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타임이 된 ‘밤’, 서울의 야간 경제를 밝히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여름휴가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도심이 한산해질 거라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올해 서울은 예외예요. 해외로만 눈을 돌리기엔 너무 아까운, 한여름 밤을 책임질 시원한 행사와 새로운 공간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거든요. 그 중심에는 단연 ‘한강’이 있어요. 올여름 한강은 단순히 산책이나 피크닉을 즐기는 곳을 넘어, 도시 속 바캉스지로 진화하는 중이죠.
먼저,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에 스타벅스가 새롭게 문을 열었어요. 한강변에 매장을 낸 것은 4년 만.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는 듯 규모가 120평이나 되는데요. 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은 통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한강 윤슬과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맥주와 칵테일 메뉴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도심 속 짧게 즐기는 피서지로 각광받을 만 하죠.
또한 여의도 한강공원 마포대교 하부에서는 DJ 파티도 펼쳐져요. 시끌벅적한 야외 파티를 생각했다면 오산. 이 행사의 특징은 ‘무소음’이라는 거예요. 참가자들은 각자 무선 헤드폰을 착용한 채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죠. 소음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이 파티는 한강의 수변 무대와 어우러져 특별한 여름밤의 추억을 만들어줘요.
그뿐 아니라 한강에서는 밤새워 드라마를 정주행 할 수도 있어요. 최근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2004년 이후 약 20년 만에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는데요. 인기에 힘입어 8월 16일, 망원한강공원 서울함공원 일대에서는 드라마 감독판 6부작을 장장 369분 동안 밤새워 함께 보는 행사가 펼쳐졌죠.
한강의 물결과 함께 흐르는 조명, 바람, 음악, 그리고 도시의 야경이 어우러진 순간은 그 어디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서울 한정판’ 경험이에요. 해외여행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특별하게 서울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이번 시즌 한강을 주목해도 좋겠어요. 저희는 앉아서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서울 호핑을 해볼게요!
📍트렌드: 프라임 타임이 된 ‘밤’, 서울의 야간 경제를 책임지다
📍브랜드: 아름다움에 경계가 어딨어? 컬러는 모두의 것!
📍디자인: 요즘 세대가 집안의 불운을 막는 법
[트렌드] 프라임 타임이 된 ‘밤’, 서울의 야간 경제를 책임지다
서울의 밤이 달라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와 경험이 시작되는 ‘프라임 타임’이 되고 있죠. 최근 들어 많은 브랜드들이 ‘밤’을 새로운 핵심 자원으로 삼으며,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틈새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밤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걸까요? 3가지 사례와 함께 살펴볼게요.
첫째, 밤은 ‘즉시 소비’를 자극해요.
올 여름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심야 시간대(20시~자정) 거래액을 전년 대비 17% 끌어올렸어요. 심야 맞춤형 쇼핑 프로그램 덕분이었죠. 대표적인 기획전은 ‘굿나잇 타임딜’. 고객의 관심 상품과 평소 구매 패턴 등을 AI로 분석한 뒤, 구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심야 시간에 가격 할인하거나 쿠폰을 발급했어요.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는 20~30대 직장인을 타깃했죠. 덕분에 일일 거래액 중 심야 시간대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32%까지 상승했어요.
쇼핑몰 11번가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3개의 상품을 초특가로 판매하는 ‘심야 마트’를 오픈했어요. 퇴근 후에 장을 보는 직장인,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주부를 타깃했죠. 게다가 주문한 상품은 다음 날 빠른 속도로 배송시켰어요. 이처럼 심야 쇼핑은 이제 단순한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심리를 파고들며 시간대 자체를 ‘소비 트리거’로 만드는 전략이에요.
둘째, 밤은 ‘몰입 경험’을 극대화해요.
