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슬 소비, 요즘 도쿄는 이것까지 취소 중?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오늘은 시티호퍼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하고 두 번째로 보내는 뉴스레터인데요. 매주 화요일은 도쿄에 관한 ‘트브디클’을 소개할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도쿄로 호핑(Hopping)해 볼게요.
도쿄도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어요. 뜨거운 여름을 대하는 자세는 제각각이죠. 누군가는 방학이나 휴가가 있는 여름을 사랑할수도, 어느 누군가는 푹푹 찌는 여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을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남들이 지쳐 있을 때 치고 나가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어요.
이런 다양한 관점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킬 순 없을까요? 최근에 <한 줄 카피>의 저자인 정규영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소개한 ‘일본 명카피 속 여름 이야기’를 보면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광고 3가지를 소개할게요.
1. 여름의 하루는 긴데 왜 여름 한 철은 짧은 걸까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반전 있게 대변하고 있어요. 여름의 하루는 다른 계절 대비 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철이 짧게 느껴질 정도면 얼마나 여름이 재미있는 걸까요. 쇼핑몰인 ‘라라포트’가 여름 사랑꾼들의 아쉬움을 낚아채, 라라포트에서의 시간도 짧다는 것을 은유했어요.
2. 늘 똑같은 여름으로부터 꺼내줘, 나를
어쩌면 누군가에게 여름은 무기력의 반복일지도 몰라요.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일상도 축 처지니까요. 이럴 때 해결책은? 계절을 바꿀 수는 없으니 환경이라도 바꾸는 수밖에요. 여행을 자극해야 돈을 버는 철도회사 ‘JR동일본’이 여름이 힘들어 환경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봤어요.
3. 여름으로부터 도망친 자는 변명을 말한다, 여름과 맞서 싸운자는 꿈을 말한다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여름을 피해갈 수 없는 사람들도 있어요. 바로 수험생들이에요. 입시를 앞두었으니, 덥다고 쉬면 뒤처지는 거예요. 그래서 교육 기업인 ‘베네세’는 입시 경쟁에서 싸워야 하는 수험생의 마음에 열정의 불을 질렀어요. 더위에 지지 말고 더 뜨겁게 꿈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하면서요.
시티호퍼스 여러분의 여름은 어떤가요? 덥다고 스터디를 멈출 순 없으니, 우리도 뜨겁게 도쿄를 스터디 해봐요.
📍트렌드: 캔슬 소비, 요즘 도쿄는 이것까지 취소 중?
📍브랜드: ‘마시는 링거’가 된 수제 콜라의 천재적 포지셔닝
📍디자인: 비 오는 날을 뽀송하게 해줄, 신박한 우산 4총사
[트렌드] 캔슬 소비, 요즘 도쿄는 이것까지 취소 중?
도쿄에서는 ‘캔슬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 마인드가 주목 받고 있어요. 도대체 무엇을 캔슬하는 걸까요? 캔슬 소비란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간, 수고, 비용 등을 줄이거나 생략할 수 있는 제품들을 구매하는 움직임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덜어내는’ 선택이 환영받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어떤 제품들이 ‘캔슬’을 돕고 있을까요?
아네사 퍼펙트 UV 브러쉬 온 파우더
여름에는 선케어 제품이 필수! 문제는? 선케어를 하고 시간이 지나면 화장을 고치듯 다시 덧대야하죠. 선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아네사’가 이 수고를 덜어주는 제품을 출시했어요. 파우더로 된 선케어인데, 브러시 일체형이라 휴대 및 사용이 편리해요. 게다가 메이크업이 무너지기 쉬운 부위와 자외선 데미지가 큰 부위가 같아 파우더로 화장을 고치면서 동시에 선케어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파이롯트 키레나 형광펜
책에 형광펜을 그을 때 불편함은? 페이지가 곡선으로 펴져있을 때 반듯하게 긋기 어려워요. 그런데 키레나 형광펜은 펜촉 양끝에 있는 투명 가이드가 자의 역할을 해서 자 없어도 직선으로 그을 수 있죠. 2024년 10월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200만 개가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 대폭발!
곰팡이 킬러 라쿠라쿠 연사 스프레이
청소할 때 스프레이 뿌리는 노력과 시간을 줄였어요. 기존의 스프레이는 큰 면에 뿌리려면 여러번 스프레이 손잡이를 눌러야 했죠. 하지만 라쿠라쿠 연사 스프레이는 쓸 때마다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누르고 있으면 연사하는 방식이라 청소 시간이 확 줄었죠.
[브랜드] ‘마시는 링거’가 된 수제 콜라의 천재적 포지셔닝
도쿄에서는 수제 콜라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어요. 일본 수제 콜라의 원조격인 ‘이요시 콜라’, 오전/오후 등 시간대에 따라 마시는 ‘오프 콜라’, 콜라의 현지화를 위해 일본 식재료를 활용하는 ‘토모 콜라’ 등. 여러 수제 콜라 브랜드가 있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수제 콜라 브랜드는 ‘우마미 콜라’예요.
별명은 ‘마시는 링거’. 여기에 우마미 콜라의 차별적 경쟁력이 숨어 있어요. 우마미 콜라는 쌀을 발효시켜 당도를 만드는 ‘누룩 감주’를 베이스로 약 10종류의 천연 소재를 더해 맛을 내죠. 여기까지는 여느 수제 콜라 브랜드와 유사한 접근이에요. 건강한 식재료로 콜라의 맛을 내는 거니까요.
