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역대급 귀여운 식료품 마트! 단, 먹지못함주의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게 있을까요? 때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의심하는 것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터요. 그리고 이 아이디어에는 ‘낙차’가 생기죠. 의구심조차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인식과 새로운 사이에 갭이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이 낙차에서 재미와 매력을 느끼고요.
크리에이티브의 도시, 뉴욕에는 당연한 것을 뒤집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에 없던 재미를 주는 공간들이 있어요. 이를 테면 꽃인데 시들지 않고, 식료품인데 먹을 수 없죠. 꽃은 시드는 게 당연하고, 먹기 위해 구매하는 게 식료품인데, 이 매장들은 어찌 된 일일까요?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현장으로 함께 떠나 볼게요.
먼저 시들지 않는 꽃을 파는 꽃가게 ‘플라워 숍(Flower Shop)’을 소개할게요. 플라워 숍은 맨해튼 소호에 위치해 있어요. 이 가게에서 파는 꽃은 생화가 아니라, ‘펠트(Felt)’로 만든 꽃이에요. 부드러운 섬유와 폼 소재로 만든 꽃을 파는 이 꽃집은 꽃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꾸었어요. 플라워 숍에는 상시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꽃들도 있지만, 매일 입고되는 한정판 꽃이나 계절별 한정판 꽃이 있어 질릴 틈이 없죠. 가격도 한 송이에 10달러(약 1만5천 원)에 불과해 일상적인 기분 전환에도 부담이 없고요.
펠트 꽃은 원래 2024년에 ‘플라워 마켓’이라는 이름의 전시 겸 팝업에서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어요. 수천 송이의 펠트 해바라기, 장미, 데이지 등으로 가득했던 이 팝업은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죠. 2025년에도 록펠러 센터에서 27종의 펠트 꽃을 선보이며 ‘플라워 마켓 2.0’의 문을 열었어요. 팝업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25년 11월, 소호에 지금의 상설 매장을 열게 된 거예요.
가짜 꽃이라는 점에서 조화랑 비슷한데, 플라워 숍의 펠트 꽃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요? 조화는 생화를 ‘흉내’낸 가짜에 불과해요. 조악한 모조품 취급을 받죠. 반면 펠트 꽃은 시각적 아름다움이라는 꽃의 본질적 가치는 간직하되, 펠트라는 소재만이 구현할 수 있는 부드러움과 생기있는 컬러감으로 새로운 감각적 가치를 만들어 냈어요. 생화가 가질 수 없는 촉각적, 시각적 장점이 있는 거죠. 시들지 않아 영속적이고, 뒷처리를 할 필요도 없다는 건 물론이고요.
이번에는 꽃가게가 아니라 식료품 마트로 가볼까요? 2026년 1월 초부터 3월 말까지만 진행되는 식료품 마트인데, ‘먹을 수 없는’ 식료품을 팔아요. 자고로 식료품 쇼핑이란, 갖고 싶어서 한다기 보다는 먹을 것을 사기 위해서 하는 활동이에요. 식료품 쇼핑의 유일한 목적이 ‘먹을 것’을 사는 건데, 먹지도 못하는 식료품을 왜 팔고, 사람들은 왜 사러 가는 걸까요?
이 팝업은 모마 디자인 스토어(MoMA Design Store)에서 기간 한정으로 여는 ‘모마 마트’예요. 모마 마트는 실제 마트를 모방했다기 보다는, 식료품 마트라는 개념을 가지고 노는 공간이에요. 토마토, 샌드위치, 피자 조각 등 일상적인 식재료의 탈을 쓴 디자인 오브제들을 판매하거든요. 예를 들어 프레첼 모양의 꽃병, 통조림 형태의 파우치, 크로아상 모양의 램프 등 언뜻 보면 음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을 선보이는 거예요.
쇼핑 경험도 식료품 마트와 비슷하게 구현했어요. ‘유제품&고기’, ‘빵’, ‘농산물’ 등으로 제품군을 구분해 놓은 것은 물론, 쇼핑 바구니도 마트 바구니와 유사하게 생겼죠. 실제로 구매하는 건 라이프스타일 제품이지만, 그 과정은 마치 식료품 쇼핑을 하는 것과 같아요.
모마 마트는 반복되는 일상인 식료품 쇼핑을 재밌는 경험으로 승화시켰어요. 그런데 모마 디자인 스토어는 왜 식료품 마트에 주목한 걸까요? 식료품은 오랫동안 현대 미술에 영감을 주는 소재였어요. 예술가들은 문화, 욕망, 일상 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음식을 활용했죠. 모마는 그 결과로 완성된 작품들을 수집해 왔고요. 모마 디자인 스토어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존중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 이번 팝업을 연 거예요.
물론 이 심오한 배경을 모르더라도, 그저 모마 마트에 와서 둘러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모마 마트는 진중한 디자인 편집숍이 아니라 예술, 일상, 유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트를 지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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