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쿄 트렌드, 인생 ‘리셋’하기?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매주 화요일은 도쿄로 호핑(Hopping)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을 눈여겨봐야 할지, 도쿄의 아이디어를 트렌드, 브랜드, 디자인 관점으로 살펴볼까요?
최근 도쿄의 긴자 지역에 심쿵주의보가 발령됐어요. 7월 11일,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의 플래그십 매장이 새로 오픈했거든요. 이전에도 긴자 거리에 플래그십 매장이 있었는데, 게다가 긴자는 명품 거리라 럭셔리 브랜드가 넘쳐나는데 웬 호들갑이냐고요? 베일을 벗은 빌딩의 색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새로 오픈한 플래그십은 티파니 블루 색으로 디자인했으니까요.
티파니 블루는 에메랄드 초록빛이 나는 색이에요. 그런데 이 색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죠. 여성들은 티파니 블루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느끼거든요. 브랜드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에 따르면, 티파니 블루 박스를 본 것만으로 여성들의 심장박동이 22% 상승해요. 그러니 이제 긴자 거리를 걷다보면 여성들의 심장이 쿵쾅거려 위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티파니의 새로운 플래그십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티파니 전체 매출의 20%가 일본에서 나오는 데다가, 미국에 이어 매장 수(64개)가 두 번째로 많을 만큼 일본이 중요한 시장이어서죠. 게다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수가 역대 최고치인 3,687만 명(2024년 기준)에 달하고 긴자 지역이 도쿄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걸 고려하면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어요.
여성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이 플래그십 매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아오키 준’이 디자인했어요. 그는 LVMH 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미 긴자의 루이비통 플래그십 매장, 그리고 로로 피아나 플래그십 매장을 디자인했는데요. 건물 외관을 물결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니, 긴자 거리를 걷다가 빌딩에 물결이 친다 싶으면 아오키 준 작품이라고 보면 돼요. 아오키 준 덕분에 안 그래도 화려한 긴자 거리가 더 유려해졌죠.
긴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명품 거리예요. 하지만 시티호퍼스는 이 감각의 명품 거리를 영감의 보물 창고 삼아 거닐며 스터디했어요. 그렇다면 도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트렌드] 요즘 도쿄 트렌드, 인생 ‘리셋’하기?
📍[브랜드] 100년 역사의 규동 전문점이 타조 덮밥을?
📍[디자인] 일본 국민 문구 브랜드의 디자인 클라스는?
[트렌드] 요즘 도쿄 트렌드, 인생 ‘리셋’하기?
인생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한 불가능해요. 다만 지금을 바꾸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죠. 그래서 요즘 일본에선 삶을 다시 설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지친 일상과 선택에 대한 회의 속에서 ‘인생의 모든 것은 리셋 가능하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는 거예요.
일본의 광고 대행사 하쿠호도는 이 현상을 ‘리세터블 라이프(Resettable Life)’라 이름 붙였는데요.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리셋하고 있을까요? 3가지 방법있어요.
1️⃣ 리셋 유학
해외 유학을 통해 인생에 변화를 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20대의 학생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도 삶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유학을 선택하죠. 외국어를 배우려는 목적보다는 사고 방식이나 환경 자체를 재구성하고 배움을 통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려는 목적이 커요.
2️⃣ 리셋 단식
몸의 리듬을 리셋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방법은 간단해요. 하루 이틀간 효소 음료만 마니면서 몸을 비워내는 거예요. 다이어트랑은 개념이 달라요.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신체의 기능을 리셋하기 위해 하는 거니까요. 컨디션이 무너졌거나 밸런스가 맞지 않을 때, 몸을 회복시키는 루틴으로 자리잡고 있죠.
3️⃣ 리셋 아바타
온라인 정체성을 리셋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요. 본캐를 두고 부캐를 추가하는 것과는 달라요. SNS 피드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초기화하는 등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를 새롭게 설정하는 거죠. 디지털 공간에서 자아를 실험하고 탐색하려는 목적이에요. 온라인에서의 정체성이 바뀌면 현실도 달라질 수 있겠죠?
