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를 바로잡는, ‘전지적 고양이 시점’의 디자인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상하이 마스터예요.
하이디라오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훠궈, 분주하게 오가는 직원들, 그리고 ‘서비스 제일주의’가 만들어내는 친절하고도 전문적인 식사 분위기. 그런데 최근 상하이의 일부 하이디라오 매장에서는 이 공식이 조금 낯설게 바뀌고 있어요.
밤이 깊어지면, 매장은 은은한 조명 대신 화려한 네온빛으로 물들어요. DJ 부스에서는 전자 음악이 흐르고, 한쪽에서는 플레어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며 불꽃을 튀기죠.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서 리듬에 맞춰 흔들고, 생일을 맞은 테이블에는 서프라이즈 퍼포먼스까지 등장해요. 평소라면 조용히 국물을 리필하던 직원들도 이 시간에는 무대 옆에서 음악에 맞춰 움직이며 열기를 더하고요.
훠궈 식당에서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은데요. 이건 ‘야간 테마 매장’이라는 하이디라오의 새로운 실험이에요. 지난 1월 광저우에서 시작된 이 컨셉은, 현재 상하이를 포함해 중국 주요 도시에 30여 곳으로 확산됐죠. 전통적인 식사 공간에 ‘밤 문화’의 요소를 접목시켜, 식사와 오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였어요. 덕분에 훠궈 냄비와 네온 조명이 공존하는 낯선 장면 속에서, 사람들은 색다른 시간을 즐기게 됐고요.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하이디라오 한 브랜드의 실험을 넘어, 상하이라는 도시의 밤 풍경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보여줘요. 앞으로 이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하면서, 오늘도 상하이의 거리 속으로 호핑해볼까요?
📍트렌드: 여름 기온이 올라갈수록 얼음컵도 진화하는 중!
📍브랜드: ‘건강한 맥도날드’를 꿈꾸는 따뜻한 경량식
📍디자인: 주객전도를 바로잡는, ‘전지적 고양이 시점’의 디자인
[트렌드] 여름 기온이 올라갈수록 얼음컵도 진화하는 중!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뜨거운 물’이나 ‘따뜻한 차’를 즐기는 문화가 있어요. 심지어 한여름에도 찬 음료보다는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고 여겨져 왔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여름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빠르게 변하면서 ‘얼음컵’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중이에요.
‘2025 중국 도시 소비 행동 백서’에 따르면 얼음컵 음료 판매량은 2년 동안 연속으로 300% 이상씩 성장했고, 1선 도시의 1인당 연간 얼음컵 소비량은 무려 48잔에 달한다고 해요. ‘뜨거운 차’만 고집하던 중국인들의 선택지가 폭넓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죠. 오늘은 얼음컵 시장에서 시원함 그 이상을 보여주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흥미로운 사례 3가지를 소개할게요!
1️⃣ 노와커피(NOWWA)의 ‘톤톤 아이스 버킷’
노와커피는 기존 얼음컵의 틀을 과감히 깨고, 무려 750ml 용량의 ‘톤톤 아이스버킷’을 선보였어요. 보통의 경우 얼음컵이 일회용인 것과는 달리 통이 크니 이미 음료를 마신 후에도 재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요. SNS 상에서 DIY 음료 조합 챌린지까지 활발하고요. 노와커피는 소비자의 창의적인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얼음컵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격상시켰어요.
2️⃣ 허마(盒马)의 ‘맛 얼음컵’
허마는 4가지 다양한 맛의 얼음컵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했어요. 냉침차와 유산균 음료, 커피 등 각기 다른 음료 컨셉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와 건강까지 고려했죠. 현지의 맛을 담은 냉침차 얼음컵은 지역 특산물에 대한 자부심을 자극하고, 유산균 음료는 장 건강에 좋은 기능성을 강조하는 식이었어요. 이런 전략으로 허마는 얼음컵을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로 만들었죠.
