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가 사라지고, ‘스내킹’이 남았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요즘 광화문 광장에 가보셨나요? 광장 한복판에 무려 여름 ‘비치’가 생겼어요. 이름하여 <2025 서울썸머비치>. 도심 속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휴가 기분을 낼 수 있는 서울의 대표 여름축제인데요.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광복에 풍덩 빠지다’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어 의미가 더욱 특별해요.
광장에 설치된 20m 수영장 두 동은 낮에도 밤에도 인기 만점. 올해는 처음으로 워터슬라이드까지 선보이며, 썸머비치의 스케일을 키웠죠. 아이들을 위한 모래 놀이터 ‘샌드비치’도 함께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많이 찾고 있고요. 그뿐 아니라 누구나 쉴 수 있는 그늘 휴게공간과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 관광객은 물론 인근 직장인들도 점심시간과 퇴근 후에 짬짬이 들러 쉬어가기 좋은 장소로 떠오르고 있어요.
이번 축제는 도심 한가운데서 계절을 새롭게 경험하게 해주며, 지금의 서울이 얼마나 유연한 도시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요. 이처럼 나날이 새로워지는 서울의 풍경을 시티호퍼스와 함께 살펴볼까요?
📍트렌드: 점심 식사가 사라지고, ‘스내킹’이 남았다
📍브랜드: 엽서가 다시 말을 거는 시대?
📍디자인: 독서도 장비발! 책보다 장비가 잘 팔리는 이유
[트렌드] 점심은 사라지고, ‘스내킹’이 남았다
서울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이 달라지고 있어요. 예전처럼 식당에 앉아 여유 있게 한 끼를 먹기보다는, 샌드위치나 단백질바, 미니 샐러드처럼 간단한 음식을 빠르게 챙겨 먹는 모습이 더 익숙해졌죠. 최근에는 편의점이나 카페에서도, 이른바 ‘한 입 간편식’이 점심시간에 인기를 끌고 있고요. 식사를 간식처럼 해결하는 ‘스내킹(snacking)’이 하나의 식사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왜 지금, 점심은 사라지고 스낵이 남은 걸까요? 배경에는 ‘식사의 재정의’가 있어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식사를 향한 관점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거죠.
우선, 점심시간은 더 이상 하루의 중심 식사라기보다는 나만의 루틴을 조율하는 시간으로 변하고 있어요. 특히 MZ세대 직장인들에게 점심은 짧고 빠르게 회복하는 시간이에요. 이때 중요한 건 속도, 간편함, 그리고 기분 전환. 그래서 스내킹은 하루의 리듬을 유지하는 실용적인 수단이 되고 있죠.
여기에다가 전통적인 ‘3끼 구조’의 해체도 스내킹 확산에 힘을 실었어요.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고정된 구조는 현대의 불규칙한 일상과 잘 맞지 않죠. 그 대신 하루를 더 세분화해 여러 번 나눠 먹거나, 컨디션에 따라 식사 타이밍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이 일상화됐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스내킹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춘 식사 전략이 된 거예요.
또한 스내킹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군것질처럼 여겨졌던 간편식이, 요즘엔 단백질, 식이섬유, 당 함량 등을 고려한 ‘건강한 한 끼’로 진화했죠. 단백질 쉐이크, 무가당 요거트, 저당 오트볼, 비건 간식 같은 제품들은 맛과 영양을 모두 챙기려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어요.
유통업계도 이런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어요. GS25, CU 등 주요 편의점은 단백질바, 반숙 계란, 소형 도시락 등으로 ‘간편한 한 끼’ 라인업을 확장 중이에요. 일부 매장에는 건강 간식 전용 존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이처럼 스내킹은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이제는 ‘무엇을 먹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시대죠. 점심이 간소해지는 흐름 속에서, 앞으로는 또 어떤 식사 방식이 등장하게 될까요?
[브랜드] 엽서가 다시 말을 거는 시대?
요즘 서울 연희동 한켠에서, 사라질 듯했던 감성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어요. 바로 엽서와 편지의 부활을 알리는 공간, ‘포셋(POSSET)’입니다.
포셋은 스스로를 ‘포스트 카드 라이브러리’라 불러요. 엽서와 카드, 편지지, 그리고 글쓰기를 위한 다양한 도구들을 한데 모은 독립 서점이자 아날로그 플랫폼이죠. 문을 열고 들어서면 3,200여 종에 달하는 엽서들이 정갈하게 진열된 풍경이 펼쳐지는데요. 여행지 풍경부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까지, 각 엽서가 마치 작은 전시물처럼 자리잡고 있어요.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 엽서는 저물어가는 아이템 아니었던가요? 어떻게 지금과 같은 시대에 엽서가 소비자와 공명하는데 성공한 걸까요?
