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의 ‘인연 끊기’ 팝업? 데이팅 앱의 이유 있는 반전 제안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지난 9월 12~15일 4일간, 도쿄 시부야의 ‘제로 베이스’에서는 소셜 디스커버리 앱, ‘틴더(Tinder)’의 팝업 이벤트가 진행되었어요. 친구부터 데이트 상대까지 다양한 인연을 만날 수 있는 틴더가 ‘틴샤(てぃん社)’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연 건데요. 그런데 주제가 만남, 사랑, 우정 이런 게 아니라 ‘인연 끊기(縁切り)’였다고 해요. 인연을 연결해줘도 모자랄 판에, 인연을 끊는 이벤트를 열었다니 무슨 연유였을까요?
먼저 어떤 이벤트였는지 살펴 볼게요. 틴샤는 틴더라는 이름과 일본의 신사(神社)를 합친 말이에요. 일본인들이 신사에 가서 제비뽑기로 운세를 점치고, 행운을 비는 풍습을 틴더식으로 재해석해 틴더식 신사를 만든 거예요. 그리고 일본인들이 신사에서 하는 행위들에 착안해 다양한 방식으로 인연을 끊도록 도왔어요.
대표적인 코너는 ‘태워버려야겠다 전시’였어요. 신사에서 사람들이 물건이나 부적을 태우는 ‘오타키아게(お焚き上げ)’라는 풍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틴더는 이번 틴샤를 오픈하기 전, 틴더의 공식 X 계정을 통해 연애, 우정, 직장 동료 등 다양한 관계에서 잊고 싶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모집했어요. 그리고 그 중 일부 사연을 선발해 전시를 연 거예요. 관람객들은 전시된 사연에 ‘동정 스티커’를 붙여 공감을 표시하거나, 즉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붙이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전문 역술인을 초청해 인생 상담도 받거나, 앞으로의 만남에 대한 운세를 점쳐주는 ‘오미쿠지(おみくじ)’를 뽑을 수도 있었어요. 하트 모양 병에 담긴 핑크빛 ‘틴샤 에일’ 음료를 마시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기도 했죠.
틴더는 이번 틴샤 팝업을 통해 방문객들이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의 만남을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도록 격려하고자 했어요. 틴샤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과거를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로운 만남을 마주할 수 있도록이요. 새로운 인연을 무턱대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인연을 끊어내는 것이야 말로 틴더가 말하는 ‘데이팅 웰니스’의 시작점이 될 테니까요.
이번 틴샤 팝업은 만남과 인연에 대한 틴더의 관점을 보여주는 듯 해요. 가벼운 관계들로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과 기분을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인연을 만나라는 메시지를 전하죠. 이런 틴더의 생각에서 인생의 교훈까지 배울 수 있었어요. 이 밖에도 도쿄에서 또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인생의, 혹은 비즈니스적 배움을 구하러 오늘도 도쿄로 호핑해 볼까요?
📍트렌드: 반복되는 ‘더운 가을’이 소비자의 니즈를 바꾼다
📍브랜드: 미리 보는 편의점의 미래, 이번엔 ‘옷가게’다
📍디자인: 제철 오니기리가 먹고 싶어지는 달력?
[트렌드] 반복되는 ‘더운 가을’이 소비자의 니즈를 바꾼다
달력은 이미 9월인데, 아직도 날씨는 8월 같은 이 기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죠. 한 여름의 기온이 9월까지 이어지는 날씨가 몇 해째 반복되고 있어요. 이에 가을을 맞이하는 모습에 변화가 생겼어요. 무엇보다 ‘패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또 달라졌죠. 계절의 변화가 패션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도쿄와 나고야를 중심으로 의류 기획 및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크로스 플러스’가 일본 전역의 20~50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어요. ‘더운 가을’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가을철 소비자 패션에 대해 물었죠.
