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소송한 패션계의 이단아, 나이키와 콜라보를?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년작) 아시죠? 명장면이 수두룩하지만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주인공 포레스트가 하염없이 뛰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예요. 이 장면에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 분)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받은 나이키 코르테즈(Cortez)를 항상 신었어요. 센세이션했던 영화만큼이나 이 신발은 나이키의 클래식한 대표 모델이 되었고, 나중에는 포레트스 검프 모델이 재출시되기도 했죠.
시간이 흘러 2017년, 영국 런던에 살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클린트는 자신의 방에서 코르테이즈(Corteiz)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요. 이름이 뭔가 나이키의 코르테즈와 비슷하지 않나요? 이 브랜드는 단숨에 영국 스트리트 패션계에 새로운 흐름을 창조한 브랜드라고 평가 받으며 핫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결국 나이키의 눈에 들어가게 되죠.
나이키는 이 브랜드의 이름이 자신들의 시그니처 신발과 너무 똑같다는 이유로 고소를 했어요. 법원은 나이키의 손을 들어줬고, 코르테이즈는 얼마 되진 않지만 1,850파운드(약 370만 원)의 벌금을 냈어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대기업의 횡포로 신생 브랜드의 기세가 꺾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않아요. 코르테이즈는 이후로도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나가면서 더욱 몸집을 키웠고, 결국 2023년, 나이키와 콜라보까지 진행하게 돼요.
나이키에게 고소를 당했지만 결국 나이키가 손을 잡은 브랜드. 도대체 어떤 브랜드인 걸가요? 도대체 어떤 브랜드이길래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그 비결은 코르테이즈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있어요. 코르테이즈의 창업자 클린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No Affiliation”이라는 말이 써있어요. 어느 곳에도 묶이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런 창업자의 정신을 담은 코르테이즈는 요즘 패션계를 비판해요. 셀럽이 입은 옷이 바이럴되면 누구나 다 그 옷을 갖고 싶어하고, 그러면서 리셀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칭 패션 매니아들은 그 아이템이 정답인 것처럼 웃돈을 주고 옷을 사고, 그걸 인증하면서 인기를 실감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죠.
코르테이즈는 이런 흐름을 감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로고를 유명한 감옥 알카트라즈를 본따 만들었죠. 역설적이게도 알카트라즈는 가장 무서운 감옥임과 동시에 세기의 탈옥이 벌어졌던 장소이기도 한데요. 감옥 같은 패션계의 트렌드에서 탈옥해 자신만의 흐름을 찾고자 하는 코르테이즈의 정신과 일맥상통하죠. 항상 브랜드 이름 뒤에 따라붙는 Rules The World도 새로운 흐름을 만드려는 브랜드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고요.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가 기존의 패션계를 뒤집겠다는 정신인만큼 코르테이즈의 마케팅 방식은 독보적이에요. 요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주로 신제품을 출시할때 미리 드롭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는 방식을 택해요.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줄을 서고 심한 경우에는 텐트를 가져와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기다려서 옷을 구매하는 사람 중에 높은 리셀가를 노리고 온 리셀러들도 매우 많아요. 인기가 있는 브랜드일수록 더 그렇죠.
코르테이즈는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드롭 장소를 알 수 있는 암호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이메일을 등록한 팬들에게만 뿌렸어요. 팬들은 이 암호를 통해 드롭 장소를 알 수 있는 링크나 온라인 구매 링크에 접속할 수 있는 거죠. 초기에 이런 전략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어요. 암호를 사용한 초기 방식은 처음엔 신선했지만, 점점 팬들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에 암호를 뿌리는 사람들도 생기고, 인기도 시들어져 갔어요. 그래서 코르테이즈는 더 극단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패션계의 관행을 한 번 더 파괴했죠.
예를 들어 2022년에 Bolo 패딩 자켓을 출시할 때였어요. “Da Great Bolo Exchange”라는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런던의 한 주차장에서 진행된 이벤트는 이전과 달리 오픈 직전 시간과 장소를 공지했어요. 하지만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패딩을 입고 오면 교환을 해준다는 조건이었죠.
패딩도 그냥 패딩은 안 받아요. 노스페이스, 나이키, 스톤 아일랜드, 슈프림처럼 한 벌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패딩, 그것도 상태가 좋은 것만 취급한다고 미리 공지했어요. 이를 보고 많은 팬들이 자신의 비싼 패딩을 입고 와서 250파운드짜리 Bolo 패딩 자켓과 교환해갔어요. 이마저도 50벌만 교환해서 더 손에 넣기 어려운 패딩이 되었죠. 이 이벤트로 교환한 패딩은 총 16,000파운드(약 3,200만 원) 상당이었고, 이 금액을 노숙자에게 기부했어요.
코르테이즈는 이렇게 미친(Positive) 마케팅 방식으로 성장했는데요. 2023년에 드디어 나이키와 콜라보를 했어요. 나이키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에어맥스 95’를 출시한 거예요. 이 과정에서 나이키는 마케팅 과정에도 코르테이즈에게 전권을 부여했고, 코르테이즈는 이에 화답하듯이 리셀 시장을 다시 한 번 까내리는 홍보 영상을 만들어요. 세상에 에어맥스가 딱 100켤레 남은 상황에서 신발 값이 17억원까지 올라가는 장면을 풍자한 영상이었죠. 신발의 하입함을 보여주면서도 소비자들의 광기를 돌려까는 코르테이즈 다운 홍보였어요.
제품을 판매한 방법도 새로웠어요. 뉴욕 에어맥스 95를 출시하는 날, 오후 12시 5분 큰 전광판이 있는 길 한복판에서 제품을 드롭하겠다는 발표를 한 거예요.
“BE @ WEST 34TH ST. & 7TH AVE. TOMORROW AT 12:05PM EST. LOCATION REVEALED HERE. FIRST COME FIRST SERVE. 1 PAIR PERSON. WE OUTSIDE. RTW.”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코르테이즈의 알카트라즈 로고가 띄워져있는 전광판을 보고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그 전광판에는 하나의 좌표가 공개됐어요. 이 좌표를 본 사람들은 장소를 찾아 미친듯이 뛰어갔어요. 좌표의 위치는 뉴욕의 한 델리를 개조한 코르테이즈의 팝업 스토어였어요. 이렇게 팬들에게 ‘달리기’까지 시키면서 도시의 일대를 마비시킬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거에요.
이처럼 코르테이즈는 불편하지만 새로운 드롭 방식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어요. LA, 파리 같은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드롭 한 시간 전에 깜짝 발표를 해서 팬들을 항상 긴장하게 만들고 있죠. 나이키나 슈프림 같은 스트리트 패션의 거인들과도 꾸준히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고요. 다음 드롭은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번에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팬들을 찾아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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