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쿄 트렌드, ‘은밀하게’ 힐링하기?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매주 화요일은 도쿄로 호핑(Hopping) 하는데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도쿄의 변화를 트렌드, 브랜드, 디자인 관점으로 살펴볼까요?
최근, 도쿄에 흥미로운 공유 서비스가 생겨났어요. ‘쿨 무브 도쿄(Cool Move Tokyo)’인데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원한 이동을 돕는 서비스예요. 방법은 간단해요. 양산을 빌려주는 거예요. 갑작스레 비가 내릴 때 우산을 빌려주는 서비스는 필요해도, 양산까지 빌릴 일이 있냐고요? 일본 열도가 더 뜨거워졌거든요.
상황은 심각해요.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온도가 40도를 넘나들며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 2일 연속 33도 이상의 기온일 때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일 때 폭염경보를 발령하는데요. 이미 6월부터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 추세대로라면 2024년에 기록한 폭염일수 최장 기록을 한 번 더 넘어설 걸로 보여요.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거예요. 급한대로 일본 정부는 전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어요. 실내에서야 에어컨을 튼다 해도, 밖을 다닐 때는 폭염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도쿄도, 철도회사, 그리고 일본에서 버려지는 우산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우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처 이노베이션 그룹(Nature Innovation Group)’이 힘을 합쳐 ‘쿨 무브 도쿄’ 서비스를 론칭했죠.
렌탈의 거점은 지하철역. 도쿄도의 64개 역, 150여 곳에서 양산을 빌릴 수 있어요. 우산이야 비를 막아주는 효과가 분명한데, 양산은 쓸모가 있겠냐고요? 차외선 차단률 99.99%, 차광률 99.99%. 게다가 260g의 초경량. 출퇴근 때만 양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딱이죠.
또한 사회적인 효과도 있어요. 양산을 쓰면 더위 지수가 1~3도가량 낮아져, 열사병 경계 레벨도 한 단계 내려가요. 다만 작게나마 비용이 발생해요. 24시간에 140엔(약 1,400원), 월정액은 280엔(약 2,800원)이에요. 파손이나 물론 분실 등의 넘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대책 없는 더위에 맞서는 작은 발걸음인 건 분명해요.
도쿄에는 뙤약볕이 내리쬐지만, 그렇다고 도쿄 호핑을 멈출 수는 없어요. 양산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죠. 그렇다면 도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트렌드] 요즘 도쿄 트렌드, ‘은밀하게’ 힐링하기?
📍[브랜드] 기쁨주고 기뻐하는, 라이프스타일 로봇의 탄생
📍[디자인] 깎고 싶은, 깎기 아쉬운, 깎지 않는, 신박한 연필 3총사
[트렌드] 요즘 도쿄 트렌드, ‘은밀하게’ 힐링하기?
요즘 일본에서는 ‘은밀한 힐링’이 주목받고 있어요. 힐링이면 힐링이지, 은밀한 힐링은 뭘까요? 남들에게 ‘보여주는 힐링’이 아니라 들키지 않게 힐링하는 것을 뜻해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 온전한 힐링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특히 직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SNS에서는 ‘보여지는 나’를 관리하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나만의 사적인 힐링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일본의 광고 대행사 하쿠호도는 이 현상을 ‘은밀한 치유술(忍びの癒し術)’ 이라 부르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남 모르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걸까요? 3가지 방법이 있어요.
1️⃣ 가방 속에 인형 넣기
요즘 일본의 젊은 세대는 출퇴근용 가방 안에 작은 인형을 몰래 넣어 다녀요. 가방 속에 든든한 내 편을 만들어두는 거예요. 긴장되는 순간에 마음을 지탱해주는 심리적 안전 장치인 셈이죠. 혼자만 하는 존재를 곁에 두며 감정을 다독이는 은밀한 치유 루틴이에요.
2️⃣ 회의용 ‘비밀 진열대’
온라인 회의를 할 때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위치에 ‘최애 굿즈’를 세팅하기도 해요. 나만 볼 수 있고 나에게만 보이는 최애 응원단인 거죠. 이렇게 하면 회의 중 긴장될 때 마음을 가라앉히는 안정 효과가 있어요. 나만의 최애를 보며 동기부여가 생기고, 업무 몰입도까지 상승!
3️⃣ 잠금화면 트릭 치유술
언뜻 보기엔 평범한 배경화면이에요. 하지만 길게 누르면 ‘숨겨진 이미지’가 등장하죠. 잠금을 풀어야만 힐링이 시작되는 거예요.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설정하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위로이기도 하고요. ‘눌렀을 때 등장한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소소한 재미와 힐링 효과가 있어요.
[브랜드] 기쁨주고 기뻐하는, 라이프스타일 로봇의 탄생
로봇은 정해진 미래예요. 이제는 공장을 넘어 가정으로 침투하기 시작했죠. 배달 로봇, 청소 로봇, 보행 보조 로봇 등 일상 곳곳에서 로봇을 마주칠 수 있어요. 확산되는 이유는 분명해요. 생산성을 높여주거나 허드렛일을 대신하거나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등 쓸모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로봇들은 효율적 관점에서 보면 ‘무쓸모’를 자랑해요. 그럼에도 인기가 있죠.
‘유카이 엔지니어링’이 무쓸모 로봇을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예요. 효율성을 올리는 로봇이 아니라 일상에 기쁨을 주는 로봇을 선보이죠. 일상에 위트와 위안을 주는 로봇 라인업을 꾸준히 늘리며 개인용 로봇 시장을 점점 키워갈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로봇’의 대표 주자로 성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유카이 엔지니어링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로봇은 어떤 걸까요?
