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한상차림을 모듈화한, 한식계의 치폴레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지금 뉴욕 맨해튼의 풀턴 스트리트(Fulton Street) 역에는 매시 정각에 ‘러브 레터’가 펼쳐져요. 지하철역에 러브 레터라니, 무슨 말일까요? 풀턴 스트리트 역 내 무려 50개가 넘는 스크린에 ‘지하철에 보내는 데이터 러브 레터(A Data Love Letter to the Subway)’라는 제목의 영상이 상영 중이거든요.
이 비디오 아트는 뉴욕의 지하철 노선들의 연식, 길이, 경로 등의 정보를 그래픽으로 시각화했어요. 하얀색 바탕에 움직이는 검은색 선으로 열차의 움직임을 표현하죠. 그리고 각 열차가 얼만큼 함께 움직이고, 어디에서 나눠지고, 또 어디에서 합류하는지 등의 정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들려줘요. 각 노선을 고유한 특성을 지닌 캐릭터로 의인화하고, 뉴욕 지하철 시스템의 정보를 이야기로 승화한 거예요.
뉴요커들이 당연하게 매일 타는 지하철이 살아 있는 캐릭터처럼 움직이자, 반복되던 일상에 시적이고 예술적인 시선이 깃들어요. 열차들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모습에서 과거에 친했다가 멀어졌던 인연들이 떠오르기도 하죠. 뉴욕의 지하철에 나의 이야기가 투영되는 순간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MTA 예술 및 디자인(MTA Arts & Design)’ 설립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선보인 작품이에요. 뉴욕의 디자인 에이전시, ‘펜타그램(Pentagram)’의 파트너 조르지아 루피(Giorgia Lupi)가 리드했죠. MTA 예술 및 디자인은 뉴욕의 지하철과 같은 대중 교통에 시각 및 공연 예술을 녹여내 대중 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기관이에요. 뉴욕 지하철 역사에 흔하게 보이는 아트 피스나 공연들 대부분이 MTA 예술 및 디자인이 주도한 것들이죠.
그런데 왜 러브 레터였을까요?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뉴욕 지하철에 대한 헌사예요. 일반적으로 ‘뉴욕 지하철’하면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건 아니에요. 100살이 훌쩍 넘은 노선이 있을 정도로 노후화되어, 낡은 스위치, 고장난 엘리베이터, 빈번한 열차 지연 등 많은 뉴요커들이 불만을 품고 있죠.
그럼에도 총 25개 노선으로 이루어진 뉴욕의 지하철은 472개 역을 관통하며 뉴요커들의 발이 되어 쉬지 않고 달려요. 이런 뉴욕 지하철의 이동성을 시각화하고, 움직임 속 이야기를 텍스트로 드러내 뉴욕 지하철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을 일깨운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지하철에 대한 경의를 새삼스레 되새기게 되죠.
오래된 지하철의 데이터가 한 편의 러브 레터로 뚝딱 되살아나는 도시, 뉴욕. 오늘도 뉴욕의 이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을 배우러 함께 호핑해 볼까요?
한식의 한상차림을 모듈화한, 한식계의 치폴레
미국 어느 도시든 여행을 간다면 ‘치폴레(Chipotle)’는 필수 코스 중 하나예요. 치폴레는 부리토, 타코, 보울 등을 먹을 수 있는 멕시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뛰어난 맛과 가성비를 자랑하거든요. 미국에는 약 3,300개의 매장이 있어 매우 일상적인 브랜드지만, 아직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아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곳이죠.
그런데 막상 치폴레에 가면 낯선 경험을 해요. 주문을 완료하기까지 선택의 연속이거든요. 부리또 보울을 예로 들어 볼게요. 밥 종류 중에 하나, 단백질 중에 하나, 콩 중 하나, 토핑 중 하나, 소스 중 하나 등 각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자기만의 부리또 보울을 주문해야 해요.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을 차용한 타코 가게나 샐러드 가게들이 있지만, 다수의 F&B 업장에서 보편적인 방식은 아니에요. ‘한상 차림’이 익숙한 한국이다 보니, 커스터마이징보다는 완성된 메뉴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더 일반적이죠. 반면 미국은 치폴레 뿐만 아니라 서브웨이, 스위트그린 등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채택하고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방식이에요.
그렇다면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주문 방식을 한식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뉴욕에서 치폴레의 주문 방식을 채택해 한식의 일상화를 앞당기고 있는 식당이 있어요. 맨해튼 한복판, 미드타운에 위치한 ‘소포 코리안 잇츠(SOPO Korean Eats, 이하 소포)’예요. 특히 소포는 치폴레가 개척했다고 평가 받는 ‘패스트 캐주얼(Fast casual)’을 표방하며 ‘한식계의 치폴레’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패스트 캐주얼이란, 패스트 푸드와 캐주얼 다이닝의 중간쯤 되는 포지셔닝으로, 패스트 푸드의 속도와 캐주얼 다이닝의 퀄리티를 지향해요.
그렇다면 소포는 어떤 한식 캐주얼 다이닝을 선보이고 있을까요? 먼저 소포는 한식의 한상차림 문화를 뉴요커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한상차림의 전형적인 ‘모습’을 포기했어요. 대신 한상차림의 본질인 밥과 메인 반찬, 그리고 밑반찬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뉴요커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죠.
이미 완성된 모습의 한상차림을 제공하는 대신, 각 요소들을 모듈화한 거예요. 베이스를 백미, 흑미, 야채 중 하나를 고르게 하고, 김, 참깨 등은 고명 카테고리에서 고를 수 있도록 했죠. 메인 요리는 단백질 카테고리로, 소불고기, 제육, 구운 두부 등 중에 하나를, 간장 계란 조림, 김치, 우엉 조림 등 반찬 카테고리에서도 3가지를 선택하도록 구성했어요.
고객이 모든 요소들을 선택해 자기만의 한상차림을 완성하고 나면, 부리또 보울처럼 커다란 하나의 그릇에 모두 담아줘요. 대신 샐러드나 보울처럼 내용물을 섞어 먹지 말고, 밥과 각각의 반찬을 집어서 먹으라고 권하죠. 이처럼 한국식 한상차림을 뉴요커들이 친숙한 주문 방식과 비주얼로 선보인 거예요. 그 결과 낯선 한식을 다양한 조합으로 시도해 보는 뉴요커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소포는 한식의 본질을 포기하지 않고도 약간의 변화만으로 뉴요커들의 일상을 파고 들었어요. 한식의 따뜻한 온기를 함께 전하면서요. 우편으로 받는 작은 택배를 뜻하는 한국어 ‘소포’에서 따온 이름에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거든요. 소포의 작은 아이디어 덕분에 더 많은 뉴요커들의 일상이 행복해지는 듯 해요.
오늘의 뉴욕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아래에 있는 ‘좋아요(LIKE)’를 누르거나, 친구 또는 회사 동료에게 뉴스레터를 공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