[브랜드] 100년 역사의 규동 전문점이 타조 덮밥을?
일본에는 ‘서민형 패스트푸드’ 체인 브랜드가 여럿 있어요. 빠르고 저렴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들이죠. 대표적인 브랜드는 ‘요시노야’(Yoshinoya). 규동(쇠고기 덮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에요. 가격대는 400~700엔(약 4~7천원)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인기죠.
경기가 어려워져서 등장한 가성비 브랜드가 아니에요. 1899년에 시작했으니 125년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요. 빠르고 저렴한 전통 규동의 원조 브랜드인 셈이죠. 일본에 1,250개 이상,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에도 약 1,000개의 매장이 있고요. 이 요시노야가 미래를 위한 신메뉴를 개발했는데요. 그 정체가 예상 밖이에요.
오스트리치동(타조 덮밥)
요시노야는 2024년 8월부터 오스트리치동을 일부 점포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파격적인 메뉴로 마케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에요. 미래를 대비한 진지한 실험이죠. 기후 변화와 식량 문제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특정 동물에 식재료가 집중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규동 전문점이지만 규동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 거예요. 실제로 2003년에 미국발 광우병 사태로 요시노야는 타격을 받은 적이 있었죠.
물론 돼지나 닭고기로 만드는 부타동과 야키토리동이 있어요. 하지만 이 동물 역시도 다른 음식의 재료로 많이 쓰이니 언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제 4의 고기로 ‘타조’에 주목한 거예요. 칼로리, 지방, 단백질 등 영양가나 맛 등이 소, 돼지, 닭 등에 못지 않아서죠. 일시적인 시도도 아니에요. 요시노야는 계열사를 통해 타조 목장을 인수해 500마리 정도를 사육하면서 식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어요.
가격은 1,848엔(약 1만 8천원). 요시노야의 규동 메뉴에 비하면 3배 이상 높은 가격이지만 판매는 호조세예요. 지금까지 10곳의 매장에서 6만 그릇 이상 팔렸거든요. 그리고 2025년 3월부터는 온라인 숍에서 ‘타조 고기 로스트’ 냉동 제품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요시노야가 내다본 미래대로, 과연 타조는 제 4의 고기가 될 수 있을까요
[디자인] 일본 국민 문구 브랜드의 디자인 클라스는?
일본 국민 문구 브랜드는? 바로 고쿠요(Kokuyo). 베스트셀러 ‘캠퍼스 노트’를 만든 브랜드로, 일본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어요.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문구뿐만 아니라 오피스 가구, 디지털 문구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죠.
고쿠요는 매년 ‘고쿠요 디자인 어워드’(Kokuyo Design award)를 개최하는데요. 혁신적인 문구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제 상품으로 만들죠. 덕분에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제품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제품 3가지를 살펴볼까요?
1️⃣ 덧없이, 아름답게 달력
날짜가 사라지는 달력이에요. 하루가 끝날 때마다 실을 당겨 날짜를 풀어내는 방식이죠. 단순히 디자인 목적으로 날짜를 사라지게 만든 게 아니라 철학적인 의미를 담았죠.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하루의 여운을 되새겨 보라는 거예요. 가격은 5,000엔(약 5만원).
2️⃣ 스마트 더블 클립
클립은 종이 뭉치를 집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때 사소하지만 불편함이 있어요. 종이를 넘길 때 클립의 모서리에 때문에 종이 넘김이 부자연스러워지죠. 스마트 더블 클립은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종이를 넘기는 모서리 모양에 맞춰 비스듬히 디자인했거든요. 가격은 5개입 1,100엔(약 11,000원).
3️⃣ 흑백 노트북
공책의 종이색을 회색으로 했어요. 흰색이 아니라 회색으로 디자인한 이유가 뭘까요. 이렇게 하니 흰색 펜을 사용할 수 있어, 흰색과 검정색만으로 눈에 띄는 필기가 가능해져요. 모노톤으로도 내용을 강조할 수 있는 노트가 됐죠. 가격은 1,210엔(약 12,000원).
오늘의 도쿄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상하이로 떠날 예정이에요. 상하이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