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최근 일본 SNS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어요. 그 시작은 일본의 참기름 브랜드, ‘카도야 세이유’가 X에 업로드한 한 포스팅이었는데요. 카도야 세이유는 그간 X 계정을 통해 소비자들과 카도야 세이유의 참기름 활용법을 소개해 왔어요. 소금을 더한 참기름에 사시미를 찍어 먹거나, 모짜렐라 치즈에 참기름을 뿌려 먹는 등 참기름을 활용한 레시피를 공유했죠.
그런데 얼마 전, 카도야 세이유의 X 계정에 기상천외한 조합이 소개되었어요. 바로 참기름을 밀크 커피에 넣어 마시는 레시피였죠. 밀크 커피에 카도야 세이유의 참기름을 넣어 마시면, 더 향긋하고 풍부한 커피로 변신한다며 모닝 커피는 이렇게 마시라고 덧붙였고요. 밀크 커피에 참기름이라니, 상상이 가시나요?
이에 X의 유저들은 “만우절이냐”, “사기당한 것 같다”, “상상도 하지 말라”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그런데 이 낯선 조합에 호기심을 느끼고 직접 실험을 해서 카도야 세이유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중 한 명은 에디터로 활동 중인 ‘에가와 타스쿠’였어요.
그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인스턴트 밀크 커피 중 하나인 ‘유키지루시 코히’의 밀크 커피로 실험을 시작했죠. 밀크 커피에 참기름을 몇 방울 더하자, 실제로 참기름이 밀크 커피와 잘 어우러져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며 극찬했어요.
그의 호기심은 다른 커피와 참기름과의 조합으로 이어졌어요. 우유와 설탕을 뺀 블랙 커피, 혹은 우유를 줄인 라떼 등 다양한 커피로도 테스트를 했요. 비록 이 실험들은 실패로 돌아갔지만요. 덕분에 카도야 세이유의 밀크 커피와 참기름 궁합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어요. 카도야 세이유가 다른 커피가 아닌 밀크 커피를 참기름과 마시라고 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니까요.
같은 커피라면 더 맛있게, 더 재밌게 마시고 싶은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거예요. 참기름 회사의 장난기 어린 실험이 그 마음에 불을 지폈고요. 그런데 커피를 더 맛있게, 더 신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이 또 있어요.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캔커피를 개발한 일본의 커피 회사 UCC의 제안이에요. 단순히 새로운 식재료를 더하거나 변주를 주는 게 아니라, 커피의 형태를 아예 바꾸어 버렸죠. 힌트는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먹는’ 거예요. 먹는 커피의 정체를 알아보러 도쿄로 호핑해 볼까요?
마시는 대신 초콜릿처럼 ‘먹는’ 커피의 탄생
UCC가 개발한 ‘먹는’ 커피의 이름은 ‘요인드(Yoined)’예요. 2023년 11월에 처음으로 선보인 뒤, 시즌제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어요. 요인드는 커피를 액체가 아닌 고체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커피예요. 카카오 콩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공정에서 착안해 커피 콩에서 고체 커피를 만드는 UCC만의 특허 제법으로 개발했죠. 실제로 겉보기에는 초콜릿처럼 생겼지만, 맛은 완전한 커피 맛이 나요.
요인드의 맛은 2가지. 하나는 23알의 커피 콩을 1장에 응축해 커피 콩 배합량을 40%로 맞춘 ‘크레이지 블랙’으로, 깨끗한 쓴맛과 산미가 어우러져 농후한 향을 뿜어내요. 또 다른 하나는 카페오레 맛이 나는 ‘멜로우 브라운’으로 커피와 우유의 부드러운 조화를 통해 복합적인 커피 콩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별안간 UCC는 왜 먹는 커피를 개발한 걸까요? 그 이유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는 아니에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커피의 힘을 펼친다’는 목표를 가진 UCC 그룹이 커피의 본질, 궁극의 커피를 추구한 결과물이거든요.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이자,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은 향기의 ‘여운’인데요. 이 커피의 여운을 극대화한 결과물이 바로 요인드예요. 요인드라는 이름도 일본어로 여운을 뜻하는 ‘요인(余韻)’에서 따왔어요.
요인드는 커피 콩을 추출하지 않고, 통째로 분쇄하기 때문에 마시는 커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커피 콩 본래의 단맛, 산미, 쓴맛을 직접적으로 맛볼 수 있어요. 커피 원두의 봉지를 여는 순간이나 혹은 로스터리에서 맡을 수 있었던 향을 요인드에서 느낄 수 있죠. 초콜릿처럼 생겼지만 막상 먹으면 완전한 커피 맛이 나고, 이런 커피의 풍미를 액체가 아닌 고체로 즐기는 생소한 경험이 뜻밖의 재미를 주고요.
또한 커피를 고체로 디자인하자 커피를 소비하는 재미는 물론이고, 커피의 용도가 확장되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커피를 술의 ‘안주’로 즐길 수 있게 된 건데요. 진한 커피 콩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크레이지 블랙은 숙성도가 높은 다크 럼, 향신료가 들어간 쇼추, 오렌지 리큐어, 브랜디, 매실주 등과 잘 어울려요. 부드러운 단맛이 있는 멜로우 브라운은 사케, 과일 리큐어, 데킬라, 포트 와인 등과 마리아주가 좋죠.
주류뿐만 아니라 따뜻한 우유, 요구르트, 호지차, 홍차 등의 음료와도 궁합이 좋아요. 음료로 마시던 커피가 음료의 곁들임이 된 셈이에요.
요인드는 커피를 ‘마실’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커피 콩 본래의 선명한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커피의 설 자리를 넓혔어요. 커피의 알려지지 않은 가능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UCC의 염원을 담아서요. 덕분에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넓은 커피의 세계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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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도쿄 여행 가면 꼭 사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