3️⃣ 딩동마이차이(叮咚买菜)과 로슬린(Roslin)의 ‘장미 얼음컵’
중국 신선식품 전자상거래업체 딩동마이차이와 꽃차 브랜드 로슬린은 협업하여 ‘고원 겹꽃 장미차 얼음컵’을 선보였어요. 칼로리 제로, 당분 제로인 이 얼음컵 은은한 장미향을 품고 있어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얼음에 차를 결합한 이 음료는 ‘가벼운 건강관리’와 ‘자기 만족’이라는 요즘 소비 트렌드를 딱 맞춘 제품이에요.
이처럼 얼음컵 음료는 단순히 시원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 편의성, 취향, 건강 등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특히 소비자들이 직접 만드는 DIY 문화와 SNS 공유를 통해, 얼음컵은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이자 ‘소비자와 함께 완성하는 경험’이 되었죠.
중국 시장에서 얼음컵이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여름철 찬 음료에 대한 수요 증가뿐 아니라 브랜드가 얼음컵으로 ‘소비자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전략적 접근도 한몫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해요. 올여름, 얼음컵은 중국인들의 일상 속에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까요? 얼음컵의 진화를 기대되는 이유예요.
[브랜드] ‘건강한 맥도날드’를 꿈꾸는 따뜻한 경량식
한번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적 있을 거예요. 건강을 생각해서 샐러드는 먹어야할 것 같은데 왠지 맛이 없을 것 같고, 좋아하는 메뉴를 골라 사먹자니 칼로리가 걱정되고. 중국 소비자도 마찬가지인데요.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브랜드가 있어요. 라이트 밀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푸드보울(FOODBOWL)’이에요.
푸드보울은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깨뜨렸어요. 이전부터 중국 소비자는 가볍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경량식인 라이트밀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죠. 중국인에게 라이트 밀은 샐러드나 다름 없었고, 샐러드는 차가워서 맛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라이트 밀 = 맛없는 한 끼’였던 거예요.
그 결과 2010년대 중반에 다이어트 열풍을 타고 우후죽순 늘어나던 샐러드 전문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어요. 2015년, 푸드보울은 이전과는 다른 접근으로 시장에 다가갔죠. ‘라이트 밀은 샐러드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식사 방식을 다양하게 제안하는 것이다’이라는 생각으로, 중국인의 입맛에 맞추기로 한 거예요.
푸드보울은 라이트 밀의 정의를 바꿨어요. 중식풍 맛으로 뜨겁게 제공되는 음식을 내놓았죠. 중국인이 선호하는 매운 맛, 바삭한 식감, 진한 양념 등을 더해 오로지 ‘영양과 맛’에만 집중했어요. 닭가슴살 또한 레몬, 로즈마리, 김치맛 등 다양한 변주로 선보이며 평범해 보이는 재료도 다양한 버전으로 제안했고요.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따뜻하게 조리해 빠르게 제공하는 ‘건강한 패스트푸드’의 탄생이었죠.
고객 경험도 쉽고 직관적이에요. 푸드보울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카운터로 가서 자신만의 메뉴를 조합하는데요. 메뉴 선택은 카테고리별로 네 단계로 진행돼요. 첫번째는 탄수화물, 두번째는 단백질, 세 번째는 식이섬유와 같은 다양한 채소, 네 번째는 추가 토핑이죠. 각 메뉴 옆에는 칼로리 함량이 표시되어 있어 소비자가 자신의 식사 섭취량을 한눈에 알 수 있고요. 소비자들이 ‘탄단지’에 맞춰 쉽게 균형 잡힌 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거죠.
공급망과 제품 공정에 있어서도 균형점을 찾았어요.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체인은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표준화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이로 인해 맛의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죠. 그래서 푸드보울은 2019년부터 중앙 주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전체 공정 중 40%는 중앙 주방에서 전처리와 손질을 한 후 진공 포장해 콜드체인 운송으로 각 매장에 보내고, 나머지 공정은 매장에서 직접 처리해요. 4 대 6 비율을 유지함으로써 매장에서 맛을 완성하죠. 주방 또한 반 개방식으로 운영하며 사람들이 조리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고 있어요.
