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뮤지엄도 창고형으로? 요즘 런던 핫플의 역발상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오늘은 런던에서 온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은 런던에 관한 ‘트브디’를 소개할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런던으로 호핑 해볼까요?
런던에서 최근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박물관이 있어요. 지난 5월 31일에 문을 연 ‘V&A East Storehouse.’ 런던의 대표적인 뮤지엄인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하, V&A 뮤지엄)이 새롭게 선보인 공간인데요.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미디어 센터로 쓰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4층 높이, 농구장 30개 넓이의 거대한 창고형 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켰어요. 이름처럼, 수장고(Storehouse) 자체가 전시장이 된 곳이죠. 그렇다면 어떤 점이 특별할까요?
이곳은 박물관의 ‘백스테이지’가 주인공이에요. 기존 V&A 뮤지엄은 전체 소장품 중 약 90% 이상을 수장고에 보관하고, 일부만 전시해왔는데요. V&A East Storehouse는 이 보관 공간 자체를 뮤지엄으로 바꾸며,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컬렉션을 공개했어요.
3개의 층에 걸쳐 20m 높이로 펼쳐지는 ‘웨스턴 컬렉션 홀’은 창고형 매장을 연상하게 해요. 선반 곳곳에는 100여 개의 미니 큐레이션 전시가 설치되어 있고, 투명한 중앙 바닥은 지하 수장고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디자인 했죠. 홀 사이의 복원실에선 유물 보존 작업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큐레이터가 유물을 선별하고 정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박물관의 비하인드를 엿보는 특별한 경험이에요.
규모 또한 압도적인데요. 무려, 50만 점에 이르는 컬렉션이 이곳에 모여있어요. 소장품 25만 점, 도서 35만 권, 아카이브 1,000건에 이르죠. 그중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카우프만 오피스’, 15세기 스페인 토리호스 궁전의 금박 천장처럼 거대한 유물도 포함돼 있어요. 5천 년에 걸친 역사가 층층이 쌓여있죠.
여기에다가 이곳만의 흥미로운 서비스가 있는데요. 바로 ‘Order an Object’ 프로그램이에요. 온라인으로 보고 싶은 유물을 사전 예약하면, 유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요. 큐레이터가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죠.
입장료도 없는 이곳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에요. V&A는 보관과 전시의 경계를 허물고 박물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죠. 과거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과거와 함께 살아보는 곳으로요. 박물관 조차 살아 움직이는 런던. 이 변화하는 도시를 함께 스터디해볼까요?
📍트렌드: 런던 데이트는 술 마시면서 그림 그리기?
📍브랜드: 300년 전통의 브랜드가 여전히 주민의 원픽인 이유
📍디자인: 요리와 친구가 되도록, 주방의 문제를 해결해 드려요
[트렌드] 런던 데이트는 술 마시면서 그림 그리기?
런던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트렌드가 있어요. 바로 ‘Sip & Paint’. 말 그대로, 술 한 잔과 함께하는 그림 그리기예요. 이 활동에서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에요. 술 한 잔으로 긴장을 풀고, 완벽하기보다 자유롭기를 기대하죠. 가볍게 시작해도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최근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서로의 작품을 지켜보고, 과정을 공유하면서 대화가 깊어지기도 하니까요.
런던에선 이 트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정기적인 스튜디오 클래스부터, DJ와 함께 하는 파티형 행사까지 스타일도 제각각이에요. 그럼, 어떤 브랜드들이 런던을 더 예술적으로 바꾸고 있을까요?
1️⃣ Brush & Bubbles
와인 한 잔과 함께 우아한 화가가 되보는 시간이에요.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 한 잔과 함께 하죠. 코벤트 가든의 클래식한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고정 클래스가 중심인데요. 아티스트가 단계별로 그림 가이드를 알려줘, 초보자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요. 사교 모임, 생일 파티, 팀 빌딩 이벤트로도 인기죠.
2️⃣ Pinot & Picasso
자유롭게 내면의 피카소를 분출하고 싶다면? Pinot & Picasso 예요. 재능 대신 재미를 강조하는 곳이죠. 음식, 동물, 풍경 등 그림 종류가 다양하고,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수준에 따라 고를 수 있어요. 술은 현장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음식은 가져와 나눠 먹을 수 있고요.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브랜드예요.
3️⃣ Art Play
그림은 핑계고, 파티에 가까운 경험을 원한다면 여기예요. ‘Vibe n’ Paint’ 클래스로 유명한 Art Play는, 그림보다 음악이 주인공이 돼요. 그림 가이드 대신, DJ가 자리를 채우죠. 힙합, R&B, 하우스 등 매주 달라지는 음악에 따라 분위기도 새로워지고요. 정해진 틀 없이 나만의 무드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에요.
