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벤츠의 궁합 테스트? 극과 극은 통한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상하이 마스터예요.
10월 평일 아침 출근길, 항저우 지하철 5호선을 지나치던 사람들은 무심코 스크린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어요. 지하철 역사 내 화면에 블루스크린이 떠 있었거든요. 블루스크린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표시되는 파란색 경고 화면이에요. 평소라면 광고가 재생돼야 할 자리에 오류가 생긴 것처럼 보였죠.
항저우만의 일이 아니었어요. 상하이, 선전, 그리고 대기업 밀집 지역 곳곳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졌죠. 사람들은 처음에 광고 서버가 다운됐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니 화면에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프로그래머들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어요 ‘JAVA’, ‘BUG’, ‘코드’, ‘문서’와 같은 단어를 사용해 재치 있는 문장을 써둔 거죠. “문서는 자동으로 생성되는데, 월급도 자동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 같은 문장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그리고 맨 밑에는 이런 문구가 작게 적혀 있었죠.
“급여는 알리페이에, 연 수익은 3%로 안정적 상승.”
이 블루스크린의 정체는 마이차이푸(蚂蚁财富)의 캠페인이었어요. 마이차이푸는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금융 플랫폼으로, ‘프로그래머의 날(10월 24일)’을 맞아 특별한 광고를 선보인 거죠. 겉보기엔 광고 오류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프로그래머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던 거예요.
이 캠페인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리스크를 싫어하는 엔지니어의 성향과 재테크의 안정성을 연결한 아이디어예요. 프로그래머들은 고강도의 업무량과 반복되는 야근 때문에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할 신체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예측 가능한 안정감’을 중요시하죠. 마이차이푸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 급여를 간편하게 관리하며 연봉을 상승시키고 안정감을 확보하라고 제안했어요. 방법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통한 자산 관리였죠.
다만, 마이차이푸는 금융 광고가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처럼 다가갔어요. 금융의 언어 대신, 프로그래머의 언어를 사용하면서요. 광고는 지하철 스크린과 사무실 밀집 지역의 전광판을 중심으로 진행됐는데요. 동시에 중국판 블라인드인 직장인 네트워킹 플랫폼 ‘마이마이(脉脉)’에서도 노출됐어요. 출근길과 퇴근길, 그리고 업무 사이 휴식 시간까지 직장인들의 동선을 완벽히 포착한 전략이었죠. 광고를 본 사람들은 블루스크린을 찍어 SNS에 올리며 바이럴을 일으켰고요.
거대한 예산 없이도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마이차이푸의 방법, 어떠셨나요? 재테크 플랫폼과 프로그래머는 큰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그럴 때야말로 오히려 눈에 띄는 메시지를 만들기 좋아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마찬가지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곳의 브랜드가 어떻게 협업을 진행했는지 살펴볼게요. 오늘도 함께 상하이로 호핑해 볼까요?
맥도날드와 벤츠의 궁합 테스트? 극과 극은 통한다!
맥도날드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손을 잡았어요. 얼핏 들으면 어색한 조합이에요. 한쪽은 점심시간을 책임지는 가성비 좋은 패스트푸드고, 다른 한쪽은 여유와 품격의 상징인 럭셔리 자동차니까요. 두 브랜드가 함께 있는 모습이 좀처럼 상상이 가질 않는데요. 의외로 정반대 이미지의 브랜드들이 만나자 신선한 마케팅이 탄생했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부터 알아볼게요.
중국 SNS를 들썩이게 한 두 브랜드 간의 협업 중심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어요. 바로 중국 탁구 국가대표 왕추친(王楚钦)이에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그는 2025년 초부터 맥도날드의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최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의 앰버서더로 발탁됐죠. 두 브랜드가 공유하고 있는 한 명의 인물은,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던 패스트푸드와 자동차의 세계를 매끄럽게 이어줬어요.
두 브랜드는 중국 6개 도시를 캠페인 무대로 선정한 뒤,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어요. 매장에는 벤츠 전기차 CLA가 전시되어 있고, 방문객은 실제와 동일한 차량 운전석에 앉아 맥도날드의 신제품인 화이트 트러플 앵거스 버거를 맛볼 수 있었죠. 럭셔리 카 의자에 앉아 버거를 먹는 독특한 경험은 사진을 남기기에도 적격일 뿐 아니라, 맥도날드가 고급 음식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어요.
플래그십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차량 커스터마이징이었어요. 메르세데스-벤츠의 로고는 햄버거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고, 백미러엔 소뿔 장식이 달려 있었죠. 이건 탁구선수 왕추친이 황소자리라는 점을 모티브 삼아 넣은 디테일이에요. 또, 타이어 옆면엔 맥도날드의 로고 ‘M’이 새겨져 있었고요. 두 브랜드는 브랜드의 상징과 신제품, 그리고 앰버서더를 동시에 세밀하게 엮어냈어요.
영상 광고 역시 두 브랜드를 절묘하게 섞었어요. “부드러운 건 햄버거일까, 헤드레스트일까?”, “매끄러운 건 버터일까, 슈퍼스크린일까?” 같은 광고 대사를 통해, 버거의 질감과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인테리어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연결했죠. 이에 더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웨이보 공식 계정에서 “여러분이 광고는 보기 싫어한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저도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찍는 방식을 배워서, 새로 나온 전기차를 그렇게 한번 찍어봤어요.”라며 새로운 방식의 영상미를 보여줬어요.
결과적으로 두 브랜드는 전혀 다른 제품군에 속해 있지만, 협업을 통해 서로의 브랜드 이미지 자산을 유쾌하게 교환했어요. 맥도날드는 메르세데스-벤츠를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맥도날드의 유쾌한 캐릭터를 빌려 젊은 소비층과의 거리를 좁혔죠. 맥도날드는 ‘고급스러움 업그레이드’, 메르세데스-벤츠는 ‘대중성과 젊은 이미지 확보’ 효과를 얻은 거예요.
물론 이번 협업의 계기였던 앰버서더 왕추친의 존재도 한몫했어요. 스포츠 스타이자 Z세대의 아이콘인 그는, ‘열정과 자신감’이라는 상징을 두 브랜드 모두에 자연스럽게 투영했어요. 다시 말해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 간 협업인 동시에 ‘한 명의 앰버서더를 매개로 한 브랜드 시너지 실험’이었죠.
덕분에 앞으로 맥도날드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카테고리는 달라도 충분히 ‘같은 고객’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에는 또 어떤 극과 극 브랜드들이 교집합을 만들어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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