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새로운 전략, ‘수면 리테일’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상하이 마스터예요.
지난 7월 22일은 일년 중 가장 무덥다고 하는 ‘대서’였어요. 이 절기가 다가오면 우리나라에서는 체내의 열을 내릴 수 있는 과일이나 보양식으로 몸을 챙기곤 하죠.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요? 땀 뻘뻘 흘리는 한여름, 상하이 거리에서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맥도날드의 라지 감자튀김이었어요. 사연은 이래요.
‘대서’와 ‘큰 감자’의 중국어 발음은 똑같아요. 맥도날드는 이 언어유희에서 착안해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라지 감자튀김 데이’라는 이름의 프로모션을 열었죠. ‘감자튀김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감자튀김 하나로 한여름을 유쾌하게 즐기자는 제안이었어요.
프로모션은 단순한 할인 행사에 그치지 않았어요. 상하이 징안구 한복판에 감자튀김 컨셉의 팝업스토어 ‘라지 감자튀김 편의점’까지 열었거든요. 이 편의점에서 특별한 건 뭐니뭐니해도 ‘라지 감자튀김 상태등’이에요.
도로 표지판을 닮은 이 상태등의 양면에는 각각 ‘감자튀김을 몰래 집어가지 마세요’, ‘감자튀김 드셔도 돼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요. 옆에 있는 친구가 감자튀김을 먹고 있으면 꼭 하나쯤은 집어 먹고 싶어지는 심리를 반영한 재치있는 굿즈였죠. 앞으로 누군가 감자튀김을 빼앗아 먹으려고 할 때, 두 가지 중 하나의 문구를 보여주면 더 즐겁지 않을까요?
아무리 숨 막히게 더운 대서라도, 이렇게 유쾌한 순간 하나면 더위쯤은 잠시 잊게 되는 법이죠. 우리도 감자튀김만큼이나 바삭한 여름의 상하이로 함께 호핑(Hopping)해 볼까요?
📍트렌드: 공유 자전거, 도시를 달리는 광고판이 되다
📍브랜드: 호텔의 새로운 전략, ‘수면 리테일’
📍디자인: 숲, 대나무, 씨앗으로 건물에도 생명력을!
[트렌드] 공유 자전거, 도시를 달리는 광고판이 되다
상하이에선 색색의 공유 자전거를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현재 공유 자전거 시장은 하얼로, 메이투안, 칭쥐 세 곳이 주도하는 3강 체제인데요. 각사는 경쟁이 심화될 뿐 아니라 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고민에 빠졌어요. 이때 주목한 게 바로 광고예요. 차체와 도시 공간을 활용해 수익성과 브랜드 차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한 거죠. 그중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인 광고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하얼로의 광고 사례를 만나볼게요.
1️⃣ 수험생을 응원하는 자전거
하얼로 자전거는 대학 입시 시즌을 맞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쿠거우’와 함께 수험생 응원 캠페인을 선보였어요. 수험생을 위한 ‘HELLO 행운 자전거’를 배치하고, 본체에 ‘출발부터 압도!, 페달을 세차게 밟아, 성적은 쭉쭉 상승 중’ 등 응원 문구를 부착했죠. 그렇다면 쿠거우의 역할은 뭐냐고요? 쿠거우는 수험생을 위한 격려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10만 개의 VIP 음악 이용권을 무료 배포해, 음악으로 수험생의 멘탈을 응원했어요.
2️⃣ 자외선 알려주는 자전거
하얼로 자전거는 뷰티 브랜드 랑콤과 손잡고 자외선 지수를 알려주는 한정판 자전거 400대를 선보였어요. 이 자전거는 자외선에 따라 뒷바퀴의 색이 변해서, 사람들에게 자외선의 영향력과 선크림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려줘요. 또, 이벤트 기간 동안 샤오홍슈에다가 관련 해시태그로 게시글을 올리면 랑콤 선크림을 받을 수 있는 추첨에 자동 참여되기도 하죠.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라이딩의 낭만을 포기할 수 없다면 선크림 꼭 챙겨야겠죠?
3️⃣ 300원으로 타는 명품 자전거
2024년에는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LOEWE)와 협업해 한정판 금색 자전거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로에베 상하이 매장 외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이 자전거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용료가 단돈 1.5위안(약 300원)이에요. 이용자들은 하얼로 앱을 통해 참여 배지를 받고, 매장 앞 팝업 카페에서 전용 포스터와 무료 커피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단순한 교통수단을 ‘럭셔리 경험 채널’로 탈바꿈시키며,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데 성공했어요.
[브랜드] 호텔의 새로운 전략, ‘수면 리테일’
중국 내수 관광 시장의 정체로 호텔 산업은 저성장의 늪에 빠졌어요. 이때 뜻밖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든 호텔이 있어요. 중국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아투어(Atour)’. 2012년에 설립된 아투어는 ‘인문학적 감성’과 ‘체험형 공간’을 내세우며 숙박을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설계해 온 브랜드예요. 그런 아투어가 이번에는 ‘베개’를 팔아서 반전을 일으킨 거죠.
2024년 한 해 동안 아투어는 1개에 409위안(약 8만 1,800원)하는 ‘숙면 베개 PRO’를 무려 380만 개나 판매하며, 리테일 매출만 21.98억 위안(약 4,396억 원)을 기록했어요. 이는 전체 매출의 30%에 해당하는 수치죠. 업계 전반이 투숙률 하락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아투어는 오히려 리테일 부문에서 126% 성장을 이루며 수면이라는 가장 사적인 경험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셈이에요.
