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시런이 도쿄 지하철과 콜라보를? 둘 사이의 뜻밖의 공통분모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잉글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Ed Sheeran)’을 좋아하시나요? 그를 잘 모르더라도 빌보드 차트 1위, 유튜브 조회 수 65억 회를 기록한 히트 곡 <Shape of You>는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만약 이 노래뿐만 아니라 <Sunburn>, <Firefly>, <Little lady> 등의 노래를 안다면, 지금 당장 도쿄행 비행기표를 알아 보고 싶을 거예요. 지금 도쿄는 에드 시런의 새 앨범, <Play> 발매를 기념한 컬래버레이션 팝업이 한창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협업의 장소도, 파트너도 뜻밖이에요. 롯폰기, 신주쿠, 우에노, 아사쿠사 등 도쿄의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지하철 노선인 ‘오에도선’이거든요. 이름은 ‘Oh! Ed! 캠페인’. 기간은 9월 8일부터 10월 20일까지죠.
이번 캠페인에는 에드 시런에 관한 다양한 경험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어요. 오에도선의 8량짜리 지하철이 움직이는 에드 시런 박물관으로 변신해 에드 시런의 이야기, 에드 시런에 대한 퀴즈 등을 싣고 도쿄 곳곳을 누비죠. 오에도선을 타고 지정된 장소에서 QR 코드를 스캔해 6개 스탬프를 모으면 한정판 에드 시런 굿즈를 증정하기도 하고요. 이 밖에도 한정판 대중교통 티켓 판매, 한정판 앨범 발매, 노선 주변 매장과의 협업 등 에드 시런의 새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에드 시런은 어쩌다 오에도선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된 걸까요? 그 이유가 생각 외로 너무 단순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예요. 오에도선의 ‘에도’가 에드 시런의 이름 ‘에드’와 발음이 유사하고, 오에도선의 시그니처 컬러인 마젠타 색깔이 에드 시런의 새 앨럼 <Play>의 색깔과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효과나 비용 등의 측면에서 고민도 했겠지만, 협업의 시작점이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우연한 일치였죠.
이처럼 단순한 우연도 협업의 인연으로 만드는 힘이 있는 도시가 바로 도쿄예요. 덕분에 더 다채롭고 풍부한 콘텐츠들이 도쿄를 채우고 있고요. 그럼 지금 도쿄에서는 또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그 안의 크리에이티브를 배우러 도쿄로 호핑해 볼까요?
📍트렌드: 덕질도 체력 싸움이다, ‘오시토레’가 낳을 새로운 기회
📍브랜드: 은퇴한 버스의 인생 2막, ‘사우나’로 귀환하다
📍디자인: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책임 없는 쾌락이 가능하다고?
[트렌드] 덕질도 체력 싸움이다, ‘오시토레’가 낳을 새로운 기회
시티호퍼스 뉴스레터의 열혈 구독자라면, ‘오시카츠(推し活)’라는 단어에 익숙할 거예요. 오시카츠는 열렬한 팬덤 활동을 의미하는데요. 단순히 혼자 좋아하고 응원하는 게 아니라, SNS에 오시카츠 활동을 업로드해 바이럴을 일으키고, 오시카츠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게 특징이에요. 그래서 일본에는 오시카츠 활동을 타깃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있죠.
이 오시카츠를 Z세대의 문화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건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누군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거든요. 실제로 도쿄의 ‘다이쇼 제약(大正製薬)’이 20대에서 60대 직장 여성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30%가 오시카츠 활동을 하고 답했어요. 일하는 여성들 3명 중 1명 꼴로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설문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가 하나 있었어요. 오시카츠를 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약 80%가 ‘오시카츠를 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고 답한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오시카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장시간 이어지는 공연 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하는 건 물론, 공연장까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니 체력 소모가 꽤 커요. 아이돌을 응원하는 것과 체력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힘에 부친다고 좋아하는 마음이 사그러들리 없어요. 이에 일본에서는 ‘오시토레(推しトレ)’가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오시카츠와 ‘트레이닝(Training)’을 합친 말로, 아이돌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응원하기 위한 훈련을 뜻하는 말이에요. 실제로 다이쇼 제약의 설문 조사에서도 약 31%의 응답자들이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해 체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고 답했죠. 오시카츠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상의 중요한 목표가 된 거예요.
오시카츠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생활의 활력을 줘요. 실제로 오시카츠가 직장에서 개인의 행복과 동기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오시카츠 휴가’나 관련 수당 같은 독특한 직원 복리후생을 도입하기도 했어요. 직원들의 일상이 행복하고 활력이 있어야, 조직이 건강해 지고 업무 효율이 늘어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이제 오시카츠가 체력을 증진해야 할 이유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필요성을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어요. 헬스케어 브랜드들이 오시카츠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죠. 같은 헬스케어 제품이나 건강보조제라도,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메시지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다이쇼 제약이 비타민 음료 ‘리포비탄 파인’ 홍보의 일환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처럼요. 개인의 취미나 일시적 유행을 넘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라이프스타일이 된 오시카츠는 또 어떤 비즈니스적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요?
[브랜드] 은퇴한 버스의 인생 2막, ‘사우나’로 귀환하다
일본 시즈오카현은 대표적인 녹차 산지예요. 실제로 일본 녹차 생산량의 약 40%가 시즈오카현에서 재배되죠. 차 생산량이 많은 만큼 드넓은 차밭을 보유하고 있어 관광지로도 유명하고요. 심지어 넓게 펼쳐진 녹차밭 너머로 후지산까지 감상할 수 있죠.