[브랜드] 300년 전통의 브랜드가 여전히 주민의 원픽인 이유
영국의 미식 문화를 대표하는 클래식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포트넘 앤 메이슨’이에요. 3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로컬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어요. 이 팬심은 전통의 힘만으론 설명되지 않아요. 포트넘 앤 메이슨은 언제나 먼저 다가가며 로컬과 관계를 맺어왔죠. 그 진심은 최근의 행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요.
2025년 4월, 포트넘 앤 메이슨은 ‘Fortnum & Makers’라는 이름으로 오픈 콜을 열었어요. 영국 전역의 소규모 F&B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였죠. 베이커리, 제과, 음료, 그로서리, 티&커피 다섯가지의 분야에서 장인을 찾았고, 최종 선정된 브랜드는 본점에 입점할 기회를 얻었어요. 이들은 오프라인 행사에도 함께하며, 포트넘 앤 메이슨이 인증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게 되죠.
이 오픈 콜은 브랜드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고객에게는 새로운 미식을 만나는 창구가 돼요. 그리고 포트넘 앤 메이슨은 그 중심에서, 미래의 미식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죠. 오늘의 장인을 내일의 클래식으로 만드는, 든든한 파트너이자 안내자로서요.
여기에, 포트넘 앤 메이슨은 매장을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는데요. 본점 3층에 자리한 ‘Food & Drink Studio’가 대표적이에요. 이곳에서는 인기 상품을 주제로 한, 소규모 클래스와 토크쇼가 정기적으로 열리는데요. 스타 셰프와 함께하는 디저트 클래스, 신제품의 탄생 비화를 들을 수 있는 브랜드 토크까지. 고객과 더 오래, 깊이 시간을 나누며 관계를 쌓아가고 있죠.
심지어, 매장에 오기 어려운 고객을 직접 찾아가기도 해요. 영국에서 포트넘 앤 메이슨의 햄퍼 세트는 여름 피크닉의 상징처럼 여겨지는데요. 하지만 매장에서 직접 픽업하기에 번거로운 경우가 있죠. 그래서 포트넘은 여름 축제 현장에 찾아가요. 이번 여름에는 ‘록 오이스터 페스티벌’, ‘와일더니스’ 페스티벌에 직접 참여해, 사전 예약한 고객이 축제 현장에서 햄퍼를 받을 수 있게 했죠. 포트넘 앤 메이슨의 미식과 감성을, 축제 속에서 누릴 수 있도록요.
이처럼 포트넘 앤 메이슨은 로컬에게 먼저 다가가면서도, 고유의 클래식한 품위를 지켜요. 포트넘 앤 메이슨이 오랜 시간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예요.
[디자인] 요리와 친구가 되도록, 주방의 문제를 해결해 드려요
톡톡 튀는 색감과 장난감 같은 디자인. 영국의 키친 웨어 브랜드, 조셉 조셉(Joseph Joseph)’이에요. 귀엽고 유쾌한 이미지지만, 주방의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해결사죠. 조셉 조셉은 키친 웨어를 요리가 아니라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로 정의하는데요. 요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고사양의 성능보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데 집중하죠. 그렇다면, 조셉 조셉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1️⃣ 인덱스 도마 세트
도마는 한 장으로 부족해요. 고기를 자르던 도마에 채소를 올리는 순간, 교차 오염이 되기 십상이니까요. 조셉 조셉은 여기에 아주 직관적인 해법을 제시했어요. 도마 4장에 각각 고기, 생선, 채소, 익힌 음식의 아이콘을 넣고 색상을 다르게 구분했죠. 헷갈리지 않도록, 각 도마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눈 거예요. 이 제품은 조셉 조셉을 대표하는 베스트 셀러로, 브랜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이 되었어요.
2️⃣ 멀티그립 슬라이서
슬라이서를 쓸 때 무서운 순간은? 재료가 얇아지면서 손이 칼날에 가까워질 때예요. 조금만 방심하면 손끝이 닿을까봐 긴장하게 되죠. 이 제품은 슬라이서에 그립을 더해, 불안을 없애줘요. 손으로 집기 어려울만큼 작거나, 단면이 둥글거나, 모양이 길쭉한 재료 등 상황에 따라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그립을 고정할 수 있어요. 덕분에 미끄러질 걱정 없이, 원하는 두께대로 과일이나 채소를 안전하게 썰 수 있죠. 긴장을 덜어내니, 조리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요.
3️⃣ 하브 잇 푸드 슬라이싱 툴
신제품인 푸드 슬라이싱 툴은 작고 둥근 과일을 자를 때 겪는 번거로움을 해결해요. 방울토마토나 포도처럼 굴러다니는 재료를 고정한 뒤, 한 번에 자를 수 있죠. 익숙하지 않은 칼질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고, 손 다칠 걱정도 줄어들어요.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잘려, 낭비 없이 깔끔한 조리가 가능하죠. 샐러드나 도시락을 자주 준비한다면, 유용한 도구예요.
오늘의 런던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다음주 월요일은 서울로 떠날 예정이에요. 다음 주 서울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