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비디’한 금요일이에요! 무슨 뜻이냐고요?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스키비디’한 금요일이에요! 무슨 뜻이냐고요? 스키비디(Skibidi)는 하나의 뜻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신조어예요. 멋지다는 의미도, 별로라는 의미도 있죠. 심지어, 아무 의미 없는 추임새처럼 쓰이기도 하고요. 이 특이한 단어는 유튜브 애니메이션 ‘스키비디 토일렛(Skibidi Toilet)’에서 시작했는데요. 수억 뷰를 기록한 이 시리즈는 밈으로 퍼져, 결국 단어 자체가 유행어가 되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케임브리지 사전에 등재되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거든요. 밈이 사전에 오르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지난해, 케임브리지 사전은 무려 6,000개가 넘는 단어를 새롭게 올렸어요. 그중에는 틱톡과 같은 SNS에서 시작한 신조어들도 포함되어 있죠. 이런 단어들은 주로 2010년대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가 즐겨 쓰는데요. SNS를 자주 보지 않는 사람에겐 낯설고 외계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말들이 실제 영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요.
대표적인 예가 ‘딜루루(Delulu)’예요. ‘망상적인’을 뜻하는 ‘Delusional’의 줄임말로, ‘현실과 동떨어진 믿음을 고집하는 태도‘를 뜻하죠. 틱톡에서만 이 단어를 쓴 게시물이 1억 5천만 개가 넘을 만큼 인기인데요. 올해 3월에는 호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가 국회 연설에서 ‘Delulu with no solulu(해결책 없는 망상)’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주류 언어로 자리 잡았어요.
이처럼 인터넷에서 시작한 언어는 더 이상 일시적인 유행에 머물지 않아요. 사전에 등재되거나, 정치권에서 인용되면서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죠. 이 변화는 언어의 권위가 이동한 걸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과거에는 사전이 표준을 정하는 절대적인 위치였다면,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먼저 언어를 만들고, 사전은 뒤따라 기록하고 있죠. 언어의 힘이 기관에서 대중으로 옮겨가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SNS 어딘가에서는 다음 세대를 대표할 단어들이 만들어지고 있을지 몰라요. 변화하는 언어처럼 끊임없이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도시, 런던. 이곳에선 또 어떤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함께 호핑해 볼까요?
📍트렌드: ‘전화 공포증’을 해결하러, 대학까지 나선다?
📍브랜드: 테이크아웃 커피를 더 비싸게 파는 이유
📍디자인: 괴물과 오리가 떠다니는 시계?
[트렌드] ‘전화 공포증’을 해결하러, 대학까지 나선다?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Z세대,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화 통화만큼은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영역이에요. 메시지와 SNS에는 능숙하지만, 목소리로 낯선 상대와 대화를 이어가는 건 큰 숙제처럼 다가오죠. 그래서 ‘전화 공포증(Telephonophobia)’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요. 이 증상을 겪는 젊은 세대들이 증가하자, 이제는 학교가 직접 나섰어요.
사연은 이래요. 전화 공포증을 겪는 영국의 고등학생이 가장 두려운 순간이 있어요. 바로 대학 입시 제도인 ‘클리어링(Clearing)’이에요. 영국에선 원하는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이 정원이 남은 대학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입학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요. 통화 자체가 어려운 학생들에겐 상상만 해도 압박스러운 상황이죠.
그렇지만, 전화가 두렵다고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에요. 그래서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클리어링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전화 훈련 수업’을 열고 있어요. 첫 인사법부터 질문 요령, 마지막에 감사 인사까지. 실제 통화 상황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하며 연습하는 방식이죠. 그렇게 대학 입학증을 받으면 앞으로는 괜찮을까요?
이 전화 교육, 대학에서도 이어져요. 노팅엄 칼리지는 ‘전화 공포증 극복 코스’를 개설했어요.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작은 미션을 부여받는데요.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영업시간을 묻거나, 상점에 전화해 재고를 확인하는 식이죠. 이런 낯선 전화를 성공하는 경험을 쌓으며, 두려움을 조금씩 줄여가는 훈련이죠. 그렇다면 요즘 학생들은 왜 이렇게까지 전화를 힘들어할까요?
노팅엄 컬리지의 상담 담당자는 이 불안이 단순한 귀찮음이 아니라, 사회적 불안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해요. 무능하게 보일까, 망신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전화를 한층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거죠. 실제 학생들 중에선 ‘전화가 오면 응급 상황이 떠오른다’, ‘부모님 말고는 전화를 걸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심할 경우, 전화를 받는 순간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신체적 반응까지 나타난다고 했고요.
온라인이 일상화된 지금, 전화 통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필요한 기술이에요. 그런 점에서 전화 수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경계에 선 지금 세대가 겪는 과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해요. 앞으로 이 수업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브랜드] 테이크아웃 커피를 더 비싸게 파는 이유
커피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스페셜티 커피’. 산지와 생산자가 추적 가능한 고품질의 커피예요. 이제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커피 시장 초기에는 인스턴트와 저가 블렌드가 대부분이었거든요. 원두를 어디서 어떻게 재배했는지 궁금해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었죠. 그런 시기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브랜드가 있어요.
무려 47년 전, 1978년 코벤트 가든에 문을 연 몬머스 커피(Monmouth Coffee)예요. 이들은 매장 지하의 소형 로스터에서 단일 산지의 원두를 직접 볶아 판매했어요. 원두 자루마다 산지와 농장 이름을 붙였고요.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방식은 당시로선 혁신적인 시도였어요. 그렇게 몬머스 커피는 영국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초석이 되었죠.
