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은 가장 조용한 클럽으로 들썩이는 중?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오늘은 점심 메뉴 고민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해 볼까 해요. 아직 식사 전이라면, 건강하고 맛있게 ‘랍스터 샐러드’, 후식으로는 ‘멜론’ 어때요? 맛있는 소스에 버무린 신선하고 통통한 바닷가재 살, 풍부한 과즙에 향까지 달콤한 머스크 멜론.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점심이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여기에 가정을 하나 더 붙여 볼게요. 1파운드(약 450g)에 100달러(약 14만원)짜리 랍스터 샐러드와 1통에 400달러(약 56만원)인 멜론이라면 어떤가요? 군침이 싹 돌다 가도, 가격에 입이 벌어져 허기마저 가시는 것 같아요. 물론 고급 식재료로 만든 샐러드에 고급 과일이기는 하지만 쉽사리 손이 가는 가격은 아니죠.
그런데 이런 메뉴와 가격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인 곳이 있어요. 그곳은 바로 뉴욕 주 ‘더 햄톤즈(The Hamptons)’. 더 햄톤즈는 이른바 뉴욕 올드 머니들의 별장이 모여 있는 지역이에요. 롱 아일랜드에 위치해 있어 뉴욕 맨해튼에서 차로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한적한 바닷가라 휴양지로 인기가 좋죠.
더 햄톤즈에는 주요 고객들의 입맛에 맞춰 고급 식료품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요. 올 여름, 이런 고급 식료품점들 사이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소식이에요. 물론 가격을 인하하는 방향이 아니라, 특정 식재료 전문 숍을 열거나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새로운 고급 식재료를 들이는 식으로요.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졌죠.
하나의 덩굴에서 1개의 멜론만 자라게 해 달콤함을 응축한 일본산 멜론, 독점 브랜드 햄프톤 캐비어 등을 파는 ‘팜 앤 포리지 마켓(Farm & Forage Market)’,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랍스터 샐러드를 출시한 ‘로브스 앤 피쉬스(Loaves & Fishes)’ 등이 대표적이에요. 가격보다 품목과 품질을 더 중요시 여기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장사를 하다 보니, 경쟁의 방향도 다르게 흘러 가요.
어디 식료품뿐인가요? 더 햄톤즈 사람들을 겨냥한 택시 서비스도 있어요. 더 햄톤즈에서 쉬다가 갑자기 브루클린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크로아상이 먹고 싶다면? ‘토트 택시(Tote taxi)’에 전화하면 돼요. 토트 택시는 뉴욕 시와 더 햄톤즈 사이를 오가며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당일에 배송해 줘요. 잡지, 테니스 라켓, 심지어 처방전이나 강아지까지 합법적인 물품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죠.
품목이나 수량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맨해튼에서 더 햄톤즈의 가장 동쪽인 몬탁까지 당일 배송 비용은 약 350달러(약 49만원)이에요. 누가 이런 비싼 서비스를 이용할까 싶지만, 실제로 토트 택시는 연간 수십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다고 해요.
그야말로 그들이 사는 세상, ‘그사세’의 이야기인 듯 한데요. 그렇다면 우리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 뉴욕에서 주목할 만한 ‘우사세’의 소식들을 전할게요.
📍트렌드: 지금 뉴욕은 가장 조용한 클럽으로 들썩이는 중?
📍브랜드: 만두는 캔버스다,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만두!
📍디자인: 거대 조각상을 ‘잘라서’ 파는데도 줄 서는 이유
[트렌드] 지금 뉴욕은 가장 조용한 클럽으로 들썩이는 중?
요즘 뉴욕에서 가장 핫한 클럽은 이거예요. 그 어떤 클럽보다 조용하고, 뉴욕 어디에서든 일어나며,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명이 모이는 클럽이죠. 바로 ‘리딩 리듬(Reading rhythms)’이 운영하는 ‘독서 파티(Reading party)’예요. 실제로 최근, 뉴욕의 명소 중 하나인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에서 열린 독서 모임에는 무려 750명의 사람들이 참여했어요. 그렇다면 리딩 리듬의 독서 모임은 무엇이 특별한 걸까요?
리딩 리듬의 독서 파티는 ‘느슨한’ 독서 모임이에요. 정해진 책도, 읽어야 하는 챕터도 없죠. 대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호스트가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BGM 삼아 읽어요. 모임에 따라 구성이 다르지만, 대체로 30분~1시간 정도 개인 독서 시간을 갖고, 각자 읽은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눠요. 한 권의 책, 혹은 공통된 책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즉석으로 의견을 나누니 부담이 없죠. ‘따로 또 같이’의 감각을 최소한의 형식으로 구현해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소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거예요.
