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공범으로? 맥도날드가 주도한 희대의 절도 사건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2025년 가을, 영국의 맥도날드가 도둑이 됐어요. 무슨 소리냐고요? 사연은 이래요. 맥도날드는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을 선보이는데요. 동시에 각 나라의 입맛에 맞춘 로컬 한정 메뉴를 내놓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일본의 맥도날드는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맥너겟을, 캐나다에는 메이플 소스를 넣은 버거를 출시하는 식이죠. 외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로컬 메뉴는, 여행 중에 현지 맥도날드를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멀리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외국의 로컬 메뉴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어요. 맥너겟 하나 먹자고 비행기를 탈 순 없으니까요. 결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출시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죠.
마침내, 영국의 맥도날드는 그 불만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주 대담한 계획을 세우죠. 이름하여 ‘세계 메뉴 절도 사건(World Menu Heist)’. 전 세계 맥도날드로부터 로컬 메뉴들을 직접 훔쳐 오기로 한 거예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인기 있는 로컬 메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이었죠. 여권 없이 떠나는 미식 여행이라는 아이디어가 여기서 탄생했어요.
훔쳐온 메뉴는 캐나다의 메이플 BBQ & 베이컨 더블 쿼터파운더, 호주의 파인애플 맥스파이시, 일본의 갈릭 & 블랙페퍼 맥너겟, 폴란드의 사워 크림 & 블랙페퍼 감자 등 총 19개의 메뉴예요. 메뉴 라인업만 봐도 세계 여행 지도 같아요.
여기에다가 이 절도 사건은 영화처럼 세 단계로 진행되어 몰입감을 더했어요. 계획, 실행, 그리고 도주. 먼저, 계획 단계는 SNS에서 시작했어요. 10월 1일, 맥도날드는 인스타그램 ‘친한 친구’ 기능을 통해 열성 팬들을 비밀 작전에 초대했어요. 그들을 ‘공범’이라 부르며, 작전 브리핑과 시식 초대장을 보냈죠. 그리고 10월 18일 , 런던의 바킹 리버사이드 부두에서 약 1,000명의 팬이 출시 전 메뉴를 먼저 맛보는 작전 현장이 열렸어요.
그리고 실행. 10월 22일, 본격적인 절도가 시작됐어요. 출시일에 맞춰 공개된 영상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제트스키로 밀반입되는 맥플러리 기계, 달리는 열차 위에서 벌어지는 버거 납치 등 모두 완벽하게 계산된 도둑질처럼 보였죠. 이 영상은 극장, TV, SNS 등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됐어요.
이 캠페인의 세계관은 현실까지 확장 됐는데요. 소셜 미디어에는 작전 비하인드와 현장 사진이 올라오고, 앱에는 ‘새로운 도난품이 도착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도착했죠. 거리의 광고판에도 세계관은 이어졌어요. 버거나 너겟 등 음식 사진을 도난 증거품처럼 연출해 수사 기록 같은 인상을 남겼죠.
마지막은 도주. 한정 메뉴가 사라지기 일주일 전부터(11월 17일~25일) 카운트다운을 해요. ‘마지막 기회’라는 광고판을 걸고, 앱과 이메일에는 ‘지금 안 먹으면 끝’이라는 경고장을 보낼 예정이죠. 맥도날드는 기간 한정 메뉴의 희소성을 도둑이 도주하는 이야기로 위트있게 바꾼 거예요.
이처럼, ‘세계 메뉴 절도 사건’은 고객의 불만을 유머로 바꾸고, 이야깃거리로 만들었어요. 맥도날드는 팬을 공범으로 끌어들여, 브랜드의 세계관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죠. 아무래도 이번 도둑질은 메뉴만 훔친 게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였으니까요.