40년이 지난 지금도 몬머스 커피는 여전히 커피를 대하는 태도를 남다르게 보여주는데요.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원두 판매 방식이에요. 매장에 들어서면 자루와 통에 담긴 원두들이 늘어서 있어요. 고객은 원두 설명서를 읽으며 원하는 만큼의 무게를 직접 주문하죠. 미리 포장된 완제품이 아니라, 주문 즉시 덜어 포장해주는 방식이에요. 시간도 품도 더 드는데, 굳이 왜 이렇게 할까요?
바로 그 과정 자체가 ‘경험’이 되기 때문이에요. 고객은 직접 원두 향을 맡고 상태를 확인하며, 마치 시장에서 식재료를 고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이미 포장된 원두만 판매하기 때문에, 언제 볶았는지, 얼마나 보관됐는지를 알기 어려워요. 하지만, 몬머스 커피에서는 원두를 자루에서 퍼 담아주기 때문에, 막 볶아낸 원두라는 인상을 남기죠.
여기에, 특이한 원칙이 하나 더 있어요.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이 더 저렴해요. 하지만 몬머스 커피는 오히려 반대예요. 테이크아웃을 원한다면, 5파운드(약 9,500원)를 더 내야 하죠. 그러다 보니 많은 고객들은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고 매장에 앉아 머그컵으로 커피를 즐기는데요. 종종 불편함을 토로하는 고객도 있어요. 그럼에도 몬머스 커피는 이 정책을 꿋꿋히 지켜오고 있죠. 왜 그러는 걸까요?
이유는 명확해요. 이곳은 종이컵을 아예 제공하지 않거든요. 대신 매장에서 재사용 컵을 빌려주고, 보증금 5파운드를 더 받는 거예요. 이후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고요. 2022년부터 시작한 이 제도 덕분에, 몬머스 커피는 매년 약 50만 개의 일회용 컵과 뚜껑 사용을 줄이고 있어요.
이처럼 몬머스 커피는 불편하지만 확실한 태도를 고수해오고 있어요. 원두를 퍼 담는 방식이든, 일회용 컵을 금지하는 정책이든, 그들의 철학은 언제나 지속 가능한 방식을 향해 있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는 것. 몬머스 커피가 ‘런던의 상징적인 커피 브랜드’가 된 이유가 아닐까요?
[디자인] 괴물과 오리가 떠다니는 시계?
‘지금 몇 시예요?’
요즘은 시간을 확인할 때, 손목 시계보다 휴대폰을 먼저 봐요. 그러다 보니 오늘날 시계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는데요. 패션 혹은 부의 상징. 물론 스마트 워치처럼 스마트폰과 연동된 시계도 있지만, 전통적인 시계라기보다는 스마트폰의 확장판에 가깝죠. 그런데, 런던에는 패션도, 부의 상징도 아닌 시계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미스터 존스 워치스(Mr. Jones Watches)’예요.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요?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을 읽는 방식이에요. 디자인은 파격적이고, 숨은 의미는 창의적이죠. 먼저 시계판에 숫자가 없어요. 시계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분침, 초침도 없고요. 대신 튜브를 탄 사람이 떠 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숫자를 먹는 괴물이 등장하기도 하죠. 이 수상한 시계,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보는 걸까요? 지금부터 미스터 존스 워치스를 대표하는 베스트 셀러 시계 3가지 모델을 소개해 볼게요.
1️⃣ 완벽히 무용한 오후 (The Perfectly Useless Afternoon)
진정한 휴식을 권하는 시계예요. 시계판은 푸른 수영장으로 채워져 있고, 그 위에는 책을 든 채 튜브에 누운 사람이 둥둥 떠다녀요. 이 사람의 다리 끝은 시간을, 함께 떠 있는 노란 오리가 분을 가르키죠. 중국 철학자 린위탕의 문장인 ‘무용한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삶을 배운 것이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시간임을 전하는 디자인이죠.
2️⃣ 숫자 먹는 괴물 (The Number Cruncher)
캐릭터 디자이너 오노리오 디에피로(Onorio D’Epiro)가 디자인한 모델이에요. 시계판 가득히 하늘색 몸통의 괴물이 그려져 있어요. 괴물 뒤로는 런던 도시가 흑백 사진으로 펼쳐지고요. 이 시계에는 동그랗게 적힌 숫자판이 없어요. 대신 괴물이 손에 든 먹잇감의 숫자는 시간을, 뱃속에 삼킨 숫자는 분을 나타내요. 흑백 도시와 비비드한 괴물의 대조가 눈길을 끌죠.
3️⃣ 정확함 (The Accurate)
초기 모델 중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에요. 시침에는 ‘기억하라(Remember)’, 분침에는 ‘당신은 언젠가 죽는다(You will di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요.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정신을 담아, 삶의 유한성을 상기시키는 시계예요. 어떤 시간이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디자인이죠.
이처럼 미스터 존스 워치스의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를 넘어,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요. 시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그 시간을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하죠. 이 철학은 제작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이들은 조각가, 작가, 코미디언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요. 디자인이 개성 있지 않으면 출시를 미룰 정도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고집하죠.
여기에다가 모든 시계를 런던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소량 제작과 인하우스 방식을 유지해야 더 유연하게 실험할 수 있고, 결국 더 창의적인 시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들은 애플워치처럼 첨단 기능을 갖추거나, 롤렉스처럼 부의 상징이 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저 독창적인 시도로 흔치 않은 시계를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미스터 존스 워치스를 착용한다는 건 곧 상상력과 철학과 함께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요. 앞으로 이들이 선보일 다음 시간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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