을 장려했었던 시대에 충분한 사회적 소통 스킬을 습득하지 못한 거예요.
우리는 ‘Z세대의 시선’에 대해 조롱이나 판단 대신, 공감과 이해를 중심으로 서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그게 바로 경험 격차를 해소하는 첫 걸음이 될 테니까요.
세대 간의 차이를 좁히는 건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겨 두고, 이제는 뉴욕과의 시차를 줄이려는 시티호퍼스의 시선으로 옮겨가 볼게요. 이번 주 뉴욕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트렌드: 보복 소비는 끝났다, 이제는 ‘보복 저축’이다!
📍브랜드: 뉴욕에선 탄산수를 ‘집에서 테이크아웃’한다?
📍디자인: ‘육각형’ 화장품 소분 용기, 여행의 경험을 리디자인하다
[트렌드] 보복 소비는 끝났다, 이제는 ‘보복 저축’이다!
<걸리버 여행기>로 유명한 소설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사회 풍자와 비평에 능했어요. 당시 돈과 관련된 명언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현명한 사람이라면 돈을 머릿 속에 두어야지, 가슴 속에 돈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조언은 현대에도 유효한 듯해요. 많은 금융 전문가들도 여전히 지출, 저축, 투자에 대한 결정은 논리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미국 MZ세대는 달라요. 절반 이상이 논리나 경제학적 근거가 아닌 ‘분위기(Vibe)’에 기반해 예산 관리를 한다고 해요. 이른바 ‘분위기 기반의 예산 관리(Vibe-based budgeting)’를 하는 거예요. 미국 금융회사 ‘크레딧 카르마(Credit Karma)’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6%, 밀레니얼 세대의 57%가 분위기에 따라 재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에 초점을 맞춰 소비하는 욜로(YOLO)의 부활인 걸까요? 내막을 알고 보면 오히려 완전히 반대예요. 분위기 기반의 예산 관리에서 말하는 분위기란, 개인의 기분이 아니라 ‘경제 상황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의미하거든요. 개인적인 재정 상황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경제가 더 어렵다고 느껴지는 분위기면 예산을 타이트하게 책정하는 거죠.
같은 조사에서 61%의 사람들이 1년 전보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이는 개인의 재정 상황 때문이 아니라, 경제 뉴스나 물가 상승 같은 외부 요인 때문이었죠.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보다 현금 흐름이 좋아졌음에도 예산을 줄이기도 했고요.
그 연장선에서 ‘보복 저축(Revenge saving)’ 현상도 나타났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하던 ‘보복 소비’와 반대되는 개념이에요.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71%가 올 여름 비상 자금과 유연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저축 방식을 바꿀 계획이라고 해요. 경제가 어렵다는 불안감에 미래를 대비하는 거죠.
이성적인 이유에서든, 감정적인 이유에서든 돈을 아끼는 건 좋은 일이에요. 저축은 미래를 따뜻하게 만드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 도가 지나친 절약이 현재를 너무 차갑게 만들기도 해요. 분위기 기반의 예산 관리든, 보복 저축이든, 가장 중요한 건 ‘돈의 온도’를 측정하는 게 아닐까요? 적절한 돈의 온도는 행복한 현재와 안정적인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다 줄테니까요.
[브랜드] 뉴욕에선 탄산수를 ‘집에서 테이크아웃’한다?
탄산수는 좋아하는데, 일회용 탄산수를 마시고 난 다음 나오는 쓰레기는 싫다고요? 202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이런 사람들을 위한 탄산수 제조기 브랜드가 탄생했어요. 이름은 ‘에어플로(Aerflo)’. 사실 탄산수 제조기라는 제품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에어플로는 어떤 탄산수 제조기를 선보였길래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걸까요?
에어플로의 컨셉은 간단해요. 재사용 및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500ml짜리 병에 탄산 제조 장치를 결합한 텀블러예요. 텀블러의 뚜껑에 탄산을 주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 이 부분에 탄산 캡슐을 넣으면 준비 완료예요. 병에 물을 채우고 뚜껑을 닫은 후, 뚜껑 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물에 탄산이 주입되죠. 이때 탄산 주입을 위해 필요한 캡슐은 소모품으로, 캡슐 1개당 4병의 탄산수를 제조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미국 MZ세대의 원픽 텀블러, ‘하이드로 플라스크(Hydro Flask)’ 전용 에어플로도 개발했어요. 이미 하이드로 플라스크의 스탠다드 마우스 보온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틀 부분은 구매할 필요 없이 병의 뚜껑이자 탄산 제조 기계만 구매하면 돼요.
