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광고의 바이블, 선물만큼 기다려지는 이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크리스마스 시즌은 광고계의 축제이자 전쟁이에요. 너나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크리에이티브를 쏟아내 광고를 제작하거든요. 연중 가장 치열한 쇼핑 시즌에 소비자들의 눈과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은 유난히 반짝여요.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심지어 충격적이기도 하죠.
그간 영국에서 역대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광고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집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어요. 바로 영국 런던에 본점이 있는 백화점, ‘존 루이스(John Lewis)’예요. 유튜브 조회 수, 리트윗 갯수, 구글 검색 데이터 등 어떤 것을 근거로 하더라도 존 루이스의 크리스마스 광고는 빠지지 않아요. 존 루이스의 올타임 레전드 광고들은 크리스마스 캠페인의 정석이자, 바이블처럼 여겨지죠.
2025년에도 존 루이스는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공개하며 많은 런더너들을 크리스마스 모드로 몰입시켰어요. 올해의 광고는 평범한 영국의 가정집을 배경으로, 중년 아버지와 말 수 적은 10대 아들이 등장해요. 무뚝뚝한 아들이 아빠를 위해 고른 크리스마스 선물은 앨리슨 리메릭의 1990년 댄스곡, ‘Where Love Lives’ 바이닐 레코드. 심지어 선물도 직접 전해주는 게 아니라 아들이 트리 아래 놓아 둔 선물을 아버지가 발견하고 조용히 셀프 언박싱을 하죠. 아버지는 선물 받은 레코드를 재생하며 잠시 클럽에서 춤과 음악을 즐기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다가도, 이내 아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요. 그러다 현실로 돌아와 말없이 아들을 꼬옥 안아주고요.
이번 광고 캠페인은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다면, 선물을 찾으세요.(If you can’t find the words, find the gift.)”라는 메시지로 감동을 소비의 동기로 연결시킨 건 기본이에요.
무엇보다 백화점 광고 캠페인에서 엄마, 딸이 아닌 아들과 아버지가 등장한 게 이례적이에요. 2024년 크리스마스 광고만 해도 두 자매가 주인공이었죠. 이런 변화는 요즘 영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예요. 요즘 영국에서는 부성애, 남성의 고립감 등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관심이 높거든요. 넷플릭스와 같은 OTT나 출판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소재죠.
이처럼 존 루이스는 당시의 영국 시대상을 반영하며 범국민적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재주가 있어요. 올해 크리스마스 캠페인도 존 루이스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만 벌써 조회 수가 250만에 육박하죠. 댓글은 이미 “마치 내 삶과 정확히 똑같다”, “벌써 5번이나 봤고, 볼 때마다 운다” 등 중년 남성 시청자들의 공감으로 가득해요. 올해뿐만이 아니에요. 존 루이스는 2011년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을 기점으로 영국인들의 마음에 연말의 감동을 선물해 왔어요.
이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도래할 즈음, 영국 사람들은 존 루이스의 광고 캠페인을 기다려요. 스토리텔링, 스토리와 어우러지는 BGM, 그리고 물질이 아니라 가치를 조명한 덕분이에요. 존 루이스는 감성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2분 내외의 광고에 엮어내요. 단순히 크리스마스를 위한 쇼핑 장소가 아니라 연말 시즌의 본질을 이해하고 기념하는 브랜드로서 자리 잡고, 소비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죠.
기존 광고 중 역대급 광고라고 평가 받는 캠페인을 하나 더 살펴 볼까요? 2013년의 <곰과 토끼>는 친구인 곰과 토끼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에요. 겨울잠을 자야하는 곰의 특성상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없어 늘 크리스마스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었죠. 곰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축제 준비가 한창인 친구들을 뒤로한 채 아쉬운 마음을 품고 동굴로 들어가요. 이런 곰을 본 토끼는 곰이 겨울잠을 자러 간 동굴에 선물을 하나 전달해요. 이 선물의 정체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곰을 깨워줄 알람 시계였어요. 덕분에 곰은 알람을 듣고 깨어나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길 수 있었죠. 토끼는 곰에게 크리스마스 그 자체를 선물한 셈이에요.
<곰과 토끼>의 메시지는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선물하세요.(Give someone a Christmas they’ll never forget.)”예요. 처음 보는 크리스마스야말로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일 거예요. 존 루이스는 겨울잠을 자는 곰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처음 경험하는 순간의 기쁨을 표현했죠. 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속에 우정, 나누는 기쁨, 함께하는 즐거움 등 누구나 감동 받고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녹아 있고요. 보편적인 감정을 존 루이스만의 크리에이티브로 표현해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어요.
이처럼 존 루이스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광고를 빨리 넘기고 싶은 것에서 보고 싶은 것으로 변화시켰어요. 게다가 이런 광고 시리즈가 10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식을 기다리듯, 사람들은 존 루이스의 광고를 기다리죠. 게다가 이제는 TV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공유되는 시대이니, 존 루이스의 광고는 앞으로 더욱 멀리 퍼지지 않을까요? 영국 사람들의 마음 속 온기와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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