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가 피자 배달해주는 런던 해변가 클라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런던 마스터예요.
런던의 여름밤은 영화와 함께 완성돼요. 해가 지고, 하나둘 스크린이 켜지면, 도시는 잠시 극장이 되죠. 비가 잦은 영국에서 여름은 상대적으로 날씨가 맑고, 해도 늦게 지기 때문에 야외 상영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에요. 그래서 매년 이 시기엔 런던 곳곳의 정원, 공원, 옥상 등에서 다양한 영화가 상영돼요. 클래식부터 최신작, 실험적인 예술 영화까지 장르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죠. 바로 장소가 영화의 일부가 된다는 것.
도심의 야경과 함께하고 싶다면, ‘루프탑 필름 클럽(Rooftop Film Club)’이 제격이에요. 고층 빌딩 옥상에서 열리는 이 야외 영화관은,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영화가 펼쳐지죠. 각 좌석에는 개인 헤드셋이 제공돼, 소음 걱정 없이 온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고요. 상영이 끝난 뒤엔 칵테일 바와 DJ 파티가 이어져, 여름밤의 작은 축제를 즐길 수 있어요.
예술 영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는 ‘바비칸 아웃도어 시네마(Barbican Outdoor Cinema)’예요. 이 극장이 열리는 바비칸 센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지역을 재건하며 탄생한 공간이에요. 지금은 유럽 최대 규모의 복합 예술 공간이자, 브루탈리즘 건축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죠. 이곳의 광장에서 열리는 야외 영화관은 실험적인 큐레이션이 돋보이는데요. 예술 영화와 바비칸의 독특한 건축미가 어우러져, 공간 자체가 영화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는 야외 영화관은 ‘어드벤처 시네마(Adventure Cinema)’예요. 매년 60여 곳 이상의 명소를 순회하며, 연간 300회 이상의 상영을 이어가는 유랑 극장이죠.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 받았던 장소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런던의 ‘큐 왕립 식물원’이에요. 푸른 잔디 광장에서 관객들은 돗자리와 와인을 챙겨와 피크닉처럼 자유롭게 영화를 즐겼어요.
이처럼 여름에는 도시가 극장이 되는 런던. 영화, 건축, 야경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이 특별한 경험은 일상에 낭만을 더해주죠. 그렇다면, 영화 같은 이 도시에서 또 어떤 설레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함께 스터디해 볼까요?
📍트렌드: 모닝 커피와 함께 댄스 타임? 런던을 깨우는 새로운 아침 문화
📍브랜드: 로봇 개가 피자 배달해주는 런던 해변가 클라스
📍디자인: 이토록 컬러풀한 보행기의 탄생
[트렌드] 모닝 커피와 함께 댄스 타임? 런던을 깨우는 새로운 아침 문화
요즘 런던의 아침 풍경이 달라졌어요. 전형적인 저녁 파티 대신, 아침에 열리는 무알코올 댄스 파티. 일명, ‘커피 레이브(Coffee Rave)’가 떠오르고 있거든요. 이 파티에선 술 대신 커피를, 드레스 대신 편안한 차림을 선택해요.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문화죠.
이 트렌드의 중심에는 런던 기반의 파티 플랫폼, ‘모닝 글로리빌(Morning Gloryville)’이 있어요. 2013년, 런던 쇼디치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지금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아침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요. 보통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이른 아침에 진행해요. 요가나 명상으로 시작하고, DJ가 등장하면 본격적인 댄스 타임으로 이어지죠. 마지막엔 커피나 스무디를 나눠 마시며 여유롭게 마무리하고요.
모닝 글로리빌은 무알코올, 무약물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건강한 에너지를 중심에 두고 있어요. 참가자층도 다양해요. 출근 전에 들른 직장인, 영감이 필요한 크리에이터,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까지.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이제는 런던을 넘어 유럽 각지와 북미로까지 이 문화가 퍼져나가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는 런던의 커피 씬(scene)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일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은 팝업 형태로 커피 레이브를 열며, 카페의 의미를 확장해가고 있어요. 커피를 매개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결되는 커뮤니티의 장이 되는 거예요. 브랜드 입장에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알람과 숙취가 아닌, 음악과 커피로. 런던은 하루를 더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하고 있어요.
[브랜드] 로봇 개가 피자 배달해주는 런던 해변가 클라스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피자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바로, ‘도미노피자(이하 도미노)’예요. 영국에 1,300개가 넘는 매장이 있고, 배달 피자 시장 점유율도 단연 1위예요. 경쟁 브랜드인 피자헛이 약 5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것과 비교하면 꽤 큰 차이죠. 그런데 영국 도미노의 강점은 매장 수에만 있지 않아요. 계절마다 화제를 모으는 센스 있는 마케팅이 브랜드를 더 돋보이게 하죠. 그렇다면 도미노는 어떤 기발한 마케팅을 했을까요?
1️⃣ 여름 바다엔, 피자 배달견 ‘도미독’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도미노는 특별한 배달 로봇을 선보였어요. 해변까지 피자를 배달해주는 로봇 배달견 ‘도미독(Domidog)’이에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배달 로봇이 아니라 로봇 배달견이며, 또 어째서 장소는 해변으로 정한 걸까요?
