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쉬는 법’도 돈 내고 배우는 시대?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서울 남산은 가을에 더욱 주목받는 장소예요. 제각각 물드는 단풍이 정취를 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2025년 10월, 가을에는 남산을 더 특별하게 둘러볼 수 있는 팝업이 열렸어요. 이름하여 ‘디톡스 하우스(Detox House)’. 사람들은 팝업 현장에서 받은 디톡스 키트 안에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숲 해설가의 생생한 해설 속에서 남산 둘레길을 걸었어요. 남산의 공기를 온전히 느끼며 잠시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졌죠.
재미있는 건 팝업을 연 주최자예요. 남산의 매력도 알릴 수 있고 심신에도 좋은 팝업이니 서울시나 관광 단체, 혹은 스포츠 웨어 브랜드를 떠올릴 법한데요. 예상과는 달리 이번 팝업을 준비한 건 증권 회사였어요. 유진투자증권이 남산 서울타워 광장에서 한 달간 디지털 디톡스 컨셉으로 브랜드 팝업 공간을 운영한 거죠. ‘투자’와 ‘자연 속 쉼’이라는 이질적 키워드의 만남이라니 한눈에 봐도 어색한 조합 같아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안에는 흥미로운 맥락이 숨어 있어요. 대체 증권사가 왜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된 걸까요?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행사를 통해 ‘건강한 생활이 건강한 투자로 이어진다’는 브랜드 철학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단순 재테크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한 판단’을 돕겠다는 의미죠. 알고 보니 이 증권사는 이번 행사 이전에도 비슷한 취지를 가진 행사들을 진행해 왔어요. 여의도 일대를 함께 달리며 러닝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러닝 크루’, 서울 시립미술관과 협업해 미술 관람을 지원하는 ‘아트 캠페인’ 등을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해 왔죠.
그 이면에는 이미지 제고 이상의 전략이 숨어 있어요. 개인의 ‘정신적 여유’는 불확실한 시대를 견디는 새로운 리스크 관리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거든요. 증권사는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다루는 조직이에요. 투자 회사가 보는 좋은 고객은 단기 수익에 흔들리지 않고 시장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죠. 실제 투자 행동과 수익 구조가 ‘심리적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개인의 ‘정신적 여유’ 또한 미래 투자 역량의 일부가 되고 있어요. 유진투자증권은 이 점을 미리 파악해 브랜드 차원에서 대비에 나선 셈이에요.
그러니 유진투자증권이 보여주는 시도는 단순 마케팅 이벤트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웰니스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고객이 평정심과 회복 탄력성을 갖추도록 도움으로써, 재무적 안정성을 꾀하니까요. 돈을 잘 버는 방법도, 잘 버티는 법도 알려주는 증권사라니 금융이 한결 인간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데요. 이처럼 서울은 맥락을 살펴보면 그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 파헤쳐 보는 재미가 있어요. 오늘은 휴식과 쉼을 주제로, 서울을 들여다볼 예정이에요. 지금부터 함께 호핑해 볼까요?
이제 ‘쉬는 법’도 돈 내고 배우는 시대?
한강 반포 잠수교에서 열리는 ‘멍때리기 대회’를 기억하시나요? 이제는 한강의 대표적인 이색 대회로 자리 잡은 이 행사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가 우승을 거머쥘 수 있어요. 그저 90분 동안 어떤 행동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죠. 당연히 말 한마디도 꺼내선 안돼요. 만약 필요한 게 있다면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4개의 카드를 제시해 물, 부채질 등을 요청하면 돼요.
만약 중간에 멍 때리기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고요? 곧장 ‘퇴장 카드’를 받고 전통 무관 복장을 한 진행자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끌려 나가요. 대회의 최종 우승자는 현장에서의 시민들이 투표로 제출하는 ‘예술점수’와 심박수 측정을 기반으로 한 ‘기술점수’를 종합해서 선정되죠. 결국 ‘잘 쉬는 법’을 아는 자가 우승하는 대회예요. 매년 조기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고, 일본 등 해외에서도 열릴 정도로 화제예요.
이처럼 ‘멍하게 있는 법’도 하나의 놀이가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이벤트처럼 소비되는 시대예요. 그런데 이걸 단순히 이색 행사라고만 보기는 어려워요. 이제 쉼의 개념이 ‘저절로 되는 것’에서 ‘가이드를 받아 배워야 하는 체험’으로 변했기 때문이에요. 명상 앱, 요가 리트릿, 심지어 휴식 컨설팅까지, 쉬는 행위는 하나의 구조화된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잘 쉬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전문가의 안내를 필요로 하죠.
그저 아무것도 안 하기만 하면 될 일인데, 왜 돈까지 내며 방법을 배우게 된 걸까요? 핵심은 휴식의 기술화예요.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조차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가능해진 것처럼, 쉬는 행위는 점점 기술이 필요하게 됐어요. 일과 소비, 관계가 모두 효율화된 사회에서는 휴식조차 ‘관리되어야 할 시간’이 되어버렸죠. 마음을 비우기 위해 ‘방법’을 배워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 거예요.
밑바탕에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풍토가 있어요. 회사 밖에서도 자기 계발, 사이드 프로젝트, 루틴 관리에 쫓기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죄책감 없이 수행할 근거를 원해요. 쉬거나 게으름을 피울 때조차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리는 거죠. 쉬는 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나 수업이 생긴 건,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리해온 시대의 부작용이기도 해요.
당연히 각 브랜드들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요. 서울 곳곳의 호텔, 카페, 갤러리들은 온전한 쉼과 집중을 컨셉으로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잘 쉬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죠. 심지어 스마트폰을 제출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북 카페나, 모든 의사 표현을 포스트잇으로만 해야 하는 카페도 생겨나고 있어요. 도시에서 쉼의 장소가 사라지니, 브랜드들이 제대로 쉼을 설계해 주기 위해 나서기 시작한 거예요. 사람들은 그 안에서 비로소 쉬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있고요.
결국 이 모든 현상은 불안의 시대가 만들어낸 일종의 자기 치유 문화 아닐까요? 잘 쉰다는 건 이제 더 이상 개인적인 감각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이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방법이 가장 생산적인 휴식으로 여겨질지, 또 어떤 휴식의 기술이 탄생할지 함께 지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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