조사 결과, 실제로 가을에 들어선 9,10월에 사람들이 입는 패션 아이템이 반팔과 원피스로 바뀌었어요.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응답자의 40% 이상이 과거의 가을에 입던 옷과 요즘의 가을에 입는 옷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죠. 이는 ‘가을’이라고 하는 계절에 대한 기존 인지와 실제 기온 간에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의류 구매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해요. 전통적인 계절 감각이 깨지고 있는 거예요.
이러한 현상은 매장 내 상품 구성에 대한 불만으로도 이어졌는데요. 응답자의 60%가 가을에 판매 중인 옷들 중 입고 싶은 옷도, 사고 싶은 옷도 없다고 불만을 표했어요. 매장 내 구입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과 실제 기온과의 괴리가 너무 큰 탓이에요. 기온도 오르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도 바뀌었는데 여전히 가을 시즌에는 두꺼운 니트와 코트가 출시되고 있었죠. 패션업계의 불문율이었던 계절에 기반한 선제적 접근 방식과 소비자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거예요.
그럼 여름 옷을 더 오래 팔면 되는 걸까요? 그건 또 아니에요. 사람들은 통기성, 시원한 촉감 등 더운 날씨에 필요한 기능성을 갖추되, 동시에 패션으로 ‘가을 감성’을 표현하고 느끼고 싶어했어요. 응답자의 60%가 ‘가을처럼 보이면서도 시원하고 편한 옷’을 구매하고 싶다고 했죠.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름 옷과는 여전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는 거예요.
기후 변화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어요. 더위의 정도가 심해지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계절을 앞서가는 패션을 참기가 어려워졌어요. 패션업계는 이제 더운 가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스스로도 변화를 꾀해야 될 때가 아닐까요? 미래의 가을을 패션 비수기로 남기고 싶지 않다면요.
[브랜드] 미리 보는 편의점의 미래, 이번엔 ‘옷가게’다
지난 9월 1일, 패밀리마트가 도쿄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어요. 일본 전역에 이미 16,000개가 넘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패밀리마트인데, 새로울 게 뭐가 있나고요? 이번에 신규로 오픈한 매장은 편의점이 아니라 패밀리마트의 의류 브랜드, ‘컨비니언스 웨어(コンビニエンスウェア, 이하 컨비니 웨어)’의 첫 번째 단독 오프라인 매장이거든요. 패밀리마트 최초의 의류 전문 매장이기도 하죠.
그간 컨비니 웨어의 제품들은 패밀리마트 편의점에서 판매되었어요. 그렇다보니 품목도, 고객 경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죠. 반면 이번 신규 매장은 컨비니 웨어의 약 150개 의류 품목을 선보이고 있어요. 그리고 여타 의류 매장처럼 제품 샘플과 거울이 있어, 직접 소재와 사이즈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죠. 이미 포장되어 있어 디테일한 확인이 불가했던 기존 편의점의 판매 방식과는 대비되는 점이에요.
그런데 패밀리마트는 어쩌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고 별도의 매장까지 오픈하게 된 걸까요? 사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양팔, 속옷 등의 패션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생필품에 가까운 이런 품목에는 늘 ‘긴급 수요’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갑자기 내린 폭우로 양말이 젖는다든지, 출장지나 여행지에서 급히 갈아입을 속옷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패밀리마트의 컨비니 웨어는 단순히 이런 긴급 수요를 위한 생필품에 그치지 않았어요. 패밀리마트의 브랜드 컬러로 ‘라인 삭스’를 디자인해 지금까지 무려 약 2,800만 켤레 이상 판매했어요. 패밀리마트 인기 치킨 ‘파미치키’를 오마주한 라인 삭스로 패밀리마트의 위트를 뽐내기도 했죠. 이 밖에도 컨비니 웨어는 반바지, 카디건, 에코 배낭 등 라인업을 늘려가며 편의점 의류의 새 장을 써나가고 있어요.
2021년, 컨비니 웨어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패션 브랜드로서의 행보를 걷게 된 데에는 패밀리마트가 생각하는 편의점의 ‘미래’와 연관이 있어요. 사실 편의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새로운 영역으로 기반을 넓혀 왔어요. 오니기리와 벤또를 중심으로 식당을 대체하고, 갓 내린 커피로 카페의 영역을 넘보기도 했고요. 공공요금을 납부하거나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며 사회 인프라가 되기도 했죠. 패밀리마트는 그 다음 진화의 영역으로 패션을 점찍은 거예요.