서울시도 ‘밤에 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이에요. 서울 4대 궁은 시즌마다 야간 개장을 할 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를 활용하며 시민들을 역사적 공간으로 끌어 당겨 왔어요. 이에 더해 2025년 4월부터는 ‘문화로 야금야금(夜金)’ 사업을 시작했죠. 이름처럼 매주 금요일마다 시립 문화 시설 8곳의 운영 시간을 밤 9시까지 연장하고, 낮에는 보기 힘든 야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거예요.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계절별 테마 전시, 역사 강연, 공예 체험 등 참여형 콘텐츠가 펼쳐지죠.
같은 공간도 시간대에 따라 얼굴을 달리해요.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와 조명 속에서 관람객은 더 깊이 집중하게 되고, 몰입의 밀도는 더욱 높아지죠. 그래서 같은 전시나 공연도 밤에 보면 훨씬 기억에 오래 남고요. 이처럼 심야 운영은 단순한 시간 연장이 아니라, 콘텐츠의 몰입도를 배가시키는 하나의 장치예요. 퇴근 후 도시 한복판에서 느끼는 강렬한 문화 체험은 서울을 심야 문화 도시로 각인시키는 중이죠.
셋째, 밤은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의해요.
밤 시간은 브랜드가 색다른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해요. 2025년 봄, 교보문고는 ‘미드나잇 살롱: 문 닫힌 미술관으로의 초대’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알폰스 무하전의 일반 관람이 종료되면, 40명을 프라이빗 전시에 초대하는 행사였어요.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하는 야간 관람의 시작 시간은 저녁 7시 40분. 이것만으로도 희소성과 특별함이 극대화됐죠.
그런데 왜 서점이 나서서 야간 콘텐츠를 마련하는 걸까요? 교보문고는 이런 심야 프로그램을 통해 서점의 역할을 확대했어요. ‘책과 예술, 그리고 깊이 있는 문화’를 큐레이션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화했죠. 낮에는 평범한 서점일 수 있지만, 밤이 되면 도시 속 작은 예술 살롱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던지는 거예요.
한마디로, 서울의 심야 경제는 단순히 영업 시간을 늘리려는 게 아니에요. 밤이라는 시간대는 몰입감 높은 경험, 즉시 소비, 브랜드 이미지 재정의라는 기회를 잡는 효과적인 수단이죠.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에서 여러분은 어떤 심야 서비스를 기대하시나요?
[브랜드] 아름다움에 경계가 어딨어? 컬러는 모두의 것!
뷰티 매장에서 손등에 여러 색의 립스틱을 테스트하는 남성분들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만약 누군가에게 선물할 제품을 찾는 줄 알았다면, 이 브랜드를 눈여겨 보세요. 국내 최초의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LAKA)’. 라카 매장에서는 남성분들이 직접 사용할 립스틱을 테스트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광고를 할 때도 여성과 남성 모델을 꼭 함께 기용하죠.
이런 시도는 ‘컬러는 원래 모두의 것’이라는 철학에서 비롯됐어요. 누구에게나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니, 뷰티라는 영역 또한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라카는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뷰티의 경계선’을 지우며 브랜드 런칭 이후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어요. 최근에는 성수동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는데요. 소비자 스스로 ‘나의 아름다움’을 정의하게 만드는 라카의 방법들을 살펴볼게요.
첫째, 라카는 컬러의 스펙트럼을 폭발적으로 확장시켰어요. 일반 뷰티 브랜드가 약 30여 개 컬러를 내는 데 비해, 라카의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무려 399종의 립 제품이 있죠. 그중 138종은 오직 플래그십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온리 플래그십’ 컬러예요. 확장된 선택지 덕분에 소비자들은 한정된 취향을 벗어나 나에게 어울리는 찰떡 컬러를 찾아낼 수 있죠.
둘째, 칵테일을 만들 듯이 직접 색을 조합할 수 있는 믹솔로지 바(MIXOLOGY BAR)가 있어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3만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이용권이 주어지는데요. 고객은 컬러를 직접 조합해 미니 틴트를 만들 수 있죠. 예측할 수 없는 색의 변주와 즉흥적인 조합 과정은 단순한 ‘구매’를 ‘창작 경험’으로 만들어줘요.