핵심은 ‘경험 기반 구매’ 모델이에요. 아투어는 객실을 단순 숙박 공간이 아니라 ‘제품 체험장’으로 바꿨어요. 60수 침구, 고탄성 스펀지 베개, 방음 커튼 같은 요소들은 투숙객에게 인상적인 수면 경험을 제공하고, 퇴실 전 QR코드로 바로 구매하게 유도하죠. 호텔 직원들도 사실상 ‘베개 판매 전문가’가 되었고, 프론트 데스크에서 하우스키핑까지 고객을 만나면 곧바로 체험을 유도해요. 베개 하나를 팔면 10%의 커미션이 주어지는 정책은 현장의 동기를 극대화했고, 전국 1,600여 개 호텔은 자연스럽게 무료 쇼룸이 됐어요.
이 전략은 디지털 마케팅과도 찰떡처럼 맞물렸어요. 더우인, 샤오홍슈 등 SNS에는 ‘아투어 베개 추천’, ‘직접 써본 후기’ 등 콘텐츠가 넘쳐났고,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 덕에 브랜드 인지도도 급상승했죠. 특히 2024년 주요 쇼핑 시즌에는 베개 매출만 3.7억 위안(약 740억 원)으로 단일 상품 카테고리 1위에 오르며 전통 침구 브랜드를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어요.
물론 우려도 있어요. 베개는 재구매 주기가 길고, 리테일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호텔 본업과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투어의 창업자는 이 전략을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닌, 삶의 질과 감성의 연결로 보고 있어요. 물건을 넘어 ‘이상적인 밤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결국 아투어는 호텔 산업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제공자’로 전환한 브랜드예요. 이들이 팔고 있는 건 베개가 아니라 ‘자고 난 뒤 기억에 남는 감각’이죠. 그리고 이 감각은, 요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예요.
[디자인] 숲, 대나무, 씨앗으로 건물에도 생명력을!
상하이를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은 도시로 만드는 데는 이 건축가가 한몫해요.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죠. 그의 건축이 특별한 이유는, 시선을 사로잡는 조형미를 넘어,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이에요. ‘건축물은 사람들의 감정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모든 프로젝트에 깊게 배어 있죠. 그 결과 도시 풍경에는 생기가, 그 안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감정이 더해지고요. 오늘은 상하이를 놀라게 했던 그의 작품들을 살펴볼게요.
1️⃣ 1000 Trees(천안천수)
1000 Trees는 건축물 위에 숲을 세운 프로젝트예요. 낡은 산업지대를 재생한 이 건물은 겉보기에 단순한 복합 쇼핑몰 같지만, 자세히 보면 1,000개의 기둥이 모두 거대한 화분처럼 실제 나무와 식물을 품고 있어요. 이 기둥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물로, 자연과 건축이 물리적으로 통합된 형태죠. 콘크리트 숲 대신 진짜 숲이 도시 한복판에 탄생했어요.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중국 황산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이 마치 두 개의 산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에요. 실제로 이곳을 보기 위해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을 정도로, 건축 그 자체가 도시의 명소가 됐죠.
1단계 공사는 이미 완료되어 레스토랑, 박물관, 갤러리, 엔터테인먼트 공간 등으로 활발히 운영 중이고요. 현재는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 모든 공간이 완성되면 총 30만㎡ 규모의 ‘도심 속 공중정원’이 탄생할 예정이에요. 예술과 자연, 상업이 어우러지는 도시형 복합 문화 공간을 기대해볼 법 해요.
2️⃣ 푸싱 아트센터
푸싱 아트센터는 토마스 헤더윅이 세계적 건축 설계사 포스터앤드파트너스(Foster + Partners)와 함께 설계한 복합 문화 공간이에요. 전통 중국식 극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죠. 독특한 점은 건물이 ‘춤춘다’는 것인데요. 건물이 어떻게 춤을 출까요?
이 건물 바깥에는 길이가 약 2미터에서 16미터까지 다양한 675개의 기둥이 3겹으로 배열되어 있어요. 동양의 대나무 같기도, 서양의 오르간 파이프 같기도, 마치 커튼 같기도 한 모습이죠. 이 장식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며, 햇빛 아래 반짝이며 빛과 그림자를 드리워요. 움직임은 건축물에 동적인 아름다움을 더하죠.
푸싱 아트센터는 도시 건축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예요. 건축에는 정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동적인 리듬과 생명력 또한 있음을 도시에 일깨워주고 있죠.
3️⃣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비록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한때 상하이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건축물이 있어요.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 등장한 영국관, ‘씨앗 대성당(Seed Cathedral)’이에요.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한 이 파빌리온은 단순한 국가 홍보관을 넘어, 도시 건축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겉보기에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6만 개에 달하는 투명 막대가 건물 외부를 촘촘히 덮고 있는 독특한 구조였죠.
길이 7.5미터의 막대는 끝부분에 실제 식물 종자의 씨앗을 담고 있었어요. 씨앗은행을 만들고 있는 국가의 정책을 반영해, 도시와 자연 간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죠. 막대는 광섬유 역할을 해서 낮에는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밤에는 반대로 안쪽에서 빛을 내며 구조물 전체를 은은하게 밝혔어요. 보는 사람마다 “살아 있는 건축”이라고 감탄할 정도였죠.
‘씨앗 대성당’은 자연과 도시의 공존,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예술적으로 전달하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어요. 그해 엑스포 최고관 디자인 부문 금메달은 물론,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루베트킨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죠. 비록 지금은 사진과 기억 속에만 남아 있지만, 건물이 상하이에 안겼던 충격은 아직도 여전해요.
오늘의 상하이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지인들에게 추천 부탁드려요. 내일은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에요. 뉴욕 호핑도 함께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