1️⃣ 손가락을 깨무는 로봇, 아마가미 함함
손가락을 물려본 적 있나요? 반려 동물이 손가락을 쪽쪽 깨물면 묘한 위로가 찾아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손가락을 무는 행동은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칭찬이 아니라 꾸중을 해야 하죠.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하기 위해 탄생했어요. 손가락을 깨무는 로봇, ‘아마가미 함함(Amagami Ham Ham)’. 시바견, 고양이, 판다, 수달, 곰 등의 로봇 인형의 입에 손가락을 넣으면, 인형이 손가락을 적당한 세기로 쪽쪽 깨물어요. 짜릿한 전율과 함께 마음의 안정되는 걸 느낄 수 있죠.
2️⃣ 숨 쉬는 법을 알려주는 로봇, 푸풀리
숨 못 쉬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연히 없어요. 하지만 숨을 어떻게 쉬는냐에 따라 몸과 마음의 상태가 달라져요. 문제는?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얕고 불규칙한 호흡을 한다는 거죠. 그래서 선보였어요. 숨 쉬는 법을 알려주는 로봇, ‘푸풀리(Fufuly)’. 푸풀리는 쿠션처럼 생겼는데요. 마치 숨쉬듯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서, 안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깊은 호흡을 유도하죠. 호흡을 케어해 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더 안정된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3️⃣ 꼬리를 흔드는 로봇, 쿠보
쓰담쓰담하다보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와요. 특히 반려 동물을 쓰다듬으면 포근해지기까지 하죠. 그래서 쓰다듬는 행동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돼요. 그렇다면 반려 동물이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하죠? 이때 필요해요. 꼬리를 흔드는 로봇, ‘쿠보(Qoobo)’. 쿠보는 동그란 쿠션처럼 생겼는데 복슬복슬한 털로 덮혀 있고 꼬리가 달려 있어요. 마치 반려 동물의 느낌이 나요. 쿠보를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들며 반응을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서가 안정되죠. 참고로 쿠보는 유카이 엔지니어링을 세상에 알린 히트작이기도 해요.
[디자인] 깎고 싶은, 깎기 아쉬운, 깎지 않는, 신박한 연필 3총사
“전구가 발명됐지만 양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양초는 예술의 영역으로 이동해 낭만적인 물건으로 용도가 달라졌다.”
<문구의 모험>의 저자 제임스 워드의 설명이에요. 그의 말처럼 신기술이 구세대의 제품을 완전히 도태시키는 건 아니에요. 새로운 환경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찾아 변화에 적응한다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죠.
연필도 양초와 같은 처지에 놓였어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일본에서의 문제가 더 심각했죠. 저출산 시대가 되면서 학령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었으니까요. 자연히 연필 소비량이 감소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쓰기의 패러다임도 바뀌었어요. 연필은 샤프나 펜, 더 나아가 타블렛과 노트북에 밀렸죠. 점점 설자리를 잃어갈 수밖에요.
이러한 상황에서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몇몇 연필 브랜드들은 부러지지 않았어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연필 디자인을 새롭게 하며, 연필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죠. 대표적인 작품 3가지를 살펴볼게요.
1️⃣ 하나이로 엔피츠
색연필 모양이 꽃잎 모양이에요. 봄의 벚꽃, 초여름의 민들레, 한여름의 도라지꽃, 겨울의 홍매화 등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사랑받은 꽃들을 형상화했어요. 일본의 계절을 담아낸 ‘하나이로 엔피츠’죠. 디자인이 유려하지만 이 색연필의 진정한 가치는 색연필로 그릴 때보다 색연필을 ‘깎을 때’예요. 연필깎이에 색연필을 넣고 조심스레 돌리면,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꽃잎이 빙글빙글 쏟아져 나오거든요. 덕분에 그림용으로 사용하기보다 힐링용으로 계속 깎고 싶다는 평이 자자하죠.
2️⃣ 추억의 연필
연필에도 과거가 있었다면? ‘추억의 연필(Pencil of memories)’은 이 상상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벌목한 나무가 아니라 건물이나 가구 등에 사용됐던 폐목으로 연필을 만드는 거예요. 본래의 역할을 다한 후 버려질 재료를 사용하여 나무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방식이죠. 여기에 추억을 기념하고 사용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나무가 쓰였던 곳의 정보를 연필에 기록해 뒀어요. 이 연필은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고쿠요 디자인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어요. 이후 상품화되어 고쿠요가 운영하는 매장인 ‘띵크 오브 띵스(Think of Things)와 ‘더 캠퍼스(The Campus)’ 두 매장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됐고요.
3️⃣ 메타실
연필을 나무가 아니라 알루미늄으로 매끈하게 디자인했어요. 연필대뿐만 아니라 연필심도 메탈로 되어있죠. 그래서 깎을 필요가 없어요. 써도 써도 닳지 않거든요. 깎지 않아도 16km까지 쓸 수 있는 신소재 메탈 연필, ‘메타실’이에요. 그러면 이건 연필이 아니라 펜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요. 흑연을 함유한 특수 합금으로 제작해서 지우개로 지워지니까요. 이처럼 금속으로 연필을 만드니 연필 특유의 번짐 현상이 사라져 특히 그림 그릴 때 유용해요. 메타실은 기능성과 디자인을 인정받아 ‘굿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어요.
오늘의 도쿄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상하이로 떠날 예정이에요. 상하이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