여기에다가 에너지 음료에서 맛볼 수 있는 ‘히비스커스’를 넣었어요. 이게 신의 한 수예요. 히비스커스를 넣으니 에너지 드링크로도 포지셔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마미 콜라는 건강한 콜라일 뿐만 아니라 천연 에너지 드링크이기도 해요. 이 두 카테고리를 동시에 공략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어요. 2024년 2월 기준 5,000 캔이 채 안되던 출하량이 9월에는 25,000 캔을 넘어섰거든요. 6개월만에 5배 이상 성장한 거죠.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포인트는 패키지 디자인인데요. 천연 첨가물로 만든 음료임을 은유하고 강조하기 위해 캔 디자인을 거꾸로 디자인했어요. 글자를 뒤집어 써놓은 식으로요. 보통의 경우 글자를 읽을 수 있게 세워두는데, 마시려면 캔을 뒤집어야 하니 첨가물이 자연스럽게 섞이죠.
우마미 콜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 규모도 시장 반응도 달라져요. 애초에 수제 콜라가 건강한 탄산 음료를 익숙한 음료인 ’콜라‘로 포지셔닝하면서 수제 콜라 시장을 연 것처럼요.
[디자인] 비 오는 날을 뽀송하게 해줄, 신박한 우산 4총사
도쿄의 여름은 우산과 친해져야 하는 계절이에요. 장마는 끝났지만 언제든 소나기가 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도쿄를 호핑하다 보면 신박한 우산을 팔고 있는 편집숍들을 만날 수 있어요. 우산이 다 거기서 거기인 거 같지만, 이 우산들은 어딘가 그리고 무언가 달라요. 우산을 쓰고 다닐 때의 당연한 불편함을 해결했거든요. 그렇다면 어떤 불편함이 있었을까요?
1️⃣ 슈파토 우산
우산을 쓰다가 실내에 들어가면 우산을 접어야 해요. 그리고는 우산이 퍼지지 않게 벨트를 묶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손에 빗물이 젖을 수밖에 없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슈파토 우산은 손잡이를 당기면 회전하면서 접히는 우산을 선보였어요. 우산이 말려들어가는 구조라 따로 벨트가 없어도 묶이는 효과가 있어요. 가격 6,380엔(약 63,800원).
2️⃣ 에버이온 우산
비 오는 날에는 야외 활동은 물론이고 실내 활동에도 지장이 있어요. 규모가 큰 실내에서 우산을 들고 다니면 한 손을 활용할 수가 없어서죠. 방법이 없을까요? 에버이온 우산은 손목에 거는 우산을 디자인했어요. 장우산도 고리가 있어 손목에 걸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떨어지죠. 여기에다 손잡이가 미끄럼 방지라 쓸 때도, 들 때도 그립감이 좋아요. 가격은 2,640엔(약 26,400원).
3️⃣ MoMA 센즈 우산
우산 쓸 때 가장 짜증나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강풍에 우산이 뒤집히는 경우를 빼놓을 수 없죠. 방법이 없을까요? 센즈 우산은 강한 바람에도 뒤집히지 않도록 설계했어요. 그래서 모양이 비대칭이죠. 일본 브랜드는 아지만 MoMA 디자인 스토어를 비롯해서 도쿄 곳곳의 편집숍에서 만날 수 있어요. 가격은 8,800엔(약 88,000원).
4️⃣ 언 브렐라
우산 쓰고 차에 탈 때 어떤 문제가 있죠? 우산을 접다보면 빗물이 튀는 걸 감수해야 하죠. 방법이 없을까요? 언 브렐라는 우산을 거꾸로 접히게 디자인했어요. 보통의 우산이 팔 벌린 자세에서 몸통쪽으로 팔을 내리는 식으로 접힌다면, 언 브렐라는 팔 벌린 자세에서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접히면서 젖은 면이 안으로 들어가게 한 거예요. 이렇게 하니 빗물이 튈 리 없죠. 우산을 보관할 때 우산통이나 거치대 없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건 덤. 가격은 9,000엔(약 90,000원).
[클래식] 맥도날드가 짝퉁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맥도날드는 마케팅 맛집이에요. 맥도날드의 황금아치로 정체성을 글로벌하게 지키면서도, 국가별로 그 지역 특성에 맞게 신선한 마케팅을 선보이죠. 맥도날드 재팬도 마찬가지인데요. 그중에서도 맥도날드 재팬이 가짜 맥도날드에 대처하는 신박한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사연은 이래요.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왁도날드(WcDonald’s)’라는 패스트푸드 매장이 자주 등장해요. 누가 봐도 맥도날드가 연상되지만, 상표권을 피하기 위해서 맥도날드의 황금아치를 거꾸로 뒤집어 만든 가상의 브랜드예요. 애니메이션 제작진도, 애니메이션 팬들도, 그리고 맥도날드 역시도 왁도날드의 정체를 아는데, 굳이 서로 모른척할 필요가 있을까요?
맥도날드는 왁도날드를 부정하지 않았어요. 상표권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로 몰아세우며 사용을 금지시키는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이미 친숙한 왁도날드를 맥도날드의 일부로 끌어들였죠. 어떻게 했을까요?
왁도날드를 주제로 4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광고를 제작했어요. 그리고 그에 맞춘 한정판 메뉴와 포장 디자인을 선보였죠. 결과는? 애니메이션 팬층이 두터운 잘파세대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진짜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다’며,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도 생겼죠. 맥도날드는 패러디 요소를 역으로 활용해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거예요.
누군가가 로고나 상표를 패러디하면 브랜딩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꼭 나쁘게 바라볼 일은 아니에요. 맥도날드처럼 대승적 차원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면, 가짜 브랜드마저도 브랜드 자산으로 품어내며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으니까요.
오늘의 도쿄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상하이로 떠날 예정이에요. 상하이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