인스타그램 다음은 디팝? Z세대의 놀이터가 된 중고 거래 SNS
전 세계 Z세대를 강타한 앱이 있어요. 디팝(Depop). 등록 사용자만 4,350만 명, 하루 40만 개 이상의 아이템이 새로 올라오는 거대한 패션 플랫폼이에요. 런던에 본사를 둔 이 중고 거래 앱은 이제 미국, 호주, 이탈리아 등으로 확장되며, 국경을 넘어 Z세대의 일상에 자리 잡았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기존의 중고 거래 앱은 ‘저렴하게 사고파는 효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요. 디팝은 전혀 다른 접근을 택했어요. 거래보다 취향의 공유에 집중했거든요. 제품을 교환하는 대신, 스타일을 나누는 경험을 설계한 거예요. 그래서 디팝의 인터페이스는 SNS와 닮아 있어요. 좋아요, 팔로우, 피드, 그리고 알고리즘을 결합한 구조는 인스타그램을 연상시키죠. 하지만, 목적은 달라요.
디팝은 팔로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거든요. 앱을 열면 개인화된 추천 피드가 펼쳐지고, 수많은 셀러가 직접 큐레이션한 숍이 그 안을 채워요. 구매자는 물건을 고르는 대신, 다른 사람의 취향과 일상을 탐색하게 되죠. 그렇게 쇼핑을 발견과 관계의 경험으로 확장했어요.
디팝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 중심의 플랫폼이라는 점이에요. 판매자는 상품 사진만 올리기 보단, 자신만의 방식으로 옷을 보여줘요. 직접 옷을 입고 촬영해 하나의 룩북처럼 구성하거나, 제품 설명에 짧은 일기를 남겨 자신의 감정을 전하기도 하죠.
판매자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누구를 팔로우 하는지까지 공개되어 있어, 구매자는 그 정보를 통해 판매자의 스타일과 취향을 엿볼 수 있어요. 때로는 옷 자체 보다 판매자의 분위기와 감각에 이끌려 구매가 이루어지기도 해요. 이처럼, 디팝은 사람 간의 신뢰와 공감을 기반으로 성장한 소셜 리테일 플랫폼이에요.
또한 상품의 다양성도 디팝의 경쟁력을 높였어요. 대형 브랜드부터 독립 디자이너, 빈티지 숍까지 폭넓은 카테고리를 제공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죠. 앱 안에는 고가의 명품부터 개인 셀러의 수공예 제품까지 섞여 있어, 패션의 위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요. 디팝의 진짜 강점은 이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발견의 즐거움이에요.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패션을 탐색하는 과정은 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표현의 자유’와도 맞닿아 있죠.
디팝의 성장세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고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던 2020년, 디팝의 거래 규모는 불과 몇 달 만에 두 배로 확대됐어요. 여기에 물가 상승과 고가 명품 시장에 대한 피로감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중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그 결과, 패션 중고 시장은 일반 유통보다 7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을 했고, 그 중심엔 디팝이 있었어요.
하지만 디팝의 진짜 성취는 숫자보다 문화적인 영향력에 있어요. TV 프로그램이나 노래 가사 속에 자주 언급될 만큼, 디팝은 이제 중고 거래의 상징이 되었거든요.
디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최근에는 ‘아웃핏(Outfits)’ 기능을 통해 무드보드형 쇼핑을 선보였어요. 기존의 피드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구매자가 제품을 직접 콜라주처럼 구성할 수 있게 했죠. 제품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요. 이 기능을 통해 더욱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공유할 수 있게 했어요.
결국 디팝은 중고 거레 플랫폼을 넘어, Z세대의 취향을 공유하는 놀이터가 되었어요. 리테일이 효율을 추구하던 시대에 디팝은 비효율 속의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죠. 셀러의 손글씨, 구매자의 셀카 사진, 옷에 담긴 이야기까지, 모든 게 표현과 개성의 일부가 돼요. 소유 대신 순환을, 소비 대신 표현을 선택한 디팝. 앞으로도 얼마나 더 다채로운 개성이 만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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