패밀리마트의 대표 이사인 사와다 타카시는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어서가 아니라, 갖고 싶은 것을 팔고 있어서 편의점에 가는 것. 그곳에 편의점의 새로운 혁명이 있다”고 말했어요. 편의점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니즈(Needs)’가 아닌 ‘원츠(Wants)’를 자극하기로 한 거죠. 어쩌면 먼 미래에는 의류 매장인 패밀리마트를 보며 한 때 패밀리마트가 편의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디자인] 제철 오니기리가 먹고 싶어지는 달력?
시간이 이렇게 빠를 수 있나요? 벌써 9월이 반이나 지났어요. 이번 달만 지나면 3분기도 끝, 이제 곧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연말이 성큼 다가와요. 매해 이맘 때 쯤, 도쿄에서는 조금 일찍 새해를 준비하는 곳이 있어요. 긴자에 위치한 문구백화점, ‘이토야(Itoya)’예요. 이토야는 매해 9월, 다음 해 달력을 테마로 한 전시 겸 팝업을 선보이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달력을 돈 주고 사본 적이 언제인가요? 스마트폰, 랩탑 등 디지털화된 달력 덕분에 어느 샌가 종이 달력의 설 자리는 사라졌어요. 오히려 자리만 차지하고, 지난 달력을 뜯거나 넘겨 줘야 하는 귀찮은 존재가 되었죠. 그런데 이토야가 선보이는 2026년 달력들은 돈 주고 사고 싶은 건 물론, 이 달력을 사러 이토야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예요. 이토야가 추천하는 2026년 달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도쿄 츠키지 오니기리 캘린더 2026
일본식 삼각김밥인 ‘오니기리’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 받는 음식 중 하나예요. 오니기리는 밥 안에 다양한 토핑을 넣거나 밥에 양념을 하는데요. 이 캘린더는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12가지 맛 오니기리를 테마로 디자인되었어요. 12가지 맛은 도쿄의 유명한 수산 시장인 츠키지 시장에서 영감을 받았죠. 달력이 일본의 식문화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 셈이에요. 이 달력은 같은 컨셉으로 ‘벤또’, ‘도넛’ 버전 등도 있어요.
2️⃣ 다음 여행 캘린더 2026
이 달력은 매달 일본의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해 여행의 설렘을 전달해요. 달력 속지를 티켓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추천 교통 수단, 이동 시간, 해당 도시를 여행하기 좋은 계절 등의 정보를 함께 보여 주죠. 이 티켓들이 담겨 있는 상자도 여행 캐리어 모양으로 디자인해 여행의 기분을 더했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음 여행지를 상상하게 만들어 달력을 넘기는 일을 귀찮은 일에서 설레는 일로 바꾸어 놓았어요.
3️⃣ 2026 탁상 위의 꽃
꽃병에 꽃이 꽃혀 있는 듯한 디자인의 달력이에요. 그런데 매월 꽃이 바뀌죠. 화병 부분에 1월부터 12월까지 제철 꽃을 배경으로 달력이 프린트되어 보관되어 있어요. 당월의 달력만 위로 회전시켜 고정하면 그 달을 대표하는 꽃 디자인으로 책상 위를 화사하게 장식할 수 있죠. 물론 2개 이상의 꽃을 동시에 위쪽으로 고정해 보다 풍성하게 연출할 수도 있어요. 달력 덕분에 책상 위 풍경이 더욱 화사해지죠.
이 달력들은 날짜를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로컬 문화를 전하는 매개체로서,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서, 혹은 인테리어 오브제로서 새로운 쓸모를 찾았어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꿔 나가며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는 듯 하죠. 이런 캘린더들이라면 종이 캘린더라도 앞으로 오랫 동안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지 않을까요? 마치 손목 시계가 시간을 알려 주는 도구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바뀌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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