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치킨 뷔페가? 패밀리마트의 솔깃한 제안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지난 주말, 일본 전역의 패밀리마트 10개 지점에서 ‘뷔페’가 열렸어요. 정해진 시간 동안 패밀리마트의 후라이드 치킨 ‘파미치키’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행사가 열린 거예요. 이름하여 ‘꿈의 파미치키 무한 뷔페’. 이 뷔페에서는 30분 동안 ‘오리지널 파미치키’와 매콤한 맛의 ‘파미치키 레드’ 2종을 수량 제한 없이 먹을 수 있었죠. 참여하려면 사전에 1천 엔(약 1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예약해야 했는데요. 파미치키 한 개가 보통 240엔(약 2,400원)에 판매되니 5조각 이상 먹으면 이득이었죠.
이 뷔페는 9월 16일부터 전국 약 16,300개 패밀리마트 매장에서 진행 중인 ‘파미치키 튀김 축제’의 일환이에요. 10월 6일까지 진행되는 축제 기간 동안, 파미치키를 구매한 고객들은 파미치키 테마의 캐리어, 귀걸이, 양말 등의 굿즈와 교환이 가능한 스탬프를 모을 수 있죠.
패밀리마트는 ‘고객의 행복’, ‘즐거운 특가’ 2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이번 축제를 기획했어요. 이 키워드들은 지난 2021년, 40주년을 맞아 고객에게 더 놀라운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선정했던 5개의 키워드 중 일부였죠. 그들의 다짐이 숙성되면서 무제한 편의점 치킨, 치킨 디자인의 굿즈 등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오는 재밌는 아이디어들로 실현된 거예요.
그런데 도쿄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고객의 행복을 실현한 건 패밀리마트 뿐만이 아니에요. 꼭 유머가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객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죠. 그렇다면 도쿄의 브랜드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펼치고 있는지, 그 현장을 배우러 오늘도 도쿄로 호핑해 볼까요?
📍트렌드: 도쿄의 10대 소녀들은 LP카페로 향하는 중
📍브랜드: 오래된 어묵 회사가 도쿄의 러너들을 주목한 이유
📍디자인: 젤리 모양 세안제? 아침에 씻는 시간이 달라진다
[트렌드] 도쿄의 10대 소녀들은 LP카페로 향하는 중
요즘 도쿄 시부야엔 평일에도 대기해야 하고, 휴일이면 1시간씩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혼잡도가 심할 때는 90분의 시간제를 도입하기도 하는 레코드 카페, ‘레코코(RECOCO)’예요. 2023년 1호점을 개업한 이래 SNS에서 화제가 되며 곧바로 2호점까지 열었어요.
그런데 레코코에 줄 서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뜻밖이에요. 10대를 포함한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요즘의 10대라고 하면 대부분 2010년 전후에 태어난 알파세대들로 시기적으로 레코드와의 접점이 전혀 없는 세대예요. 그런데 그들은 어쩌다 레코드 카페를 찾고 있는 걸까요?
레코드 카페에서는 손님이 수백 장의 바이닐 중에 하나를 선택해 자기 자리에 앉아 전용 헤드폰과 플레이어를 사용해 들을 수 있어요. 카페처럼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그런데 레코드를 고르고, 꺼내서 뒤집고, 턴테이블의 바늘을 떨어 뜨리는 이 모든 과정이 요즘 10대 소녀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거예요. 무엇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 영상으로 올리기 좋은 소재이고요.
여기에 더해 레코드 업계의 부활도 힘을 더했어요. 보통의 경우 아날로그 레코드라고 하면 옛날 가요나 팝송, 클래식 등을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최근 레트로 붐에 힘입어 기존에 발매된 곡들을 바이닐로 재발매하거나, 처음부터 바이닐도 함께 발매하는 케이스가 늘었어요.
일본 레코드 산업 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음악과 서양 음악을 포함한 아날로그 레코드 총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314만 9천 장, 제작액은 26% 증가한 78억 8,700만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이는 1989년 이후 35년 만에 최고치예요.
이처럼 오래된 소재도 새로운 시대와 세대를 만나면 다시금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해요. 10대들과 함께 재기의 기회를 맞이한 바이닐은 앞으로 반짝하는 유행을 넘어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브랜드] 오래된 어묵 회사가 도쿄의 러너들을 주목한 이유
도쿄의 요요기 공원은 러너들의 성지예요. 도쿄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건 물론이고 넓은 잔디밭과 연못, 울창한 나무가 있어 뛰기 적합하거든요. 여기에다가 2025년 6월에는 요요기 공원에 ‘런트립 베이스 요요기 공원(Runtrip BASE YOYOGI PARK, 이하 런트립 베이스)’이라는 시설까지 들어섰어요. 요요기 공원을 달리는 러너들을 위해 샤워실, 탈의실, 카페, 라운지 등을 갖춘 공간이죠.
