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실에서 케이크 향이? 구강케어가 도파민이 돼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지금 뉴욕은 과거로 회귀 중이에요. Z세대부터 부모가 된 밀레니얼 세대까지,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고 있어요.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도시인 뉴욕에서, 이게 무슨 일일까요?
먼저 Z세대. 요즘 뉴욕 Z세대 사이에서 ‘플립폰 서머(Flip phone summer)’ 운동이 한창이에요. 스마트폰 중독과 과도한 미디어 노출로 인해 뇌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이번 여름에는 2000년대에 쓰던 플립폰을 사용하자는 취지예요. 부모님이나 기성세대가 아니라, Z세대 틱톡커들이 이 흐름을 주도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죠.
플립폰 뿐만이 아니에요. 아이폰 사진 촬영 대신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 일회용 카메라를 사용해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보다 카세트 테이프, 비닐 레코드를, 블루투스 이어버드보다는 워크맨 헤드폰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미국 Z세대는 하이 테크가 아니라 ‘로우 테크(Low tech)’를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구하고, 자유를 얻었다고 말해요.
한편 부모가 된 뉴욕의 밀레니얼 세대 중 일부는 ‘90년대 야외 육아’를 실천 중이에요. 특히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짜여진 액티비티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캠프 대신 자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해요. 동네를 돌아 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뒷마당에서 흙놀이를 하는 등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도록 내버려 두는 거죠. 이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유로웠던 90년대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의 아이들도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거예요.
물론 일부 부모들은 90년대의 자유분방한 여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해요. 지금의 우리는 그 때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거든요. 여름은 과거보다 더 더워져 아이들이 밖에 있기 싫어하고, 거리는 더 위험해졌죠. 집에서는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게임 또는 미디어 중독에 빠질 수 있고요. 게다가 대부분의 부모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기가 힘들어요.
그럼에도 많은 뉴욕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어요. 독립성, 주체성, 자율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경험하고 발견하기를 바라면서요.
이처럼 과거에 당연했던 일상이 미래에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자 가치가 되기도 해요. 이런 관점을 현재에 적용해 본다면, 현재는 미래에 돌아 보면 가치있는 과거가 될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의 뉴욕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트렌드: 닮은 꼴 찾기 대회, 팝업계의 새로운 놈(Norm)이 될 수 있을까?
📍브랜드: 치실에서 케이크 향이? 구강케어가 도파민이 돼
📍디자인: 안 듣기 위한 게 아니라, 잘 듣기 위한 귀마개?
[트렌드] 닮은 꼴 찾기 대회, 팝업계의 새로운 놈(Norm)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곳곳에서 수많은 ‘닮은 꼴 대회’가 열렸어요. 시작은 2024년 10월에 뉴욕에서 열렸던 ‘티모시 샬라메 닮은 꼴 대회’. 이 행사에는 수많은 티모시 샬라메 호소인들이 모였어요. 그중 일부는 <웡카>의 윌리 웡카, <듄>의 폴 아트레이데스 등 티모시 샬라메가 맡았던 영화 속 역할로 분장을 하기도 했죠. 1등은 웡카를 분장했던 마일스 미첼로라는 대학생에게 돌아갔어요. 상금으로는 50달러와 트로피가 수여됐죠.
이 행사 이후 닮은 꼴 찾기 대회는 뉴욕뿐만 아니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대도시를 넘어 영국, 호주, 브라질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유명인의 생일을 기념하거나 단순한 재미를 위해 유튜버, 이벤트 회사 등이 주최하는 깜짝 이벤트였죠.
그런데 이 닮은 꼴 대회의 가장 최근 버전이자, 지난 8월 6일에 열렸던 ‘에미넴 ‘스탠’ 닮은 꼴 대회’는 좀 달라요. 맨해튼 소호 지역에서 열린 이 행사는 에미넴의 새 다큐멘터리 <STANS>의 개봉을 기념하는 팝업 이벤트 중 일부였어요. 에미넴의 한정판 바이닐과 독점 상품 판매, 깜짝 게스트 출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들이 함께 준비되어 있었죠.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새로 개봉하는 영화의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된 행사의 일부였어요.
<STANS> 다큐멘터리는 래퍼 에미넴을 통해 팬덤의 본질을 탐구해요. 다큐멘터리의 제목도 에미넴의 대표곡 중 하나이자 2000년에 발매했던 <Stan>에서 따왔죠. <Stan>이라는 곡은 강박적인 스토커 팬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후 영단어 Stan은 스토커 같은 광팬, 우리나라로 치면 사생팬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 통용돼요. 2017년에는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됐고요.
<Stan>의 뮤직 비디오에는 스탠리라는 이름의 인물이 등장해요. 에미넴처럼 노란색으로 머리를 탈색하고 흰색 티셔츠와 배기 진을 입고 다니죠. 이번 콘테스트에서는 에미넴을 닮고 싶어하는, 스탠의 닮은 꼴을 찾은 거예요. 실제로 뮤직비디오에서 스탠 역을 맡았던 배우 데본 사와가 이번 이벤트에 등장해 화제가 됐어요.
스탠 닮은 꼴 대회에는 재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에미넴의 다큐멘터리 개봉을 기념한 행사인데, 에미넴이 아니라 왜 ‘스탠’ 닮은 꼴인지, 다큐멘터리의 제목인 ‘스탠’은 무슨 의미인지 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죠. 새로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대와 흥미를 조성하고, 이 다큐멘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닮은 꼴 대회는 필연적으로 한 인물을 연구하고, 재현해요.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인물을 둘러싼 콘텐츠를 분석하고 조사하죠. 이 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관심도가 올라가는 건 물론이에요. 어쩌면 모든 기획자와 마케터가 이벤트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자 결과일지도요. 그렇다면 앞으로 닮은 꼴 대회는 엔터테인먼트의 목적을 넘어 새로운 마케팅 놈(Norm)이 될 수 있을까요?
