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꾸, 케꾸, 키꾸의 구심점은 여기? 동대문이 부활한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흥정하지 않으면 손해볼 것만 같은 곳. 베테랑 상인들에게 괜히 주눅 들던 곳.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쭈뼛거리다 나오는 곳. 동대문 종합시장을 떠올리면, 이런 장면부터 생각나는 분들 많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 어렵고 무섭던 동대문이 달라졌어요. 진입장벽이 높던 상가를 채운 건 도매업자들이 아니라 20대 여성들과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에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과거 동대문 종합시장은 업자들의 공간이었어요. 소량 구매는 취급하지 않는 매장도 많았고, 낱개로 사려 하면 은근한 눈치를 주는 분위기도 있었죠. 그래서 일반 손님들은 방문 전부터 작전을 짜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어요. 동대문은 싸게 사는 곳이기 이전에, 아무나 가기 부담스러운 곳이었던 셈이에요. 그러다 보니, 공실이 늘고 상권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말도 나왔고요.
그랬던 동대문이 최근에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이 변화를 이끈 건 패션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 작고 사소한 ‘꾸미기’ 재료들이죠. 상인들은 파츠나 비즈를 낱개로 팔기 위해 별도의 매대를 따로 만들고, 초보자에게 잘 어울리는 조합까지 먼저 안내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디자이너들이 재료를 떼러 가던 곳이었다면, 지금은 친구와, 아이와 함께 놀러 가는 장소가 된 거예요. 그렇다면 요즘, 동대문을 뜨겁게 달군 꾸미기 트렌드는 뭘까요?
단연 ‘볼꾸(볼펜 꾸미기)’예요. 펜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을 넘어, 펜 자체를 새로 만드는 건데요. 펜의 뼈대인 ‘펜대’ 자체를 나만의 비즈로 채워 넣는 방식이에요. 약 1,000원대의 펜대에 캐릭터 파츠와 비즈를 조합해 헤드를 잠그기만 하면, 단 5분 만에 개성 있는 ‘나만의 필기구’가 완성되죠. 3,000원 안팎의 적은 비용으로, 내 취향을 그대로 담은 하나뿐인 펜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가장 쉽고,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꾸미기라, 입문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요.
또 다른 꾸미기는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디지털 기기예요. 휴대폰 케이스를 꾸미는 ‘케꾸’, 기계식 키보드의 키캡을 교체하는 ‘키꾸’가 대표적이죠. 모두가 비슷하게 생긴 기계를 쓸수록, 이런 꾸미기의 수요가 더 커져요. 성능만으로는 더 이상 차이를 만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남다르길 원하는 요즘 세대들은 기계 위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의 파츠를 더해요. 차가운 디지털 기기에 취향과 온기를 입히는 거죠. 실제로 동대문 상가에서는 의류용 단추 대신 케이스에 붙이는 비즈나 키캡을 전면에 배치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어요. 옷을 꾸미던 재료들이, 일상을 꾸미는 재료로 바뀌고 있는 걸 알 수 있죠.
여기에다가 DIY의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은 ‘모루 인형’을 만드는데요. 부드러운 철사인 ‘모루’를 직접 구부리고 꼬아 인형의 형태로 디자인하는 거예요. 1m에 900원 정도 하는 모루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요. 인형을 완성한 후에는 눈코입을 만드는 재료를 더하고, 인형의 체형에 맞춰 옷과 소품을 하나씩 골라 매칭해 나가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에요. 이미 만들어진 인형을 사는 것보다, 내 손으로 빚은 캐릭터에 훨씬 큰 애착이 생기거든요. 완벽한 결과물보다 내가 만든 작품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순간, DIY는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 되죠.
이런 꾸미기가 인기 있는 배경에는 남들과 똑같은 기성품보다는, 나만의 것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동시에, 고물가 시대에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취미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 물가가 오르면서 완성품의 가격이 점점 부담스러워졌으니까요. 반면, 꾸미기 재료는 여전히 적은 돈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요. 커피 한 잔 값으로 결과물을 여러 개 만들어 볼 수도 있고요.
이러한 꾸미기를 가장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 동대문이에요. 의류 부자재를 전문적으로 팔던 종합시장은, 어느새 꾸미기 재료의 백화점이 됐거든요. 필요한 재료가 한곳에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고르고, 끼우고, 붙이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어요. 온라인 쇼핑이 대신할 수 없는 ‘손맛’이 있는 거죠. 그래서 동대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저렴해서’라고 말하면 반만 맞을지도 몰라요. 진짜 이유는 저렴하게 ‘경험’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동대문의 몰락을 예상하던 사람들은 ‘물건’만 봤어요. 도매가 줄고, 유통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 끝이 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 동대문에선,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팔고 있어요. 이처럼 동대문은 유통의 중심지에서, 취향을 만들어내는 생산의 중심지로 바뀌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동대문의 열기를 이어갈 다음 꾸미기는 무엇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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