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이 온 상하이 편의점, 너도 나도 바텐더?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상하이 마스터예요.
요즘 중국에서는 편의점이 작은 바(bar)로 변신 중이에요. 편의점이 새로운 사업에 나섰다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편의점에서 50ml 미니 보드카와 위스키, 주스와 탄산수, 얼음컵 등을 구매해 스스로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거든요. 유행이 퍼지자 편의점에서는 어떤 음료를 섞어야 칵테일이 완성되는지 메뉴별 ‘칵테일 레시피 공식’을 써 붙여 놓기까지 해요.
보드카 + 오렌지주스 + 포도맛 탄산음료 = 앱솔루트 선셋
보드카 + 자몽주스 + 크랜베리 주스 = 씨 브리즈
화이트 럼 + 스프라이트 + 민트 잎 = 모히토
베일리스 + 밀크티 = 런던 포그
칵테일 바에서 마시는 것과 맛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격은 단 30위안(약 6천 원). 게다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조합으로 즐길 수 있으니, 일석삼조예요. ‘편의점 칵테일 라이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부 편의점 프랜차이즈에서는 술, 믹서, 얼음컵, 빨대를 세트로 묶은 DIY 키트도 출시했어요.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도 고민없이 고르고 실패하지 않도록요.
SNS 반응도 폭발적이에요. SNS 플랫폼 샤오홍슈에는 각자 만든 알록달록한 칵테일 사진이 피드에 넘쳐나고,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는 ‘편의점 칵테일’ 영상의 누적 조회 수가 수십억 회를 돌파했죠.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칵테일 공식은 조금씩 변주되고, 동네마다 ‘우리 동네 시그니처 칵테일’이 생겨나는 분위기예요.
이런 열기의 배경에는 90년대생 소비자가 있어요. 이미 중국 주류 시장의 핵심 층으로 성장한 이들은, 과하게 마시는 것보다 ‘살짝 취한 상태(微醺, 미훈)’에서 기분만 고양되는 걸 선호해요. 게다가 바에 가는 번거로움 없이 집 앞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자기표현 욕구까지 충족할 수 있으니 매력이 2배예요.
결국 편의점 칵테일은 편리함, 스타일, 개성을 동시에 충족시킨 새로운 음주 방식인 셈인데요. 중국에서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재미’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활발히 생겨나고 있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는지 상하이로 함께 호핑해 볼까요?
📍트렌드: 오래된 로맨스는 가라! 새로운 사랑을 말하는 기업들
📍브랜드: 스포츠 웨어 입고 헬스하는 반려견? 중국 최초 반려동물 헬스장
📍디자인: 8개의 매트리스 위에서 잠드는 사람들? 편견을 깨는 침대!
[트렌드] 오래된 로맨스는 가라! 새로운 사랑을 말하는 기업들
중국에서 음력 7월 7일 칠석절은 ‘중국의 밸런타인데이’로 불려요. 견우와 직녀가 하늘 위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로, 중국 무형문화 유산 명단에 등재되기도 한 유서 깊은 날이죠. 해마다 브랜드들은 이 시기를 활용해 연인 간의 로맨스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펼쳐 왔어요. 특히 주얼리, 화장품, 럭셔리 브랜드 등이 제품을 ‘사랑의 증표’로 표현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죠.
이처럼 로맨스 중심이던 칠석절 마케팅이 최근 변화하고 있어요. 중국 내 싱글 인구의 비율이 증가하자 다양한 사랑의 종류를 다루기 시작한 거죠. 2025년, 브랜드들의 칠석절 마케팅 사례들을 살펴보며 칠석절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볼게요.
첫 번째 사례는 중국 유제품 기업 ‘이리(伊利)’예요. 이리는 칠석절을 맞아 ‘황혼의 사랑’에 대해 다룬 단편 영상을 선보였어요. 영상 속에서 혼자 밥을 먹고, 춤을 추고,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시니어의 모습이 흘러나왔죠.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이면에서 누군가와의 교류를 향한 갈망이 드러났어요. 이리는 칠석절의 낭만을 더 넓은 연령대로 확장해 사랑이 ‘특정 세대’만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소중하게 다뤄져야 함을 강조했죠.
