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바나나 대신 이거 어때? 누끼 따서 먹는 케이크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일본에는 여행을 다녀오면 특산품을 선물하는 ‘오미야게’ 문화가 있어요. 그만큼 디저트 종류도 다양하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고르기가 더 어려워져요. 막상 진열대 앞에 서면 비슷비슷해 보이거든요. 맛은 이미 상향 평준화돼서, ‘맛’만으로는 선택하기가 어렵죠. 이 레드오션에서, 요즘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는데요. 바로 ‘에디블 아트(Edible Art)’, 먹는 예술이에요.
에디블 아트는 먹는 행위를 식사 그 이상의 예술적인 경험으로 바꾸는 방식이에요. 맛 자체보다, 먹는 순간을 기억에 남게 만들죠. 이 에디블 아트를 오미야게에 구현한 브랜드가 있는데요. 바로 바움쿠헨 브랜드인 ‘카타누키야’예요.
바움쿠헨은 독일어로 ‘나무’와 ‘과자’가 합쳐진 이름이에요. 단면을 자르면 나이테처럼 층이 드러나서, 바움쿠헨이라 부르죠. 이 모양 때문에 일본에서는 ‘행복이 쌓인다’는 축복의 의미를 상징하는 디저트가 되었어요. 그래서 결혼, 출산 등 길일에 선물하는 오미야게이기도 하고요.
카타누키야는 이런 바움쿠헨을 살짝 다르게 해석했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먹는 과정을 놀이처럼 만들었거든요. 케이크 모양을 조심스럽게 ‘누끼 따듯’ 뜯어내고, 완성된 모습을 감상한 뒤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이 신박한 디자인은 출시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얻었어요. 연간 300만 개 이상이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됐죠. 그런데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 처음부터 치밀한 기획에서 나온 건 아니에요. 지금의 카타누키야는 의외로 우연한 선택에서 출발했거든요.
사연은 이래요. 카타누키야의 모회사는 이시카와현에 있는 노포 제과 업체, ‘부도의 숲’이에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는 금박을 입힌 카스테라인데요. 고급스러운 외형만큼, 단면의 완성도가 중요했죠. 그래서 과감하게 고가의 ‘워터젯 커터’를 들이게 됐어요. 워터젯 커터는 칼날 대신 고압의 물줄기를 사용하는 장비예요. 단면이 뭉개지지 않고 깔끔하게 자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그런데 막상 비싼 장비를 들여놓고 나니, 또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이 커터를 더 다양하게 활용할 제품을 만들고 싶어진 거예요. 마침 그 무렵, 일본 전역은 아기 판다 ‘샹샹’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었는데요. 이에 영감 받아, 판다 모양의 바움쿠헨을 시험 삼아 만들게 됐어요.
하지만, 이내 문제에 부딪혔어요. 판다 모양만 따로 잘라서 만들자, 잘린 단면이 금세 말라 맛이 떨어졌거든요. 게다가, 남은 테두리 빵은 폐기해야 해서 그만큼 손실이 컸죠. 이때 떠올린 게 일본의 전통 놀이인 ‘카타누키’인데요. 카타누키는 모양이 새겨진 과자를 깨지지 않게 떼어내는 놀이예요. 우리나라의 ‘달고나’ 놀이와 비슷한 개념이죠. 카타누키야는 그 놀이를 바움쿠헨에 적용해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미 잘라낸 모양을 파는 대신, 컷팅선만 남긴 상태로 고객이 직접 자르게 했어요. 모양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는 먹는 사람의 몫이 되도록요. 이렇게 만들자 버려질 뻔했던 테두리는, 판다를 꺼내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됐어요. 사람들은 빵 속에 갇힌 판다를 조심스럽게 구출하는 과정을 즐기게 됐거든요. 문제였던 빵이 ‘에디블 아트’를 완성하는 핵심이 된 거예요.
카타누키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판다 캐릭터 하나에 기대는 대신, IP 콜라보로 고객층을 넓혔거든요. 산리오, 리락쿠마, 모푸샌드처럼 팬덤이 강한 캐릭터들과 협업을 이어갔죠. 이 과자는 우리가 알던, 캐릭터가 단순히 프린트된 디저트 그 이상이었어요. ‘카타누키야’는 빵 속에 갇힌 최애 캐릭터를 꺼내는 미션이 되었고, 성공적으로 깔끔하게 잘라낸 순간은 인증샷으로 이어졌죠.
귀여운 디저트로 자리 잡던 어느 날, 카타누키야는 또 한번 도전하는데요. 2025년 9월, ‘가츠시카 호쿠사이 명화 시리즈’를 출시한 거예요. 호쿠사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화가로, 그의 우키요에 작품은 디테일이 생명이에요. 미세한 그라데이션과 농담이 작품의 핵심이라, 일반적인 푸드 프린터로는 구현이 어렵다고 여겨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누키야는 일부러 이 명화를 그려보기로 했어요. 이제는 캐릭터의 귀여움이 아니라, 기술력을 증명하고 싶었으니까요.
이를 위해, 바움쿠헨 위에 하얀 파운드 케이크 반죽을 덧대 화이트 캔버스로 만들었어요. 표면을 깔끔하게 하고, 인쇄 선명도를 높이는 작업이었죠. 여기에다가 기존 프린터의 한계를 넘기 위해 프로그램을 수정하며 붓터치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구현해 냈고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출시 한 달 만에 무려 7,000개가 판매됐어요. 판매 숫자도 인상적이지만, 더 큰 변화는 고객층이에요. 귀여운 캐릭터에 반응하던 어린 고객층이 아니라, 중장년층과 남성 고객, 예술 애호가들이 이 바움쿠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시장은 이 바움쿠헨을 과자 이상의 작품으로 봤어요.
이 인식의 변화를 굳히는 결정적인 계기도 있었는데요. 2025년 12월, 카타누키야는 도쿄에 있는 호쿠사이 미술관에 정식 입점하게 됐어요. 미술관은 명화를 정교하게 재현해 낸 기술력을 인정해, 이 바움쿠헨을 뮤지엄 숍의 주요 상품으로 선택했죠.
결과적으로, 이 명화 시리즈로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어요.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 콘텐츠를 활용해 로열티 부담은 낮추면서도, 미술관 입점이라는 상징성을 가지며 브랜드의 위상은 높아졌죠. 고난이도 예술에 도전한 선택이, 기술에 대한 신뢰를 만들었고, 동시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게 한 거예요.
카타누키야에서 디저트의 미래를 엿볼 수 있어요. 디저트를 놀이로 만들고,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면서 사람들의 기대 수준을 또 한 번 바꿔놓았죠. 그리고 이 여정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어요. 빵을 말라버리게 할 뻔한 문제를 역발상으로 해결해 새로운 경험으로 만들었으니까요. 카타누키야는 바움쿠헨을 캔버스 삼아 또 어떤 예술을 펼쳐낼까요? 카타누키야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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