도미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3명 중 1명은 해변에서 갈매기에게 음식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고 해요. 그만큼 바닷가에서 편하게 음식을 즐기기가 어렵다는 얘기죠. 그래서 도미노는 재미있는 해결책을 제시했어요. 피자를 배달하고, 고객 곁에 앉아 갈매기를 쫓는 ‘보디가드 로봇 강아지’를 만든 거예요.
도미독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어요. 360도의 시야와 자율 주행 기능, 카메라까지 탑재했죠. 덕분에 모래사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정확하게 고객을 찾아갈 수 있어요. 배달이 끝나면, 고객 옆에 자리를 잡고 피자 도둑인 갈매기를 막아주는 보디가드가 되고요.
2️⃣ 발렌타인 데이엔, 페퍼로니 향수
2025년 발렌타인데이에는 뿌리는 피자를 선보였어요. 시그니처 피자인 ‘페퍼로니 패션’에서 영감 받은 ‘페퍼로니 향수’였죠. 우디한 베이스에 매콤한 후추 향을 더해, 피자의 따뜻한 풍미를 향기로 담았고요. 병 디자인은 피자 조각 모양으로 피자 덕후의 소장욕을 자극했어요.
이 엉뚱해 보이는 한정판 기획엔 근거가 있어요. 매년 발렌타인 시즌에 ‘페퍼로니 패션’ 피자의 판매량이 약 50%나 증가한다는 데이터에서 출발했어요. 재치있지만 전략적인 캠페인이었죠. 딱 7일간 한정 판매된 이 향수는 기발한 컨셉과 파격적인 향으로 SNS에서 큰 화제가 됐어요.
3️⃣ 추운 겨울엔, 쿠키 빈백 수트
도미노가 겨울을 맞아 준비한 건, 따뜻한 피자만이 아니었어요. 인기 디저트 메뉴인 초콜릿 칩 쿠키에서 착안해, 입을 수 있는 ‘코지 쿠키’ 빈백 수트를 한정 출시했죠. 갓 구운 쿠키처럼 포근하고 귀여운 이 수트는, 추운 날씨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었어요. 그렇다면 왜 이런 수트를 만들었을까요?
도미노는 겨울이면 외출보다 집콕을 더 선호하는 영국인의 일상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따뜻한 집에서 배달 피자와 함께 보내는 즐거움을 유쾌하게 제안한 거죠. 수트를 입고 피자를 먹는 사진이 SNS에 퍼지며 도미노의 신박한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답니다.
이처럼 도미노는 계절과 일상을 재치 있게 읽어내고, 유머러스하게 문제를 해결해요. 이런 센스가, 도미노를 계속 찾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요?
[디자인] 이토록 컬러풀한 보행기의 탄생
보행기는 꼭 무채색이어야 할까요? 걷기 불편한 사람의 이동을 도와주는 보행기 대부분은 기능 중심의 투박한 모습이에요. 이렇게 당연히 여겨지는 디자인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영국의 모빌리티 브랜드 ‘질 워커(Zeal Walker)’를 만든 두 창립자, 조지아 윌리엄스와 조슈아 킹이에요.
두 사람은 각자 가족을 위한 보행기를 찾다가 같은 고민에 부딪혔어요. 아무리 찾아도 디자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이 없었던 거예요. 의료기기처럼 보이는 보행기는 사용자에게 심리적인 거리감을 만드는데요. 그래서 필요해도 쓰는 것을 꺼리게 되거나, 선택지가 없어 포기하게 되죠. 그래서 이들은 직접 답을 찾기로 했어요. 의료기기가 아닌, 일상에 스며드는 보행기를 만들기로 한 거예요.
“덜 의료적으로, 더 나답게 (Less medical, more personal)”
질 워커가 내세우는 철학은 명확해요. 보행기를 취향이 담긴 물건으로 바라보는 것. 그래서 커스터마이징 가능하게 만들었죠. 프레임, 좌석, 바퀴 등을 원하는 색상으로 조합할 수 있고, 가방이나 등받이도 추가할 수 있어요. 컬러도 무채색 대신, 연두색, 분홍색과 같은 파스텔톤이 중심이고요. 기능에만 집중했던 기존 보행기와 달리, 질 워커는 보행기를 패션 소품처럼 접근해요. 직접 고른 조합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거죠.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어요. 보행기는 한 번 사용하게 되면 집 안에서도, 거리에서도 늘 함께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질 워커는 실내와 실외 모두에 어울리도록 만들었어요. 평균적인 보행기의 무게가 10kg 안팎이라면, 질 워커는 5.9kg로 초경량이에요. 한 손으로도 손쉽게 접을 수 있고, 접었을 땐 폭이 24cm로 거실 한 켠이나 자동차 트렁크 등에도 부담 없이 보관할 수 있죠. 케이블과 브레이크 라인을 프레임 내부로 숨겨 깔끔한 인상을 주고요.
편의성도 돋보이는데요. 질 워커의 보행기는 세계 최초로 단 3개의 렌치만으로 모든 부품을 분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구조가 단순해 수리가 간편하고, 고장난 부분만 골라서 교체할 수 있죠. 덕분에 관리 비용도 낮고 오래도록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고요.
이러한 노력은 디자인계에서도 주목을 받았어요. 2025년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기능과 철학을 모두 갖춘 브랜드로 인정받았죠. 질 워커의 디자인은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선택지를 넓히고, 스스로 어울리는 방식을 고를 수 있게 하죠. 더 나답게,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요.
오늘의 런던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다음 주 월요일은 서울로 떠날 예정이에요. 다음 주 서울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