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캔디 브랜드가 할로윈에 ‘잠수 이별’을 주목한 이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요즘 브랜드에게 Z세대와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어요. Z세대의 구매력과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24년 9조 8천 억 달러였던 Z세대의 구매력이 2030년에는 12조 6천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점차 중요도가 높아지는 Z세대의 특징이 쉽게 파악되거나 하나의 특징으로 묶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글로벌 PR회사 ‘에델만’의 Z세대 연구소인 ‘에델만 젠Z 랩스’는 <The Great Gen Z Divide>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Z세대는 더 이상 하나의 세대가 아닙니다. 여러 개의 경계선을 넘어 분열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요. 에델만 젠Z 랩스는 이 보고서에서 Z세대를 나이에 따라 23~29세인 Z세대 1.0과 13~22세인 Z세대 2.0으로 구분했어요. 그리고 Z세대 1.0과 2.0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죠.
브랜드들은 역사상 가장 복잡하지만, 가장 중요한 세대로 떠오른 Z세대에 대한 인사이트가 필요해요. 이에 최근 에델만 같은 유서 깊은 PR에이전시 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위한 ‘Z세대 번역가’를 자처하는 에이전시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LA 베이스의 Z세대 전문 마케팅 에이전시 ‘나인티에잇(NinetyEight)’이 대표적이에요.
나인티에잇은 Z세대가 탄생한 년도인 1998년에 착안한 회사 이름처럼, 공동창업자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Z세대예요. 그래서 자랑스럽게 “우리를 위해, 우리에 의해, 우리를 넘어.(FOR US, BY US, BEYOND US.)”라는 슬로건을 내세우죠. 나인티에잇은 약 1,700명의 Z세대가 속한 리서치 커뮤니티 ‘코이 폰드(Koi Pond)’를 운영하며 그 안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로 브랜드와 Z세대 간의 간격을 좁혀요.
아직 이런 Z세대 번역 산업은 초기 단계예요.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미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는 중이라고 해요. Z세대의 중요도가 높아질 수록, Z세대를 읽고자 하는 브랜드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나의 세대를 브랜드에 번역해 주는 산업이라니. 생소하지만 앞으로는 더 그럴 듯한 산업으로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한편 현업에 있는 브랜드들도 Z세대 번역가 못지 않게 Z세대를 이해하는 나름의 역량을 쌓아가고 있는데요. Z세대의 문화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의적절하면서도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을 선보이고 있어요. 특히 다가오는 10월 말, ‘Z세대의 명절’이라고도 불리는 할로윈을 타깃해 Z세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도 있죠. 그 현장이 있는 뉴욕으로 함께 호핑해 볼까요?
[브랜드] 이 캔디 브랜드가 할로윈에 ‘잠수 이별’을 주목한 이유
매년 10월이면 전 세계가 축제 분위기로 물들어요. 10월 31일, ‘할로윈’을 기념하기 위해서예요. 할로윈은 원래 기독교 문화권의 기념일로,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의 전날 밤을 기념하는 데에서 유래했어요. 만성절 이브에 죽은 성인들을 기리던 것이 귀신, 주술 등과 연계되어 공포를 즐기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거죠.
오늘날의 할로윈은 종교적인 성격보다 유령, 해골, 마녀 등의 코스튬을 입고 파티를 즐기는 축제에 가까워요. 그렇다보니 발렌타인 데이, 빼빼로 데이 등 다른 상업적 기념일과 비슷하게 기업들의 마케팅의 소재가 되었어요. 보통 할로윈 컨셉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SNS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식이죠.
반면 미국의 사탕 브랜드 ‘스윗하츠(Sweethearts)’는 다가오는 할로윈을 기념해 뻔한 프로모션이 아닌 스윗하츠만의 위트를 선보였어요. 매출 증대는 물론,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요. 원래 스윗하츠는 ‘결혼해줘(Marry me)’, ‘영원히(Forever)’, ‘너뿐이야(Only you)’ 등 달콤한 메시지가 캔디에 새겨져 있는 사탕이에요.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하는 메신저로 기능하죠. 그런데 이렇게 사랑을 말하던 캔디 브랜드가 어떻게 할로윈을 기념하고 있을까요?
스윗하츠의 이번 할로윈 에디션은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시작되었어요. 스윗하츠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50%가 연애에 있어서 ‘고스팅(Ghosting)’, 즉 갑자기 연락을 끊는 잠수 이별을 최악의 요소로 여긴다고 해요. 뉴욕에 본사를 둔 심리 상담 센터인 Thriving Center of Psychology도 MZ세대의 무려 84%가 고스팅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죠. 미국의 MZ세대에게는 고스팅이 진짜 유령인 ‘고스트(Ghost)’만큼이나 피하고 싶은 존재인 셈이에요.
이에 스윗하츠는 이번 할로윈 시즌에 전형적인 할로윈 요소인 고스트 대신, 고스팅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해요. 기존에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캔디들과 달리, 아무런 메시지가 새겨져 있지 않은 하얀색의 하트 캔디들을 상자에 담아 ‘고스티드 스윗하츠(Ghosted Sweethearts)’를 출시한 거예요. 마치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사람들처럼 캔디에 새겨져 있던 메시지들을 없앤 거죠. 그리고 스윗하츠는 이 고스티드 스윗하츠를 고스팅한 상대방에게 보내서 복수를 하라고 말해요. 왜냐하면 이 상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거든요.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사라진 메시지(Messages that disappeared like you did)”
한 때 좋아했지만, 잠수 이별로 상처를 준 상대방에게 ‘너는 최악이었다’는 메시지를 유쾌한 방식으로 전하는 거예요. 상대방의 잘못을 짚어주며 고스팅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훌훌 털어버릴 수도 있을 테죠. 이번 고스티드 스윗하츠는 소비자의 감정에 시즈널한 유머를 더해 미국 MZ세대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요.
사실 스윗하츠는 브랜드 특성상 발렌타인 데이 시즌에 많은 주목을 받아 왔어요. 덩달아 매출도 그 즈음에 가장 치솟죠. 그런데 요즘 데이트의 가장 으스스한 현상인 고스팅을 비꼰 이번 기획을 통해 스윗하츠가 더 이상 발렌타인 데이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거죠. 이러다 미래에는 스윗하츠에게 시즌 매출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요? MZ세대의 마음을 읽은 기획으로 연중 내내 매출 성수기를 맞이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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