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과 듀프는 한 끗 차이, 업계의 틈을 비집은 향수 브랜드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미국은 도넛의 나라예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넛을 생산하는 나라가 미국이니까요. 그뿐 아니라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도넛 브랜드도 미국의 ‘던킨 도너츠’예요. 그 뒤를 좇는 ‘크리스피 크림’도 미국 브랜드죠. 그런데 미국 안에서도 뉴욕은 도넛의 본고장으로 손꼽혀요. 과거 뉴욕 맨해튼에 자리 잡은 네덜란드계 이민자들이 즐겨 먹던 음식에서 도넛이 유래되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뉴욕은 도넛 브랜드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꿈의 도시이자, 격전지예요. 프랜차이즈 도넛 브랜드들은 물론, 다른 도시에서 시작해 인기를 얻었다하면 뉴욕 진출을 선언하죠. 최근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부두 도넛’, LA 출신의 ‘랜디스 도넛’ 등도 잇따라 뉴욕 매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어요.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도넛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뉴욕의 도넛 씬에서 화제가 된 브랜드가 있어요. 미국 태생도,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아닌, 일본 도쿄에서 온 ‘아임 도넛(I’m donut)’이에요. 아임 도넛은 2022년 도쿄에서 시작한 신생 브랜드로, 2025년 9월에는 서울 성수동에도 매장을 오픈하며 주목을 받았어요.
서울 매장에 앞서 아임도넛이 첫 번째 해외 진출지로 점찍은 도시가 바로 뉴욕이었어요. 2025년 4월의 일이었죠. 아임도넛은 맨해튼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타임스퀘어 상권에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생(生) 도넛’이라는 뜻의 ‘나마 도넛’ 카테고리를 개척한 아임도넛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어요. 나마 도넛은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숙성시켜 기존 도넛보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에요. 기름에 튀겼지만 퍼석하지 않고 담백하죠. 그렇다면 아임 도넛의 나마 도넛은 뉴요커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요?
아임 도넛의 뉴욕 매장은 문을 열자 마자 뉴요커들을 줄세웠어요. 일본의 전통 요소 모티브의 미니멀한 매장 분위기는 뉴요커들에게 이국적으로 다가왔죠. 여기에다가 킥은, 뉴욕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뉴욕 한정판 도넛들이었어요. 뉴요커들에게 익숙하지만, 도넛화된 적 없었던 메뉴들을 선보였죠. 피넛버터와 잼을 바른 PB&J 샌드위치에서 영감을 받은 ‘PB&J 도넛’, 생도넛 번 사이에 닭고기와 야채를 넣은 ‘치킨 진저 데리야키 도넛’ 등이 대표적이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도넛은 ‘NY BLT 도넛’이었어요. 베이컨(Bacon), 양상추(Lettuce), 토마토(Tomato)의 앞 글자를 딴 BLT 샌드위치를 변형해 만든 메뉴인데요. 식빵 대신 달콤하고 쫀득한 생도넛 사이에 이 3가지 식재료를 넣었어요. 동양 문화권에서는 불패 조합인 ‘단짠’의 조화를 도넛으로 재해석한 거예요. 이처럼 아임도넛은 ‘달콤한 디저트’라는 도넛의 틀을 깨고 도넛의 식사화, 요리화를 꾀해요. 특히 아침에도 도넛을 먹는 미국인들의 식문화에 맞춰 아침으로 먹을 많나 도넛을 만든 게 신의 한 수였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무대인 뉴욕은 어떤 분야든 고인물이 되기가 어려워요. 도넛의 원조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자들이 유입되고 그 과정에서 도넛업계 전체가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처럼요. 오늘도 세상의 변화를 배우러 고이지 않고 진화하는 도시, 뉴욕으로 호핑해 볼까요?
짝퉁과 듀프는 한 끗 차이, 업계의 틈을 비집은 향수 브랜드
샤넬 ‘No.5’, 디올 ‘쟈도르’, 톰 포드 ‘오드 우드’, 르 라보 ‘상탈 33’, 바이레도 ‘발 다프리크’… 각 브랜드들을 대표하는 향수의 이름이에요. 이름은 한 번쯤 들어 봤을지 몰라도, 직접 써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워낙 유명한 향수들이지만 높은 가격대에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런 럭셔리 브랜드에서 출시한 향수들은 작은 용량인 50ml 기준으로도 10만원 중반대부터 비싼 건 30만원을 훌쩍 넘어요.
그런데 이 향수들과 비슷한 향수들을 한 곳에서, 그것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교묘하게 만든 가짜 제품이 아니라, 유명 브랜드들의 향수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비슷한 향수들을요. 상상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하는 이 컨셉을 구현한 브랜드가 있어요. 뉴욕 베이스의 향수 브랜드, ‘도씨에(Dossier)’예요.
2019년 시작한 도씨에는 ‘듀프(Dupe)*’ 향수 브랜드예요. 고가의 명품 향수와 비슷한 향의 향수를 만들지만, 그들의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 등을 따라하지는 않죠. 대신 비싼 향수들 못지 않게 고품질의 원료를 사용하고, 향수의 고장 프랑스 그라스에서 제작해 고급스러운 향기가 나요. 특히 도씨에의 ‘임프레션(Imprssions)’ 라인은 디자이너 향수 브랜드에서 영감을 받은 라인으로, 각 향수가 어떤 브랜드의 어떤 향수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명기가 되어 있어요. 가격은 원조 향수 대비 70~90% 저렴하고요.
*듀프: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이나 컨셉을 가진 저렴한 대체품을 소비하는 문화를 말해요.
