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데이팅 앱 지우고 ‘마작’으로 자만추?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수상해요. 한쪽에서는 감각적인 디제잉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샴페인이나 티, 혹은 달콤한 푸딩을 즐기며 파티를 만끽하는 중이죠. 언뜻 보면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티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반전이 숨어 있어요.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해 있는 테이블 한 가운데엔 다름 아닌 ‘마작’이 펼쳐져 있거든요.
이게 대체 무슨 현장이냐고요? 요즘 뉴욕에서 가장 핫한 마작 커뮤니티 ‘그린 타일 소셜 클럽(Green Tile Social Club)’의 팝업이에요. 그린 타일 소셜 클럽은 2022년, 중국, 대만, 광둥계 미국인 친구 4명이 시작한 뉴욕 기반의 마작 커뮤니티예요. 박물관, 호텔, 양조장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빌려 감각적인 마작 파티를 열고, 마작이라는 전통 놀이를 모던한 사교 문화로 재정의하기 시작했죠.
그린 타일 소셜 클럽의 신선한 시도는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어요. 그 결과 설립한지 2년여 만에 참가자를 8,000명이나 모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죠. 마작 커뮤니티이니까 할아버지, 할머지가 오시는 거 아니냐고요? 놀랍게도 참석자 대부분이 30세 미만이에요.
이처럼 젊은 뉴요커들 사이에서 마작이 떠오르면서 마작을 배우려는 열풍도 불고 있어요. 뉴욕의 ‘스패로우 네스트 스튜디오(Sparrow’s Nest Studio)’는 ‘마작은 어렵고 투박하다’는 편견을 깨고 이제 막 마작에 입문한 젊은 세대를 위한 입문 클래스를 운영하며 호응을 얻고 있고요. ‘포스 월(Fourth Wall)’처럼 그린 타일 소셜 클럽을 통해 마작에 입문한 사람들이 마작에 푹 빠지며 직접 클래스를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요. 이제 뉴욕에서 마작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배움과 연대가 교차하는 ‘문화’가 되고 있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마작이 뭐길래 이렇게 인기일까요? 마작은 4명의 플레이어가 136개의 패를 조합해 승패를 겨루는 중국의 전통 놀이예요. 패 13개를 들고 시작해 자신의 차례가 올 때마다 1개를 뽑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다가, 같은 패 2개로 한 세트(머리 1개), 연속된 패 3개 혹은 같은 패 3개로 네 세트(몸통 4개)를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에요. 타인이 버린 패를 가로채는 규칙이 있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서로를 견제해야 한다는 게 마작의 가장 큰 묘미죠.
이러한 마작은 ‘동양의 포커’라고도 불려요. 상대의 패를 모르는 상태에서 버려진 단서들을 조합해 승률을 계산하고, 때로는 과감한 블러핑으로 판을 뒤흔들어야 한다는 점이 닮았거든요. 다만 침묵을 지키며 표정조차 바꾸지 않아야 하는 포커와 달리, 마작은 쉴 새 없이 패를 섞으며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큰 차이예요.
그런데 느닷없이 젊은 뉴요커들은 어쩌다 마작에 진심이 된 걸까요?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디지털 디톡스’를 할 수 있어요. 마작은 유독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마작 패를 만지작거리면, 입체감 있고 묵직한 패를 쥐는 감각이나 패를 섞을 때 나는 경쾌한 마찰음 등이 느껴져서죠. 게다가 마작을 하려면 몰입해야 해요. 그렇다 보니 이 시간만큼은 디지털 기기 속 자극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날 수 있죠. 눈앞의 게임에만 집중하는 이 경험을, 젊은 층은 온전한 휴식이자 도파민 해독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예요.
다음으로 술을 덜 마시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와도 맞닿아 있어요. 요즘 젊은 뉴요커들은 밤새 술을 마시는 대신 맨정신으로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사교 활동을 찾곤 하는데요. 그런 활동으로 마작만 한 게 없어요. 워낙 집중력을 요하는 두뇌 게임이다 보니 맨정신일 때 훨씬 재미있게 할 수 있거든요. 맑은 정신으로 마작을 하며 교감을 나누는 게 술을 마시는 것보다 젊은 뉴요커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할 수 있어요. 마작은 네 명이 모여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과도 한 테이블에 둘러앉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요. 몇 시간 동안 대화를 주고받으며 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어색함은 사라지고 느슨한 유대감이 자리를 채워요. SNS에서의 깊이 없는 소통이나 데이팅 앱에서의 인위적인 만남에 피로감을 느낀 뉴요커들에게 마작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장으로 역할하고 있는 거예요.
뉴욕을 불어온 마작 열풍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려주고 있어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손끝에 닿는 감각과 계산되지 않은 우연한 만남, 사람들과 나누는 깊은 대화를 원한다는 점이죠. 결국 마작 열풍은 단순히 전통의 게임이 다시 유행하는 게 아니에요. 디지털이 채우지 못한 마음 속 공백을 메우려는 현상에 가깝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우리는 화면 속의 무궁무진한 볼 거리보다 이렇게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연결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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