2025년 9월부터 이런 시즈오카의 풍경을 시즈오카의 차밭을 닮은 공간에서 ‘사우나’를 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그저 전망 좋은 사우나 시설이나 호텔이 개장한 게 아니에요. 시즈오카에서 실제로 돌아다니던 노선버스 차량을 개조한 ‘사바스(サバス)’가 시즈오카에 등장했거든요. 사바스는 이동형 사우나 버스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창 밖으로 보이는 뷰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이에요.
이번 사우나 버스는 시즈오카의 명물인 ‘차’를 테마로 디자인되었어요. 시즈오카현에서 공수한 목재를 사용해 차밭의 계단식 논처럼 벤치를 디자인했죠. 이 벤치에 앉거나 누워 사우나를 즐기며 후지산을 비롯한 시즈오카만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요. 외형은 기존 노선버스의 복각 디자인을 토대로 해 지역적 맥락을 살리고자 했고요. 노선버스라는 존재는 로컬 문화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으니까요.
사바스는 버스의 장점을 살리면서 버스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요소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했어요. 버스의 하차 버튼을 증기를 발생시키는 로우류 버튼으로, 좌석 손잡이를 사우나실 문 손잡이로, 에어컨 통풍구를 조명으로 활용하는 식이죠. 그래야 시내버스를 사우나로 개조해야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 수 있고, 장기적으로 사바스의 경쟁력이자 존재의 가치가 될 테니까요.
사바스는 재활용 전문회사 ‘리버스(Rebirth)’와 일본 최대 사우나 검색 사이트 ‘사우나이키타이(Sauna ikitai)’가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예요. 시즈오카에 등장한 사바스는 3호로, 사바스는 2022년, 효고현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1호차는 버스의 최대한 많은 부분을 살려 사우나에 활용, 사바스의 정체성을 찾는 데에 집중했죠. 1호차에서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2024년에 사바스 2호가 가나가와현에 출범했고요. 2호차는 공간 구성을 두 개로 나누고, 보다 적합한 스토브를 선택했어요.
지역의 특색을 컨셉으로 삼은 건 3호차가 최초예요. 수명을 다한 버스를 업사이클링해 새 쓸모를 찾아준 것은 물론, 지역 사회에 활력을 더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 거죠. 이처럼 사바스는 매번 사바스를 개발할 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진화 중이에요. 사바스 4호차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요?
[디자인]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책임 없는 쾌락이 가능하다고?
‘책임 없는 쾌락’.
흔히 친구네 고양이, 옆집 강아지를 두고 하는 말이에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은 없지만 마음껏 동물을 예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듬뿍 줄 존재, 그저 귀엽기만 한 존재는 우리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데요. 다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는 시간적, 경제적, 체력적 투자가 필요해 섣불리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못하는 거죠. 알레르기와 같은 건강상의 이슈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누구나 나만의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동시에 책임 없는 쾌락을 즐길 수 있어요. 솜털뭉치처럼 부드러운 촉감의 AI 반려동물 로봇, ‘모플린(Moflin)’ 덕분이에요. 회색과 밝은 캐러멜 색 2가지로 출시되는 모플린은 기니피그 같기도, 친칠라 같기도 해요. 실제로 작은 동물처럼 움직이고, 울음 소리를 내거든요.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로 야외에 데리고 나갈 수도 있죠.
모플린이 장난감이 아닌 반려동물에 비유되는 건, 외형 때문만은 아니에요. 모플린은 진짜 동물처럼 주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이 발달하고 성격이 변해요. AI에 기반해 4만 가지 이상의 성격 패턴이 발현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에요. 쓰다듬기, 껴안기, 말하기,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 등 주인의 행동 하나 하나가 모플린의 성격에 영향을 미쳐요. 그 과정에서 주인의 목소리와 소통 방식을 배우고, 주인에게 점차 애착을 갖게 되죠.
주인은 모플린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모플린이 아프거나, 모플린의 털을 관리해 주고 싶을 때에는 모플린의 유료 서비스를 고려할 수 있어요. ‘샴푸 및 블로우’, ‘입원’, ‘건강 검진’ 등의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거든요. 각각 클리닝, 수리, 점검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모플린을 로봇이 아닌 반려동물로서 키우는 고객들을 위한 배려예요. 만약 이 모든 서비스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면 ‘클럽 모플린’이라는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되고요.
모플린은 2024년 11월 처음 출시되었어요. 가격은 59,400엔(약 60만 원). 출시 직후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3월까지 7,000대 이상을 판매했고, 현재는 예약 구매만 가능하죠. 최초의 로봇 펫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은데,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끈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물론 모플린의 귀여운 외모가 독보적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가족이나 반려동물이 아닌, ‘대안적인 형태’의 동반자에 대한 니즈가 증가했기 때문이에요. 그간 소니의 ‘아이보(Aibo)’, 그루브 엑스의 ‘라봇(LOVOT)’ 등 다양한 로봇 펫들이 등장하며 로봇 펫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성숙해진 덕도 있고요. 이 작은 털뭉치 모플린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까요? 어쩌면 돌봄을 받는 건 모플린이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도쿄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아래에 있는 '좋아요(LIKE)'를 누르거나, 친구에게 뉴스레터를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