SNS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오가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많은 이들이 ‘충분히 전해지는 감정’에 목말라 있어요. 포셋이 제안하는 방식은 느리고 물리적이지만, 그렇기에 더 진심을 전하기에 제격이죠. 빠른 소통이 당연해진 지금, 엽서는 그 반대의 리듬으로 ‘감정을 전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거예요. 단순히 메시지를 쓰는 행위가 아니라, 감정을 천천히 정제한 뒤 타인에게 건네는 의식이죠.
포셋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문구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을 쓰는 경험’ 자체를 설계한다는 점이에요. 매장 안에는 엽서를 바로 써볼 수 있는 테이블과 필기구가 조용히 준비되어 있어요. 누구의 방해 없이, 마음을 정리하고 문장을 고르는 일련의 과정은 요즘 사람들에게 필요한 ‘마음 챙김 루틴’처럼 기능해요. 멈춰서 쓰는 이 감각이 포셋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 주목할 건, 포셋의 큐레이션 방식이에요. 이곳에선 엽서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감정의 매개체예요. 사람들은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고르기보다, 지금 내 기분이나 전하고 싶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엽서를 선택해요. 그리고 그 위에 직접 문장을 더하면서 감정을 펼쳐내죠.
이런 방식은 최근 MZ세대가 텍스트 기반 콘텐츠에 다시 관심을 갖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어요. 짧고 강한 텍스트, 감정을 담은 문장,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 요즘 사람들은 이런 조각들을 수집하고,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다시 공유하는 데 익숙하죠. ‘고른다 → 적는다 → 건넨다’는 이 일련의 과정은, 지금 서울에서 감정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이에요.
지금 서울엔 디지털 피로를 품은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빠르게 소비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상 속에서 여전히 우리는 ‘느린 의사소통’을 필요로 하죠. 포셋은 그 틈을 잘 읽어낸 브랜드예요. 오늘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잠시 멈추게 해주는 브랜드와 함께해 보는 건 어떨까요?
[디자인] 독서도 장비발! 책보다 장비가 잘 팔리는 이유
요즘 서울에서 책을 읽는 풍경이 달라졌어요. 이제 독서의 중심은 책 그 자체보다 ‘읽는 방식’과 ‘읽는 환경’에 더 가까워지고 있죠. 북다트, 롱인덱스, 북커버, 북스토퍼 같은 독서용 도구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독서가 하나의 취향 소비로 자리 잡고 있거든요. 무슨 책을 읽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고, 기록하고, 보관하는지가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거예요.
대표적인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소마북(somabook)의 북다트는 책장을 손상시키지 않고 표시할 수 있어 ‘책을 아끼는 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죠. 어슴프레의 북라이트는 독서등과 무드 조명을 겸해 실용성과 분위기를 모두 잡았죠. 또 소낙(sonak)의 끈갈피는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연출 컷으로 주목받으며, 인스타그램에 ‘책 읽는 일상’을 공유할 때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 됐어요.
그렇다면 에도 장비가 필요해진 걸까요?
첫째, 이런 도구들은 독서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해줘요. 책은 완성된 콘텐츠라 독자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북다트나 인덱스 같은 장비는 읽는 방식을 ‘내 취향대로’ 구성할 수 있게 해주죠.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나만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거예요.
둘째, 이 장비들은 ‘읽고 있다’는 행위를 시각적으로 보여줘요. 책상 위 북라이트, 알록달록한 북다트, 정리된 메모 인덱스 같은 것들이 책 읽는 모습을 하나의 장면으로 연출하죠. 그래서 요즘은 책을 다 읽었다는 인증보다, 어떻게 읽었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더 많아지고 있어요. 읽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된 셈이죠.
셋째, 독서 장비는 루틴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돼요. 북라이트나 전용 책갈피는 ‘오늘은 책을 읽자’는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해주는 도구예요. 러닝화를 사면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처럼, 읽는 도구를 마련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생기기도 하죠.
흥미로운 건 이 장비들이 책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문용 아이템’이라는 점이에요. 독서가 익숙하지 않아도 예쁜 북커버나 북다트 하나쯤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죠. 이런 도구를 통해 독서를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요. 브랜드들이 독서 자체를 하나의 취향 세계로 브랜딩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해요.
결국 요즘 책 주변이 잘 팔리는 건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예요. 독서템은 취향과 루틴,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 됐고, 우리는 점점 더 ‘책을 어떻게 읽는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어요.
지금 독서는 더 이상 혼자만의 조용한 행위가 아니에요. 읽는 도구를 고르고, 사용하는 방식까지 모두 하나의 표현이 되는 시대. 독서도 이제, 장비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늘 만난 서울의 소식은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도쿄로 떠날 예정이에요. 도쿄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