에어플로는 럭셔리 텀블러 브랜드 중에서도 탄산수를 좋아할 만한, 그리고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호환되는 제품을 개발한 거예요. 타깃하고자 하는 고객군에 다가갈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죠. 하이드로 플라스크의 럭셔리하고 힙한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는 건 덤이고요.
그런데 에어플로의 구조상, 예측 가능한 문제가 하나 있어요. 휴대용인 만큼 캡슐도 작아 제조 가능한 탄산의 용량이 작아요. 그렇다면 그 때마다 캡슐을 매번 재주문해서 배송비를 내야 하는 걸까요? 에어플로는 이 문제 또한 합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해결했어요.
먼저 개당 4병의 탄산수를 제조할 수 있는 캡슐을 12개 단위로 판매해요. 캡슐 세트를 한 번 구매하면 총 48병의 탄산수를 구매하는 것과 같죠. 만약 이 12개의 캡슐을 모두 사용했다면, 애초에 함께 배송되었던 ‘교환 박스’에 빈 캡슐 12개를 넣어 USPS를 통해 에어플로에 보내면 되어요. 배송료는 이미 에어플로가 지불했기 때문에, 고객은 별도의 배송비를 낼 필요가 없죠. 12개의 빈 캡슐들이 에어플로에 배송되면, 이 캡슐들을 리필해 다시 고객의 집으로 배송해줘요. 보틀 뿐만 아니라 캡슐조차 재사용하는 구조예요.
에어플로의 시스템은 일회용 탄산수 대비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더 저렴하기까지 해요. 74달러(약 10만 4천원)인 텀블러는 한 번만 구매하면 되고, 이후 충전을 위한 캡슐은 1병당 0.5달러(약 700원)로 보통 1~2달러(약 1,400원~2,800원)인 일회용 탄산수에 비해 50% 이상 저렴해요. 텀블러의 가격을 상쇄할 만큼 탄산수를 많이 마신다면 경제적으로도 타당한 선택이에요. 환경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탄산수 애호가라면, 에어플로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디자인] 화장품 소분 용기를 ‘육각형’으로 디자인한 기발한 이유
여행은 언제나 설레지만, 여행 준비는 꼭 그렇지 않아요. 옷, 화장품, 신발 등 챙겨야 할 게 한둘이 아니죠. 그중 가장 번거로운 건 화장품이에요. 다른 물건이야 그대로 가져가면 되지만, 화장품은 그대로 가져가기에는 가짓 수도 많고 부피도 크고, 무거우니까요. 이에 화장품 소분 용기를 구매해 사용해 보지만, 만족스럽지 않아요. 몇 번 쓰다 버려야 하는 일회용 용기에 가깝기도 하고, 화장품 사용에 최적화되어 있지는 않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차세대 화장품 소분 용기를 개발한 브랜드가 있어요. 뉴욕의 ‘케이던스(Cadence)’가 그 주인공이죠. 소분 용기의 재질을 업그레이드해 내구성을 높인 건 기본이에요. 그런데 무엇보다 화장품 소분용기를 ‘육각형’으로 디자인해 ‘완전 모듈형 캡슐’을 구현했어요. 그렇다면 케이던스는 왜 육각형의 디자인을 선택한 걸까요?
먼저 육각형 캡슐은 둥근 캡슐에 비해 덜 굴러 다녀요. 게다가 옆면과 윗면을 자석으로 만들어 캡슐끼리 이어 붙일 수 있어요. 몇 개를 사용하든, 하나의 세트처럼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모듈형 디자인으로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양으로 이어 붙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그뿐 아니라 캡슐 위에 내용물을 표시할 수 있는 라벨이 부착된 ‘타일’ 부분도 자석으로 되어 있어요. 캡슐을 구매할 때 원하는 라벨이 쓰여져 있는 타일도 함께 구매해 내용물에 따라 갈아 끼울 수 있어요. 이렇게 되니 꼭 화장품이 아니더라도 영양제, 주얼리, 귀마개 등 작은 소품을 보관할 수 있게 됐어요. 제품의 용도가 확장된거죠.
여기에 제품을 ‘고르는’ 재미도 있는데요. 케이던스는 9~19가지 컬러 중 원하는 컬러를 선택할 수 있어요. 색깔 선택이나 조합을 통해 SNS에 자신의 미감을 자랑할 수 있는 물건이죠. 이처럼 기능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니즈까지 채워줘 꽤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어요. 2020년 론칭 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2년 만에 50만 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죠.
단순한 새로움일수록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법. 케이던스는 용기 디자인을 변형해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했어요. 당연하다고 쉽게 지나치던 불편함이 있나요? 케이던스처럼 직관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또 하나의 디자인이 탄생할지도요.
오늘의 뉴욕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런던으로 떠날 예정이에요. 런던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