매번 열리는 독서 파티마다 장소도 다양해요. 야외 공원, 루프탑 바, 호텔 로비, 심지어 스파나 지하철까지 여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독서 파티의 장소가 될 수 있죠. 마치 요가나 명상처럼, 그 활동 자체를 넘어 독서를 둘러싼 공간까지 고려하는 거예요. 익숙한 장소를 독서라는 생소한 맥락으로 경험하는 것 또한 리딩 리듬의 매력 요소 중 하나죠. 그런데 리딩 리듬은 어쩌다, 왜 이런 모임을 시작하게 된 걸까요?
리딩 리듬은 2023년, 그저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자 했던 4명의 친구들로부터 출발했어요. 작은 옥상에 조명과 간식을 갖추고 10명의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했죠. 처음 4~5개월 동안은 취미 활동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소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어요. 리딩 리듬의 컨셉에 공감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자기 도시에서 호스트가 되기를 자처하기도 했죠. 덕분에 뉴욕에서 시작한 리딩 리듬은 현재 시카고, LA, 샌디에이고, 토론토 등에서 독서 파티를 열고 있어요.
"리딩 리듬은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뉴욕의 친구들로부터 시작됐어요. 이는 누군가와 지역 사회의 관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예요. 소외감을 느끼던 외로운 독자는 사려 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마침내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오늘날 리딩 리듬의 궁극적인 사명입니다. 바로 독서를 통해 소속감을 만들어내는 거죠."
- 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 창업자, <Famous Campaigns>와의 인터뷰 중
요즘은 SNS에서 더 쉽게,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오프라인의 현실 세계에 대한 갈증은 커지고, 외로움은 더욱 짙어졌어요. 그 틈을 파고든 리딩 리듬은 독서를 매개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사회적 웰빙’이에요. 벤 브래드버리는 “술 없는 술집과 웰빙 스피크이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리딩 리듬이 문학적인 답이다”라고 말하죠.
리딩 리듬은 앞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와 소규모 교외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에요. 이에 멤버십 모델도 개발 중이죠. 독서 모임이자, 웰빙 체험이자, 사회 실험이기도 한 리딩 리듬은 뉴욕의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요?
[브랜드] 만두는 캔버스다,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만두!
뉴욕 양키스는 최근, 2025년 시즌 동안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에서 즐길 수 있는 F&B 매장 라인업을 발표했어요. 야구팬들에게 경기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있는 음식은 야구 경기 관람의 흥을 돋우죠.
뉴욕답게 치킨, 타코, 햄버거 등을 종목으로 하는 각종 뉴욕의 맛집들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어요. 이중에서 올해 처음 양키 스타디움에 입점한 곳들 중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브루클린 덤플링 숍(Brooklyn Dumpling Shop)’이에요. 사실 뉴욕에서 만두 자체는 트렌디한 품목은 아니에요. 중국 음식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파는 흔하디 흔한 메뉴에 불과하죠. 그런데 이런 만두가 양키 스타디움에 등장하다니, 뭔가 특별한 면모가 있을 것만 같아요.
‘한 입씩 새롭게, 재해석한 만두(Dumplings Reimagined, One Bite at A Time)’
브루클린 덤플링 숍의 슬로건이에요. 브루클린 덤플링 숍은 만두를 새롭게 접근해요. 만두를 ‘캔버스’로 생각하고, 셰프의 상상력을 펼치죠.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익숙한 만두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이 익숙한 베이컨 치즈버거, 버팔로 치킨, 맥앤치즈 등을 넣어 새로운 덤플링을 선보이는 거예요. 최근에는 한국식 바비큐, 쿵파오 치킨, 베이징덕, 타이 커리 등 아시아의 맛을 만두화해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브루클린 덤플링 숍은 이렇게 만든 덤플링을 ‘50g짜리 샌드위치’라고 불러요. 먹고 싶은 재료를 넣어서 먹는 샌드위치처럼 덤플링도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먹을 수 있다고 제안하는 거예요.
속재료뿐만 아니라 덤플링을 먹는 방식도 새롭게 접근하는데요. 덤플링은 일반적으로 점심이나 저녁에 식사로 먹거나 허기질 때 간식으로 먹어요. 하지만 브루클린 덤플링의 유명 메뉴 중 하나인 ‘스매시드 애플 파이 덤플링’은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만두예요. 애플파이 필링이 들어간 만두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을 것을 권하죠. 덤플링을 찾을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주고, 만두가 설 자리를 넓히는 셈이에요.