런트립 베이스가 문을 연지 2개월 차인 2025년 8월, 이 공간에 특이한 자판기가 하나 생겼어요. 이 자판기의 이름은 ‘피(니)쉬 포인트(FI(NI)SH POINT)’. 러너들이 운동 후 단백질을 섭취하거나 피로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간편식을 판매하는 자판기예요.
그런데 이름에 ‘니(NI)’가 괄호 안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뭘까요? 결승점을 의미하는 ‘피니쉬 포인트(Finish point)’와 ‘물고기(Fish)’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기 때문이에요. 이 자판기에서 파는 상품 중에는 ‘생선 단백질 바’, ‘사카나노치카라’ 등 생선이나 생선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간편식들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겨요. 흔히 간편한 단백질하면 닭가슴살이나 계란을 떠올리는데, 왜 생선이 등장한 걸까요? 피(니)쉬 포인트는 어묵 회사인 ‘스즈히로 가마보코(鈴廣かまぼこ)’와 ‘세이카다이(Seikadai)’가 공동으로 기획한 자판기여서죠. 참고로 가마보코란 생선 살을 갈아서 만든 연육을 찌거나 구운, 일종의 어묵이에요. 일본 우동에 들어가는 흰색, 분홍색 어묵이 바로 이 가마보코죠.
스즈히로 가마보코는 창업한지 160년이 넘은 가마보코 회사예요. ‘노포이면서도, 노포가 아니다’라는 사훈을 걸고 전통적인 가마보코 제조법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도전하죠. 피(니)쉬 포인트 자판기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에요. 소화나 흡수가 빠르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생선 단백질의 특성을 이용해 운동 후 단백질 섭취를 원하는 러너들을 타깃한 거예요.
스즈히로 가마보코는 이번 런트립 베이스를 시작으로, 다른 러닝 스테이션, 피트니스 클럽, 웰니스 센터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건강에 관심 갖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테니, 피(니)쉬 포인트가 설 자리 또한 넓어질 가능성이 높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인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과연 어묵은 단백질을 충전하는 건강 기능 식품이 될 수 있을까요?
[디자인] 젤리 모양 세안제? 아침에 씻는 시간이 달라진다
지난 도쿄 뉴스레터에서 ‘캔슬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대해 소개한 적 있었어요. 캔슬 소비란 당연하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간, 수고, 비용 등을 줄이거나 생략할 수 있는 제품들을 구매하는 움직임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덜어내는’ 선택이 환영받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캔슬 소비 성향, 심지어 세수를 할 때에도 나타나고 있어요. 도쿄의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의 조사에 따르면 15~29세 사이 여성 2명 중 1명은 아침 세안을 ‘캔슬’한다고 해요. 아침에 세안을 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아침부터 클렌저로 세안을 하면 피부가 건조해 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자는 동안 피지와 각질이 쌓이기 때문에 아침 세안을 건너 뛰는 건 오히려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세이도와 일본의 드럭스토어 ‘마츠모토 키요시’가 나섰어요. 2025년 9월 21일, ‘세안 취소자’들을 위한 세안제, ‘S 하다 구미(S 肌グミ)’를 출시한 거예요. ‘피부 젤리’라는 뜻을 가진 S 하다 구미는 이름처럼 젤리 모양의 세안제예요. 보기에만 젤리처럼 생긴 게 아니라, 실제 촉감도 젤리처럼 탱탱해요. 보습 성분에 세척 및 각질 제거 성분까지 함유하고 있어 아침 세안에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죠.
S 하다 구미는 3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되었어요. 분홍색 하트 모양의 ‘푸리푸리’는 펩타이드 GL 성분을, 하늘색 식물 모양의 ‘소요소요’는 병풀 추출물을, 자른 레몬 조각을 닮은 ‘피카피카(ぴかぴか)’는 비타민 C 유도체를 함유하고 있어요. 모두 보습을 도와주는 성분이지만, 기분 또는 피부 컨디션에 따라 골라 사용하는 재미를 준 거예요. S 하다 구미는 귀여운 비주얼과 말랑말랑한 촉감으로 자꾸만 쓰고 싶은, 중독성 있는 재미가 있어요.
그런데 시세이도가 젤리 형태의 세안제에 주목한 데에는 기능적인 이유도 있어요. 촉촉한 젤리 형태 덕분에 세럼 성분 함유량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고, 피부결에 따라 변형되는 탄력있는 텍스처로 마찰없이 피부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클렌징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용법도 S 하다 구미를 물로 가볍게 적신 후, 얼굴에 직접 문지른 후 헹구면 끝이죠. 재미도 있고, 간편하기까지 한 이 제품은 새로운 아침 세안 습관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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