도씨에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볼까요? 원래 르 라보의 ‘상탈 33’ 50ml 정가는 235달러(약 35만원)예요. 반면 상탈 33에서 영감을 받은 도씨에의 ‘우디 샌달우드’는 같은 용량이 49달러(약 7만원) 밖에 안하죠. 그마저도 세일기간에 구매하면 30달러(약 4만원) 이하로도 구매할 수 있어요. 정가를 기준으로 해도 무려 80%, 할인가를 기준으로 하면 87%나 저렴한 가격이에요.
도씨에는 명확한 컨셉과 장점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론칭하자마자 빠르게 성장해 나갔어요. 특히 하나의 시그니처 향에 얽매이기보다는 다양한 향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MZ세대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죠. 아직 향수 경험이 많지 않아서, 비싼 브랜드의 향수를 구매하기 전에 취향에 맞는지 시도해 보고 싶은 소비자들도 도씨에를 환영했고요.
도씨에의 비용 절감 비결은 간단해요. 기존 향수업계의 가격 책정 모델의 요소를 분석해 향수에서 ‘사치’를 빼고 ‘가치’만 남겼어요. 훌륭한 향수를 만드는 최고급 원료, 장인 정신 등은 타협하지 않되, 그 밖의 모든 허세와 마케팅 요소들을 없앴죠. 연예인 광고, 과대 포장 등을 없애 비용을 대폭 절감했어요.
뿐만 아니라 향수를 담는 병 디자인도 심플하게 한 가지 디자인을 사용해 원가를 낮췄어요. 동일한 디자인의 병을 사용하니, 공병을 대량 주문해 단가를 낮출 수 있죠. 대신 제품명과 향기 노트가 적힌 미니멀한 라벨지를 붙여 구분했어요. 이 미니멀한 디자인이 도씨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 일부가 되었고요. 여기에 D2C 모델로 시작해 유통마진까지 줄였어요. 온라인으로 빠르게 진출한 덕분에 현재는 미국 포함 미주 지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약 30개 국가에도 진출해 있죠.
그런데 향기는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어요. 제 아무리 컨셉이 명확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생 온라인 향수 브랜드에 선뜻 지갑을 열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이에 도씨에는 고객들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파격적인 판매 정책을 내세웠어요. 온라인으로 향수를 구매하고 병을 열어 테스트를 한 후라도, 향수가 맘에 들지 않으면 30일 이내에 환불을 할 수 있도록 했죠. 도씨에는 관대한 반품 정책으로 온라인에서 향수를 구매할 때 가질 수 있는 일말의 의구심마저 사라지게 만들었어요.
도씨에는 임프레션 라인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인 후, 2023년부터 듀프 향수가 아닌 도씨에만의 향수, ‘오리지널(Originals)’ 라인을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프랑스 그라스의 조향사들과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팀으로 구성된 ‘도씨에 크리에이티브 랩’을 만들어 도씨에만의 독점적인 향을 개발한 거예요. 마찬가지로 34달러(약 5만원)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에, 그간의 내공을 집약해 만든 향기로 임프레션 라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죠. 듀프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오리지널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거듭난 셈이에요.
도씨에의 진화는 유통 방식에서도 드러났는데요. 온라인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D2C 모델에서 나아가 2025년 6월 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열었어요. 그것도 뉴욕 맨해튼 놀리타 지역의 ‘엘리자베스 스트리트(Elizabeth Street)’에요. 엘리자베스 스트리트는 르 라보, 딥디크 등 유명 향수 매장들이 모여 있어 뉴욕의 ‘향수 거리’라고 불리는 곳이에요. 부티크 매장 위치로도 향수 브랜드로서 존재감에 정점을 찍은 셈이죠. 도씨에는 이제 막 듀프라는 스스로의 시작점을 넘어서기 시작했어요. 사치는 빼고 가치만 남긴 도씨에의 향기는 어디까지 퍼질 수 있을까요?
[커뮤니티 소개] 자기성장 커뮤니티, HFK에서 ‘도쿄의 기획’을 배워봐요!
성장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HFK 겨울시즌에 시티호퍼스 이동진 대표가 파트너로 활동합니다. 모임 이름은 <도쿄의 기획>. 12월부터 총 6회의 모임을 통해 도쿄에서 발견한 기획의 정석에 대해 함께 배워 봐요!
💡세션 주제
1️⃣ [전략] 도쿄의 브랜드는 어떻게 성장의 기회를 찾는가
2️⃣ [제품] 도쿄 브랜드의 제품 기획: 작은 콘셉트가 제품을 만든다
3️⃣ [마케팅] 브랜드 스토리와 도쿄식 마케팅 디자인
4️⃣ [고객경험] 도쿄식 경험 설계: 고객을 바라보는 태도
5️⃣ [도시 기획] 도쿄가 또 가고 싶은 도시인 이유
6️⃣ [실습] 나만의 ‘도쿄식 기획서’ 만들기
📌시티호퍼스 이동진 대표 소개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퇴사준비생의 홍콩>, <퇴사준비생의 교토>, <퇴사준비생의 도쿄 2>, <오프라인의 모험> 등의 저자이자, 여행 콘텐츠 기획사 트래블코드의 대표입니다. 크리에이티브가 넘치는 해외 도시를 여행하면서 생각의 재료를 수집하고, 이를 디코딩(Decoding)하는데 시간을 쏟습니다. 현재는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소개하는 뉴스레터 서비스 ‘시티호퍼스’의 편집장이자 저자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여행하며 수집한 생각의 재료를 바탕으로 세상에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것에서 일의 재미와 의미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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