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잘못했네, 당신이 똑바로 앉지 못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작은 순간들, 여러분은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대기줄 끝에서 “30분 기다려야 된대요”라고 알려주는 누군가 덕분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질 때도 있고, 이제 막 입덕한 가수 콘서트에서 나만 응원법 타이밍을 놓쳐 허탈해질 때도 있죠.
이런 사소한 감정의 진폭을 전시 공간에 그대로 옮겨 놓은 행사가 올여름 서울 성수에서 열리고 있어요. 일본 MZ 세대가 ‘가장 보고 싶은 전시’로 꼽은 <너무 착한데? 전>과 <너무 별론데? 전>이 나란히 상륙한 거예요.
<너무 착한데? 전>은 이름 그대로 ‘작지만 착한 행동들’을 모아 놓은 전시예요. 우리가 금세 잊어버리는 작은 배려들이 작품이 되어 전시장에 걸려 있죠. 낯선 이의 다정한 행동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해요.
반대로 <너무 별론데? 전>은 일상 속 ‘짜증과 허탈함’을 유쾌하게 풀어낸 전시예요. 누구나 겪지만 대체로 혼자 속으로 삼키던 순간들을 끌어올려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죠. ‘나만 별로였던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은 덤이에요.
흥미로운 건, 두 전시를 한 장의 티켓으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착한 순간과 별로인 순간이 나란히 놓이면,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입체적인 감정들로 채워져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거든요. 일본에서는 누적 60만 명이 다녀가며 해리포터, 지브리 전시와 함께 ‘3대 인기 전시’로 꼽혔을 만큼 화제가 됐어요. 또한 관람 내용을 모아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요.
사실 이런 기록은 단순한 ‘일상 수집’이 아니에요. 우리가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넘긴 순간들을 새삼 조명하는 거죠. 별로였던 상황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씨앗이 되고, 착했던 기억은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 돼요. 결국 우리의 일상을 규정하는 건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조각들이라는걸, 전시는 일깨워 주죠.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에서 발견한 인사이트의 조각들을 기록해두면 어떨까요? 그 기록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세상이 더 다채로워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서울로 호핑 해볼게요!
📍트렌드: ‘새로운 투자 대상’이 된, 미라클 모닝
📍브랜드: 의자가 잘못했네, 당신이 똑바로 앉지 못하는 이유
📍디자인: 목욕을 파티로! 신나는 목욕 문화를 디자인한다
[트렌드] ‘새로운 투자 대상’이 된, 미라클 모닝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말, 교과서 속 진부한 문장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이 다시 힘을 얻고 있어요. 아침이 단순히 하루를 여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시간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요즘 도심 곳곳에서는 ‘아침 전용 실험’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모닝 페이지로 감정을 정리하는 사람, 출근 전 한 시간 먼저 나와 러닝 크루에 합류하는 사람, 카페 조식 모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까지. 그냥 시간을 때우는 게 아니라, 아침을 ‘성장 자원’으로 환전하고 있는 셈이죠. 이쯤 되면 ‘퇴근 후 자기 계발’은 오래된 전략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다면 왜 굳이 아침일까요? 첫째, 아침은 ‘방해받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에요. 저녁은 야근, 약속, 피로 누적 등으로 쉽게 무너지고, 늦은 밤은 이미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죠. 반대로 아침은 ‘백지상태’에 가까워요. 출근 전 건강한 모닝 루틴을 지향하는 ‘서울모닝커피클럽(SMCC)’ 같은 모닝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대에 교류하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둘째, 아침은 ‘의식의 시간’이기도 해요. 저녁이 소비와 해방이라면, 아침은 자기 통제와 투자에 가까워요. ‘나는 매일 7시에 일어나 요가를 한다’, ‘나는 아침마다 글을 쓴다’ 같은 루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기 선언이자 정체성이 되죠. 그래서 요즘은 한 사람의 아침 습관에서 많은 신호를 읽을 수 있어요. 누군가가 어떤 아침을 보내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지가 보이니까요.
이런 흐름은 당연히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어요. ‘아침 전용 수업’, ‘조찬 모임’ 등은 물론이고 ‘아침 한정 메뉴’를 내놓는 브랜드 등 아침 시간대를 점유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죠. 심지어 최근에는 아침형 인간으로 잘 알려진 가수 장범준이 오전 6시부터 ‘미라클 모닝’ 공연을 개최하며 파격적인 시도에 나서기도 했고요. 특히 이 시간대의 소비는 ‘나는 이런 아침을 보내는 사람’이라는 자기표현이 되기에, 브랜드 입장에선 훨씬 매력적인 시장이에요.
결국 아침은 사회적 연결(모임), 자기 관리(루틴), 소비(식음료 및 콘텐츠)가 교차하는 새로운 경제권인 ‘아침 경제’로 확장되고 있어요. 이제 저녁 대신 아침이 여가, 투자 그리고 교류 등의 무대가 되기 시작한 거죠. 남은 질문은 하나예요. 저녁에서 아침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지금, 누가 먼저 이 ‘아침 경제’를 선점하느냐죠. 답은 어쩌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말에 있을지도 몰라요.
