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직장인들은 퇴근 후 ‘맥주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맥주 펍의 도시, 런던에 특이한 변화가 생겼어요. 최근 몇몇 펍들이 짠 듯이 같은 이름으로 간판을 바꾸기 시작했거든요. 새로운 이름은 다름 아닌 ‘사무실(The Office)’. 맥주집이 사무실이라니, 무슨 일일까요? 이 장난스러운 아이디어 뒤에는 글로벌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이 있었어요. 그런데 왜 굳이 사무실이어야 했을까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영국의 직장 문화가 요즘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팬데믹 이후 영국은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어요.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하나둘씩 다시 출근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난 6개월 사이 근로자 3분의 1이 사무실로 복귀했죠. 문제는? 돌아간 사무실이 예전 같지 않았다는 거예요. 오랜만에 마주한 동료들과의 대화는 어색했고, 사무실의 공기는 낯설게 느껴졌죠. 하이네켄은 이처럼 불편해진 출근을 퇴근 후 시간으로 해결해보기로 했어요. 어떻게 했을까요?
하이네켄은 영국의 펍을 잠시 사무실로 바꾸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간판을 바꾼 펍은 일부였지만, 무려 1,000곳의 펍이 하이네켄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에 참여했어요. 방문 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최대 3명의 동료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바우처를 선물했죠. 그런데 이 바우처는 ‘평일 오후 5시 이후’에만 사용이 가능했어요. 퇴근한 동료들이 함께 맥주 오피스로 모여들었고, 이곳에서는 진짜 오피스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솔직한 대화와 웃음이 오갔어요.
이 캠페인의 배경에는 흥미로운 데이터도 있는데요. 영국 직장인 2,200만 명이 여전히 퇴근 후 동료와 어울린다고 답했지만,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5% 감소한 수치예요. 여기엔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도 영향을 미쳤죠. Z세대 하이브리드 근무자 중 58%는 동료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다고 답했거든요. 그런데도 재미있는 점은, 그들의 74%가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오피스가 아니라, 퇴근 후 펍에서 나온다”고 말했다는 사실이에요.
퇴근 후 사교 문화(After Work Social)은 오랫동안 영국 직장 문화의 핵심이었어요. 친분을 쌓고 창의력을 키우는 중요한 시간이죠. 하이네켄 글로벌 헤드 ‘나빌 나세르’도 퇴근 후 사교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캠페인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사무실 자체를 그리워한 건 아닐지 몰라도, 동료와 나누던 웃음만큼은 정말 그리워했어요. 하이네켄은 사람들이 함께 모일 때 최고의 순간이 만들어진다고 믿어요.”
그의 말처럼, 이번 캠페인은 어색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잊고 지냈던 직장 생활의 즐거움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줬어요.
결국 하이네켄의 ‘사무실’ 캠페인은 펍의 이름만 바꾼 캠페인이 아니었어요. 직장 문화의 변화 속에서 오피스를 확장해, 끈끈한 동료애를 다시 불러일으킨 거죠. 맥주로 일하는 분위기까지 친근하게 만드는 하이네켄, 덕분에 사무실 출근이 예전보다 더 즐거워졌을지도 몰라요. 이처럼 일상의 문제를 유쾌하게 해결하는 런던, 또 어떤 재미있는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버버리를 입은 잡지와 카페? 런던에선 가능합니다
모노클 잡지가 버버리를 입었어요. 무슨 말이냐고요? 글로벌 미디어 모노클(Monocle)과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 버버리(Burberry)가 협업을 했거든요. 프로젝트명은 ‘버버리 인 레지던스(Burberry in Residence)’. 이 협업에서 버버리는 패션 중심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모노클의 공간과 콘텐츠를 활용해 브랜드를 색다르게 알렸어요. 심지어 런던의 로컬 감성까지 더해서요. 어떻게 했을까요?
이번 협업은 10월 27일부터 11월 12일까지 런던, 파리, 도쿄의 모노클 공간에서 동시에 열렸어요. 세 도시에서 동시 진행된 만큼 두 브랜드의 글로벌한 영향력이 돋보였죠.
이 중에서도 핵심 도시는 단연 런던이었는데요. 런던의 모노클 카페는 버버리의 시그니처 체크 패턴으로 전체 공간을 새롭게 꾸몄고, 테이크 아웃 컵 마저도 버버리 전용 컵으로 특별 제작했죠. 맞은편 모노클 매장에서는 트렌치 코트, 스카프 등 버버리의 대표 제품을 선보였고요. 럭셔리 브랜드인 버버리가 런웨이나 광고가 아닌, 런더너들이 자주 찾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찾아와 더욱 주목을 받았어요.
또한 오프라인에서 멈추지 않고, 모노클이 가장 잘하는 ‘출판’으로까지 확장했어요. 두 브랜드는 함께 일러스트 가이드북 <런던: 다양한 인물들의 도시(London: A City of Many Characters)>를 만들었죠. 런던의 6개 동네를 건물이나 거리 이름이 아니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의 캐릭터로 설명한 콘텐츠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노팅힐은 프로젝트와 부업을 동시에 하면서도, 맛집 예약은 놓치지 않는 ‘프리랜스 푸디(Freelance Foodie)’라는 캐릭터로 소개해요. 유연한 일정과 새로운 맛을 즐기는 사람이 잘 어울리는 동네라는 뜻이죠. 반면, 메릴본은 조용한 자신감과 절제된 세련됨을 가진 ‘소프트 파워 커플(Soft Power Couple)’로 설명해요. 화려한 허세보단 차분한 대화가 어울리는 메릴본의 분위기를 커플의 이야기로 풀어낸 거예요.
이렇게 동네를 사람의 캐릭터로 풀어내면, 런던의 각 지역이 가진 성격이 더 쉽게 이해돼요. 동시에, 두 브랜드가 바라보는 오늘의 런던이 어떤 모습인지도 알 수 있고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버버리가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경험으로 확장했다는 점이에요. 버버리는 이전과 다르게 쇼룸 대신 카페를, 광고 대신 가이드북을 택했죠. 런더너들이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일상 속에서 버버리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도록요.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두 브랜드가 서로의 콘텐츠가 되었다는 점이에요. 모노클은 도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읽는 미디어고, 버버리는 영국의 헤리티지를 가진 패션 하우스죠. 두 브랜드가 만나자, 독자와 고객은 자연스럽게 연결됐어요. 모노클의 독자는 버버리의 감도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버버리를 즐겨 입는 고객들은 모노클의 문화를 경험하게 되었죠.
결과적으로 이 협업은 영국을 대표하는 두 브랜드가 런던이라는 도시를 무대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방식을 보여줬어요. 앞으로도 버버리와 모노클은 따로 또 같이 ‘영국다움’을 어떻게 만들어갈까요? 기대하면서 기다려볼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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