[브랜드] 치실에서 케이크 향이? 구강케어가 도파민이 돼
“누가 구강 관리가 재미없다고 했나요?”
그녀들의 모험이 시작된 지점이에요. 쿠 자매는 구강 관리하는 과정을 재밌게 만들어 주는 제품들을 통해 치실 사용이나 양치질을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론칭한 브랜드가 바로 ‘코코랩(Cocolab)’이에요. 코코랩은 치실, 치약, 칫솔 등 구강케어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인데요. 치과의사인 크리스틀이 설계에 참여해 기존 구강 케어 제품들보다 효과적인 건 기본이에요.
그런데 코코랩의 진짜 킥은 ‘재미’에 있어요. 먼저 알록달록한 컬러감과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이 눈을 즐겁게 해요. 기존에 딱딱하고 성실한 모습의 구강케어 제품들과는 시각적으로 먼저 대비가 되죠.
뿐만 아니라 제품의 ‘향’으로도 재미를 주는데요. 대표 제품인 ‘코코플로스(Cocofloss)’는 여러 가지 향이 있어요. 컨페티 케이크, 코코넛, 바닐라빈, 딸기, 수박 등 이름만 들어도 달콤해지는 향들이죠. 입으로 들어가는 건 구강 케어 제품이나 디저트나 똑같잖아요. 이왕이면 구강 케어 제품이라도 달콤한 향이 나면 좋을 거라 생각한 거죠. 모두가 구강 케어 제품의 기능에만 집중할 때, 제품의 향으로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렸어요.
최근에는 코코랩의 화이트닝 치약, ‘코코샤인(Cocoshine)’도 여름 한정판 ‘딸기맛’을 출시했어요. 그런데 이게 그냥 딸기가 아니에요. 전 세계 최초로 수직 농장에서 완벽한 맛과 모양의 딸기를 재배하는데 성공한, 뉴욕의 ‘오이시(Oishii)’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거예요. 오이시는 2017년, 일반 딸기보다 20배가 넘는 가격에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어요. 출시 3년 만에 65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딸기계의 테슬라’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코코랩은 이런 오이시와의 협업을 통해 상쾌한 양치질에 완벽한 딸기의 맛을 더했어요. 한 때 예약 구매가 줄을 잇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서빙되던 오이시의 고급 딸기가 들어간 치약이니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밖에요. 남다른 딸기의 향긋함은 ‘해야 하는’ 양치질을 ‘하고 싶은’ 양치질로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디자인] 안 듣기 위한 게 아니라, 잘 듣기 위한 귀마개?
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주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은 이제 기본 스펙이 되었어요. 그래서 때로는 소음을 차단하고 싶을 때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귀마개 대용으로 쓰기도 하죠. 노이즈 캔슬링에 익숙해진 사람들에 맞춰 귀마개도 점점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어요.
그런데 ‘귀의 평화’라는 의미를 가진 귀마개 브랜드, ‘이어피스(Earpeace)’는 관점이 달라요. 노이즈 캔슬링이 아니라 노이즈 ‘셀릭팅(Selecting)’이라고 할까요? 외부의 소리 중 불필요한 소음은 줄이되, 듣고 싶은 소리는 잘 듣도록 도와주는 귀마개를 디자인했거든요.
이 브랜드의 시작은 이래요. 이어피스의 창립자 제이 클라크(Jay Clark)는 라이브 음악과 뮤직 페스티벌을 좋아했어요. 어마어마한 소음과 음악이 함께 하는 음악 축제를 즐기고 나면 청력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었죠. 실제로 그가 조사해보니, ‘소음성 난청’이라는 개념이 있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청취 경험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청력을 보호하는 귀마개가 없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죠.
그렇게 그는 2010년, 청취 경험은 개선하고 동시에 청력은 보호하는 이어피스를 SXSW에서 처음 선보였어요. 이후 거듭된 기술 개발과 디자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재에 이르렀는데요. 먼저 이어피스는 사람의 외이도 모양에 맞춰 디자인한 ‘컨투어 이어플러그’ 디자인으로 특허를 받았어요. 거의 맞춤형 제품같은 착용감을 선사하죠.
귀마개 안쪽에는 여러 층의 음향 필터를 적용해 전체적은 볼륨은 더 낮게 유지하면서, 음악은 왜곡없이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뿐만 아니라 16데시벨, 20데시벨, 24데시벨 등 볼륨 감소 레벨에 따라 필터 디자인을 달리 해, 고객이 볼륨 감소 정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죠.
지금은 음악 페스티벌, 클럽 뿐만 아니라 라이딩, 스포츠 등 소음은 줄이되, 필요한 소리를 더 잘 듣는 것이 필요한 다양한 상황들을 위한 귀마개가 개발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모토 프로 귀마개’는 바람으로 인한 소음을 감소시키면서 통신이나 헬맷 착용을 방해하지 않는 게 특징이에요. ‘스포츠 프로 귀마개’는 운동하는 내내 군중 소음은 줄이면서 운동에 거슬리지 않도록 편한 착용감을 구현했어요.
완전한 무음 대신 불필요한 소음은 줄이고, 듣고 싶은 건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귀마개. 이어피스는 귀마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오늘의 뉴욕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런던으로 떠날 예정이에요. 런던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