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기차역 시계가 50년 만에 바뀐 사연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최근 런던브리지역에,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 있어요. 바로 기차역의 시계예요. 시계 하나 바뀐 게 무슨 큰일이냐고요? 이번 변화는 의미가 남다르거든요. 영국 철도 역사상 무려 50년 만에 바뀐 ‘국가 공식’ 철도 시계 디자인이니까요. 그렇다면 시계가 어떻게 또 왜 바뀌게 된 걸까요?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공식 철도 시계 디자인이 제정된 건 1974년이에요. 지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철도 시계는 공공 시간의 기준이었어요. 열차가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려면, 전국 모든 역에 똑같은 디자인과 크기의 시계가 걸려 있어야 했어야 했죠. 사람들은 그 시계에 맞춰 일상을 보냈고요.
하지만 1990년대, 영국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어요. 철도 운영사가 여러 개로 나뉘고, 브랜드별 정체성이 강화되면서 각 역의 시계는 크기도, 색상도, 폰트도 제각각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영국은 철도 개통 200주년을 맞이해, 흩어졌던 시간을 다시 하나로 통일하기로 한 거예요.
영국 철도 공기업인 ‘네트워크 레일(Network Rail)’은 영국 왕립 건축가 협회, 디자인 뮤지엄과 함께 국제 디자인 공모전을 열었어요. 전 세계 14개국에서 100개가 넘는 작품이 접수될 만큼 경쟁이 치열했죠.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된 건 디자인 스튜디오 ‘Design Bridge and Partners’였는데요. 디자인을 어떻게 했을까요?
이 시계의 이름은 ‘레일 클락(Rail Clock)’. 외형은 단순하지만 의미는 깊어요. 직경 1.8m의 원형 프레임에, 멀리서도 시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디지털 시계를 중간에 넣었어요.
이 시계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초침의 역할을 하는 빨간색 화살표인데요. 영국 철도의 상징인 ‘더블 애로우(Double Arrow)’로 디자인했죠. 이 두 개의 화살표는 시계 외곽을 따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30초마다 교차해요. 마치 두 열차가 플랫폼 양쪽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듯한 모습이죠. 이 화살표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정과 연결의 의미를 담았다고 해요.
폰트에는 배려심을 더했어요. 영국 철도 시스템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레일 알파벳 투(Rail Alphabet Two)’. 이 글씨체는 디자인 전문가뿐 아니라 접근성 위원단과 시각장애인 자문단의 협업으로 완성했어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설계한 거예요. 표기는 24시간제로, 역의 혼잡한 환경에서도 명확하게 시간을 인식할 수 있죠. 향후 이 시계는 영국의 주요 기차역, 디지털 출발 정보판, 플랫폼 표지 시스템 등으로 점차 확장해 적용될 예정이에요.
도시를 연결하는 방식을 시계 디자인으로 찾은 런던. 이처럼 런던은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크리에이티브한 도시예요. 어떻게 이토록 디자인에 진심인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다음 이야기에서 비결을 엿볼 수 있어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가, 극장 대신 디자인 뮤지엄으로 간 이유?
런던은 디자인이 일상 깊숙이 스며든 도시예요. 기차역의 시계부터 지하철 노선도, 거리의 간판과 매장의 디스플레이까지 도시 전체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가득하죠. 2025년 겨울, 영국에서 디자인 영감을 본격적으로 채우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전시가 있어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의 세계를 디자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첫 대규모 회고전 〈웨스 앤더슨: 더 아카이브(Wes Anderson: The Archives)〉예요.
전시는 제목 그대로, 웨스 앤더슨이 30년 넘게 쌓아온 창작의 아카이브를 공개해요. 199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영화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살펴볼 수 있죠. 600점이 넘는 전시품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보드, 캐릭터 스케치 등 그의 영화 제작 기술이 담겨 있어요. 또, 실제 캐릭터가 입었던 의상이나 사용한 소품 등이 포함돼 영화 팬들에겐 재미를 더하죠.
이 전시는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는데요. 왜 영화감독의 회고전을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까요?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영상 그 이상이에요. 색체의 팔레트, 완벽한 대칭, 독창적인 타이포그래피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디자인된 세계죠. 그의 영화는 미적으로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이끌고, 서사를 드러내는 역할도 해요.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점을 주목했어요. 그래서 완성된 영화 장면뿐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작업 노트와 스케치, 스토리보드까지 공개하며, 한 편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 디자인으로 완성되는지 보여줄 예정이죠.
그렇다면, 이 전시가 열리는 디자인 뮤지엄은 어떤 곳일까요? 디자인 뮤지엄은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전문 뮤지엄이에요. 1989년, ‘콘란샵’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테런스 콘란’이 설립했죠. 이후 2016년, 켄싱턴 하이 스트리트로 이전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요. 개관 이후 줄곧 디자인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들을 이어오고 있어요.
이곳의 미션은 분명해요. ‘디자인은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존재가 지속가능하게 번영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전시와 연구를 통해 디자인이 사회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기록하고 있어요. 나아가, 디자인 어워즈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디자이너를 지원하고, 더 나은 디자인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도 힘쓰고 있죠.
결국, 디자인 뮤지엄은 ‘무엇이 아름다운지’ 묻기보다,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할지’를 탐구하는 공간이에요. 디자인으로 삶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이런 뮤지엄이 있다는 건, 앞으로 런던 또한 더 나은 도시로 디자인될 거라는 믿음을 줘요. 앞으로 런던은 또 어떤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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