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민주화가 낳은 새로운 직업은?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요즘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걷다 보면 거대한 구조물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길이 90미터, 높이 16미터 크기의 대형 구조물은 가운데가 비틀린 형태로, 양쪽 면이 마치 한 권의 잡지처럼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외벽을 채우고 있는 스틸 패널의 개수는 1,400여 장. 이 안에는 38개국에서 모인 디자이너 110명의 상상력이 겹겹이 쌓여 있어요.
이 벽의 정체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 2025의 상징물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에요. 양면으로 구성된 벽은 각각 오늘날의 서울과 미래의 서울을 보여줘요. 전자는 ‘성찰’을 위한 면이고, 다른 하나는 ‘제안’을 위한 면이죠.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2025년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로 사람들을 부르는 초대장인 셈이에요.
서울비엔날레는 전 세계가 함께 도시의 문제에 관해 고민하고, 건축 문화를 공유하는 글로벌 행사예요. 2017년 첫 개최 이후 2025년에 어느덧 5회를 맞이했죠. 이번 서울비엔날레가 유독 특별한 이유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토마스 헤더윅이 총감독을 맡았기 때문이에요. 런던의 ‘씨앗 대성당’, 뉴욕의 ‘베슬’, 구글 신사옥 ‘베이뷰’ 등 창의적인 건축을 선보여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고 있는 인물이죠. 인간적인 건축을 추구하는 토마스 헤더윅이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고조됐어요.
토마스 헤더윅의 주도 하에 2025년의 서울비엔날레는 점점 더 단조롭고 지루하게 변해가는 도시에 경종을 울렸어요. 토마스 헤더윅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서 지루한 건물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일종의 ‘전염병’이라며, 앞으로 도시는 단순히 기능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감정이 깃든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죠. 더불어 서울은 전 세계에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어요.
‘건축을 통해 더욱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도시를 만들자’는 메시지는 서울비엔날레 기간 동안 열린송현 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위치한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이에요. 건축가뿐 아니라 디자이너, 장인, 셰프, 패션 디자이너 등이 각자 ‘벽’을 통해 건축적 상상력을 드러낸 전시죠.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프란시스 케레,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 등 유명 인물들의 각기 다른 해석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만든 벽, ‘살아있는 레스토랑’이에요. 에드워드 리는 이상적인 레스토랑의 외관을 ‘살아 있는 벽’으로 상상했어요. 향기로운 허브와 채소가 자라는 화분이 벽면을 채우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향기를 맡거나, 손으로 만지거나,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도록요. 매일 다른 얼굴을 한 이 벽은 식물이 자라고 시드는 과정 자체가 건축의 일부가 돼요. 에드워드 리는 ‘레스토랑의 외벽은 광고판이 아니라, 도시를 위해 열려 있는 환대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밝혔죠. 식사 계획이 없어도 그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던 거예요.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가 더 다채롭고 인간적이길 바라는 건 만국 공통의 마음일 거예요. 앞으로 서울비엔날레와 같은 자리를 통해 도시에 관한 사람들의 논의가 늘어날수록, 도시는 더욱 살만한 곳으로 변해가지 않을까요? 생기 넘치는 서울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서울로 호핑해봐요!
창작의 민주화가 낳은 새로운 직업은?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종이 잡지 못지않은 퀄리티의 콘텐츠와 디자인을 자랑하는 계정이 부쩍 많아졌어요.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내용에, 세련된 톤 앤 매너의 디자인을 더하고, 광고 카피 같은 문구로 계정주의 센스를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매거진’들을 말하는 거예요. 이런 계정들은 더 이상 개인적인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미디어이자 자기표현의 장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계정 운영에 임하는 사람들은 마치 ‘1인 편집장’처럼 활약 중이에요.
1인 편집장 현상은 기술과 사회, 그리고 심리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만들어진 결과예요. 우선 기술적으로 보면, 콘텐츠 제작의 문턱이 거의 사라졌어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그리고 각종 뉴스레터 플랫폼은 개인이 혼자서도 완결된 미디어를 쉽게 발행할 수 있게 도와주죠. 여기에 더해 AI 도구는 제목을 제안하고, 썸네일을 디자인하거나, 카피를 다듬어 주고요. 과거라면 기획자, 디자이너, 편집자까지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 한 명의 손끝에서 가능해진 거예요.
경제 구조도 한몫했어요. 프리랜서와 긱워커 중심의 경제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하나의 브랜드로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요. 개인의 취향, 언어, 감각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고,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해졌죠. SNS는 그 무대가 되었고, ‘1인 편집장’은 그 무대를 운영하는 새로운 직업군이 됐어요. 과거에는 언론사가 신뢰의 근거였다면, 이제는 개인의 언어 감각과 편집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죠.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심리적인 이유가 커요. 사람들은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나서요. 회사나 사회 구조는 예측할 수 없지만, 나의 피드, 내가 쓴 문장, 내가 만든 계정은 얼마든지 통제 가능하죠. 이곳은 ‘자기 뜻대로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이자, 누군가에게 그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통로예요. 이처럼 사람들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찾으며 심리적 치유 효과를 얻기도 해요.
자연히 이와 같은 흐름의 여파는 교육 시장으로도 이어져요. 카피라이팅, 브랜딩, 글쓰기 강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나만의 뉴스레터’ ‘퍼스널 브랜딩 하기’ 같은 클래스가 성황이죠. 표현 능력은 더 이상 일부의 문학적 취향이 아니라 모두의 생존 기술이 되었고, 어휘에 대한 감각은 곧 경제적 자본이 됐어요.
결국 1인 편집장의 시대는 창작의 민주화가 이룬 결과이자, 개인화된 사회가 낳은 필연적 흐름일 텐데요. 누구나 발행인이나 큐레이터가 될 수 있는 지금, 새로운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어요. 알고리즘의 변동에 따라 노출이 좌우되고, ‘나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게시물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압박이 지속되면서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거죠. 자유는 피로를 동반한다는 역설이 여기서도 나타나는 거예요.
그럼에도 이 흐름은 쉽게 멈추지 않을 거예요. 1인 편집장은 그저 ‘보여주기’의 시대가 낳은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 증명’의 또 다른 방식이 되었으니까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편집하느냐가 곧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시대에, 여러분은 어떤 것들을 편집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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