셋째, 컬러 지도를 통해 ‘색의 세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줘요. 매장 한쪽 벽면에는 399가지 립 컬러가 체계적으로 배열된 ‘립 컬러 맵’이 있어요. 이 지도는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색의 위치를 탐험할 수 있게 해줘요. 소비자는 여기서 자신의 취향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새로운 컬러 영역을 발견하게 되죠.
라카의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고객은 ‘정해진 기준에 맞추는 뷰티’가 아니라, ‘내가 만드는 뷰티’를 경험할 수 있어요. 화장품을 파는 매장이라기 보다는, 경계 없는 아름다움을 실험하고 취향을 확장하는 공간이죠. 덕분에 일반 뷰티 브랜드에서 남성 고객의 비중이 평균적으로 5%인 것에 비해, 라카에서는 약 20%를 차지해요. 아름다움의 경계는 어디까지 지워질 수 있을까요? 라카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예요.
[디자인] 요즘 세대가 집안의 불운을 막는 법
예술 작품을 갤러리에서 꺼내 일상에 들여놓은 디자인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라이프앤콜렉트(life&COLLECT)’예요. 라이프앤콜렉트는 국내외의 신진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아트 상품을 제작해요. 그렇다면 예술 작품이 감상하는 대상에서 손에 잡고 쓸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뀌었을 때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라이프앤콜렉트의 대표 제품들을 만나볼게요.
1️⃣ 플러피 타임 클락: 보는 시계? 만지는 시계!
플러피 타임 클락은 시각보다 촉각에 초점을 맞춰 제작한 낯선 물성의 제품이에요. 라이프앤콜렉트가 홍소이 작가와 함께 만든 이 시계는 푹신푹신한 쿠션 위에 시침과 분침이 얹혀 있어 시계판을 만질 수 있어요. 스마트폰 시계가 줄 수 없는 포근한 감각이죠. 게다가 핸드 드로잉과 비정형적인 형태는 예술적 면모를 뽐내고요.
2️⃣ 소프티 케이크 파우치: 축하의 마음을 보관하는 법
축하의 의미가 담긴 케이크는 아무리 예쁘고 맛있어도 먹고 나면 없어져요. 하지만 라이프앤콜렉트가 김은하 작가와 함께 만든 소프티 케이크 파우치는 사라지지 않죠.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달콤한 케이크 레이어를 만들고, 안에는 소지품을 담을 수 있게 했거든요. 심지어 이 파우치에도 캔들을 꽂을 수 있는데요. 작은 LED 캔들이 자석 형태로 되어 있어 케이크에 세운 뒤 조명을 밝힐 수 있죠. 또한 다양한 버전의 케이크가 있어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는 재미도 있어요.
3️⃣ 홈토템 러그: 현관에 두는 현대판 액막이
집에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요. 그래서 모션 그래픽 스튜디오 입자필드와 함께 홈토템 러그를 만들었어요. 현관에 두고 쓰는 현대판 부적인 셈이에요. 페르시안 패턴 위에 소금, 팥, 해태, 장승 같은 한국의 전통 액막이 상징을 넣어, 위트있는 방식으로 행운을 부르고 불운을 막죠. 현관에서 이 러그를 밟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은 마치 작은 의식처럼 느껴져요. 그냥 먼지를 털어내는 매트가 아니라, 기대감을 주는 행운의 도어매트죠.
이처럼 예술을 생활 속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거창한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거실 소파 위의 푹신한 시계, 가방 모양의 작은 케이크, 현관의 장난기 있는 러그처럼, 매일 스치듯 마주하는 물건이 하루를 바꾸고, 예술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하죠. 이것이 바로 라이프앤콜렉트가 전하는 ‘생활 예술’이고요. 라이프앤콜렉트가 제안하듯 생활 예술품을 통해서 일상 속에서 작은 전시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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