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이 영양식이 되는 시대? 건강을 챙기는 컵라면의 등장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일본에선 ‘가성비’의 시대를 지나 ‘시성비’의 시대였던 시기가 있었어요. Z세대를 중심으로 ‘비용 성과(Cost performance)’의 줄임말인 ‘코스파(コスパ)’, 시간 대비 효과를 뜻하는 ‘타이파(タイパ)’가 주목받던 시기였죠.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새로운 ‘-파’가 포착되고 있어요. ‘준비 성과(Preparation-performance)’의 준말인 ‘프레파(プレパ)’예요.
프레파는 미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지를 의미해요. 그렇다면 일본 Z세대의 새로운 지침이 된 프레파는 어떤 배경에서 등장하게 된 걸까요? 프레파라는 개념은 ‘안정적인 삶’에 대한 Z세대의 관점이 드러나는 개념이에요. 보통 안정적인 삶이라고 하면 대기업에 입사를 하거나,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거나, 내 집을 마련하는 것 등을 떠올려요. 그런데 Z세대의 생각은 달라요.
최근 Third Strategy Inc.가 발표한 <Z세대 최종 백서>에 따르면, Z세대에게 안정성이란 ‘막다른 길을 마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해요. Z세대는 한 가지 진로에 얽매이기보다는 꿈을 좇는 동시에, 혹시 모를 미래를 준비하는 듀얼 커리어를 실천하죠. 비상시를 대비해 다른 길을 열어두고, 항상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 이게 바로 Z세대가 말하는 안정적인 삶이에요. 한 회사나 하나의 진로를 어쩔 수 없이 고수해야 하는 상황이야말로 불안정하다고 느끼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대기업이나 대부분의 화이트 칼라 직종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그 안정성에 대한 효율성은 낮아요. 결과가 한 가지로 좁혀질 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 혹은 시험 공부 기간 등까지 고려하면 준비 비용이 엄청나죠. 요즘 Z세대는 안정적이더라도 비효율적이라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Z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과거에 사람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을 본인들이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있죠. 그래서 최대한 많은 선택지와 탈출구를 준비하는 데에 집중하는 거예요. 이러한 ‘신안정주의’는 Z세대의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죠.
신안정주의 시대에는 변화에 대응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이 될 거예요. 이는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아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죠. 오늘도 도쿄의 브랜드들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중인데요. 그렇다면 지금 도쿄에서는 어떤 새로운 선택지가 만들어지고 있을지, 그 현장으로 함께 호핑해 볼까요?
컵라면이 영양식이 되는 시대? 건강을 챙기는 컵라면의 등장
일본에서 컵라면의 위상은 남달라요. 한국도 일본 못지 않게 라면을 많이 소비하고 사랑하는 나라지만, 컵라면만큼은 일본을 따라가기가 어려워요. 봉지 라면과 컵라면 판매 비율이 7대 3정도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전체 라면 시장 판매량 중 약 70%를 컵라면이 차지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컵라면은 일본 사람들에게도 대표적인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예요. 도쿄의 베이스 푸드(BASE FOOD)가 20~60세 사이의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컵라면을 건강에 해롭다고 인식하고 있거든요. 특히 나트륨 함량과 칼로리가 높고, 영양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어요. 건강 문제로 컵라면 섭취 빈도를 줄였다고 답한 사람들도 약 72%나 되었죠.
동시에 응답자의 약 80%는 컵라면을 좋아하고, 66%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컵라면을 더 먹고 싶다고 답했어요. 건강 관점에서 컵라면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일 수 있지만, 컵라면에 대한 니즈와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여전한 거예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1월, 베이스 푸드가 ‘죄책감 없는’ 컵라면을 출시했어요. ‘매일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이라는 컨셉으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컵라면 시리즈를 개발했죠. 컵라면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을 뒤엎고 컵라면이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은 그대로 누리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그 시작은 ‘베이스 야키소바’ 시리즈였어요. 기본 야키소바, 매콤 마제소바 그리고 시오 야키소바 등 3가지 맛을 선보였죠. 먼저 면을 정제된 흰밀가루가 아니라 통밀가루로 만들었어요. 면의 식감과 맛, 소스와의 조화를 고려해 곡물 재료의 종류와 비율을 조절했어요. 여기에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 33가지 필수 영양소를 포함시켰죠. 게다가 소금 함량을 1.8g, 컵라면 1개당 칼로리를 298kcal로 낮춰 컵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부분들을 개선했고요.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출시한 지 약 3개월이 된 시점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 개를 돌파한 거예요. 기세를 몰아 이후 일본 조미료 업계 1위 회사, ‘아지노모토’와 똠얌 마제소바를 공동 개발했죠. 소스가 중요한 똠얌인 만큼, 맛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제품에 따라 개발 과정이나 재료는 다르지만, 원칙은 맛은 최대한 유지하되 칼로리와 나트륨을 낮추고 신체에 필요한 영양은 챙기는 거였죠.
가장 최근인 10월 22일에는 ‘베이스 라멘’ 시리즈를 발매했는데요. 맛도 닭뼈 간장과 미소 된장 2가지 맛으로 출시해 입맛을 돋우었죠. 기존 야키소바나 마제소바 시리즈는 국물이 없는 비빔면 스타일이었다면, 라멘 시리즈는 국물이 있는 제품으로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베이스 라멘 시리즈는 야키소바 시리즈 대비 구입률은 2.5배, 구입 횟수는 1.8배나 높을 정도죠.
베이스 푸드는 야키소바나 라멘 이전에도 매일 필요한 영양소의 3분의 1을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는 주식 식품 브랜드로서 완전 영양식을 지향해 왔어요. 통밀 가루, 콩, 치아씨드 등의 재료와 독자적인 기술로 필수 영양소 33가지를 함유한 다양한 간편식을 선보여왔죠. 파스타, 빵, 쿠키 등 종류도 다양해요. 2017년 2월, 첫 출시 이후 약 7년 만에 누적 판매량 2억 봉지, 정기 구독자 수만 21만 명을 넘었죠.
그럼에도 베이스 푸드의 이번 행보는 특히나 주목을 받았어요. 기존에 정크 푸드로 인지되었던 컵라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이에요. 건강식, 영양식으로서의 컵라면을 제안해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죠. 덕분에 언젠가는 건강을 챙기고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컵라면을 먹는 것이 뉴노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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