이렇게 다양하고 혁신적인 맛의 만두는 판매 방법 또한 남달라요. 브랜드가 처음 출범했던 2021년부터 일찌감치 비대면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했는데요. 음식을 주문하고 수령하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 인건비를 최소화했어요. 덕분에 코로나 시기도 무사히 지나 성장할 수 있었죠. 현재는 뉴욕을 넘어 마이애미, 댈러스, 심지어 캐나다의 주요 도시까지 진출했어요. 이렇게 사세를 확장하는 가운데 야구장 진출도 신기한 일이 아니죠
그러고보니 만두는 한 입 크기의 음식으로 흔히 야구장에서 먹는 메뉴들보다 야외에서 즐기기에 더 적합한 메뉴예요. 밖에서 손쉽게 한 알씩 집어 먹을 수 있어 핑거푸드로 제격이죠. 여기에 셰프의 상상력을 발휘해 뉴욕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만두를 재해석하니, 야구 팬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죠. 이제 야구를 향한 팬심이 만두를 향하는 건 시간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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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거대 조각상을 ‘잘라서’ 파는데도 줄 서는 이유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로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 온 브루클린 베이스의 예술 회사가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스치프(MSCHF)’예요. 미스치프라는 이름은 ‘장난’, ‘장난꾸러기’를 뜻하는 ‘미스치프(Mischief)’에서 자음만 따와 지었어요. 미스치프는 이름처럼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장난기로 풀어내죠.
미스치프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몇 가지를 살펴 볼까요? 2023년에는 너비가 0.76mm가 채 되지 않는 루이비통 온더고(OnTheGo) 토트백을 만들었어요. 너무 작아서 가방의 기능은 커녕, 육안으로 식별하기도 힘들 정도의 크기예요. 기능보다 로고에 집착하는 행태를 풍자했죠. 미스치프가 만든 이 초소형 온더고 토트백은 경매에서 63,000달러(약 8,800만 원)에 낙찰되었어요. 300~400만원 대에 판매되는 루이비통 온더고 토트백보다도 2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된 거예요.
2021년에는 <앤디 워홀의 <페어리>를 복제했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라는 제목의 그림 999점을 만들어 판매했어요. 이 그림들은 앤디 워홀의 <페어리>라는 원본 작품을 스캔해 로봇팔이 똑같이 그린 것으로, 육안으로는 원본과 식별하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이 때 미스치프가 판매한 작품의 갯수는 999개가 아니라 총 1,000개예요. 복사본에 원본을 섞어 똑같이 250달러(약 35만 원)에 판매한 거예요. 구매자 중 누군가는 원본을 갖고 있는 셈이에요. 하지만 판매 전 원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흔적을 지워 구별이 힘들죠.
이는 미학보다 진품성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현 예술계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였어요. 원본을 물리적으로 손상하지 않고도, 작품의 진품성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린 거죠. 이처럼 재미있는 상상력과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풍자하자 공개하는 프로젝트마다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온오프라인에서 바이럴을 타요. 미디어로서 영향력을 가지는 거예요.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은 곧 매출로 이어지는데요. 미스치프는 예술 창작 집단으로서 꽤 높은 매출을 올려요. 앞선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듯, 프로젝트 하나당 수천~수억원의 매출은 기본이에요. 매번 작품을 한정판으로 론칭 및 판매하는 ‘드롭(Drop)’ 형식으로 2주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니 꽤 쏠쏠하죠.
2019년에 시작된 미스치프는 벌써 1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어요. 지난 7월 10일에는 125번째 프로젝트를 공개했는데요. 이번에는 10만 달러(약 1억4천만 원)짜리 거대한 아기 조각상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 조각상을 ‘나눠서’ 판매해요. 1명에서 최대 1천명까지 아기 조각상을 구매할 수 있고, 조각 수가 많아질 수록 1인당 가격이 낮아져요. 예를 들어 구매자가 1명이 구매할 경우 10만 달러에 조각상을 구매할 수 있고, 구매자가 1천 명인 경우 1조각당 가격은 100달러(약 14만 원)로 내려 가죠.
“예술 작품과 우리들 사이의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싶을 때마다 그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식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대중이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아요. 이 ‘솔로먼의 아기’는 적어도 경험을 천 배는 확장하는 메커니즘이에요. 모든 구매자들이 이 조각품이 만들어내는 삶의 궤적에 참여하게 되죠.”
- 케빈 위즈너, 미스치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스트 컴퍼니>와의 인터뷰 중
미스치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예술 작품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자 했어요. 이번 작품의 메시지 또한 빠른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순식간에 1천 명의 구매자가 모였죠. 지금은 또 126번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요. 다음 프로젝트는 8월 5일에 공개될 예정이에요. 이번에는 또 어떤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지, 미스치프의 다음 장난이 기대돼요.
오늘의 뉴욕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런던으로 떠날 예정이에요. 런던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