푸드보울은 라이트밀을 틈새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건강한 패스트푸드’라는 거대한 시장의 한 부분이라고 보죠. 패스트푸드는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고, 과거 획일적이던 패스트푸드가 건강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소비자의 약 10%만 건강한 선택을 한다 해도 이는 엄청난 성장 기회’라고 여기고 있어요. 소비자가 일주일에 하루라도 건강하게 먹으려 한다면 성공이라는 거죠.
이처럼 ‘더 건강한 맥도날드’를 꿈꾸는 푸드보울은 과연 중국의 라이트밀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푸드보울 스스로가 라이트하면서도 균형감 있으며 건강하게 비즈니스를 키워간다면 기대해 볼 만한 일 아닐까요.
[디자인] 주객전도를 바로잡는, ‘전지적 고양이 시점’의 디자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보통 ‘주인’이라고 불려요.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집사’라는 특별한 호칭을 얻죠. 고양이는 도도하고 예민해서, 주인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고양이의 취향과 습성에 맞춘 생활이 우선시되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고양이 용품은 집사 중심이에요.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고양이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이런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진짜 ‘고양이 관점’에서 제품을 디자인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상하이에서 시작된 ‘피단(Pidan)’인데요. 고양이를 위한 디자인, 과연 어떤 모습일지 함께 살펴볼까요?
1️⃣ 고양이 이글루 화장실
피단의 대표작 중 하나는 ‘이글루 고양이 화장실’이에요. 기존의 투박하고 불편한 고양이 화장실과는 차원이 다르죠. 깔끔한 화이트 톤의 곡선미와 이글루 형태는 어느 공간에 두어도 인테리어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거든요. 예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나선형 밀폐구조 덕분에 냄새가 밖으로 새지 않고, 좁은 입구와 그리드 형태의 발판 덕분에 고양이 발에 붙은 모래가 바깥에 나오지 않아요. 무엇보다 반밀폐형 구조는 고양이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선사하죠. 2016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을 뿐 아니라 배우 판빙빙도 직접 사용해 화제가 된 제품이에요.
2️⃣ 고양이 여행용 백팩
피단의 ‘고양이 여행용 백팩’은 단순히 집사가 편리한 가방이 아니에요. 고양이가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넉넉한 내부 공간과 견고한 소재, 넓은 창과 통풍이 잘되는 메쉬 패널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디자인했죠. 고양이가 흔들림이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들어, 여행이나 외출 시 고양이와 집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가 됐어요. 이처럼 피단은 언제나 고양이를 ‘최종 사용자’로 두고 디자인하죠. IDEA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이에요.
3️⃣ 고양이 네일 클리퍼
피단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제품은 ‘고양이 네일 클리퍼’예요. 이 제품은 단순한 손질 도구를 넘어, 고양이의 실제 사용 경험을 고려한 정밀한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예리하고 내구성 높은 스테인리스 스틸 클리퍼 헤드, 숨겨진 LED 램프로 발톱의 혈관 구조를 부드러운 빛으로 비춰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부상 없이 안전한 손질이 가능하죠. 또한 투명 커버가 깎인 발톱 조각을 깔끔하게 모아줘, 청소도 용이하고요. 고양이를 배려하는 세심한 디자인 덕분에 2022 굿 디자인 어워드 수상으로 이어졌답니다.
피단은 창업자 마원페이가 고양이 집사로서 직접 느낀 불편함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실제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며 얻은 경험과 애정을 디자인에 녹여냈죠. 고양이의 시선으로 제품을 바라보는 ‘전지적 고양이 시점’ 철학이야말로 피단이 꾸준히 사랑받는 원동력일 거예요.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피단의 다음 제품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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