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간장, 거품 간장? 간장의 혁신이란 이런 것!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도쿄 긴자 한복판, 흔하디 흔한 ‘금붕어’ 하나로 개관한지 2년 만에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모은 수족관이 있어요.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8~9층에 걸쳐 위치한 ‘아트 아쿠아리움 긴자(Art Aquarium Ginza)’예요. 최다 어종이나 희귀 어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도 키우는 금붕어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관람객들을 모을 수 있었을까요?
먼저 압도적 비주얼. 금붕어를 전시하는 어항이나 주변 장식을 통해 일본 전통 문화를 판타지적으로 표현했어요. 연출에 예술미까지 더해 수족관에 들어서는 순간 황홀경이 펼쳐지죠. 여기에 금붕어의 종류를 세분화해 듣도 보도 못한 100여 종의 금붕어들을 전시했어요. 흔한 소재인 대신, 그 세계를 깊게 파고드는 거예요.
이런 몰입형 전시의 특성상 처음 보면 강렬한 감각적 자극에 빠져요. 하지만 재방문하기에는 망설여지죠. 아무리 신기한 광경이라도 반복해서 보면 감흥이 떨어지니까요. 이에 아트 아쿠아리움 긴자는 계절마다 테마를 바꿔 전시에 변화를 줘요. 봄에 봤던 수족관이 여름에 가면 또 달라져 있어 계절마다 방문하고 싶게 만들죠.
여기에 더해 거장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는데요. 올해 여름에는 일본의 국가대표급 건축가 ‘구마 겐고’의 ‘세키테이리움(セキテイリウム)’이 추가되었어요. 세키테이리움은 일본의 ‘돌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투명 아크릴판 수조에 물을 담아 돌을 표현했어요. 아크릴판 수조 안에는 금붕어들이 헤엄치며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해요. 그리고 그 주위를 나선형 대나무들이 감싸고 있죠.
세키테이리움은 전통 소재인 대나무와 현대적 소재인 아크릴을 결합해 금붕어라는 익숙한 모티브에 새로운 시점을 제안해요. 일상적인 물고기인 금붕어를 진귀한 작품으로 빚어낸 아트 아쿠아리움 긴자의 관점을 확장시킨 셈이죠.
이처럼 도쿄는 당연한 것, 일상적인 것, 오래된 것들을 재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도시에요. 관점을 전환해 차마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죠. 그렇다면 이번 주에도 도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살펴볼까요?
📍트렌드: 고객은 왕이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는 변화 중!
📍브랜드: 일부러 ‘논쟁거리’를 만든 치약과 우유의 콜라보
📍디자인: 투명 간장, 거품 간장? 간장의 혁신이란 이런 것!
[트렌드] 고객은 왕이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는 변화 중!
요즘 일본에서는 ‘카스하라(カスハラ)’가 사회적 문제 중 하나예요. ‘카스하라’는 ‘Customer Harassment’의 줄임말로, 고객 괴롭힘이나 고객의 갑질을 의미하는 말이에요. 직원에 대한 고성, 욕설, 불합리한 요구, 협박 등이 카스하라에 해당돼요. 일본 서비스 업계에 뿌리 박힌 ‘고객이 왕이다’라는 인식에서 기인한 현상이에요. 일본 특유의 손님을 소중히하고 환대하는 문화가 변질된 거죠.
그런데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개선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어요. 기업들이 고객이라면 극진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좋은 고객'을 재정의하기 시작했거든요. 기업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브랜드를 이해하며, 때로는 운영까지 도와주는 고객이야말로 진정한 고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대표적인 사례가 피트니스 계의 편의점, ‘초코잡(chocoZAP)’이에요. 초코잡은 월 약 3만 원 정도의 부담없는 가격으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무인 피트니스 클럽인데요. 운동복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죠. 작은 공간에 최소한의 운동 기구만 갖추는 대신, 초역세권과 같이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요. 운동 마니아보다는 가벼운 운동을 일상화하고 싶은 초보자들을 타깃한 곳이에요.
그러나 이런 ‘부담 없는’ 컨셉이 몇 가지 문제를 낳았어요. 운동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운동을 하기 때문에 운동 기구에 섬유 부스러기들이 끼어 고장률이 높아진 거예요. 여기에 무인으로 운영하다 보니, 시설 유지 및 보수가 잘 되지 않았죠.
이에 초코잡은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했어요. ‘셀프 유지보수 회원’과 ‘친절한 회원’ 제도예요. 셀프 유지보수 회원은 기계 고장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회원이고, 친절한 회원은 청소, 비품 보충 등 일상적인 업무를 지원하는 회원들이에요. 이 회원들은 보상으로 할인 혜택을 받죠. 현재 셀프 유지보수 회원은 6천 명 이상, 친절한 회원은 3만 명 이상이에요.
초코잡 회원들이 초코잡을 좋아하는 건, 월 회비가 낮고 부담 없기 때문이에요. 유지, 보수를 위해 인력을 투입하면 비용이 늘어나고, 늘어난 비용을 메꾸기 위해 이용료가 비싸질 확률이 커요. 초코잡은 비용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발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점포 운영과 지원에 참여하는 고객들을 ‘좋은 고객’으로 대접하고 특별하게 대한다는 점이에요.
고객의 관점에서는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브랜드에 기여한다는 만족감, 좋은 고객으로 인정받는다는 소속감을 누릴 수 있어요. 식당에서 단골 손님들이 사장님 대신 기꺼이 가게를 봐주고, 서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예요. 이런 행위는 노동이 아니라 가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니까요. 이처럼 기업과 고객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인 관계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카스하라 같은 문제가 제법 완화되지 않을까요?
