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가 일본 첫 팝업으로 '편의점'을 연 이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한 해를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연말이에요. 새해에 세웠던 목표는 어디까지 달성했는지, 꾸준히 하겠다고 다짐한 습관들은 얼마나 지켰는지 돌아보게 되죠. 그리고는 이내 깨닫죠. 연초의 의지가 희미해졌다는 걸요. 막판 스퍼트라도 해야하는데, 연말 모임이 늘면서 공부나 운동 같은 자기계발 계획은 내년으로 미루기 쉽죠.
그런데 연말 홀리데이 시즌의 정점인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 팝업을 연 공부 앱이 있어요. 약속과 휴가 준비만으로도 바쁜 이 시기에, 굳이 오프라인에 등장한 거죠. 이런 이례적인 선택을 하는 학습 앱은 ‘듀오링고’예요. 듀오링고가 일본 최초로 연 팝업의 이름은 ‘듀오마트(DUOMART)’. 편의점 형태의 팝업 스토어죠. 도대체 왜 하필 연말에, 어째서 편의점을 연 걸까요?
일본 사람들에게 편의점은 일상 그 자체예요. 거리마다 있고,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존재죠. 특별한 목적 없이 들르기도 하고, 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택지가 되기도 해요. 듀오링고는 이 지점을 주목했어요.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앱이라는 정체성과, 언제든 들를 수 있는 편의점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그 두 세계를 결합한 ‘듀오마트’를 만들었어요. ‘항상 당신 곁에 있는 듀오링고’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여기에, 연말을 선택한 이유도 있어요.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송년 일정이 겹치면서, 쌓아두었던 공부 습관이 흐트러지기 쉬운 시기인데요. 듀오링고는 이 틈을 파고들어요. 이미 앱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잊었던 레슨을 떠올리게 만들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새해 계획에 끼어들 명분이 되죠.
그렇지만 연말에 학습 앱이 팝업을 연다고 사람들이 찾아올까요? 사실, 듀오링고에는 믿는 구석이 있어요. 듀오링고의 상징인 초록 부엉이 ‘듀오’의 팬덤이죠. 듀오는 학습 화면에서는 귀여운 표정을 짓고 응원하지만, 앱을 열지 않으면 끈질기게 알림을 보내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또, SNS에서는 각종 밈에 탑승해 ‘나사가 조금 빠진 캐릭터’로 인기를 끌죠.
이 다양한 매력의 캐릭터는 일본에서도 통했는데요. 듀오링고 일본 X 공식 계정은 팔로워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며 22만 팔로워를 모았고, 틱톡 일본 공식 계정은 무려 2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어요. 이처럼 듀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미 일본에서 충분히 쌓인 상태였어요. 오프라인에 나설 자신이 생긴거죠.
그러다보니, 이번 팝업스토어 ‘듀오마트’의 중심에도 듀오가 있어요. 그렇다고 듀오만 전면에 있진 않아요. 앱에서 함께 등장하는 친구들인, ‘릴리’와 ‘오스카’도 현실로 불러냈죠. 판매하는 제품들은 듀오의 세계관을 담아, 노트, 키링, 가방, 옷처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아이템으로 구성했어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계속 눈에 띌 수 있도록요.
여기에, 체험하는 재미도 더했어요. 마트 안쪽에서는 뽑기형 가챠와 랜덤 트레이딩 카드를 경험할 수 있는데요.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긴장과 기대가 몰입을 만들죠. 또, 캐릭터를 색칠할 수 있는 도안을 무료로 출력해서 나누어 줘요. 이런 선물은 굿즈만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장치가 돼요.
듀오마트에서의 경험은 듀오링고 앱과도 닮아 있어요. 앱에서는 연속 학습을 유지하면 뱃지를 받거나 예기치 않은 보상 알림이 등장하는데요. 작은 보상과 성취가 다시 앱에 접속하게 만들죠. 그래서 이미 듀오링고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앱에서의 학습 경험이 떠오르고,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앱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어요.
홍보 방식도 듀오링고답게 위트가 있었어요. 팝업 오픈 전, 시부야에는 듀오마트의 위치를 맞추는 퀴즈가 펼쳐졌는데요. 거리 곳곳에는 듀오 캐릭터와 화살표가 그려진 힌트 간판 20개가 설치됐어요. 목적지는 공개하지 않은 채, 사람들이 직접 힌트를 따라 걸으며 위치를 찾아보게 한 거예요. 간판을 발견한 사람들은 이를 SNS에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온라인에 확산 되었어요.
여기에, 시부야를 대표하는 스크램블 교차로 대형 스크린에서는 듀오마트 홍보 영상을 동시에 송출하는 ‘스크린 잭(Screen Jack)’이 진행됐어요. 스크린 여러 대를 일정 시간 점령해 ‘듀오마트’ 영상이 재생되면서, 듀오의 얼굴이 사방에 등장했죠. 짧은 순간이지만, 시부야 한복판이 듀오로 덮이며 행인들은 시선을 빼앗겼어요.
이처럼 듀오링고는 첫 팝업임에도 과감하게 동네 전체를 홍보 매개로 삼았어요. 온라인에서만 홍보하지 않고, 거리 곳곳에 힌트와 스크린을 배치하며 시부야 전체를 무대로 활용한 거죠. 오픈 한 달 전부터 호기심과 화제를 쌓아, 결국 사람들의 발걸음을 팝업으로 불러왔어요.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학습 앱에서 벌인 캠페인이지만 정작 공부를 강조하진 않는다는 거예요. 듀오를 보면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이번엔 또 어떤 장난을 칠까 하는 기대와 웃음이 먼저 떠오르죠. 학습 앱이지만, 캐릭터를 먼저 좋아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는 거예요.
듀오링고는 공개적으로 ‘모두가 사랑하는 국민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선언해요. 그래서 학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아도 괜찮고,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기꺼이 인정하죠. 그런데 이 태도가 오히려 사랑을 받았어요. 부담 없이 SNS를 팔로우하게 하고, 팝업을 찾아가게 하고, 굿즈까지 사게 하죠.
하지만 구매할 때는 몰랐을 거예요. 가방에 달린 듀오 키링 하나가 계속 말을 걸 것이라는 걸요. ‘오늘은 앱을 켜보는 게 어때?’하고요.
오늘의 도쿄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아래에 있는 '좋아요(LIKE)'를 누르거나, 친구 또는 회사 동료에게 뉴스레터를 공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