두 번째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 티파니는 방향을 조금 다르게 잡았어요. 이번 칠석절 캠페인 영상에서 ‘사랑의 주체는 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을 강조했죠. 주얼리를 연인을 위한 선물이 아닌,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보석’으로 포지셔닝 한 거예요. 이를 위해 중국 앰배서더와 협업하고, 팟캐스트 시리즈를 제작해 사랑의 힘은 ‘나’로부터 생겨난다는 이야기를 전했어요. 주얼리를 자기애와 자존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해석하며, 달라진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낸 셈이에요.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 ‘후상아이(沪上阿姨)’예요. 후상아이는 칠석절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인 ‘걸교절’에 주목했어요. 걸교절은 음력 7월 7일 밤에 여성들이 손재주가 좋은 직녀에게 솜씨를 달라고 기원한 것에서 비롯된 이름이에요. 후상아이는 역사적인 맥락을 살려 ‘재능 넘치는 여성’에 대한 찬사를 캠페인으로 풀어냈죠. 영상을 통해 매장 점원, 배달 기사, 수리 기사 등 각자의 현장에서 빛나는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스스로의 노력으로 빛나는 모든 여성에게 경의를 표하고, 이를 상하이, 청도 등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송출했어요.
물론 전통적인 로맨스를 강조한 브랜드 캠페인들도 여전히 있었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번 칠석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사랑의 다양성’이었다는 거예요. 노년의 사랑,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 그리고 능력 있는 여성에 대한 존중까지 칠석설은 더 이상 한정된 서사가 아닌 다채로운 사랑을 비추는 무대로 확장되고 있어요.
칠석절은 앞으로도 오래된 프레임을 벗어나, 세대, 성별, 관계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들을 담아낼 예정이에요. 그렇다면 결국 승부는 누가 사랑을 가장 넓고 깊게 정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요?
[브랜드] 스포츠 웨어 입고 헬스하는 반려견? 중국 최초 반려동물 헬스장
중국 반려동물 시장이 변하고 있어요. 기존에는 미용, 호텔, 훈련 같은 전통적 서비스가 중심이었다면, 이제 반려동물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죠. 이런 흐름 속에서 2025년 6월, 상하이 웨스트 번드에 문을 연 ‘고고짐(GOGOGYM)’이 주목받고 있어요. 고고짐은 중국 최초로 등장한 반려동물을 위한 헬스장이에요.
고고짐은 반려견이 잘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는 밝은 파란색과 노란색 위주로 꾸며져 있어요. 300㎡(약 90평)의 공간이 크게 피트니스 존, 스파 및 재활 존, 마사지 및 테라피 존, 반려동물 용품 리테일 존으로 채워져 있죠. 러닝머신과 체형별 보조 장비가 배치돼 있고, 수영장과 수중 러닝머신, 전용 마사지실, 레이저 치료실까지 있어요. 리복(Reebok)과 협업한 반려동물 스포츠 웨어, 관절 보조 제품 등이 진열돼, 운동과 건강 관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죠.
고고짐에서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처음 통과하는 관문은 ‘반려견 보행 분석기’예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절염, 척추 문제 등 잠재적인 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운동 처방’을 받게 되죠. 반려견 전용 러닝머신은 사람용과 비슷하게 생겼어도, 반려견의 체형과 보폭에 맞게 설계되어 있어요. 만약 관절에 문제가 있다면 수중 러닝머신으로 운동과 재활을 병행할 수도 있죠. 모든 운동이 끝나면 아로마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고요.
고고짐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포인트는 보호자 경험까지 디자인했다는 거예요. 훈련실이 투명해서 반려동물의 훈련 과정을 보호자가 안심하고 관찰할 수 있고, 매장 안 휴식 공간은 카페처럼 꾸며 파티나 모임도 가능해요. 매장 밖에는 무료 개방형 ‘고고파크(GOGOPARK)’를 마련해 산책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죠.