[브랜드] 일부러 ‘논쟁거리’를 만든 치약과 우유의 콜라보
양치 후 음식을 먹으면 맛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특히 귤, 오렌지 등의 과일을 먹으면 떫고 쓴맛이 나죠. 이는 치약에 들어 있는 불소 화합물 때문인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양치 직후 음식을 먹으면 맛이 이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도쿄의 구취 케어 브랜드 ‘브레스라보(ブレスラボ , Breathlabo)’ 치약이라면 상황이 달라요. 브레스라보는 불소 화합물 대신 구취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해 약용 치약 및 가글액을 만드는데요. 그래서 브레스라보의 헤비 유저 중에는 구취 예방 외에도 음식의 본래 맛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브레스라보 치약을 사용한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죠.
이에 브레스라보는 ‘깨끗한 숨결과 함께 라면 음식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등판한 게 모리나가 유업의 ‘모리나가의 맛있는 우유’예요. 모리나가의 맛있는 우유는 감칠맛과 깔끔한 맛으로 유명한데요. 브레스라보의 치약으로 양치를 한 후 모리나가의 맛있는 우유를 마시고 변화를 느껴보는 챌린지를 기획한 거예요.
브레스라보는 이 챌린지를 위해 100명의 참가자들을 모집했어요.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브레스라보로 양치 후 우유를 마시면 맛이 달라지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죠. 놀랍게도 78%의 응답자가 우유의 맛을 더 풍부하게 느꼈다고 답했고, 21%의 참여자가 약간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고 답했어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려 99%의 사람들이 우유의 맛을 더 풍부하게 느꼈다고 답한 거예요.
브레스라보는 이 챌린지 결과를 발표하며 “믿는 파? 안 믿는 파?”라며 질문을 던져 ‘논쟁거리’가 되도록 유도했어요. 단순히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이런 테스트 결과를 믿는지 되묻는 게 핵심이에요. 그러자 사람들은 이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자발적으로 브레스라보의 치약과 모리나가의 맛있는 우유를 구매해 셀프로 실험하기 시작했죠. 셀프 실험 결과는 SNS를 통해 퍼지며 바이럴이 일어났고요.
브레스라보와 모리나가는 함께 신제품을 개발한 것도, 오프라인 팝업을 연 것도 아니에요. 그저 원래 있던 제품들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실험을 진행했고, 테스트 결과로 사람들의 논쟁에 불을 지폈을 뿐이죠. 이처럼 컬래버레이션에 필요한 건 손에 잡히는 물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기꺼이 참여하게 만드는 아이디어에요. 여기에서 반전과 논쟁은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할 테고요.
[디자인] 투명 간장, 거품 간장? 간장의 혁신이란 이런 것!
‘투명한’ 간장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액체가 아니라 거품으로 된 ‘거품’ 간장은요?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제품이지만, 도쿄 아사쿠사의 조미료 가게 ‘데마치 히사야(Demachi Hisaya)’에서 실제로 판매하는 간장들이에요. 2019년 처음 출시되었던 투명 간장의 경우 지금까지 150만 개 이상 판매되었어요. 2025년 4월 출시된 거품 투명 간장은 히트 상품인 투명 간장을 거품화한 제품으로, 역시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중이죠.
심지어 이 가게에는 간장 또는 된장을 한천과 섞어 얇은 종이 모양으로 만든 ‘리프 간장(Leaf soy sauce)’, ‘리프 미소(Leaf miso)’도 있어요. 간장과 된장을 0.2mm의 두께로 고체화한 제품으로, 마치 나뭇잎처럼 얇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그런데 이런 실험적인 간장과 된장은 도대체 누가, 왜 만드는 걸까요?
혁신적 조미료들을 개발한 주인공은 데마치 히사야를 운영하는 ‘훈도다이(フンドーダイ)’예요. 훈도다이는 1869년에 개업한 조미료 회사인데요. 이 오래된 조미료 회사는 전통적인 조미료들의 새로운 활용 방법과 판로를 찾고 싶었어요. 회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였죠.
그래서 조미료의 색과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어요. 원래 요리에 따르거나 물에 풀어서 쓰던 조미료를 요리 위에 얹고, 요리를 말거나 감싸고, 요리 사이에 끼우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죠.
예를 들어 투명 간장의 경우, 요리의 색을 해치지 않아요. 덕분에 일본 요리는 물론, 식재료의 색감이 중요한 프렌치나 창작 요리에 활용될 수 있죠. 거품 투명 간장은 몽글몽글한 텍스쳐 덕분에 카나페, 카르파치오 등의 요리에 올리기 좋고요. 리프 간장이나 리프 미소는 일본 조미료 특유의 감칠맛을 살리면서도 액체형 소스가 아닌, 고체형 식재료로 쓰일 수 있어요.
일본 전통 조미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요즘 스타일로 바꾸자, 해외 셰프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프랑스 파리 등 해외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도 훈도다이의 투명 간장을 사용하고 있죠. 일본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해외 진출과 인바운드 활로를 넓힌 건 신의 한 수예요. 덕분에 2025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50%나 증가했고, 훈도다이의 투명 간장은 무려 32개 국가에 수출 중이죠.
전통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라도 국경을 넘으면 신문물이 돼요. 다만 그 국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뿐이에요. 훈도다이는 일본의 오래된 조미료의 색과 형태를 바꿔 국경을 넘어서도 익숙하게 쓰일 수 있도록 했어요. 회사 설립 150주년을 맞아 투명 간장을 개발한 덕분에 앞으로의 150년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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