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는 물건을 사도 가져갈 수 없는 상점이 있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겨울의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는 연말 분위기로 가득해요. 의류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의 홀리데이 캠페인이 거리를 화려한 쇼윈도로 바꿔놓죠. 반짝이는 조명과 캐롤이 이어지는 매장 중에 눈길을 끄는 특이한 쇼핑 공간이 있어요. 이곳의 이름은 ‘사랑을 선택하세요(Choose Love)’. 언뜻 보면 겨울시즌 용품을 파는 매장처럼 보이지만, 전혀 달라요. 여기는 물건을 사고도 가져갈 수 없는 상점이거든요. 무슨 말이냐고요?
‘사랑을 선택하세요’는 2015년 난민 위기 속에서 시작된 인도주의 단체예요. 이후 매년 겨울, 런던 중심가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왔어요. 어김없이 2025년에도 11월 18일부터 12월 24일까지 리젠트 스트리트 245번지에서 문을 열었고요. 입장료는 없고 겉보기엔 평범한 쇼핑센터지만, 이 공간은 진짜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지원이에요. 누군가를 돕는 데 있는 거죠.
매장 안에는 코트, 니트, 식사 같은 품목들이 일반 매장처럼 진열돼 있어요. 쇼핑하는 방식은 보통의 매장과 다르지 않지만 결과에 큰 차이가 있어요.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고객이 가져가는 상품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현장으로 바로 전달되는 지원 물품이거든요. 결제하는 순간, 손에 남는 건 쇼핑백이 아닌 작은 영수증이죠. 그리고 그 영수증에는 오늘 당신이 어떤 도움을 보냈는지가 쓰여있어요. 가장 상업적인 런던의 거리에서, 가장 따뜻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셈이에요.
2025년에는 여기에 새로운 이벤트가 더해졌는데요. 바로, 10,000 파운드 매치펀드(£10,000 MATCHFUND). 결제한 금액만큼 동일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 주는 거예요. 10,000 파운드(약 1,900만 원) 한도 내에서 후원 규모가 2배가 불어나죠. 예를 들면, 아이용 코트를 하나 구매할 경우, 두 벌이 전달되고, 따뜻한 식사를 두 번 구매하면, 네 번의 식사가 보내져요. 한 번의 선택이 두 배의 온기가 되는 경험이죠.
연말에 서로의 선물을 구매하러 나온 사람들은, 오히려 더 멀리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구매하는 경험을 하게 돼요. 이처럼, ‘사랑을 선택하세요’ 팝업은 사랑의 또 다른 면을 알려주고 있어요. 사랑이 감정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실천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더 작고 단순한 행동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죠. 팝업스토어에서 돈을 쓰고 빈손으로 나와도, 물건보다 더 무거운 행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이유예요.
런던의 거리에는 추운 겨울의 한파도 녹일 만큼 따뜻한 사랑이 펼쳐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런던의 집에서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함께 호핑해 볼까요?
2025년 크리스마스 트렌드는 ‘랄프 로렌’ 없는 랄프 로렌?
런던의 겨울이 올해 유독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차갑고 미니멀한 인테리어 대신, 짙은 우드톤과 벨벳, 타탄 체크가 도시의 감성을 가득 채우고 있거든요. 이 인테리어 트렌드의 이름은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Ralph Lauren Christmas)’.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의 이름에서 시작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랄프 로렌 제품은 없어요. 도대체, 어떤 트렌드일까요? 이 유행에서 요즘 런더너들의 취향 변화를 엿볼 수 있어요.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는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이 오랫동안 보여준 겨울 감성을 공간으로 옮겨 놓은 인테리어예요. 우드톤의 가구, 초록색과 버건디색이 섞인 타탄 체크, 벨벳 장식처럼, 클래식한 미국 동부의 겨울 집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핵심이에요. 화려하거나 과장되기보단, 시간이 오래 흐른 듯한 따뜻함이 있죠.
그렇다면, 왜 런던은 지금 다시 이렇게 클래식한 겨울을 선택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일상의 변화에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런더너들은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어요.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은 더 이상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일을 하고, 쉬고, 회복하는 모든 일상을 책임지는 곳으로 확장됐어요.
그래서일까요? 절제된 미니멀리즘이 주는 깔끔함보다, 오래 본 듯 익숙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주는 안정감을 더 필요로 하게 됐어요. 그리고, 우드와 벨벳, 체크 패턴의 클래식함은 그런 정서를 충족시켜 주는 요소였고요.
여기에, 이 무드가 빠르게 유행하게 된 이유에는 SNS의 역할도 컸어요.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데요. 집안 곳곳 체크 리본만 묶어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벨벳 소재 제품 하나만 있어도 방이 포근해지거든요. 특별한 기술도, 값비싼 장식도 필요 없다는 점이 이 스타일의 매력이에요.
그러다 보니, 틱톡에서는 ‘10만 원 이하로 만드는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Ralph Lauren Christmas under £50)’ 같은 영상이 연달아 올라왔어요. 조명의 조도를 낮추고, 따뜻한 톤의 패브릭을 더하고, 작은 오너먼트를 놓는 방식이었죠. 많은 예산이 없이도 충분히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트렌드에 탑승해 집을 꾸미기 시작했어요.
그뿐 아니에요. 이 트렌드는 럭셔리가 소비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설명해 주죠. 예전의 럭셔리는 특정 브랜드의 물건을 사야만 접근할 수 있는 세계였는데요. 지금은 달라요. 사람들은 물건 대신 분위기를 소비하기 시작했어요. 제품 없이도, 브랜드가 제안하는 분위기를 집 안에서 구현하면서 그 세계관을 일상으로 들여오는 거예요.
이처럼,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 트렌드는 올겨울 런던이 어떤 도시인지, 그리고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주고 있어요. 미니멀에서 클래식으로, 효율에서 감성으로 옮겨가는 분위기 속에서 런던은 이전보다 더 많은 온기를 필요하고 있죠. 결국 보다 더 포근한 집을 만드는 이 트렌드는, 런더너들 스스로가 만든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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