그야말로 사람이 가는 헬스장 못지않게 체계적이고 고급스러운 헬스장인데요. 이용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고고짐의 멤버십 가격은 월 기준 1980위안(약 39만 6천 원), 분기 기준 4980위안(약 99만 6천 원), 연 기준 19800위안(약 396만 원)이에요. 고가의 비용이지만 시범 운영 2주 만에 인근 거주민뿐 아니라 먼 지역에 사는 고객까지 SNS를 보고 찾아왔다고 해요. 주말 수영장은 이미 예약이 꽉 찼을 정도죠.
고고짐은 반려동물 헬스장을 열게 된 연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어요. 직장인들은 반려견과 함께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고, 대형견은 집에서 ‘가구를 부수며’ 에너지를 발산하며, 노령견은 관절 관리를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틈새시장에 진출한 거죠. 특히 상하이는 반려동물 친화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웨스트 번드는 반려견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라 전국 첫 매장을 열기에 적합했다고 해요.
중국 내 반려동물 시장에서 헬스장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 고고짐.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니 이제 남은 것은 반려동물이 빼놓지 않고 헬스장에 가도록 돕는 일 아닐까요?
[디자인] 8개의 매트리스 위에서 잠드는 사람들? 편견을 깨는 침대!
간밤에 잘 주무셨나요? 좋은 수면이 깨어 있는 시간의 질을 결정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면과 질 낮은 수면에 괴로워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에요. 중국 수면 연구회에 따르면, 무려 3억 명이 ‘수면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밤마다 뒤척인다고 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죠. 사람들은 보통 매트리스와 침구를 교체해가며 수면 환경 개선에 나서요. 애로사항이 하나 있다면, 매트리스를 브랜드 네임과 사용자 후기만 보고 구매하게 된다는 거예요. 체중, 체형, 수면 습관이 각기 다른 소비자에게 범용 매트리스는 최선의 해답이 될 수 없는데도요.
‘유니슬립(UniSleep)’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브랜드예요. 1년간의 연구 끝에 2023년에 출시한 ‘큐브 모듈러 매트리스(Cubed Modular Mattress)’는 평범한 매트리스와는 모양이 달라요. 큐브 블록을 끼워 맞추듯, 고객이 여러 개의 매트리스를 스스로 선택해 조립하는 방식이거든요. 머리, 어깨, 허리, 다리 각 부위별로 필요한 지지력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매트리스를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각각의 매트리스 모듈은 지지력, 부드러움, 통기성 등 특성이 달라요. 고객은 자신의 몸 상태와 취향에 맞춰 자신만의 매트리스를 완성할 수 있죠. 이렇게 하면 잠들기에 적합한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어요. 만약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침대라면, 왼쪽과 오른쪽을 아예 다르게 세팅해 한 침대 위에서도 서로의 수면 스타일을 존중할 수 있고요.
어디 그뿐인가요? 신체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임신 후기 여성은 허리 부담이 커져 평소에 쓰던 매트리스로는 충분한 지지력을 얻기 어려워요. 하지만 유니슬립의 매트리스라면, 필요한 기간 동안 허리를 받쳐주는 부분의 모듈만 똑 떼어 교체할 수 있죠. 출산 후에는 원래 모듈로 되돌리면 되고요. 이런 방식으로 체중 증감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요.
모듈형 설계가 가져오는 장점은 단순히 맞춤화에 그치지 않아요. 매트리스를 ‘유지 보수 가능한 제품’으로 진화시키거든요. 일반 매트리스는 2~3년만 지나도 내부 스펀지나 라텍스가 조금씩 꺼지고 무너져요. 지금까지는 이럴 때 교체 말고는 답이 없었죠. 하지만 큐브 모듈러 매트리스는 마모된 부분만 갈아 끼우면 끝. 매번 수백만 원을 들이지 않아도 늘 ‘새 매트리스’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이런 혁신 덕분에 큐브드 모듈러 매트리스는 ‘레드 닷 어워드’를 포함해 각종 국제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어요. 결국 유니슬립이 보여주는 건 단순히 ‘좋은 매트리스’가 아니라, 수면이라는 일상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이에요. 매트리스를 가구가 아닌 ‘개인 맞춤형 제품’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시간을 더 정밀하고 섬세하게 다루기 시작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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