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처럼 돌아가는, 라벨 숨긴 위스키?
팽이 장난감 같은 이 병,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어요. 정체가 무엇일까요? 바로, 위스키예요.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전면 라벨에서 브랜드, 연식, 캐스크 같은 주요 정보를 모두 알려주는데요. 이 정보들로 맛을 짐작하고, 상상하며 마시게 되죠. 그런데 런던의 신생 위스키 브랜드 ‘드램5(DRAM5)’는 이 순서를 과감하게 바꿨어요. 라벨을 숨기고, 먼저 위스키를 탐험하게 만들죠.
스카치 위스키 시장은 클래식과 프리미엄 라인이 강하고, 한정판 경쟁도 치열해요. 발렌타인, 조니 워커, 글렌피딕처럼 위스키를 잘 몰라도 들어본 이름들이 많죠. 그만큼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신생 브랜드가 주목받기는 쉽지 않아요. 반면, 입문자에게는 병당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져 진입 장벽이 높고요. 그렇다면, 이 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드램5는 그 질문의 답을 ‘블라인드’에서 찾았어요. 맛과 향에만 집중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제안하죠. 비싼 한 병보다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싶은 입문자와, 기존 위스키 시장에 권태를 느낀 사람들을 위해서요.
노란색 블라인드 박스를 열면, 팽이처럼 생긴 50ml 병 다섯 개가 들어 있어요. 크기와 형태는 같은데, 라벨은 보이지 않죠. 대부분의 위스키가 라벨과 병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드램5는 반대예요.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서 감각에만 몰입하게 만들거든요. 같은 형태의 병에 담겨 있어서, 오히려 맛의 차이가 더 또렷하게 느껴지고, 취향을 발견하기도 쉬워지죠.
게다가, 동봉된 테이스팅 매트와 팽이 모양의 병은 시음을 작은 게임처럼 만들어요. 매트에는 다양한 맛의 뉘앙스가 인쇄돼 있는데요. 병을 돌려가며 시음하고, 느낀 맛을 찾아 기록할 수 있죠. 시음을 마친 뒤에는, 병 하단에 숨겨진 정보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적어둔 맛과 비교하는 또 다른 재미가 이어지고요.
진입 장벽을 낮춘 것도 드램5의 강점이에요. 5병이 들어 있는 한 박스의 가격은 95파운드(약 17만 원). 각 병에는 드램5를 위해 특별히 만든 위스키가 담겨 있고, 울트라 레어(5%), 레어(35%), 프리미엄(60%) 캐스크로 구성되어 있죠. 프리미엄급 이상 위스키 한 병의 가격이 수십만 원대에 이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희귀 라인을 경험할 수 있는 셈이에요. 취향을 찾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죠.
라벨이라는 장벽을 지우고, 자유롭게 취향을 탐험하도록 디자인한 위스키. 드램5는 입문자에겐 부담 없는 실험이, 위스키를 오래 즐겨온 애호가에겐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돼요. 위스키의 재발견, 팽이 돌리듯 가볍게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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