[브랜드] 의자가 잘못했네, 당신이 똑바로 앉지 못하는 이유
그리스 신화 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강도 ‘프로크루스테스’는 길에 지나다니던 사람을 집으로 데려와 침대에 눕혔어요. 침대보다 키가 크면 잘라내고, 작으면 억지로 늘렸죠. 누구도 이 잔혹한 시험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를 자기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출 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을 쓰곤 하죠.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일상에서도 반복되고 있어요. 침대가 아니라 의자 위에서요. 사람마다 키와 체형, 다리 길이와 어깨너비가 다 다른데, 시중에 있는 대부분 의자가 ‘표준 사이즈’라는 명목하에 우리 몸을 틀에 맞추길 강요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허리는 쑤시고, 목과 어깨는 뻐근해지는 등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이 불편함을 정면으로 풀어낸 브랜드가 바로 ‘사이즈오브(SIZE OF)’예요. 이동진 대표는 폐업 위기에 놓인 40년 된 아버지의 가구 공장에서, 반전을 써 내려갔어요.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는 의자의 불편함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계해낸 거죠.
첫째, ‘사람을 표준에 맞추는 대신, 표준을 사람에게 맞춘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어요. 사이즈오브는 한국인의 체형 데이터를 모은 ‘사이즈 코리아’를 토대로 좌판, 등판, 팔걸이 등을 재설계했죠. 고객이 주문할 때 키, 앉은키, 성별, 체중 정보를 입력하면 커스텀 부품을 조합해 탄생하는 종류만 48만 가지. 의자가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좌석 시스템’에 가깝죠. 그동안 의자가 나를 맞추게 했던 경험과는 정반대예요.
둘째, 맞춤 의자라고 해도 소비자에겐 여전히 큰 부담이 있었어요. 매장에서 잠깐 앉아본 걸로 10년을 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고,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사이즈오브는 이 불안을 풀기 위해 63일 체험 제도를 만들었어요. 하루 8시간씩 앉는다고 가정하면 무려 500시간 동안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 가능한 조건이에요. 결국 ‘소비자 혼자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를 브랜드가 함께 떠안아준 거죠.
결국 사이즈오브의 성공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거꾸로 뒤집은 데 있어요. 억지로 끼워 맞추던 경험을 ‘내 몸에 맞춰진 경험’으로 바꿔낸 것이죠. 데이터 기반의 설계, 신뢰를 주는 체험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의 ‘앉는 순간’을 디자인하는 관점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이즈오브는 단순히 의자를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앉는 경험의 혁신’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에요.
[디자인] 목욕을 파티로! 신나는 목욕 문화를 디자인한다
아이들에게 목욕은 여전히 ‘숙제 같은 시간’이에요. 부모가 머리를 감겨주고 몸을 씻겨주면, 아이들은 대개 빨리 끝내고 싶어 하죠. 그런데 최근, 이 지루한 목욕 시간을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놀이 시간으로 만든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어린이 목욕용품 브랜드 ‘케피(kefii)’예요. 이는 단순히 잘 씻기는 기능을 넘어서, 목욕을 하나의 감각적 체험으로 바꿔 놓은 디자인 덕분이죠.
케피의 시작은 ‘거품’이었어요.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케피는 화려한 패키지보다 성분과 질감을 우선했어요. 그래서 자체 ‘버블 연구소’를 만들고, 피부과 전문의 자문을 거쳐 자연 원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쫀득하고 촉촉한 거품을 개발했죠. 특히 낫토에서 발견한 유산균 성분으로 만든 케피 버블은 장시간 놀아도 피부가 건조하지 않고,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며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탱탱해요. '씻어라'라는 말이 ‘놀아라’라는 초대가 된 셈이죠.
그중 대표작은 버블 클렌저예요. 평범한 세정제가 아니라, 구름형, 누들형, 레이저형 등 다양한 모양의 거품이 손에서 바로 뿜어져 나오는 제품이에요. 새콤달콤한 과일 향기와 알록달록한 컬러, 몽글몽글한 질감은 아이들에게 ‘목욕 = 파티’라는 경험을 선사해요. 씻는 과정이 지루한 노동이 아니라, 거품을 모으고 흩트리며 놀 수 있는 창의적 놀이로 바뀌는 거예요.
여기에 배쓰 슬라임은 아이들의 촉각을 자극하는 또 다른 아이디어 제품이에요. 말랑말랑 늘어나는 슬라임이 물속에 풀리며 거품으로 변하는데, 촉감 놀이와 목욕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죠. 목욕을 싫어하는 아이들조차 손끝에서 느껴지는 재미에 자연스럽게 물에 뛰어들어요. 부모 입장에서는 ‘놀면서 씻긴다’는 점에서 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리얼 머드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겨냥했어요. 보통 머드팩은 성인용 뷰티 아이템인데, 케피는 이를 어린이 놀이로 가져왔죠. 아이들은 실리콘 브러시로 얼굴에 머드를 그리듯 바르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세안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부 관리까지 하게 돼요. 단순한 클렌징을 ‘그림 그리기 놀이’로 바꿔버린, 디자인적 전환이 돋보여요.
결국 케피의 디자인은 ‘제품 기능’뿐만 아니라 ‘목욕의 의미’를 다시 짰어요. 아이는 목욕을 즐겁게 기다리고, 부모는 전쟁 같은 시간을 놀이로 바꾸며 안도하죠. 그래서 케피는 단순히 어린이 목욕용품 브랜드가 아니라, 목욕 문화를 디자인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씻는 시간을 놀이로, 일상의 숙제를 기쁨으로 바꾼 작은 혁신. 바로 이 지점이 케피의 진짜 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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